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71 - チャプター 580

748 チャプター

제571화

한편, 소설아는 연화 군주 곁으로 돌아왔다."이 목걸이는 어머니께 다시 돌려드릴게요."연화 군주가 대뜸 말했다."그냥 네가 하고 다니렴."소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 이건 안정후부의 가보잖아요.""가보면 어떠냐?" 연화 군주는 목걸이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보석 색깔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세공이 낡아서 설아 너한테는 안 어울리는구나. 금은방에 가져가서 요즘 유행하는 모양으로 바꿔 오려무나."연화 군주는 소설아의 머리에 꽂힌 붉은 보석 장신구를 바라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너는 피부가 희고 고와서 붉은 빛깔이 잘 받는구나."그러면서 목걸이를 다시 소설아에게 건넸다."누가 물으면 내가 준 거라고 하렴.""감사해요, 어머니." 소설아도 더이상 사양하지 않았다. "만약 후작님께서 물으신다면…""물으면 잃어버렸다고 하지 뭐." 연화 군주가 웃으며 말했다. "대단한 보물도 아닌데, 잃어버렸으면 그만이지 않겠니?"안정후부에서 가보로 떠받드는 푸른빛 목걸이도, 군주의 눈에는 그저 그런 물건일 뿐이었다."노부인이 내 혼수를 탐낸 게 하루 이틀 일이더냐. 저쪽에서 내 것을 노렸으니, 나도 저쪽 것을 좀 가져가는 게 도리에 맞겠지. 예전에는 손대지 않았던 건 후부에 변변한 물건이 없어서였단다. 이 푸른 목걸이가 내 눈에 든 건 후부로서는 영광인 셈이지."후부가 명문세가라고는 하나, 연화 군주는 황실의 군주였다. 그녀가 그토록 대담할 수 있었던 것은 황실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이 든 하녀 하나가 들어와 아뢰었다."군주 마마, 안씨 가문 노부인 쪽에서 몰래 일을 꾸미고 있다 합니다. 설아 아가씨를 물에 빠뜨리고 안씨 가문 도련님을 보내 구하게 할 계획이라 합니다. 아무래도 안씨 가문 도련님이 설아 아가씨와 혼인하면 후부의 작위를 잇는 데 더 유리해진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연화 군주가 웃음을 지었다."그래, 알겠다. 어쩜 나랑 생각이 똑같을꼬?" 연화 군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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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등불은 물 위에서 오래도록 타오를수록 소원이 더 잘 이루어진다고 했다.소명주와 소설아가 먼저 등불을 물에 띄우자, 다른 부인들과 아가씨들도 하나둘 등불을 만들기 시작했다.어린 하녀 한명이 등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가져와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나이 지긋한 부인들은 이런 놀이에 별다른 흥미가 없었지만, 젊은 규수들은 신이 난 듯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마다 등불을 만들었다.소명지는 유난히 정성을 들였다. 연꽃 모양으로 등을 만든 뒤, 안에 소원 쪽지를 넣었다.첫째, 주모운이 과거에 급제하기를.둘째, 자신과 주모운이 백년해로하며 영원히 한마음으로 살아가기를.셋째, 소설아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를…소명지가 쪽지를 적는 동안, 오윤녕은 줄곧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소명지는 그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뭘 그렇게 봐?! 남이 보면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단 말이야.”“너 때문에 소원을 다시 써야 하잖아!”소명지는 쪽지를 찢어버리려 했다.그러자 오윤녕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저는 글을 몰라서요. 뭐라고 쓰셨는지 어차피 못 알아본답니다.”“아, 글을 모른다고?”소명지는 쪽지를 도로 집어넣었다.“글을 모른다면, 못 본 걸로 치지 뭐.”오윤녕은 사실 글을 몰랐다. 하지만 주모운의 이름과 자기 이름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주모운이 직접 가르쳐 준 것이었다.오윤녕은 그만 보고 말았다. 소명지가 쓴 소원 쪽지에 ‘주모운’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을 말이다.소명지가 품은 소원이 주모운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가슴 깊은 곳에서 시큰한 감정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오윤녕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가슴속의 아픔을 애써 눌러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등불을 엮어 나갔다.손재주가 뛰어난 그녀는 어느새 흰색 꽃 열 송이를 엮어냈다. 꽃송이를 겹겹이 포개 하나의 등불을 완성하자, 다른 규수들이 만든 비슷비슷한 등불과는 달리 그녀의 것은 유난히 독특하고 눈길을 끌었다.아버지가 예전에 말씀하셨다.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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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설아 아가씨, 이쪽으로 오시지요.”관사 어멈 하나가 소설아를 앞장서 이끌었다.소설아는 어멈을 힐끗 바라보다가 웃으며 물었다.“어느 처소에서 일하는 사람이지? 평소에는 누구를 모시고 있느냐?”