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apítulo 591 - Capítulo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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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이튿날 이른 조회에서 추영우는 여러 상소를 통해 탄핵을 당했다. 권세를 믿고 함부로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부터 성정이 포악하고 방자하다는 내용까지,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심지어 어떤 대신은 그가 친왕의 녹봉을 받을 자격조차 없다며, 폐하께서 친왕의 작위를 박탈하셔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조회가 끝난 뒤, 황제가 추영우를 불러 물었다.“영우야, 평국공부와의 혼사가 마음에 들지 않느냐?”추영우가 대답했다.“아바마마, 저는 한 번도 불만을 품은 적이 없습니다.”황제가 다시 물었다.“그럼 어찌하여 설씨 가문의 세자를 그리 심하게 다치게 했느냐?”오늘 아침 일찍, 평국공이 잔뜩 화가 난 채 황제를 찾아와 하소연했던 것이다. 추영우가 설연준의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것이었다.평국공은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두 눈을 부릅뜬 채, 황제에게 당장이라도 혼인을 물려 달라며 파혼을 청했다.황제는 몇 마디 말로 그를 달래며 간신히 돌려보냈다.추영우가 냉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저는 그자를 때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말타기 시합을 했을 뿐입니다. 분명 제가 이겼는데도 그자가 반칙을 써서 저를 앞질렀습니다. 그래서 그저 작은 교훈을 하나 가르쳐 주었을 뿐입니다.”황제는 설마 이유가 고작 그런 것일 줄은 몰랐다는 듯 어이없게 웃었다.“어쨌든 그자는 네 처남이 될 사람이 아니냐. 조금 봐주면 어디가 덧나느냐?”추영우가 고개를 숙인 채 태연하게 대답했다.“저는 봐주고 싶지 않았습니다.”황제는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됐다. 이번 일은 그자가 먼저 잘못한 게지. 그럼 경수는 또 왜 건드린 게냐? 네가 궁궐 문 앞에서 경수와 실랑이를 벌이는 걸 본 사람이 있다더구나. 경수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던데, 어제는 장공주까지 날 찾아와 하소연하더구나. 경수가 돌아가서 어찌나 화가 났는지 저녁밥도 먹지 않았다고 말이다.”추영우는 서경수가 그토록 화를 냈을 줄은 미처 몰랐다.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도 알 수 없었다.서경수는 겉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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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추영우가 말했다.“저는 명색이 화친왕인데, 그가 무슨 짓을 하든 마땅히 받아들여야지요. 게다가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설 아가씨이지, 설연준 그자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영우도 이제 다 컸구나.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게야.”용비는 손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눈빛을 가라앉혔다.“그 설 아가씨는 만나본 게냐?”“만나봤습니다.”추영우가 대답했다.“차분하고 대범한 데다 기품까지 있어, 태자빈 마마와 많이 닮았습니다.”“친자매이니 닮은 것이야 당연하지. 어미는 몰랐구나. 네가 태자빈 같은 여인을 좋아하는 줄은.”용비는 묘한 표정을 감춘 채 말을 돌려 다시 물었다.“얼마나 좋아하는 게냐?”추영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어마마마를 좋아하는 마음 다음으로 좋아합니다.”용비가 차갑게 웃었다.“제법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구나.”그녀가 손을 들자, 옆에 있던 궁녀가 곧바로 푸른빛 찻잔을 받쳐 올렸다. 용비는 찻잔을 들어 살짝 한 모금 마셨다.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근심이 말끔히 걷히고 목소리도 다시 밝아졌다.“폐하께서 혼처를 내려주신 지도 한참인데, 어미는 아직 설 아가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구나. 언제 날을 잡아 설 아가씨를 궁으로 들라 하거라. 어미가 직접 한번 봐야겠다.”추영우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용비는 그런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호호호” 웃었다.“영우야, 긴장할 것 없다. 그저 얼굴이나 한번 보려는 것뿐이니. 네 처가 될 사람을 어미가 응당 한 번은 봐야 하지 않겠느냐.”0굳이 날을 새로 잡을 것 없이, 그냥 내일로 하시지요.““황력을 가져오너라.”궁녀가 황력을 가져오자 용비는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내일은 무슨 일을 하기에도 좋지 않은 날이었다.용비는 내일 날짜가 적힌 종이를 쭉 찢어 손안에서 마구 구겨버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했다.“내일이 아주 좋은 날이로구나.”“그만 가보거라. 내일은 잊지 말고 일찍 오너라.”추영우가 유의전을 나서던 때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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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화친왕부.