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611 - チャプター 620

740 チャプター

제611화

태후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이런 상황이라면 황제는 결국 용비를 감싸려는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황제는 이 혼사마저 없던 일로 돌리려 하고 있었다.태후는 속이 몹시 불편했지만, 당장 달리 손쓸 방도도 없었다.그저 설현정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토록 고생하고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이렇게 된 이상, 나중에 다시 그녀에게 어울릴 만한 좋은 혼처를 찾아 주는 수밖에 없었다.설현정은 이를 악물고 황제를 향해 무겁게 머리를 조아렸다.“애당초 폐하께서 혼인을 하사하셨을 때, 저는 감읍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용비 마마께서도 진심으로 저를 아껴 주셨고, 저 또한 진심으로 마마를 존경하였습니다.”설현정은 방 상궁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용비 마마께서는 본디 마음이 선하신 분입니다. 그러니 결코 저에게 해를 끼치실 리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필시 방 상궁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린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용비 마마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폐하께서 친히 하사하신 혼인을 어찌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돌릴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 혼사를 계속 이어 가고자 합니다. 용비 마마, 제가 마마를 잘못 오해하였습니다!”설현정은 말을 마치자 용비를 향해 공손히 머리를 한 번 조아렸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용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설현정의 그 눈빛만큼은 분명 용비를 도발하고 있었다.용비의 입꼬리가 미소를 그리듯 살짝 올라갔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게 이를 악문 탓에 턱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태후는 설현정이 이토록 큰 일을 겪고도 혼인을 이어 가겠다고 나서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우스웠다. 참으로 배포 하나는 대단한 아이였다.태후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과연 평국공부의 여식답군. 배포 하나는 제법 크구나.’“폐하, 용비도 이리 너그럽게 넘어가려 하고, 현정이도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으며, 게다가 용비에게 사과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이쯤에서 일을 매듭짓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 가족으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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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황제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다가 이내 용비에게 머물렀다.“오늘 수고 많았다. 돌아가서 일찍 쉬도록 하여라. 내일 다시 찾아갈테니.”말을 마친 황제는 채여진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황제의 눈에 용비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젊은 여인에게서 느껴지는 풋풋한 생기와는 거리가 있었다.오랜 세월 용비를 총애했으니, 이제는 취향을 바꿔 볼 때도 되었다.채여진은 자리를 떠나면서 고개를 돌려 용비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도발하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용비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도록 주먹을 꽉 움켜쥔 채였다.*설현정은 궁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곧바로 열이 올랐다.평국공 부인은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고 나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현정아, 용비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데, 정말 이 혼사를 계속 이어 갈 셈이니?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평국공부에서 방법을 찾아 이 혼사를 물리도록 하마.”설현정은 열이 올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입술도 바싹 말라 갈라져 있었다. 그런데도 정신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맑았다.“큰어머니, 저는 화친왕 전하께 마음이 깊이 있습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요. 오늘 궁에서 화친왕 전하께서 제게 미리 귀띔해 주셨어요. 그것만 보아도 전하께서 저에게 조금도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잖아요. 혼인한 뒤에는 전하와 함께 살림을 꾸리고, 명절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입궁하면 되잖아요. 저는 용비 마마가 두렵지 않아요.”평국공 부인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럼 앞으로의 세월은 어찌할 셈이냐? 훗날 태자께서 등극하시면 화친왕 전하는 용비 마마를 모시고 봉지로 떠나실 게 아니냐. 봉지에 내려가면 너는 용비 마마와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할 것이다. 용비 마마는 네 시어머니가 되실 분이야. 그때 가서 그분이 효를 내세워 너를 옭아매려 한다면, 그때는 대체 어찌할 셈이냐?”설현정의 눈빛에 순간 서늘한 기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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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추영우는 소설아가 들어온 쪽으로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만년설처럼 차갑기만 하던 그의 눈동자에 잔잔한 온기가 번졌다.숨결도 어느새 미세하게 흐트러져 있었다.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평소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만큼 뚜렷한 변화였다.지금 이 순간, 추영우의 마음은 조금도 평온하지 않았다.설현정은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찻잔을 쥔 손끝이 붉어졌다가 하얗게 질릴 만큼,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소 아가씨, 오셨네요. 어서 앉으세요.”설현정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을 가까스로 눌러 삼켰다.화친왕 전하는 너무 순진했다. 