어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저는 군주 마마를 모시는 관사이옵니다.”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제가 워낙 말주변이 없다 보니 평소에는 군주 마마 가까이에서 모실 일이 많지 않고, 주로 이곳저곳의 잡일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소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마지막 말은 소설아가 군주에게 찾아가 이것저것 캐물을까 봐 미리 못을 박아 두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자네는 성이 어떻게 되느냐?”어멈이 대답했다.“시댁의 성을 따라 전씨라고 합니다. 다들 전 어멈이라고 부르지요. 설아 아가씨께서 무슨 일이 있으시면 저를 부르시면 됩니다. 군주 마마께서 저더러 앞으로도 아가씨 곁을 지키라 하셨습니다.”소설아가 걸음을 멈췄다.“전 어멈, 잠시만 기다리거라. 명주와 함께 가자구나.”소명주는 민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씨가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나서야 두 사람은 천천히 강가로 향했다.민씨는 여우털 두루마기를 두른 채 걸음을 옮겼다. 몸이 따뜻해지니 절로 마음까지 훈훈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소명주가 물었다.“어머니, 언제 옷을 갈아입으신 거예요? 못 보던 두루마기인걸요?”민씨는 소명주에게 몸을 가까이 붙이고는 무언가를 소곤소곤 귓속말로 전했다.“네 아버지가 몰래 가져다주신 거란다. 어떠니, 예쁘지?”소명주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모피가 좋네요, 어머니한테 정말 잘 어울려요. 아버지도 참 다정하시네요.”모녀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마치 남몰래 정을 나눈 듯한 달콤한 기분이 마음속에 번져 갔다.유시가 지나면서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강가 난간에는 어린 하인들이 등롱을 걸고 있었다.하지만 등은 그리 많이 걸지 않았다. 물에 띄운 등불의 빛을 가리지 않을까 염려해서였다.소명주가 강가로 다가오다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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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소설아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나는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네. 명주야, 내게 좋은 일만 생겨서 셈이 나는구나.”민씨는 매서운 눈길로 그녀를 흘겨보더니 소명주를 데리고 총총히 자리를 떠났다.두 사람은 걸음을 옮기면서도 연신 귓속말을 주고받았다.“이따 사람들 많은 틈을 타 저 계집을 물에 밀어 넣자꾸나.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고.”소설아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마침내 등불 행사가 시작되자 되자 연화 군주와 안호연이 손을 맞잡고 나타났다. 두 사람은 소설아와 소명주를 데리고 강가로 향해 등불을 띄우러 갔다.등불을 모두 띄우고 나면 연회도 끝나는 것이었다.연회가 끝날 무렵, 귀족 규수들은 저마다 만든 등불을 들고 강가에 띄울 자리를 찾아 흩어졌다.소설아도 강가에 서서 사람들이 등불을 물에 띄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소설아에게 한바탕 자극을 받은 뒤부터 민씨는 줄곧 그녀 곁을 맴돌며 물속으로 밀어 넣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전씨 집안의 여인 역시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계속 소설아를 지켜보고 있었다.등불을 띄우는 자리는 남녀가 나뉘어 있었다. 남자 손님들은 다리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었다.강폭이 그리 넓지 않아 건너편까지의 거리는 고작 십여 척에 불과했다.건너편에서는 안명동과 안명운이 줄곧 소설아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곧장 물에 뛰어들어 그녀를 구할 작정이었다.설연준은 하인 둘을 데리고 두 사람 뒤에 서 있었다.설연준은 미리 하인들에게 혹시라도 누군가 물에 빠지는 일이 생기면 안명동과 안명운을 붙잡아 두라고 일러두었다.그의 시선 또한 줄곧 소설아에게 머물러 있었다.오늘 연회에서 소설아는 온몸에 화려한 보석 장신구들을 걸치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고고하고 귀한 자태가 더욱 돋보였다.누가 보아도 자신의 부인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강 건너편의 남자들뿐만 아니라, 이쪽에서는 설현정 역시 소설아를 지켜보고 있었다.설현정은 일부러 소설아와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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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설연준은 물에 뛰어들고 나서야 물에 빠진 사람이 두 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누구를 구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들어 설현정을 바라보았다.설현정이 턱끝으로 왼쪽을 가리키자, 그 뜻을 알아차린 설연준이 왼쪽을 향해 헤엄쳐 갔다.하인들은 자신들의 주인이 곧 사람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는, 붙잡고 있던 안명동과 안명운을 차례로 놓아주었다.