서재 안에는 은은한 묵향이 감돌았고, 창가에는 난초 화분 하나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창밖에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아무리 향기를 짙게 풍겨도 그 향은 방 안까지 조금도 스며들지 못했다.추영우는 금관 하나와 옥관 하나를 손에 들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관사들은 그의 곁을 지키며 숨소리조차 죽인 채 긴장하고 있었다. 마치 그에게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벌어진 듯한 모습이었다.그렇게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던 순간, 추영우가 얇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 그리고 서늘하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느 쪽을 쓰는 게… 더 잘 어울리겠느냐?”관사들은 그대로 말을 잃었다.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분위기를 어찌나 심각하게 잡던지, 관사들은 전하께서 후계 다툼에라도 뛰어드시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알고 보니, 그저 자신의 몸치장에 온 신경을 쏟고 계셨던 것이다!관사들 뒤로는 하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쪽에서는 옷을 들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장신구가 가득 담긴 쟁반을 받쳐 든 채 추영우가 무엇을 고를지 기다리고 있었다.그중 둥근 얼굴의 관사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전하께서는 워낙 풍채가 준수하시니, 어느 것을 쓰셔도 잘 어울리실 겁니다. 금관을 쓰시면 남다른 귀품이 드러나고, 옥관을 쓰시면 온화하면서도 문아한 분위기가 나지요. 혹 붉은 비단 끈으로만 머리를 묶고 다홍색 옷을 갖춰 입으신다면, 그것 또한 남다른 소년의 기개를 한껏 돋보이게 할 것입니다.”추영우가 그 관사를 한 번 쳐다보았다.“네가 이런 것도 볼 줄 아느냐?”둥근 얼굴의 관사가 웃으며 대답했다.“보잘것없는 소견일 뿐입니다. 전하께서 하나씩 직접 걸쳐 보시면서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시는지 살펴보시면 될 듯합니다. 소인이 곁에서 봐드리겠습니다.”추영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름이 무엇이냐? 오늘부터 내 시중을 들거라.”둥근 얼굴의 관사는 설마 자신이 갑자기 승진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듯,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왕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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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소설아는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손끝이 무척 차가워 소설아는 순간 흠칫 놀랐지만,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끼워 깍지를 꼈다.“오늘따라 좀 특별하시네요.”방 한쪽 구석에는 작은 비단 등이 은은하게 빛을 밝히고 있었다. 따스한 주황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우며 추영우의 모습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평소 두 사람은 대부분 어둠 속에서 만나 달빛에 의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이처럼 환한 방 안에서 서로 마주 보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불빛 아래서 보니, 추영우는 오히려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오늘은 그는 특별히 은은한 무늬가 들어간 다홍빛 비단 도포로 갈아입었고, 발에는 은실로 구름무늬를 수놓은 검은 장화를 신었다. 허리에는 소설아가 준 향낭까지 매달고 있었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옷자락이 가볍게 나부꼈고, 다홍빛 옷자락과 은은한 장식이 어우러져 평소보다 한층 눈에 띄었다.붉은 비단으로 머리를 묶은 탓에 뒷머리로 길게 늘어진 비단 끈이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렸다.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의 얼굴과 어우러지니 평소와는 사뭇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그런데도 추영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낮게 말했다.“딱히 신경 써서 꾸미지 않았다.”소설아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그는 여전히 속마음과는 정반대되는 말만 하고 있었다.“알겠어요. 전하는 원래 타고난 미모가 있으시니 뭘 입으셔도 잘 어울리시네요.”추영우는 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서북에서 가져온 자잘한 물건들이다.”“감사합니다, 전하.”소설아는 한 손으로 주머니를 받아 들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여전히 그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추영우가 입을 열었다.“열어보아라.”소설아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열어보려면 전하 손을 놓아야 하는데요.”추영우의 서늘하던 얼굴에 갑자기 붉은 기운이 번졌다.“… 보고 나서 다시 잡거라.”소설아는 마지못해 그의 손을 놓았다.