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Chapter 101 - Chapter 110

116 Chapters

101화. 가고 싶으면 가

금요일 저녁이었다.재원이 희수를 집 앞에 데려다주고 나서 차에서 내렸다. 평소처럼 현관 앞까지 배웅하며 걸었다. 희수는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돌아섰다."자기야, 나 할 말 있어."재원이 멈췄다."뭔데.""내일 시윤 씨 공연 가도 돼?"돌려말하지 않았다. 희수답게 직구였다. 재원은 잠깐 희수를 봤다. 희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가도 되냐고 물어보는 건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었다. 알리는 거였다. 그리고 재원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고 싶다는 것도 있었다.재원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희수는 기다렸다. 서두르지 않았다. 이 남자가 빠르게 대답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지금 뭔가를 꽤 열심히 정리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가로등 불빛이 재원의 얼굴을 비췄다.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턱선이 살짝 굳어 있었다."음악 좋아서 가는 거야?""응.""...그것만이야?"희수는 잠깐 멈칫했다. 재원이 저 질문을 할 줄 몰랐다. 그냥 가지 말라고 하거나, 아니면 아무 말 없이 넘어갈 줄 알았는데."...솔직히 잘 모르겠어. 음악이 좋아서가 제일 크긴 한데."재원이 시선을 내렸다. 희수는 그 얼굴을 보면서 가슴이 조금 조여드는 것 같았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게 맞는 건지 잠깐 흔들렸다. 그런데 돌려말하는 건 더 나쁜 것 같았다.한참 후에 재원이 고개를 들었다.희수는 그 순간 숨을 살짝 참았다. 재원이 어떤 말을 할지 몰랐다.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있었고, 아무 말 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희수가 원하는 건 둘 다 아니었다. 재원이 본인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는 것, 그게 희수가 원하는 거였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면서도.재원의 입이 열렸다."가고 싶으면 가."---"...진짜?""응."짧고 단호했다. 그런데 귀 끝이 붉었다. 희수는 그 귀를 보면서 재원이 지금 얼마나 힘들게 저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자기야.""응.""고마워."재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희수를 봤다. 뭔가를 더 말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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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오늘 집에 있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재원은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정확히는, 핸드폰을 보는 척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뉴스도 아니고, 유튜브도 아니고, 그냥 바탕화면이었다. 재원은 그 바탕화면을 멍하니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일곱 시 삼 분.공연이 시작됐을 시간이었다. 지금쯤 희수는 카페 안에 앉아서 시윤의 노래를 듣고 있겠지. 재원은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했는데, 지워지지 않았다. 지우려고 할수록 더 선명해졌다.재원은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그리고 다시 집어 들었다. 내려놨다가 다시 집어 드는 걸 세 번쯤 반복했다.가고 싶으면 가라고 했다. 본인이 한 말이었다. 그 말이 맞는 말이라는 것도 알았다. 희수의 일정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게 맞는 거였다. 머리로는 정리가 됐다.근데 몸이 말을 안 들었다.일곱 시 십칠 분.재원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부엌에 물을 마시러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다가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희수한테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참았다. 공연 중에 문자 보내는 건 방해가 될 것 같았다.그러다가 핸드폰이 울렸다.💬 희수: 나 집에 가고 싶어.재원은 그 문자를 세 번 읽었다.그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차 키를 집었다.코트를 걸치는 것도 잊고 그냥 나갔다.나중에 코트를 안 입었다는 걸 깨달은 건 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 때였다. 차가운 공기가 팔에 닿았는데, 돌아가기 싫었다. 그냥 탔다. 희수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 문자 세 글자가 재원을 소파에서 일으켰다. 이유를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냥 몸이 먼저 움직였다.재원은 운전하면서 생각했다. 가고 싶으면 가라고 했을 때, 희수가 공연장에서 연락해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끝나고 연락하겠지 했는데, 공연 중간에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재원은 운전하는 내내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었다.---카페 앞에 차를 세운 건 일곱 시 사십오 분이었다.공연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카페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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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한 발