안명동은 화가 나 하인의 뺨을 거세게 후려치고는 설연준의 뒤를 바짝 쫓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반면 몸을 빼낸 안명운은 자신이 사람을 구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에 뛰어들지 않았다.강은 깊지도 넓지도 않았다. 두사람이 입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곧바로 사람을 구해낼 수 있었다.유시 말,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구름이 많이 낀 데다 등불마저 꺼져 강 한가운데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오직 출렁이는 강물 소리와 튀어 오르는 물보라 소리만이 어둠을 가르고 들려올 뿐이었다.민씨는 물에 빠지는 순간 크게 놀라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었다. 흠뻑 젖은 옷이 물을 잔뜩 머금으면서 몸이 점점 아래로 가라앉았고, 그녀는 어떻게든 물 밖으로 나오려 안간힘을 썼다.문득 귓가에 거센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그녀를 구하러 온 모양이었다.다음 순간, 그녀는 따뜻하고 단단한 품에 안겼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깊은 안도감이 밀려왔다.남자의 몸에서는 은은하고 기분 좋은 나무 향이 풍겼다.‘안 대인이구나!’민씨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를 꽉 끌어안았다.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물속에서 서로의 몸을 꼭 맞댔다.남자의 팔에는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한 손으로는 민씨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물 위로 안정적으로 들어 올렸다.민씨는 뜨거운 눈물을 글썽이며 가녀린 몸을 남자의 어깨에 기대었다. 섣달의 강물은 아직 얼지 않았지만, 뼛속까지 파고들 만큼 차가웠다. 그런데도 민씨의 몸은 불덩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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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그때 하녀들이 등불을 들고 다가왔다.불빛이 환하게 비추자 여우털 두루마기를 알아본 사람들이 하나둘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맞아. 저거 소씨 가문 큰 아가씨가 입고 있던 두루마기잖아. 저 은은한 가을빛 여우털 두루마기 말이야.”“어머나, 물에 빠진 게 설아 아가씨였어?”“외간 사내 품에 저렇게 꼭 안겨 있었으니, 이제 시집가기는 글렀네.”‘소설아’라는 이름이 들리는 순간, 민씨의 몸이 다시 한번 흠칫 떨렸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이 여우털 두루마기는 안호연이 자신에게 선물한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그 망할 계집애, 소설아가 꾸민 함정이었던 것이다…!민씨는 다급히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쳤다. 설연준은 품 안의 여인이 갑자기 반항하는 것을 느끼고 팔에 힘을 주어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얌전히 있으라는 듯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렸다.민씨는 너무나 놀라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한편 설현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소설아가 물에 빠진 뒤 외간 사내에게 이리저리 안기는 모습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보지 않았는가. 게다가 물속에서 나오기 싫기라도 한 듯 사내를 꼭 끌어안고 있지 않았던가.이제 소설아는 화친왕 전하에게 시집갈 자격을 영영 잃은 셈이었다.겉으로는 그토록 단아한 척하더니, 알고 보니 뼛속까지 천박한 계집이었다.설현정은 주위를 쓱 둘러보았으나, 민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민씨 앞에서 비아냥거리며 설씨 가문을 거절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 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민씨는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설현정은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군주 마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오라버니는 책임감이 강한 분입니다. 오라버니가 설아 아가씨를 구했으니, 마땅히 아가씨를 부인으로 맞이할 것입니다.”설연준 역시 거들었다. “군주 마마, 걱정하지 마십시오. 설아 아가씨는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서야 민씨도 비로소 모든 상황을 알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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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설아 아가씨는 저기 계시잖아! 물에 빠진 건 설아 아가씨가 아니었어!”“그럼 물에 빠진 여인은 대체 누구지?”“내 그럴 줄 알았어. 설아 아가씨가 아니라고 했잖아. 설아 아가씨처럼 단정하고 예의 바른 분이 어떻게 저렇게 경솔하게 행동하겠어.”