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601 - チャプター 610

740 チャプター

제601화

설현정은 입궁하자마자 제일 먼저 태후를 찾아갔다.태후는 그녀가 용비를 만나기 위해 입궁했다는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용비는 화친왕의 생모이니 진작 한번 찾아뵀어야지.”“태후마마, 사실 조금 겁이 납니다.”설현정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수줍은 소녀처럼 굴었다.원래대로라면 곧장 용비를 찾아가야 했지만, 소명주의 말이 영 마음에 걸렸다.태자빈은 그녀의 친언니였기에, 지난번 출산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때 채빈이 태의를 데리고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태자빈과 황손 모두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게다가 채빈이 서북 지역의 지룡을 미리 예언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그래서 소명주가 이번 걸음에 위험이 따를 것이라 말했을 때, 그녀는 결국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사실 믿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만약 소명주에게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면, 반드시 태자빈에게 알려 잘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명주가 감히 자신을 속인 것이라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태후가 웃으며 말했다.“겁낼 것 없다. 내가 보기에 용비는 성격이 무던한 편이야. 질투가 좀 많은 것 빼면 말투도 부드럽고 어울리기 편한 사람이지. 어차피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사이이니, 가 보거라.”설현정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용비 마마를 처음 뵙는지라 혹여 예법에 어긋나는 실수를 할까 걱정됩니다.”태후가 웃으며 말했다.“그리 걱정되면 동 상궁을 함께 보내주마.”동 상궁이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께서는 궁중 예법을 워낙 잘 익히셨으니, 그저 긴장하신 것뿐일 겁니다.”설현정이 얼른 말했다.“태후마마, 감사합니다. 동 상궁이 함께해 주신다니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후궁 전체를 통틀어 태후의 지위가 가장 높았고, 동 상궁은 그런 태후를 가까이서 모시는 이였다. 황제조차 그녀 앞에서는 어느 정도 예를 갖출 정도였다.동 상궁이 동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설현정은 순식간에 마음이 놓였다.태후의 침전에서 나온 설현정은 동 상궁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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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채빈의 손끝은 차가웠다. 아무래도 일부러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설현정은 순간 경계심이 일었다.지난번 태자빈에게서 채빈과 용비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혹시 채빈이 이 틈을 타 자신을 해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설현정이 몸을 일으키며 막 뒤로 물러서려는데, 채여진이 그녀의 손을 붙잡더니 나직이 속삭였다.“용비를 조심하거라.”말을 마친 채여진은 상대가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사람들을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설현정은 급히 멀어지는 채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좁혔다.용비를 조심하라고?대체 왜 용비를 조심하라는 것일까?용비는 장차 자신의 시어머니가 될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트집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설마 해치기까지 하겠는가.게다가 자신은 이만하면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난 편이었다. 용비가 굳이 트집을 잡을 만한 구석도 없을 터였다.그렇다면 채빈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한 것일까?혹시 자신과 용비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것일까?화친왕을 얻지 못한 채빈이, 자신마저 잘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일까?설현정은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머릿속이 복잡했다.어찌 됐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요광전 앞에는 이미 어린 궁녀 하나가 나와 서 있었다. 멀리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궁녀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아뢰었다.“마마, 설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벌써 화원을 지나셨으니 곧 당도하실 것입니다.”“이제야 왔구나.”용비는 낮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어찌 이리 늦었느냐.”방 상궁이 웃으며 말했다.“듣기로는 설 아가씨께서 먼저 태후마마를 찾아뵈었다 합니다. 태후마마 곁의 동 상궁도 함께 왔다고 합니다.”‘동 상궁’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용비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속에 능구렁이를 품은 계집이로구나. 