저토록 꽃처럼 고운 얼굴 뒤에 소설아가 얼마나 추악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전하께서 소설아의 더러운 본모습을 똑똑히 보게만 된다면, 두 번 다시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실 터였다.이미 혼인 날짜까지 정해진 마당이었다. 오늘 설현정은 소설아에게 확실히 본때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자신이야말로 화친왕의 정실이 될 사람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각인시켜 줄 작정이었다.방 안에는 어느새 세 사람만 남아 있었다.묘하게 뒤틀린 긴장감이 방 안을 감돌았다.소설아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람처럼 웃으며 물었다.“설 아가씨, 저는 어디에 앉으면 될까요?”방 한가운데에는 탁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세 방향으로 자리가 나뉘어 있었다.설현정과 추영우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그러니 소설아가 앉을 곳은 자연스레 두 사람 사이의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설현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운데 자리로 옮겨 앉으며,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를 소설아에게 내주었다.“소 아가씨, 이쪽에 앉으세요.”소설아가 자리에 앉자, 자연스레 추영우와 마주 보는 자리가 되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추영우를 바라보았다.마침 창으로 스며든 햇살이 추영우의 얼굴 위로 내려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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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설현정은 자세를 꼿꼿이 세운 채 시선을 옆으로 돌리지 않고, 명문가 규수다운 단정한 태도를 지켰다.사실 그녀 역시 전하를 넋 놓고 바라본 적이 있었다. 전하의 얼굴은 흠 하나 없이 빚어낸 옥처럼 수려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곤 했다.예전에 궁에서 전하와 마주쳤을 때도 그만 넋을 놓고 바라본 적이 있었다.그때 전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또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그 눈을 파내 버릴 것이다.”그 뒤로는 감히 전하를 뚫어져라 바라보지 못했다.그런데 소설아는 저렇게 한참이나 전하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전하는 어째서 저 여자를 나무라지 않는 것일까?설현정은 허리를 한층 더 꼿꼿이 펴고 입을 열었다.“평국공부의 여식은 어려서부터 궁중의 예법을 익히고, 여인으로서 지켜야 할 예절과 몸가짐을 배우며 자랍니다. 어릴 적부터 사내를 함부로 오래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배웠지요. 저는 소 아가씨처럼 거리낌 없이 행동할 만큼 대담하지 못해서,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말을 마친 설현정은 몸을 살짝 돌려 추영우를 바라보았다.“규중의 여인이 저렇게 사내를 빤히 바라보는 것은 아무래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 않습니까? 전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추영우가 얇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부끄러운줄 모르는군.”설현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하, 소설아가 드디어 한마디 들었구나.’전하께서 마침내 저 여자의 본모습을 알아보신 것이었다.그런데 소설아는 뜻밖에도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추영우가 평소에도 그녀에게 곧잘 하던 말이었기 때문이다.그 말은 두 사람 사이에서는 남들이 알 수 없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겉으로는 나무라는 말처럼 들리지만, 두 사람만이 그 속뜻을 알아듣는, 은근히 서로를 떠보며 주고받는 말이었다.“제가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전하는 피하지도, 꾸짖지도 않으시나요? 제가 이렇게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도 말이에요.”소설아는 한 손으로 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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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설현정은 소설아 때문에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이토록 뻔뻔하고 염치없는 여자는 난생처음이었다. 하는 짓마다 거리낌이 없으니, 그녀가 지금껏 본 사람 가운데 이토록 낯이 두꺼운 여인도 없었다.전하께서 보지 말라고 직접 말씀하셨는데도, 소설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여전히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설현정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마에서는 금방이라도 김이 솟아오를 듯했고, 콧구멍까지 벌렁거리며 씩씩거렸다.그때 소설아가 추영우를 훑어보던 시선을 천천히 거두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설현정을 흘끗 바라보았다.“설 아가씨, 어째서 소처럼 콧김을 씩씩 내뿜고 계세요?”설현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적당히 하세요! 제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더는 전하를 그렇게 빤히 바라보지 말라고요! 사람이라면 부끄러운 줄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소설아는 무심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전하는 아무 말씀도 없으신데, 설 아가씨는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제가 설 아가씨를 쳐다본 것도 아닌데요.”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추영우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렇죠, 전하?”소설아는 턱을 살짝 치켜들고 추영우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입가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이 마치 삼월의 꽃봉오리처럼 싱그럽고 생기가 넘쳤다.평소 소설아는 감정을 잘 다스리는 편이라, 좀처럼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그런 그녀가 유독 전하 앞에서만큼은 달랐다. 감정을 숨기기는커녕, 저도 어쩌지 못할 만큼 고스란히 드러내곤 했다.추영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눈꺼풀을 살며시 내리깔고,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추영우는 손에 든 반지를 괜히 매만졌다가, 허리춤의 향낭을 만지작거렸다가 하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실은 소설아와 눈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았을 뿐이었다.