네 번째 곡이 시작될 때였다.시윤은 기타를 치면서 무대 아래를 한 번 훑었다. 오래된 습관이었다. 노래하는 동안 객석을 보는 것. 누가 듣고 있는지, 어떤 표정으로 듣고 있는지. 십 년 넘게 무대에 서면서 몸에 밴 버릇이었다.구석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비어 있었다.시윤은 기타 줄을 놓치지 않았다. 손가락이 코드를 짚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노래도 계속됐다. 그런데 그 빈자리가 계속 시야에 걸렸다. 희수가 앉아 있던 자리였다. 공연 시작 전에 확인했었다. 구석 자리에 혼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희수를.언제 나간 거지.네 번째 곡이 끝났다. 박수 소리가 났다. 시윤은 마이크 앞에서 고맙다고 했다. 다섯 번째 곡을 소개했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왔다. 그런데 머릿속은 달랐다.네 번째 곡은 희수 때문에 쓴 곡이었다. 오래 보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 말을 할 때 희수 쪽을 봤었다. 눈이 마주쳤는지 안 마주쳤는지 몰랐다. 그런데 그 직후에 자리가 비었다.시윤은 다섯 번째 곡의 첫 코드를 짚으며 조용히 생각했다.알아챈 건가.시윤은 다음 코드를 짚으면서 그 생각을 밀어냈다. 지금은 노래에 집중해야 했다. 여기 온 사람들은 희수 때문에 온 게 아니었다. 음악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시윤은 그 사람들한테 집중해야 했다.그런데 빈자리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오늘 공연 초대를 받아준 사람이 희수 하나였다는 건 아니었다. 지인들도 왔고, 팬들도 왔다. 그런데 유독 희수한테 직접 카드를 건넸던 건, 시윤도 왜 그랬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냥 왔으면 했다. 이 공간에서, 이 노래를 들어줬으면 했다.그게 이미 선을 넘은 거라는 걸 알면서도.---공연이 끝나고 나서 시윤은 카페 안을 한 번 둘러봤다.희수는 없었다. 당연했다. 공연 중간에 나갔으니까. 시윤은 장비를 정리하면서 카페 주인과 짧게 얘기를 나눴다. 오늘 공연 잘 됐다고, 다음에 또 하자고.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마무리였다.그런데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조금 이상했다.뭉게가 리드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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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아는 여자

토요일 오후였다.희수는 미용실 마감을 끝내고 앞치마를 벗었다. 오늘 마지막 손님이 나간 지 십 분쯤 됐을 때 재원이 들어왔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이었다."오늘 일찍 왔네.""회의가 일찍 끝났어."예전엔 저 말이 달력 확인이랑 세트였는데, 요즘은 달랐다. 그냥 들어오자마자 희수 얼굴 보고, 다 끝났냐고 묻고, 옆에 서는 거였다. 희수는 그 변화가 아직도 새로웠다."밥 먹었어?""점심은 먹었어. 저녁은 같이 먹으려고.""뭐 먹고 싶어?"재원이 잠깐 생각했다."네가 먹고 싶은 거."희수는 픽 웃었다. 저 말도 변한 거였다. 예전엔 삼겹살 같은 걸 딱 짚어서 말하던 남자가, 요즘은 희수한테 먼저 물어봤다. 작은 것 같아도 작지 않은 변화였다."그럼 파스타 먹자. 근처에 새로 생긴 데 있어.""그러자."둘이 나란히 미용실을 나섰다. 재원이 자연스럽게 희수 손을 잡았다. 희수는 그 손을 잡으며 걸었다. 말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저녁이었다. 이런 저녁이 요즘 부쩍 늘었다. 별일 없고, 싸우지 않고, 그냥 같이 있는 저녁.희수는 그게 좋았다. 이렇게 편안한 게 오히려 낯설 정도로.재원이랑 처음 다시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철벽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공과 사 구분한다고 로비에서 돌려보내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지금은 희수가 먹고 싶은 게 뭔지 물어보고, 좋다는 말 두 글자를 꺼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과정이 다 보여서 더 좋았다.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계속 바뀌려고 하는 사람이라서.희수는 재원 손을 살짝 더 꽉 쥐었다.재원이 눈치챘는지 손에 힘을 살짝 더 줬다. 말은 없었다. 그래도 됐다.---파스타집은 아담하고 조용한 곳이었다.둘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재원이 메뉴판을 보다가 희수한테 건넸다. 희수가 고르는 동안 재원은 창밖을 봤다. 저녁 거리가 조용히 흘러갔다.주문을 마치고 나서 재원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요즘 어때?""뭐가?""그냥. 요즘."희수는 잠깐 재원을 봤다. 저런 질문을 하는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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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집안끼리 친한 사이