자신을 해칠까 두려워 태후마마께 달려가더니, 이젠 믿을 만한 사람까지 하나 데리고 왔단 말이지.”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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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인사를 마치자 용비는 비단 상자 하나를 꺼내 설현정의 손에 직접 건넸다.“참 곱기도 하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구나. 이건 내 너에게 주는 첫 선물이니, 한번 열어 보거라. 마음에 드느냐?”“감사합니다, 용비 마마.”설현정이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옥패 하나가 들어 있었다. 짙은 푸른빛 옥패에는 발톱이 네 개인 금빛 이무기가 새겨져 있었다.설현정은 그저 흔한 옥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 상궁이 그것을 보자 깜짝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설 아가씨, 어서 용비 마마께 감사 인사를 올리세요. 이 옥패는 폐하께서 직접 몸에 지니고 다니시던 물건입니다!”황제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던 대신이 선황의 유언을 선포하고 황제가 그 뜻을 받들었을 당시, 황제가 몸에 지니고 있던 것도 바로 이 옥패였다.그러니 이 옥패가 지닌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용비가 한창 총애를 받던 시절, 폐하께서 친히 하사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용비는 이 옥패를 무척 아껴 늘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으며, 중요한 자리에 나설 때면 반드시 몸에 지니고 갔다.그런 물건을 지금 설현정에게 내어 준다는 것은, 용비가 그녀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였다.동 상궁도 그제야 안심하는 기색이었다.“감사합니다, 용비 마마. 정말 마음에 듭니다.”설현정은 옥패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니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용비를 향한 경계심도 어느새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설현정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채여진의 이간질에 넘어가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이렇게나 좋은 분인데, 어찌 자신을 해칠 리가 있겠는가.“그리 예를 차릴 것 없다.”용비가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태후마마를 뵈러 궁에 들어올 때는 오는 길에 나에게도 들러 이야기도 나누고 가려무나. 이 궁 안이 워낙 적적해서, 너처럼 발랄한 아이가 와서 좀 활기를 불어넣어 주길 바라고 있었단다.”방 상궁이 옆에서 흥을 돋우며 거들었다.“설 아가씨와 마마께서는 이제 곧 한 가족이 되실 텐데요. 자주 찾아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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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용비는 손수건으로 과일을 집었던 손끝을 닦으며 말했다.“휘를 들라 하여라.”설현정이 의아한 듯 물었다.“휘요?”용비가 웃으며 말했다.“휘는 영우의 아명이란다. 나는 영우를 늘 그리 불러왔지. 아무리 다 큰 성인이라도, 내 눈에는 여전히 어린아이일 뿐이란다.”'휘.' 설현정은 마음속으로 그 한 글자를 몇 번이고 곱씹었다.혼례를 치르는 날 밤에는 추영우를 그 아명으로 한번 불러 보고 싶었다.전하께서 좋아하실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궁녀 한 명이 추영우를 데리고 전각 안으로 들어왔다.“소자, 어마마마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용비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공무가 있어 오지 못한다고 들었는데?”추영우는 곁눈질로 설현정을 흘끗 살피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숙였다.“어마마마께서 뵙고 싶어 하신다기에 특별히 문안드리러 왔습니다.”용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말이 갈수록 달콤해지는구나. 부디 정말 어미를 뵈러 온 것이기를 바란다.”설현정은 모자간의 대화가 어딘가 묘하다고 느꼈지만, 정확히 무엇이 이상한지는 알 수 없었다.그때 화친왕이 이따금 자신을 힐끗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설현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혹시 전하께서 일부러 자신을 보러 오신 것은 아닐까.설현정은 그 묘한 위화감을 애써 머릿속에서 떨쳐 냈다. 대신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얼굴도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용비는 그런 설현정의 모습을 지켜보며, 소맷자락 속에 감춘 손으로 자단목 의자를 힘껏 움켜쥐었다. 손톱에 끼운 가리개가 나무에 깊이 자국을 남길 정도였다.역시 방탕하고 파렴치한 계집이었다.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다.영우는 어쩌다 저런 얄팍한 여자에게 홀렸단 말인가.분명 인물도 그저 평범하고, 속에는 잔꾀만 가득한 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도 없는 아이인데 말이다.어째서 저런 여자에게 마음을 두었을까. 이 또한 자신이 영우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하였다. 