민씨는 잔뜩 긴장한 채 두루마기를 움켜쥐고 머리까지 푹 감쌌다. 혹시라도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까 두려웠던 것이다.얼굴만 가리고 있으면, 물에 빠진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터였다.그녀는 설연준의 손을 꼭 붙잡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시죠.”설연준은 순간 구역질이 났다. 지금 자기 품에 안긴 여자가 소설아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이 여자는 대체 얼마나 행실이 가벼운 것인가. 아까는 그렇게 거머리처럼 끌어안더니, 이제는 감히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까지 하다니.설연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박하게 굴지 말거라.”전례 없는 굴욕감이 밀려오며 민씨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그녀는 감히 원망의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어서 자신을 데리고 이 많은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가 주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설연준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민씨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곤두박질친 민씨가 고통에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물속에 오래 몸을 담그고 있어 온몸이 젖고 얼어붙은 상태에서 이리 내던져졌으니, 뼈마디가 부서지는 듯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민씨는 거친 숨을 두 번 몰아쉬며 새어 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삼켰다.이내 소리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무슨 큰 죄라도 지었단 말인가? 어째서 이런 끔찍한 수모를 당해야 하는 거야!’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세자 저하, 어찌 정인을 그렇게 내팽개치십니까? 처음엔 부인으로 맞이하겠다 하시더니, 어찌 이리도 빨리 마음이 변하신 겁니까?”설연준과 민씨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평국공 부인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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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등불 세 개가 일제히 환하게 타오르며 따스한 황금빛이 민씨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얼굴에 자리한 잔주름 하나까지 고스란히 드러날 만큼 밝았다.민씨는 말문이 막혔다.꼴이 말이 아니었다. 풀어헤쳐진 머리카락은 해초처럼 얼굴에 들러붙어 있었고,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은 소름이 끼칠 만큼 창백했다. 눈시울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울어서 그런 것인지 추위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뺨을 타고 흐르는 물기 역시 눈물인지 강물인지 알 수 없었다.너무 몰골이 해괴해진 탓에 순간 아무도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갑작스러운 불빛에 민씨의 얼굴에는 공포와 억울함, 솟구치는 분노가 한데 엉켜 기형적으로 찡그려졌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만큼 섬뜩했다.“아이구 맙소사, 물귀신이다!”누군가 지른 비명에 구경하던 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뒷걸음질 쳤다.“어쩐지 물속에서 세자 저하를 그렇게 죽어라 들러붙는다 했더니, 물귀신이었군!”“설씨 가문 세자께서 물귀신한테 장가갈 뻔했네!”민씨는 입을 열어 무언가 해명하려 했지만, 정작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입에서는 거칠고 쉰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그 소리마저 어찌나 섬뜩한지, 사람들은 정말 물귀신이라도 나타난 듯한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그때 소설아가 화들짝 놀란 척하며 소리쳤다.“아니, 부인! 부인께서 어찌 거기에 계십니까?”그제야 사람들은 물에 빠진 여인이 다름 아닌 위원후부의 민씨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아니, 민 부인이었어? 어찌나 흉한 몰골인지 정말 물귀신이라도 나타난 줄 알았네.”“설씨 가문 세자와 혼인할 사람은 이제 없어진 셈이군.”“그나마 민 부인이라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물귀신한테 장가들 뻔했어.”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질수록 설연준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소설아는 앞으로 다가와 민씨를 가만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그녀의 귀에 나지막이 읊조렸다.“부인, 제 탓은 하지 마세요. 