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영우는 소설아가 들어온 쪽으로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만년설처럼 차갑기만 하던 그의 눈동자에 잔잔한 온기가 번졌다.숨결도 어느새 미세하게 흐트러져 있었다.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평소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만큼 뚜렷한 변화였다.지금 이 순간, 추영우의 마음은 조금도 평온하지 않았다.설현정은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찻잔을 쥔 손끝이 붉어졌다가 하얗게 질릴 만큼,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소 아가씨, 오셨네요. 어서 앉으세요.”설현정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을 가까스로 눌러 삼켰다.화친왕 전하는 너무 순진했다. 저토록 꽃처럼 고운 얼굴 뒤에 소설아가 얼마나 추악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전하께서 소설아의 더러운 본모습을 똑똑히 보게만 된다면, 두 번 다시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실 터였다.이미 혼인 날짜까지 정해진 마당이었다. 오늘 설현정은 소설아에게 확실히 본때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자신이야말로 화친왕의 정실이 될 사람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각인시켜 줄 작정이었다.방 안에는 어느새 세 사람만 남아 있었다.묘하게 뒤틀린 긴장감이 방 안을 감돌았다.소설아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람처럼 웃으며 물었다.“설 아가씨, 저는 어디에 앉으면 될까요?”방 한가운데에는 탁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세 방향으로 자리가 나뉘어 있었다.설현정과 추영우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그러니 소설아가 앉을 곳은 자연스레 두 사람 사이의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설현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운데 자리로 옮겨 앉으며,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를 소설아에게 내주었다.“소 아가씨, 이쪽에 앉으세요.”소설아가 자리에 앉자, 자연스레 추영우와 마주 보는 자리가 되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추영우를 바라보았다.마침 창으로 스며든 햇살이 추영우의 얼굴 위로 내려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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