지금이라도 손을 쓴다면 늦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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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대하의 법도에 따르면, 황제에게 하사받은 물건을 고의로 훼손한 자는 절도죄에 준하여 다스렸으며, 죄가 무거울 경우에는 중죄로 취급했다.실수로 훼손한 경우에는 죄를 한 등급 낮추어, 형벌 대신 벌금을 물리는 것으로 끝내기도 했다.예전에 어느 궁인이 하사받은 찻잔을 깨뜨렸다가 곤장 백 대를 맞은 일도 있었다.하물며 황제가 몸소 지니고 다니던 옥패를 망가뜨렸으니, 그 죄가 가벼울 리 없었다. 그에 따른 처벌 역시 훨씬 무거울 터였다.설현정은 순식간에 당황했다.방금 넘어졌을 때, 분명 옥패는 부딪히지 않았다는 것을 설현정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 어린 궁녀가 넘어지는 순간 손을 뻗어 자신의 허리춤을 스쳐 간 것 같기도 했다.그 순간, 채빈과 추영우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용비를 조심하라고 했던 경고였다.용비가 워낙 다정한 데다 겉으로 보기에도 자신을 해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설현정은 어느새 경계를 풀고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정신을 차린 설현정은 어린 궁녀를 가리키며 다급하게 말했다.“네가, 네가 망가뜨린 게지? 이 옥패, 네가 내리쳐서 깨뜨린 게 아니더냐! 방 상궁, 이 아이 몸을 뒤져 보세요!”어린 궁녀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분명 아가씨께서 술을 드신 탓에 제대로 서 계시지도 못하셨잖습니까. 넘어지시면서 하사받은 물건을 망가뜨리신 것 아닙니까? 어찌 그 죄를 소인에게 뒤집어씌우십니까?! 방 상궁 마마께서도 방금 아가씨께서 직접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똑똑히 들으셨잖습니까!”방금 전까지만 해도 벌벌 떨며 용서를 빌던 어린 궁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오히려 당당하게 따져 들었다.“뒤지시려거든 뒤지십시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절대로 제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십시오!”설현정은 어린 궁녀가 이토록 뻔뻔하게 나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무슨 말로 받아쳐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어린 궁녀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방 상궁 마마, 황제께서 하사하신 물건을 망가뜨린 것은 큰 죄입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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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현정아, 걱정 말거라. 이 일은 내가 직접 나서서 막아 줄 터이니, 마음에 너무 담아 두지 말거라.”이토록 살뜰하게 자신을 챙겨 주는 용비를 보자, 설현정은 또다시 마음이 흔들렸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용비는 그런 설현정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히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얼마나 놀랐으면 말도 제대로 못 하는구나. 나도 안다. 네가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행동할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방 상궁.”“소인, 여기 있습니다.”“이 일은 다시는 입 밖에 내지 말거라. 누구든 이 일을 밖에 퍼뜨렸다가는 내 반드시 엄하게 다스릴 것이야!”용비는 애틋한 눈빛으로 설현정을 바라보았다.지금껏 설현정은 용비가 이 일을 빌미로 자신을 벌하려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용비는 오히려 자신을 감싸 주며 한없이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귀한 옥패가 망가졌으니 속으로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그런데도 자신을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싸 주려 하다니. 설현정은 순간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자신이 용비 마마를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설현정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용비 마마, 모두 제 잘못입니다. 하사받은 물건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마마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습니다.”그녀는 두 동강 난 옥패를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으며 말했다.“마마, 옥패가 완전히 산산조각 난 것도 아니니 아직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금으로 이어 붙이면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용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에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나는 네가 마음 씀씀이가 깊은 아이라는 것을 안다. 이 옥패는 네게 맡길 테니, 잘 손질해 보거라. 이것은 폐하께서 내게 내려주신 정표란다. 이걸 너에게 맡기는 것도 너와 휘가 부부로서 서로 아끼며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라서란다.”말을 잇던 용비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이 젖어 들었다. 