원래 차갑기만 하던 추영우의 손은 어느새 따뜻하게 데워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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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추영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냉랭한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그 여자를 살려달라고?”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얼핏 서운한 기색까지 내비쳤다.“그래도 명색이 내 정혼자이지 않느냐.”그는 소설아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질투가 나지도 않는 것인지, 어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차라리 그 여자가 죽기를 바란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혹시 소설아가 아직도 자신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그는 그렇게나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성격이라, 그런 말들은 도저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추영우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속으로만 성을 냈다.화가 나서 온몸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그런데 소설아가 갑자기 그의 품으로 파고들더니 두 팔로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저는 전하를 저 혼자 독차지하고 싶어요.”추영우가 그녀를 곁눈질했다.“참으로 대담하구나.”방금 전까지 얼굴에 서려 있던 서운한 기색이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서늘하던 추영우의 몸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소설아는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저는 설현정이 정말 싫어요. 하지만 설현정이 사라지고 나면, 폐하께서 전하께 다른 규수를 골라 또 정혼시키실 거예요. 차라리 설현정이 용비 마마와 한바탕 부딪히게 만드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추영우는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그의 생각에는 그래도 설현정을 아예 없애버리는 편이 훨씬 나았다.화친왕의 정혼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 자체가 눈에 거슬렸다.특히 설현정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소설아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설현정이 사라져도 황제는 또다시 그에게 새로운 정혼자를 내릴 터였다.설씨 가문이야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상대였지만, 그때 가서 더 골치 아픈 상대가 걸려들까 두려웠다.용비는 어쨌든 그의 친어머니였으니, 추영우가 직접 손을 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설현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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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설현정이 찾아온다는 말을 들었어도, 소설아는 별로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가위를 들고 화초를 다듬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수희가 발을 걷고 들어왔다.“아가씨, 셋째 아가씨와 윤녕 아가씨가 다투고 있어요.”소설아는 하녀가 건넨 수건을 받아 손을 닦으며 물었다.“무슨 일로?”수희가 대답했다.“셋째 아가씨 말로는 왕 부인과 윤녕 아가씨가 손버릇이 나빠서 자기 물건을 훔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평소 그렇게 순하던 윤녕 아가씨가 이번에는 웬일인지 강하게 나오면서 셋째 아가씨와 언쟁까지 벌이고 있어요.”“가서 보자.”오윤녕과 왕선우는 의란거 서쪽 곁채에 머물고 있었다.살림살이가 나아져 더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매일 몸종의 시중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오윤녕은 여전히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보냈다.입으로는 복수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게 쉽게 마음의 상처를 털어내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리 없었다.왕선우는 온갖 방법으로 그녀를 위로하려 애썼고, 마침 정원의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함께 구경하러 가자고 했다.두 사람은 함부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형편이 아니라서 그저 의란거 근처만 조심스레 거닐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소명지와 마주치고 만 것이다.“명지야, 대체 뭘 잃어버렸다는 게냐?”소설아가 다가왔을 때, 양측은 여전히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소명지가 발을 동동 구르며 다급하게 말했다.“제 팥 팔찌가 없어졌어요!”“팥 팔찌?”소명지는 살짝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주 도련님께서 주신 거란 말이에요. 방금 여기 잠깐 앉아 있었는데, 분명 여기서 떨어뜨린 것 같아요.”