이미 목덜미는 화끈하게 달아올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얼굴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를 것만 같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현정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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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려는 듯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추영우는 애써 입매를 다잡아 평평하게 만들었다.추영우는 소설아가 탁자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자, 목젖이 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유난히 도드라진 목젖을 따라 목덜미의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졌다.몹시 뜨거운지, 추영우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들어 목을 문질렀다.소설아는 그제야 그의 손가락이 무척 길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손등 위로는 푸르스름한 혈관이 도드라져 있어, 보기만 해도 힘이 있고 단단해 보였다.소설아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감탄하듯 말했다.“전하의 손가락도 참 잘생기셨네요.”그러고는 조금도 거리낌 없이 그의 손을 손가락 하나하나 찬찬히 훑어보았다.설현정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소 아가씨,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시는군요!”소설아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마치 설현정이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 추영우에게 물었다.“전하, 설 세자 이야기가 나오니까 왜 화를 내셨나요?”추영우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전하께서 약혼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저는 화가 나지 않았는데… 설 세자가 제게 청혼했다는 말에는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추영우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이 괘씸한 여자는 정말이지 갈수록 겁이 없어지고 있었다. 감히 자신에게 따져 묻다니!오늘 밤에는 따로 시간을 내어 단단히 혼을 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설현정은 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소설아는 아예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은 채, 보는 사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놓고 전하와 희희낙락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설현정은 더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소 아가씨, 전하의 정비는 저예요! 아무리 전하를 좋아한다고 해도, 결국 아가씨가 될 수 있는 건 첩뿐이에요!”소설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저는 첩이 될 생각이 없는데요.”그 순간 추영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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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민씨는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무슨 사생아 타령이에요? 큰올케도 참, 그런 말씀은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부씨는 손짓까지 해 가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글쎄요. 매화 정원에서 봤는데, 키며 몸매며 얼굴형까지… 젊었을 적 모습과 어찌나 똑같던지요.”부씨가 이토록 구체적으로 말하자 민씨도 점점 궁금해졌다. 결국 조 어멈을 불러 물었다.“가서 알아보거라. 대체 누구인지 알아봐.”조 어멈은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 물어본 뒤 돌아와 아뢰었다.“부인, 말씀하신 그런 여인은 찾지 못했습니다.”민씨가 말했다.“설마 헛것을 보신 건 아니겠지요?”“헛것은 무슨요. 제가 데리고 온 하녀 둘도 분명히 봤답니다.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세요.”부씨는 곧장 어린 하녀 둘을 불러들였다.“아까 그 여자, 너희도 분명히 보지 않았더냐?”두 하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민씨는 다시 사람을 보내 바깥을 샅샅이 찾아보게 했지만, 이번에도 여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부씨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참으로 이상한 일이네요. 어찌 이리도 감쪽같이 사라질 수가 있죠? 그 여자애 생김새가 제가 처음 민씨 가문에 시집왔을 때 보았던 아가씨 모습과 어찌나 똑같던지요. 젊었을 적 모습을 그대로 빚어 놓은 줄 알았다니까요.”민씨는 원래 부씨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서 부씨의 말을 그저 터무니없는 소리로 여기고, 몇 마디 더 캐물어 보다가 이내 흘려들었다.“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그러자 부씨가 얼굴 가득 기쁜 기색을 띠며 청첩장을 내밀었다.“영하가 보국공부와 혼사를 올리게 됐어요!”민씨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눈빛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명지가 원하지 않아 떠넘긴 혼사인데, 뭐가 그리도 좋은지 저렇게 기뻐하고 있었다.주모운이 나서 주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민영하에게 돌아갈 혼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이 바라던 혼사를 얻기라도 한 듯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민씨로서는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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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소명지도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거들었다.“어머니, 소설아가 그 두 사람을 굳이 집안에 들인 데에는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저 사람들을 내보내야 해요!”지난번 오윤녕에게 억지로 사과했던 일 때문에 소명지는 여태 그 일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그때 민씨의 머릿속에 문득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설마 소설아가 부군의 첩실감이라도 알아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부씨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어떻게 그럴 리가 있겠어요?! 설아가 그럴 사람이 아니잖아요!”민씨는 부씨의 손을 잡으며, 이 틈을 타 소설아를 헐뜯기 시작했다.“모르시겠지만, 설아가 갈수록 못된 짓만 골라서 하고 있어요. 