수요일 오전이었다.재원이 회의실에서 나오는데 복도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었다."오빠!"진혜리였다. 입사 첫 주라 아직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재원을 발견하고 달려오는 모습이 꽤 반가워 보였다. 재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적응은 돼?""아직 좀 헷갈려요. 오빠가 옆에 있으니까 든든하긴 한데.""모르는 거 있으면 팀장한테 물어봐. 내가 일일이 봐줄 시간은 없어.""에이, 그래도 오빠잖아요."혜리가 웃으며 재원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재원은 팔을 빼며 서류를 고쳐 들었다."점심 같이 먹어요. 아는 사람이 오빠밖에 없어서요.""오늘은 일정 있어.""그럼 다음에요. 오빠네 엄마가 저희 엄마한테 잘 챙겨주라고 했다고요."재원은 짧게 대꾸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장면을 복도 끝에서 지켜보던 이동현이 자리로 돌아오며 혼잣말을 했다."저 누나 좀 적극적이네."아무도 듣지 않는 혼잣말이었지만, 동현은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았다. 재원이 팔을 뺀 것도, 혜리가 그걸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것도.동현은 핸드폰을 꺼내 잠깐 보다가 다시 넣었다.누님한테 말해야 하나. 말하지 말아야 하나.동현은 모니터를 보는 척하면서 생각했다. 재원이 팔을 뺀 건 그냥 불편해서일 수도 있었다. 재원은 원래 스킨십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근데 혜리가 그걸 신경 안 쓰고 계속 붙으려는 게 동현 눈엔 보였다. 저게 그냥 친한 후배가 오빠한테 하는 행동인지, 아닌지.동현은 재원이 희수 누님 얘기를 꺼낼 때 표정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91화 그날 이후로 희수가 미용실 오는 날이랑 아닌 날의 재원이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그 재원이 저 후배한테 어떻게 대하는지도 봤다. 딱히 특별하게 대하는 게 없었다. 그냥 아는 후배였다.근데 혜리 쪽이 문제였다.동현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놨다. 일단 좀 더 보기로 했다. 괜히 말했다가 희수 누님 괜한 걱정 끼치면 안 됐다. 근데 또 말 안 했다가 나중에 더 큰일 나면 그것도 문제였다.이동현의 고민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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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전화는 켜져 있었다

"누님,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희수는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대답했다."말해봐.""그게, 오늘 회사에서 진혜리 씨가요—"그때 수화기 너머로 소리가 들렸다."야, 이동현. 너 지금 뭐해."재원이었다.희수는 핸드폰을 내리지 않았다. 그냥 들고 있었다. 동현이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 대리님. 저 그냥 개인 통화 중이었어요.""누구랑.""그, 그냥 아는 사람이요.""핸드폰 줘봐.""네?""희수 목소리 들렸어. 줘봐."잠깐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희수는 미용실 의자에 앉은 채 그 소리를 들었다. 재원이 동현한테서 핸드폰을 빼앗으려는 것 같았다. 동현이 버티는 것 같았다."대리님, 잠깐만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나한테 하면 되잖아.""그게... 대리님 얘기라서요."재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뭔데."동현이 잠깐 망설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오늘 진혜리 씨가 대리님한테 좀 심하게 붙더라고요. 복도에서 팔도 잡고. 대리님이 빼셨는데 혜리 씨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서. 누님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전화한 거예요."희수는 핸드폰을 잡은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재원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걸 왜 희수한테 말해.""누님이 알아야 하지 않아요?""내가 처리할 거야.""대리님이 모르셨잖아요. 혜리 씨가 대리님 좋아하는 거."희수는 그 말을 들으며 숨을 살짝 참았다. 재원이 몰랐다. 혜리가 재원을 좋아한다는 걸. 그리고 동현은 알고 있었다. 희수는 이 대화를 듣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재원이 낮게 말했다."알았어. 끊어.""누님한테—""내가 한다고."뚝.전화가 끊겼다.희수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지 않고 잠깐 그대로 있었다. 재원이 알았다고 했다. 내가 처리한다고 했다. 동현한테 끊으라고 했다. 그 말들이 순서대로 머릿속에서 재생됐다.재원이 몰랐다는 게 먼저 들어왔다. 혜리가 재원을 좋아한다는 걸. 집안끼리 친하고 오래 알던 후배인데, 그 후배가 재원을 좋아한다는 걸 재원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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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실황 중계