이내 참았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설현정은 얼른 손수건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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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요광전.용비는 거울 앞에 앉아 눈썹을 그리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맑고 순한 눈매와 티 없이 깨끗한 얼굴이 비쳐 있었다. 누가 보아도 해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무해하고 순진한 모습이었다.눈썹을 다 그린 용비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어딘가 뒤틀리고 기괴했다.문득 그녀가 손을 휘둘러 청동 거울을 바닥에 내던졌다.“늙었구나. 결국은 늙었어.”아무리 연지를 짙게 발라도 젊은 여인의 뺨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생기 어린 홍조만큼은 따라갈 수 없었다.“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빨리 늙지도 않았을 텐데. 모두 영우 탓이야. 내 젊음을 빼앗아 가더니, 이제는 폐하의 총애까지 잃게 만들었구나…”용비는 화장대 앞에 조용히 앉아 방 상궁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 상궁이 돌아왔다.“마마, 모두 처리했습니다. 순조롭게 끝났습니다.”용비는 손에 들고 있던 먹을 내려놓았다. 얼굴에는 안타까운 기색을 띠었다.“아깝게도 내 옥패가 그리되었구나. 그것은 폐하께서 내게 내려 주신 정표였는데…”한때 황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시절에는 그녀의 기세를 감히 따라올 자가 없었다.황제는 밤마다 그녀의 처소를 찾았고, 두 사람은 함께 애틋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그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황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신분을 문제 삼은 조정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혀, 끝내 황후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그렇다고 그녀는 원망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황후가 된다고 해서 반드시 황제의 가장 큰 총애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폐하의 마음속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인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후궁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도 끊임없이 궁에 들어왔다.어떤 때는 한 달이 넘도록 황제의 얼굴조차 뵙지 못했다.그렇게 그녀에게 남은 것은 결국 추영우 하나뿐이었다.그런데 이제 그마저도 장성하여 제 뜻대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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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용비는 그제야 목소리를 낮추고 흐느끼며,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현정이가 워낙 시원시원하고 행실도 반듯한 아이라 영우도 좋아하고, 저 역시 그 아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현정이를 만났을 때부터 유난히 마음이 잘 맞았지요. 그래서 예전에 폐하께서 제게 내려 주신 옥패를 그 아이에게 물려주었습니다. 현정이와 영우가 부부가 되어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말을 채 반도 잇지 못했는데, 용비는 이미 목이 메어 더는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옥패에 관한 일은 동 상궁이 미리 태후에게 아뢴 바 있었다. 태후 역시 용비가 진심으로 설현정을 받아들인 것이라 믿고 있었다.“그래서, 그다음은?”태후가 재촉하듯 물었다.“그다음에는 제가 현정이를 붙잡아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던 중 현정이가 측간에 다녀오더니, 돌아왔을 때 눈빛이 몹시 불안해 보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고서야 알았지요. 그 아이가 옥패를 깨뜨렸다는 것을요… 저는 그 아이가 풀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달래 주었습니다. 이 일은 덮어 두겠다고, 옥패를 깨뜨린 일로 벌을 주지도 않겠다고 말했지요. 그런데 그 아이가 그토록 마음을 놓지 못할 줄은 몰랐습니다…”“용비 마마, 너무 상심하지 마시옵소서. 결코 마마의 잘못이 아닙니다.”만옥 상궁이 앞으로 나서 용비를 위로했다.“설 아가씨께서 너무 심란하셨던 나머지, 그 복을 감당하지 못했을 뿐입니다.”용비와 만옥 상궁은 미리 입을 맞춘 듯했다. 설현정이 하사받은 귀한 물건을 깨뜨리고 벌을 받을까 두려워한 데다, 집안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들을까 걱정한 나머지 호수에 몸을 던진 것이라고 둘러대고 있었다.태후가 용비를 똑바로 응시하며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용비, 네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냐?!”용비는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았다. 