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설현정은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화려하게 치장했다.머리는 틀어 올리고, 정수리에는 보석이 박힌 장신구를 꽂았다. 양옆에는 푸른 비녀를 꽂았으며, 목에는 보석을 장식한 금목걸이를 걸고 손목에는 굵은 금팔찌를 찼다.얼굴에 바른 연지마저 평소보다 훨씬 짙었다.수수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던 평소의 옷차림과 달리, 오늘의 치장에는 한층 날카롭고 위압적인 기세가 서려 있었다.그녀는 예정된 시각보다 두 시진이나 일찍 입궁해, 가장 먼저 태자빈의 처소로 향했다.“현정아, 왔느냐.”태자빈은 설현정보다 무려 열 살이나 많았지만, 평소 관리를 잘한 덕분에 두 사람은 자매처럼 무척 닮아 보였다.이목구비뿐만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에서 풍기는 고귀한 기품까지 빼닮았다.평국공부의 여식들은 어릴 적부터 궁에서 상궁을 모셔 와 엄격한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태자빈은 설현정이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설현정이 실수로 불임약을 먹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울 정도였다.“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어쩌다 네가 그 약을 마시게 된 게야?”첫마디를 떼자마자 태자빈은 끝내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여인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되면 앞으로 어찌 살아간단 말인가?태자에게 시집온 그녀는 자식이 없는 고통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깊은 궁궐의 암투 속에서, 그녀 역시 수많은 고비를 넘긴 끝에 천신만고 끝에야 황태손을 낳을 수 있었다.화친왕에게 시집가야 하는 설현정의 앞날 또한 그만큼 험난할 터였다.평국공부의 여식들은 태어날 때부터 평범한 가문의 여식들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야 했다.설현정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언니, 걱정하지 마세요. 큰 아버지께서 저를 위해 귀의를 찾고 계세요. 귀의만 찾는다면 제 몸도 고칠 수 있을 거예요.”“그 소씨 가문의 아가씨는 참으로 악독하구나!”태자빈이 이를 악물었다.“오늘 용비 마마가 그 소씨 가문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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