오전 열한 시였다.희수가 손님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이동현이었다.문자였다.💬 동현: 누님 저 지금 역대급 장면 목격 중인데요희수는 손을 멈추지 않고 핸드폰을 흘끗 봤다.💬 희수: 뭔데💬 동현: 대리님이 진혜리 씨 불러서 얘기하고 있어요💬 동현: 지금 회의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데💬 동현: 대리님 표정이 완전 업무 모드예요 ㅋㅋㅋㅋ희수는 핸드폰을 카운터 위에 올려두고 손님 강아지를 마저 손질했다. 재원이 처리한다고 했던 게 오늘이구나. 동현이 또 목격한 거구나. 희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손을 움직였다.💬 동현: 대리님이 서류 한 장 내밀었어요💬 동현: 서류는 또 왜 내밀어요 ㅋㅋㅋㅋ 업무 얘기인 척하려고요?희수는 그 문자를 보며 픽 웃었다. 재원답다. 선 긋는 자리에도 서류를 가지고 나오는 남자.💬 동현: 혜리 씨 표정이 좀 굳었어요💬 동현: 근데 대리님은 아랑곳 안 하고 계속 말하는 중💬 동현: 누님 대리님 진짜 감정 없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근데 저건 의도적인 것 같기도 하고손님이 나가고 나서 희수는 핸드폰을 제대로 들었다. 동현 중계가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희수는 카운터에 기대서 읽기 시작했다.💬 동현: 대리님이 혜리 씨한테 앉으라고 했어요💬 동현: 근데 본인은 안 앉음 ㅋㅋㅋ 서있어요💬 동현: 뭔가 면접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희수: ㅋㅋㅋㅋㅋ 서류는 아직 들고 있어?💬 동현: 네 아직 들고 있어요💬 동현: 혜리 씨가 오빠 왜 이래요 하는 표정인데💬 동현: 대리님은 그 표정 못 읽는 것 같아요 아니면 읽고도 무시하는 건지💬 희수: ㅋㅋㅋㅋ 후자일 가능성 높음💬 동현: 맞아요 누님 대리님 그런 사람이에요 ㅋㅋㅋㅋ희수는 핸드폰을 보며 혼자 킥킥거렸다. 재원이 저 자리에서 얼마나 불편할지 눈에 선했다. 감정적인 상황에서 서류를 꺼내드는 남자. 앉으라고 하고 본인은 서있는 남자. 그게 재원이었다.---💬 동현: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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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취하지 않은 왕

목요일 저녁 아홉 시였다.희수는 미용실 마감을 끝내고 집에 가려던 참이었다. 재원이 오늘 팀 회식이 있다고 했다. 늦게 끝날 것 같다고, 먼저 들어가라고 했었다. 희수는 그러겠다고 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여보세요?""언니, 저 혜리예요. 재원 오빠가 좀 많이 취하셨는데요. 오실 수 있어요?"희수는 잠깐 멈췄다."많이요?""네, 평소에 잘 안 드시는 분이 오늘 좀 많이 드셔서요. 제가 챙기고 있는데 언니가 오시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목소리가 걱정스러운 척 자연스러웠다. 희수는 잠깐 생각했다. 재원이 술을 잘 못 한다는 건 알았다. 원래 잘 안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많이 마셨다면 걱정이 되는 게 맞았다."어디예요?"혜리가 주소를 보내줬다. 희수는 가방을 들고 나섰다. 걸어가면서 재원한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갔지만 받지 않았다. 희수는 발걸음을 조금 빠르게 했다.그러면서도 머릿속 한켠에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 혜리가 왜 재원 연락처 두고 희수한테 전화했을까. 재원이 취했으면 재원 핸드폰으로 희수한테 연락하게 하면 되는 거잖아. 근데 굳이 혜리가 직접 전화했다.희수는 그 생각을 일단 접었다. 일단 가보고 판단하면 됐다.그래도 발걸음은 빨랐다. 재원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다. 혜리가 만든 상황이든 아니든, 재원이 불편한 자리에 있다는 건 맞을 거였다. 술자리에서 혼자 버티고 있을 재원 얼굴이 눈에 그려졌다. 저 남자 그런 자리 진짜 싫어하는데.희수는 핸드폰으로 재원한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 시끄러운 자리라 못 들은 건지, 아니면 혜리가 의도적으로 핸드폰을 멀리 둔 건지 알 수 없었다.희수는 걸음을 더 빠르게 했다.---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밖에 누군가 서 있었다.이동현이었다.동현은 희수를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 그러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희수 쪽으로 빠르게 걸어왔다."누님, 어떻게 오셨어요?""혜리 씨가 연락했어. 재원이 취했다고."동현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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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수긍하는 척