저는 어떻게든 부인의 모습을 가려드리려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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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민씨가 물에서 좀처럼 나오지 못한 데다, 그녀를 구하러 뛰어든 사람이 설연준이었던 탓에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몰렸다.그 틈에 소명주는 막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안호연은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대체 어찌하여 물에 빠진 사람이 민씨와 소명주란 말인가?물에 빠져야 할 사람은 분명 소설아 하나뿐이지 않았던가!안호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려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소설아는 하인들을 시켜 객실을 마련하고, 따뜻한 물과 생강차를 준비하게 했다. 의원까지 불러 진맥을 받을 수 있도록 챙기는 모습이 영락없이 현숙하고 사려 깊은 여인이었다.소명주의 몰골은 민씨보다도 훨씬 처참했다. 사람을 제대로 구할 줄 모르는 안명동이 소명주를 물속에 처박다시피 끌고 나온 탓에, 하마터면 그대로 익사할 뻔했던 것이다.간신히 정신을 차린 소명주는 온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목구멍은 마치 막대기로 후벼 판 것처럼 쓰라리고 아팠다. 뱃속에는 아직도 물이 가득한 듯했고, 딸꾹질을 할 때마다 비릿한 물 냄새가 올라왔다.안호연은 성큼 다가가 안명동을 거칠게 밀쳐낸 뒤, 자신의 겉옷을 벗어 소명주를 단단히 감싸 주었다.안명동은 얼굴에 묻은 물기를 대충 훔쳐내며 말했다.“큰아버지, 제가 명주 아가씨의 정조를 더럽혔으니 기꺼이 부인으로 맞겠습니다!”비록 소설아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소명주를 구한 것만으로도 안명동은 결코 손해 본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안호연은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였다.“명주는 이미 혼인한 몸이다.”그 말을 끝으로 그는 소명주를 안아 든 채 성큼성큼 객실을 향해 걸어갔다.“이미 혼인을 했다고요?”안명동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물에 빠진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자, 연화 군주는 하인들을 시켜 사람들을 돌려보내도록 일렀다.“강가는 위험하니, 다들 이만 돌아가시지요.”하객들은 하나둘 자리를 정리해 발길을 돌렸다.강물 위로는 연등이 하나둘 떠내려가고 있었다. 멀어져 가는 불빛이 물결에 따라 희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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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하지만 세자 저하께선 워낙 오만하셔서 제 의중 따윈 한 번도 묻지 않으셨지요. 억지로 떠안기듯 구시는 것이 뭐가 그리 좋겠습니까?”소설아가 여유로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방금 전만 해도 그렇습니다. 먼저 세자 저하의 품에 안겨든 이를 저하께서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으셨잖습니까?”설연준의 이마에 핏대가 불거졌다.“만약 이 일이 너와 조금이라도 얽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그는 싸늘한 경고를 남기기가 무섭게 객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밤바람은 갈수록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더 지체하다간 얼음장처럼 꽁꽁 얼어붙을 판이었다.설연준이 자리를 뜨고, 남은 건 설현정뿐이었다.“설 아가씨도 이만 돌아가시지요. 행여 또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습니까.”소설아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설현정이 비웃음을 흘리며 맞받아쳤다. “소 아가씨, 전 똑똑히 보았습니다. 민 부인이 입고 있던 여우 가죽 두루마기가 아가씨의 것과 완전히 똑같더군요.”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아무래도 민 부인이 물에 빠진 일, 소 아가씨와 아주 무관하지는 않은 듯한데. 제가 사람들에게 이 진실을 밝히면 다들 아가씨를 어찌 생각할까요?”소설아는 대답 대신 가볍게 반문했다. “제가 물에 빠지지 않아 몹시 아쉬우신가 봅니다? 누군가 저를 해치려 한다는 걸 설 아가씨는 진작부터 알고 계셨나 보지요?”설현정은 흠칫 놀라면서도 애써 시치미를 뗐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소설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번졌다.“아가씨께서 똑똑히 보셨듯, 저 역시 방금 전 상황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아가씨께서 세자 저하께 눈짓을 하며 왼쪽 사람을 구하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왼쪽에 빠진 이가 저라고 생각하셨던 거겠지요.”소설아는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저는 명백한 피해자고, 그저 운 좋게 화를 면했을 뿐입니다. 제가 보기엔 설 아가씨야말로 이 사건의 배후에 계신 것 같은데 말이지요. 정 억울하시다면 어머니 앞에 가서 따져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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