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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작가: 눈빛 속의 약속
강유영은 서유를 돌아보았다.

"안 됩니다. 아씨 곁을 떠날 수 없습니다."

서유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한 발짝 나서 강유영 곁에 바짝 붙어 섰다.

"공주 전하의 뜻입니다."

난화는 경화 공주를 내세웠다.

서유가 다시 입을 떼려 했다.

"괜찮다. 여기서 기다리거라."

강유영은 서유를 향해 말했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서유는 대답하며 몰래 작은 물건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강유영이 쥐어보니 조그마한 호각이었다. 입에 물고 불면 곧바로 소리가 날 것이다. 위험할 때 불면 금방 달려오겠다는 서유의 뜻을 그녀는 바로 알아차렸다.

"강 소저, 가시지요."

난화가 다시 손을 들어 안내했다.

강유영은 난화를 따라 회랑과 좁은 길을 잇따라 지났다. 스쳐 지나가는 궁등이 늘어날수록 발길 닿는 곳은 점점 외진 곳으로 변해갔다.

불길한 예감이 들자 강유영은 즉시 걸음을 멈추었다.

"강 소저, 왜 안 가십니까? 다 와갑니다."

난화도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말했다.

"능향전으로 간다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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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19화

    강유영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다음 순간, 조원철은 몸을 돌려 대경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강유영과 서준이 얽힌 상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니면 아예 보지 못한 사람처럼 굴었다.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식어 내렸다. 강유영은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서준에게 말했다."연회가 끝나면 돌려드리겠습니다."조금 전 소 미인의 처소에서 마주쳤을 때도 저런 얼굴이었다.그는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그런 식으로 대했다.아쉬울 때는 불길처럼 뜨겁게 달겨들다가도, 필요가 다하면 남보다도 못하게 굴었다.'도대체 난 저분에게 무슨 의미일까?'"돌려주긴 뭘 돌려줘. 명색이 서왕인 내가 너에게 팔찌 하나 못 줄까."서준의 입꼬리가 나른하게 말려 올라갔다."가자꾸나, 들어가자."강유영은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그의 뒤를 따랐다."강유영."대경전 입구에서 경화 공주가 불쑥 나타나 걸음을 막아섰다."공주 전하를 뵙습니다."강유영은 무릎을 굽혀 예를 갖췄다.곁눈질로 살핀 경화 공주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주옥과 예복으로 치장해 위압적인 귀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얇은 면사를 둘러 가린 얼굴 위로 두 눈만이 형형하게 빛나며 강유영을 쏘아보았다.자세히 들여다보면 면사 너머로 화살을 뽑아내고 남은 흉측한 흉터가 희미하게 비쳤다.근처에서 담소를 나누던 대신들과 가솔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감히 다가오지는 못하고 멀찍이서 눈치만 살피는 중이었다."내가 난화를 보내 불렀거늘, 한참이 지나도 웬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는 게야? 난화 그 계집은 또 어디 가고."경화 공주는 짐짓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난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애초에 공주는 능향전에서 강유영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강유영이 금지 구역을 범했다는 전갈만 목 빠지게 기다리던 참이었다.그런데 강유영이 이리 멀쩡히 살아 나타나고 난화만 감쪽같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뭔가 계획이 틀어진 게 분명했다. 어둠 속에 숨어 상황을 주시하던 한씨 역시 섣불리 나서지 못했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18화

    "예."호위들이 난화를 끌고 가고, 두 내관이 그 뒤를 따랐다."유영아, 가자꾸나."서준은 강유영 곁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다.강유영은 몸을 틀어 피하며 조용히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서왕 전하.""그냥 말로만 고맙다는 게냐?"서준은 바짝 다가서며 웃음 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유영은 몸을 빼며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디 좀 보자꾸나."서준이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왜 이러십니까?"강유영은 당황하여 몸부림을 쳤다."무슨 무기를 숨겼는지 보자는 것이다."서준은 소매 너머로 그녀의 손목을 쥐었다.강유영은 움찔하더니 발버둥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어떻게 아셨습니까?""내 눈이 멀지 않고서야 못 봤을 리가 있나."서준은 그녀의 손목에서 옥팔찌를 빼려 했다.강유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가만히 그가 옥팔찌를 빼내도록 내버려 두었다.서준은 옥팔찌를 손에 들고 슥 훑어보더니,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가볍게 돌려 얇은 칼날을 빼냈다."조원철이 준 것이냐?"그가 강유영을 쳐다보며 물었다."아닙니다."강유영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조원철과 얽히는 것을 덮어놓고 부인하곤 했다.서준은 실소를 터뜨렸다. 믿는지 안 믿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칼날을 도로 집어넣더니, 팔찌를 품에 챙겨 넣었다."돌려주십시오."강유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자신의 물건인데 왜 그걸 가져간단 말인가."내가 대신 보관하마. 이런 걸 궁에 들고 와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으면 모를까."서준은 느긋하게 옥팔찌를 품에 갈무리했다."아까 그 시녀를 위협할 때 다 꺼내 보이지 않았느냐. 그 시녀가 순순히 입을 다물고 있을 것 같으냐?"강유영은 그 말을 듣고 식은땀을 흘렸다.난화가 금지 구역에 들어간 것도 사형감이지만, 무기를 숨겨 입궁한 것 또한 중죄였다."가자꾸나."서준은 겁먹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픽 웃었다.강유영은 그를 따라 한참을 걸어갔다. 주변 풍경을 보니 대경전으로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17화