‘팥 팔찌’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오윤녕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예전에 주모운 역시 그녀에게 팥 팔찌를 준 적이 있었다.소설아가 두 사람 사이로 다가섰다.“뭔가 했더니, 팥 팔찌 하나 가지고 그러는 거니? 그런 값싼 물건, 얼마 하지도 않을 텐데 오 아가씨가 그런 걸 훔쳐서 뭘 하겠다는 거니?”소명지는 나무에 핀 매화를 바라보며 애틋한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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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뭐 하는 거야?!”소명지는 다급하게 팔찌를 도로 빼앗으려 했다.오윤녕이 한 걸음 물러섰다.“다가오지 마세요! 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이 팥 팔찌를 그냥 끊어버릴 거예요!”소명지가 걸음을 멈추었고,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그러지 마.”오윤녕이 말했다.“사과하세요.”소명지는 오윤녕을 어쩌지 못하고 소설아를 향해 발을 동동 굴렀다.“언니, 언니 사람 좀 단속하세요!”소설아는 오윤녕을 한 번 바라보았다.그녀는 오윤녕의 억울함을 이해했다.오윤녕은 평생을 주모운에게 바쳤고, 그동안 그렇게나 많은 것을 쏟아부었으니 하루아침에 마음을 정리하기란 쉬울 리 없었다.게다가 주모운은 외모도 괜찮고 학식도 좋아서, 함흥 땅에서는 만 명 중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좋은 남자로 통했다.오윤녕의 마음속에 그런 감정이 남아 있는 것도 인지상정이었다.소설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명지야, 이번 일은 애초에 네가 잘못한 거니, 오 아가씨한테 사과하거라.”소명지는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언니, 저야말로 언니의 진짜 동생이잖아요! 언니는 왜 남을 편들고 저는 안 편들어주세요? 저 천한 여자는 위원후부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편을 드시는 거예요?!”소명지는 몹시 화가 났다.전에는 소설아가 뭐든지 자기 뜻대로 따라주었는데, 지금은 이런 하찮은 일 때문에 자기더러 천한 여자한테 사과까지 하라고 몰아붙이다니!소설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도리를 편들지, 혈연을 편드는 게 아니란다.”소명지는 화가 나서 눈까지 벌게졌다. 소설아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벌써 두 번째였다.오윤녕의 표정은 확고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그녀에게는 분수가 있었다.그녀는 눈을 들어 그 팥 팔찌를 바라보았다. 유독 큰 팥알 두 개에 부딪힌 자국이 나 있었는데, 그 흠집이 정확히 똑같았다.그녀가 첫아이로 딸을 낳았을 때, 시어머니는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못마땅해했다. 게다가 그녀가 산후조리를 마치자마자 병을 앓는 척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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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오윤녕은 두 손으로 팔찌를 받쳐 올렸다.“두 분이 백년해로하시길 빌게요.”소명지는 팥 팔찌를 손에 받쳐 들고는 마치 보물이라도 얻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팔찌를 손목에 걸자마자 소명지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했다.“안 망가져서 다행이지, 만약 팥알 하나라도 상했으면 널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왕선우는 오윤녕을 이끌고 돌아섰다.“윤녕아, 우리 그냥 가자꾸나.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어머니, 아가씨, 제가 두 분을 다 신경 쓰이게 해드렸네요.”오윤녕은 조용히 마음을 굳혔다.자신의 눈으로 직접 소명지가 주씨 집안에 시집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었다.시어머니의 각박함도, 두 형님들이 틈만 나면 계산부터 따지던 심보도, 주씨 집안 두 도련님의 매몰찬 태도도, 그리고 주모운의 박함도 직접 겪어보게 할 작정이었다.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그 쓰디쓴 고통을, 소명지도 똑같이 맛보게 하고 싶었다.*의란거로 돌아온 뒤, 소설아는 오윤녕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다독여주었다.“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소명지가 워낙 버릇없이 자라서 저한테도 그렇게 제멋대로 굴고 억지를 부린답니다.”오윤녕이 말했다.“아가씨, 제가 성급했어요. 혹시 아가씨한테 폐가 될까 걱정이에요.”소설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자책할 필요 없어요. 마음속에 쌓인 감정은 풀어야 하는 거예요. 안에 담아만 두면 오히려 병이 나요. 이렇게 터뜨리는 게 오히려 나아요.”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하녀가 와서 알렸다.“아가씨, 둘째 아가씨가 설 아가씨를 모시고 후부에 돌아오셨습니다. 마님께서 아가씨더러 나와서 손님을 뵈라고 하셨습니다.”'생각보다 빨리 왔네.'“마님께 말씀드리거라. 옷 좀 갈아입고 곧 나가겠다고.”화청에서는 설현정이 차를 마시고 있었고, 민씨와 소명주, 소명지가 그녀를 둘러싼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아가씨, 오늘따라 유난히 눈부시십니다. 모란꽃도 아가씨의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하겠어요.”