그 순간, 그녀의 눈빛에는 슬픔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가련한 모습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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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황제가 도착했을 때도 용비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그녀는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한 손으로 뺨을 괸 채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순백의 수수한 옷차림은 본래의 가녀린 몸매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고, 얼굴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가닥은 눈물에 젖어 뺨에 축축하게 달라붙어 있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에 코끝은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영락없이 태후에게 모진 대접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애처로운 모습이었다.“폐하께서 오셨습니다!”그때 전각 문 앞에 황금빛 곤룡포 자락이 모습을 드러냈다.“신첩, 폐하를 뵈옵니다.”용비는 애써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미처 몸을 낮추기도 전에 황제가 그녀의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손이 어찌 이리 차갑단 말이냐.”황제는 용비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살살 문질러 주며 그녀를 다시 의자에 앉혔다.용비는 황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놓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억울함이 가득하던 눈빛에는 어느새 애틋한 정이 어려 있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황제가 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어찌하여 다들 얼굴이 이리 굳어 있는 것입니까?”태후가 그간의 사정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현정이가 호수에 빠졌었습니다. 용비의 말로는 현정이가 하사받은 물건을 망가뜨리고 벌을 받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호수에 몸을 던졌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설씨 가문 여식이 그리 생각이 짧은 아이는 아닌 듯합니다.”황제는 옥패가 깨졌다는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대체 어찌 된 일이냐?”용비는 어깨를 가늘게 떨며 눈물을 잔뜩 머금은 채 말했다.“현정이는 고의로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그저 실수였을 뿐입니다. 제가 그 아이를 달래며, 옥패는 그저 물건일 뿐이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말라고 했습니다. 폐하께서도 너그러우시고 인자하신 분이시니, 설령 그 아이가 옥패를 망가뜨린 사실을 아신다 해도 그리 심하게 꾸짖지는 않으실 것이라고도 일렀지요. 그런데 그 아이가 그토록 상심할 줄은 몰랐습니다…”용비의 말끝마다 억울함과 자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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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다시 설현정을 바라보니, 그녀는 온몸을 떨며 얼굴 가득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황제가 물었다.“말해 보아라. 어찌하여 호수에 빠지게 되었느냐?”설현정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실려 있었다.“폐하, 용비 마마께서 방 상궁에게 저를 궁 밖까지 배웅하라 이르셨습니다. 그런데 옥경호에 이르자 방 상궁이 제 얼굴에 가루를 한 줌 뿌렸습니다. 그 가루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온몸에 힘이 풀렸고, 방 상궁은 그 틈을 타 저를 호수로 떠밀었습니다.제가 물에 빠진 뒤에도 방 상궁은 제가 죽었는지 확인하려는 듯 커다란 돌까지 제게 던졌습니다. 태의를 불러 제 몸을 살펴보게 하시면 아실 것입니다. 아직도 제 어깨에는 그때 돌에 맞은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거짓을 고하였다면, 하늘의 벼락을 맞아 제 명에 죽지 못할 것입니다!”태후가 차갑게 말했다.“용비는 충신의 딸을 해치려 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후궁들을 해쳐 왔습니다. 마땅히 지위를 폐하고 냉궁에 가두어 죄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용비는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그저 눈물만 가득 머금은 채, 넋을 잃은 듯한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폐하, 저 아이의 말만 듣고 정말 저에게 죄를 물으시려는 것입니까?”황제가 태후 쪽 사람을 바라보며 제지했다.“잠깐,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도 없는데 그리 섣불리 단정할 일이 아니지요. 여봐라, 가서 방 상궁을 데려오너라.”잠시 후 방 상궁이 끌려 들어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황제를 향해 머리를 세 번 세게 조아렸다.어찌나 세게 머리를 찧었던지 이마가 터져, 고개를 들었을 때는 피가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폐하, 저는 명을 받들어 설 아가씨를 궁 밖까지 배웅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쯤 갔을 때 설 아가씨께서 태후 마마의 침전에 들러 인사를 올려야 한다며, 더는 배웅하지 않아도 된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에 발길을 돌린 것입니다. 저는 설 아가씨의 몸에 손끝 하나 댄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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