금요일 저녁이었다.재원이 미용실에 들어왔을 때 희수는 마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재원이 옆에 서자 희수는 수건을 접으며 말을 꺼냈다."자기야.""응.""혜리 씨 건, 자기 선에서 처리해."재원이 잠깐 희수를 봤다."내가?""응. 내가 나서기 전에 자기가 먼저 하는 게 맞잖아. 직장 후배니까."재원이 잠깐 생각했다. 희수가 이 얘기를 꺼내기까지 얼마나 참았는지 알 것 같았다. 지난번 회식 자리도, 혜리가 미용실에 오는 것도, 희수가 다 보고 느끼면서도 직접 나서지 않고 기다린 거였다. 그 기다림이 오늘 이 한마디로 나온 거였다."회사에서는 어렵겠어.""알아.""밖에서 따로 만나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희수가 재원을 봤다. 재원이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혜리를 밖에서 만나는 게 희수 눈엔 어떻게 보일지 알면서도, 그게 맞는 방법이라는 걸 알아서 물어보는 거였다. 희수는 그 눈빛을 보며 잠깐 웃었다."물어봐줘서 고마워. 해."재원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금방 끝낼게."희수는 그 말을 들으며 수건을 정리했다. 이 남자가 금방 끝낸다고 하면 금방 끝내는 사람이라는 거 알았다. 그리고 어떻게 끝낼지도 알 것 같았다. 서류는 이번엔 없겠지. 대신 더 단호할 거였다.희수는 잠깐 재원을 봤다. 허락을 구하는 사람이 됐다. 예전 재원이었으면 본인이 알아서 처리했을 거였다. 희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근데 지금은 달랐다. 혜리를 밖에서 만나는 게 희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고, 그래서 먼저 물어보는 거였다. 그 변화가 희수한테는 작지 않았다."자기야.""응.""고마워. 진짜로."재원이 멋쩍게 시선을 내렸다. 희수는 웃으며 가방을 들었다.---토요일 오후였다.재원이 나가면서 희수한테 문자를 보냈다.'혜리 만나고 올게. 한 시간 안에 끝낼게.'희수는 그 문자를 보며 미용실 청소를 시작했다. 한 시간. 재원이 한 시간이라고 했으면 한 시간이었다.정확히 오십이 분 후에 재원한테 문자가 왔다.'끝났어. 들어가도 돼?'희수는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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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오지랖의 시작

이동현은 팀 공유 폴더에서 기획안을 찾다가 멈췄다. 파일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분명히 자기가 저장해둔 이름인데, 누군가 수정한 것 같았다. 동현은 옆 자리를 봤다. 진혜리가 노트북을 보며 뭔가를 타이핑하고 있었다."저기요."혜리가 고개를 들었다."혹시 공유 폴더 기획안 파일 건드셨어요?""아, 네. 정리하다가 파일명이 통일이 안 돼 있어서 제가 좀 바꿨어요."동현은 잠깐 말을 참았다. 바꿨어요. 말은 간단한데, 다른 사람 파일을 동의 없이 바꾼 거였다. 신입이 들어오자마자."팀 파일은 담당자한테 먼저 말하고 바꾸는 게 맞아요."혜리가 잠깐 동현을 봤다. 그 눈빛이 묘했다. 지적 받는다는 게 당황스러운 것 같기도 했고, 별거 아닌 걸 크게 말한다는 것 같기도 했다."아, 몰랐어요. 다음엔 그렇게 할게요."대답은 했는데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동현은 그냥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재원 대리님 후배라고 들어온 애가 첫날부터 팀 파일을 마음대로 바꾸는 거, 동현은 그게 마음에 걸렸다. 작은 일이었지만 작지 않았다.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저 사람이 재원 대리님 때문에 희수 누님을 불편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일도, 미용실에 계속 오는 것도. 동현은 그걸 옆에서 다 봤다. 근데 본인이 나설 수 있는 게 없었다. 직접 뭔가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답답했다.오후에 회의 자료를 준비하면서 동현은 또 혜리랑 엮였다. 이번엔 혜리가 먼저였다."저기, 이동현 씨. 이 자료 어디서 찾아요?""뭐요?""팀장님이 작년 3분기 실적 자료 가져오라고 했는데."동현은 잠깐 혜리를 봤다. 스스로 찾아볼 생각은 안 하고 바로 물어보는 거였다. 동현도 신입 때 이것저것 물어봤으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는데, 물어보는 방식이 좀 달랐다. 부탁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알려줄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톤이었다. 마치 재원 대리님 후배라는 게 여기서도 통할 거라는 것처럼."공유 폴더 실적 관리 탭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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