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종소리가 들린 순간, 묘한 감각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이별 후 한달, 그리고 일주일간 잊고 지냈던, 아니, 일상에서 깨끗하게 분리해냈다고 믿었던 그 익숙한 무게감이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지금 고개를 들면, 정성껏 쌓아 올린 오늘의 루틴이 엉킬 것 같았다. 희수는 쥐고 있던 볼펜을 놓지 않은 채 장부의 다음 칸을 메웠다. 오전 11시 45분. 계획대로라면 지금은 미용 전 체크리스트를 끝내야 하는 시간이다. “나 왔어.” 낮게 깔리는 그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일주일 전 그녀가 메세지를 보냈을 때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오늘 이 순간은 희수가 그의 목에 매달렸을텐데, 지금은 그저 잘 짜인 악보 위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처럼 이질적이었다. “희수야.” 한 번 더 들려오는 부름에 희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재원을 마주한 순간,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잊고 있었던 그의 향수 냄새,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방식, 그녀를 빤히 응시하는 그 집요한 시선. 분명 그녀는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었는데, 그를 보는 것만으로 세포 하나하나가 그를 기억해내며 술렁거렸다. 억지로 참는 게 아니었다. 그저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던 감정의 앙금이 그의 등장과 함께 다시 부유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어, 왔어?” 최대한 평온하게 대답했다. 재원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다. “...어, 왔어? 지금 그게 다야?” 재원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훑다 멈췄다.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집요하게. 그는 아마 희수가 울며 반기거나, 혹은 화를 내며 따질 거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희수는 지금 화를 내기에도 너무 바빴다. 뭉치가 올 시간이었고, 내가 정한 오늘의 스케줄은 아직 한참 남았다. “응. 근데 자기야, 지금 예약 손님 강아지 올 시간이라 내가 좀 바쁘거든. 거기 잠깐 앉아 있을래?”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다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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