지난번에 제가 사당에 들어간 것도 다 그 아이가 저를 해치려 했기 때문이라고요.”부씨가 담담하게 받아쳤다.“지난번에 사당에 들어간 건, 후작님께 불임약을 먹여서 그런 것 아니었나요?”민씨는 더는 부씨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부씨 역시 민씨와 더 이야기를 나눌 마음이 없었던지, 적당한 핑계를 대고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갔다.“영하의 혼사도 설아 덕분에 성사된 것이니, 이만 설아에게 직접 고맙다고 인사해야겠어요.”부씨는 곧장 의란거로 향했다. 하지만 소설아는 자리에 없었고, 그곳에서 뜻밖에도 오윤녕과 마주쳤다.부씨는 그녀가 누구인지 따로 묻지 않았다. 그저 곁에 있던 하녀들이 그녀를 ‘오 아가씨’라고 부르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었다.의란거를 나온 부씨는 다시 춘경원으로 돌아와 민씨에게 말했다.“방금 제가 본 사람이 설아 처소에 있던 그 오 아가씨더군요. 그런데 어쩜 젊었을 때 모습과 그렇게 똑같을까요? 정말 그대로 빼닮았던데요.”민씨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큰딸은 소명주였고, 둘째 딸은 소명지였다.하지만 소명주는 민씨를 닮지 않았고, 소명지는 오히려 위원후를 더 많이 닮았다.세월이 흐르면서 민씨 자신도 어느덧 젊었을 적 자신의 모습을 선명하게 떠올리기 어려워지고 있었다.“오 아가씨요? 시골에서 올라왔다는 그 촌스러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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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위원후는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는 순간, 어딘가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예전에 본 적이 있는 듯한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어디서 보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위원후는 한동안 넋을 놓은 사람처럼 오윤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민씨는 위원후가 젊은 여인을 보자마자 넋을 놓고 바라보는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과연 이 늙은 인간은 젊은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렸다!이내 오윤녕을 찬찬히 살피던 민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설마 이 촌뜨기가 소설아, 그 못된 계집이 위원후 저 늙은이에게 붙여 준 첩감이었단 말인가.소명지가 오윤녕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아버지, 이 촌년들을 당장 내쫓으세요! 우리 후작부에 와서 공짜 밥이나 얻어먹는 주제에, 감히 저와 어머니, 언니에게 진흙까지 던졌어요!”위원후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냐? 처음부터 하나하나 말해 보거라.”왕선우는 위원후를 바라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와 두려움이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그녀가 분노한 것은, 예전에 강제로 당한 일이 있었음에도 이 늙은 도적은 아무런 벌도 받지 않았고, 결국 상처를 입은 것은 자신뿐이었기 때문이다.두려운 것은 혹시라도 그가 자신을 알아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왕선우는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비스듬히 돌려 감히 위원후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했다. 마치 무언가를 숨기려는 사람처럼 애써 자신의 얼굴을 감추었다.다행히도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은 오윤녕에게 쏠려 있었다.싸움이 벌어졌을 때 부씨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일단 자리를 피했다가, 양쪽이 싸움을 멈추자 다시 돌아와 있었다.부씨는 돌아오자마자 민씨를 슬쩍 끌어당기더니 오윤녕을 가리켰다.“보세요. 바로 저 아이예요. 시누이와 정말 많이 닮았잖아요.”민씨도 오윤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닮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예전에 누군가 자신을 두고 조모를 닮았다고 했을 때도, 민씨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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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민씨와 소명지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반대로 소명주는 자신이 안정후의 수양딸이라는 사실을 믿고 거리낌 없이 나섰다.“아버지, 어찌 어머니를 탓하실 수 있어요. 탓하려면 설아 언니를 탓하셔야죠. 아랫사람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건 언니잖아요. 설아 언니도 이제 하인들 관리 좀 제대로 해야 해요. 저런 것들이 감히 어머니께 손을 대다니요! 제 생각에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저것들을 모조리 팔아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위원후가 소명주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넌 이미 시집간 몸인데, 시댁에서 시부모를 모실 생각은 않고 어째서 하루가 멀다 하고 친정에 드나드는 것이냐? 듣자 하니 네 시아버지가 곧 죄를 받게 된다던데! 처음에는 그리도 고집을 부려 시집을 가더니, 이제는 원씨 가문이 저 지경이 되어 골치를 썩이고 있으니, 이러다 우리 위원후부까지 연루되게 생겼구나!”소명주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시아버지가 옥에 갇힌 지도 벌써 여러 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었다.시어머니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을 보내 재촉해 대고 있었다.전생의 이맘때라면 시아버지는 진작 풀려났어야 했다.해가 바뀌고 나면 얼추 복직할 시기가 되기도 했다.그런데 지금은 풀려나기는커녕, 도리어 죄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었다.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 하나 있다면, 설현정이 궁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었다.설현정은 그녀에게 청첩장까지 보내며, 조만간 직접 찾아뵙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위원후가 민씨 일행을 바라보며 꾸짖었다.“할 일이 없거든 어서 처소로 돌아가거라!”그러고는 오윤녕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한층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오해가 있었던 것뿐이니, 너희는 후작부에서 편히 머무르거라.”민씨는 오윤녕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눈빛에 순간적으로 사나운 기색이 번뜩였다.‘위원후 저 쓸모없는 늙은 인간이… 정말로 저 촌뜨기에게 마음을 둔 것이구나!’*민씨는 사람들을 데리고 춘경원으로 돌아왔다.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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