    "서왕 전하…."강유영에게 목을 잡힌 난화는 서준의 등장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왕과 경화 공주가 앙숙이라는 건 궁 안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게다가 서왕은 어떻게든 강유영을 곁에 두려고 안달 난 상태 아니던가. 난화로서는 이제 끝장이다 싶었다.강유영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서준을 주시했다. 시선은 그를 향해 있었지만, 신경은 온통 칼끝에 닿은 난화에게 쏠려 있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도망칠 게 뻔했다."유영,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느냐?"서준이 다가왔다. 보기 좋게 휘어진 여우 같은 눈매에 나른한 웃음기가 감돌았다. 그는 허물없이 다가와 팔꿈치로 강유영을 툭 쳤다."이자가 공주 전하께서 부르신다더니, 길을 빙빙 돌려 이리로 끌고 오더군요. 저를 금지 구역으로 밀어 넣을 심산이었습니다."강유영은 난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아닙니다! 소인이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을 뿐입니다. 제발 소인을 놓아주십시오, 아씨. 어서 공주 전하께 모셔다드리겠습니다…."난화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서준이 나타난 이상 무사히 넘어가긴 이미 글렀다. 다급해진 그녀는 애절하게 강유영에게 빌었다."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 능향전이 어느 쪽이고, 여긴 또 어딘데? 너…."강유영이 빤한 거짓말을 조목조목 따져 물으려던 찰나였다."뭘 저런 것을 그리 길게 상대해 주느냐."서준은 그럴 인내심이 없었다. 그는 손을 뻗어 난화의 뒷덜미를 낚아챘다."이리 주거라."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손안의 인질이 훌쩍 그의 손으로 넘어갔다. 강유영이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서준은 짐짝처럼 난화를 질질 끌고 금지 구역의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서왕 전하, 제발 살려주십시오.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혼비백산한 난화는 머릿속이 새하얘져서는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횡설수설하며 애원했다.공주의 앙숙인 서왕이 자신을 살려둘 리 없다는 것쯤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서준은 귓전의 비명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단숨에 금지 구역 앞까지 다가가서 난화를 툭 놓아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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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영은 서유를 돌아보았다."안 됩니다. 아씨 곁을 떠날 수 없습니다."서유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한 발짝 나서 강유영 곁에 바짝 붙어 섰다."공주 전하의 뜻입니다."난화는 경화 공주를 내세웠다.서유가 다시 입을 떼려 했다."괜찮다. 여기서 기다리거라."강유영은 서유를 향해 말했다."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서유는 대답하며 몰래 작은 물건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강유영이 쥐어보니 조그마한 호각이었다. 입에 물고 불면 곧바로 소리가 날 것이다. 위험할 때 불면 금방 달려오겠다는 서유의 뜻을 그녀는 바로 알아차렸다."강 소저, 가시지요."난화가 다시 손을 들어 안내했다.강유영은 난화를 따라 회랑과 좁은 길을 잇따라 지났다. 스쳐 지나가는 궁등이 늘어날수록 발길 닿는 곳은 점점 외진 곳으로 변해갔다.불길한 예감이 들자 강유영은 즉시 걸음을 멈추었다."강 소저, 왜 안 가십니까? 다 와갑니다."난화도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말했다."능향전으로 간다 하지 않았느냐."강유영은 난화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처음 난화가 안내한 길은 능향전 방향이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갈수록 엉뚱한 곳으로 맴돌고 있었다."앞이 바로 능향전입니다. 저를 따라 모퉁이만 돌면…."난화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경화 공주가 나를 어디로 끌고 가라 지시했느냐."강유영은 말을 끊고 차갑게 추궁했다.속셈을 들킨 난화는 아무 말 없이 앞을 향해 달아났다."거기 서!"강유영은 손을 뻗어 뒤쫓으며 모퉁이를 돌았다.멀지 않은 곳에 궁문이 하나 보였다. 문 앞에는 호위 두 명이 서 있었다. 반쯤 열린 문 너머로는 칠흑 같은 어둠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강유영은 멈춰 섰다. 서늘한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기억이 맞다면 조원철이 보여준 지도상에서 저곳은 궁궐 내 금지된 구역이었다. 건정제 즉위 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폐쇄되어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는 곳이었다.난화는 그녀를 금지된 구역으로 유인할 참이었다. 금지 구역을 함부로 침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15화

    "그렇긴 하겠네요."서유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눈앞의 붉은 대문이 서서히 열렸다.안에서 훤칠한 체격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강유영은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눈빛에 경악이 서렸다.조원철이었다.그는 소은경의 처소에 있었다.이곳은 후궁이었다.이토록 거리낌 없이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 남의 눈에 띄면 사형에 처해질 중죄였다.조원철은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는 잠깐 강유영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덤덤하게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몸을 돌려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끝내 다시 돌아보지도,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마치 일면식도 없는 사람처럼, 아니 애초에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강유영은 숨이 턱 막혔다. 속이 비틀리고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보이지 않는 손이 가슴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쓰라린 통증이 가슴에 번졌다.짐작은 하고 있었다. 자신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소은경에 비하면… 아니,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아마 소은경과 견줄 수조차 없는 존재일 것이다.그저 하찮은 사람, 한가할 때 화풀이 상대로 삼거나 자극을 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을 것이다.가슴이 시려오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아씨…."서유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위로하려 다가왔다.세자의 방금 모습이 너무나 냉담했으니, 아씨가 상처를 받은 게 분명했다.하지만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부르기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강유영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내 평정을 되찾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 그러느냐?"서유는 세자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거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소저이십니까?"강유영과 서유는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눈썰미가 좋은 서유는 단번에 여인을 알아보고 속삭였다."아씨, 경화 공주의 시녀인 난화입니다. 조심하십시오."난화는 경화 공주의 최측근 시녀였다."무슨 일이냐?"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냉정을 되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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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화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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