“오늘 입궁해서 용비 마마를 뵙고 나면 이제 화친왕 전하와의 혼인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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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설 아가씨, 오늘 유독 화사하게 꾸미셨네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봐요?”소설아가 설현정의 맞은편에 앉으며 담담하고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설현정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오늘 용비 마마께서 저를 입궁하라 부르셨으니, 초라하게 입고 갈 수는 없잖아요.”말을 마치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딱히 크게 치장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평소처럼 대충 입고 갈 수는 없었을 뿐이지요.”소설아는 단이가 건넨 찻잔을 받아 손안에 가만히 쥐었다.“설 아가씨도 참 겸손하시네요. 이렇게 성대하게 꾸미셨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늘 혼례라도 치르시는 줄 알겠어요.”설현정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소설아는 그 모습이 우스웠다. 설현정은 갈수록 침착함을 잃어가고 있었다.소명주는 설현정이 말문이 막히는 걸 보고는 곧바로 끼어들었다.“용비 마마는 아무나 뵐 수 있는 분이 아니시죠. 설 아가씨는 평판이 워낙 좋으시니 분명 마마의 각별한 총애를 받으실 거예요. 이제 화친왕 전하와의 혼사도 곧 날짜가 잡히겠네요.”설현정은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의기양양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거의 그런 셈이죠. 정혼한 지도 한참 됐으니, 이제 혼례 날짜도 정해질 때가 됐죠.”소명주와 소명지가 함께 축하 인사를 건넸다.“축하드려요. 화친왕 전하와 금슬 좋게 백년해로하시길 빌게요.”축하 인사를 마친 소명주가 고개를 갸웃하며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 표정이네요? 누가 언니 기분 상하게 했어요?”소설아가 고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이해가 안 가는 일이 하나 있어서요.”소설아의 그 말에, 소명주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세상에 이해 안 가는 일이야 많죠. 언니는 뭐가 그렇게 이해가 안 되세요?”설현정이 허리를 곧게 펴며 손목에 걸린 묵직한 금팔찌 한 쌍을 슬쩍 드러냈다.“뭐가 그리 이해가 안 되시는지, 말씀해보세요. 다 같이 헤아려드릴 테니. 사람이란 게, 가장 두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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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설현정은 등을 곧게 펴고 자단목 원형 의자에 단정히 앉아, 턱을 살짝 치켜든 채 눈을 반쯤 내리깔며 경멸의 눈빛을 흘렸다.그녀는 소설아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평국공부라는 배경이 그녀에게 세상을 얕잡아볼 자본을 안겨준 셈이었다.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하녀의 손을 짚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시간이 늦었네요. 이제 입궁해야겠어요. 지금쯤 용비 마마께서 벌써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니까요.”소설아가 담담히 미소 지었다.“그럼 미리 축하드릴게요, 설 아가씨.”설현정이 화청을 나서자, 소명주가 한참 동안 소설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속으로 아주 울고 싶어 죽겠죠? 아가씨께서 그렇게 아끼던 화친왕 전하가 곧 다른 여자한테 장가드실 텐데!”소설아가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내가 왜 울겠어? 이참에 알려주는데, 후궁 쪽에 화친왕 전하가 다른 여자를 왕비로 맞는 걸 못 보는 분이 계셔. 지난번 채 아가씨께서 궁에서 물에 빠진 것도 그 때문이야. 소식에 따르면, 이번에 설 아가씨가 입궁하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커.”소명주는 문득 지난 생을 떠올렸다. 추영우가 정혼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약혼녀가 궁 안에서 갑작스레 죽었던 일을 말이다.'소설아의 말이 사실일지도 몰라! 안 돼, 설현정은 소설아를 상대하려고 그렇게 애써 끌어들인 조력자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잃을 순 없어.'소명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따라 나가려 했다.소설아가 손을 뻗어 슬쩍 막는 시늉을 했다.“설 아가씨가 네 말을 믿을 것 같니?”소명주가 냉소를 지었다.“제 말은 믿을걸요?”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뒤쫓아 나갔다.소설아는 소명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담담히 미소 지었다.'내가 직접 말했다면 설현정은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소명주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설현정이 조금이라도 경계심을 갖고 목숨을 부지한다면, 그다음부터는 볼 만한 구경거리가 펼쳐질 터였다.“설 아가씨!”설현정이 막 마차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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