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까지, 장장 400km에 달하는 대장정을 앞두고 재원은 비장했다.평소 같으면 고속도로 휴게소 위치부터 도착 시간까지 분 단위로 브리핑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핸들을 잡은 재원의 손등에 핏줄이 돋아 있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그를 보며 희수가 웃음을 터뜨렸다.“자기야, 얼굴 좀 풀어. 누가 보면 우리 지금 본가 털러 가는 줄 알겠어.”“...그냥,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뿐이야.”재원의 뻣뻣한 대답은 고속도로 진입 2시간 만에 무너졌다. 낙동강 휴게소에 잠시 멈췄을 때, 재원이 화장실로 사라진 사이 희수는 간식 가판대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재원이 평소에 좋아하던 '앙버터 호두과자'가 있었다.잠시 후, 볼일을 마치고 차로 돌아온 재원은 시동을 걸려다 옆에서 끼쳐오는 고소한 향기에 멈칫했다.“자, 아~ 해봐. 곰탱아.”희수가 갓 꺼낸, 버터가 두툼하게 낀 호두과자를 입가에 들이밀었다. “희수야, 이런 거 먹으면 이따 저녁에 엄마가 해준 음식 많이 못 먹어.”“아, 그냥 먹어! 자기 이거 좋아하잖아. 빨리!”재원은 짐짓 못 이기는 척 입을 벌렸다. 바삭한 빵 속에 녹아내리는 차가운 버터와 달콤한 팥앙금. 재원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크게 확장됐다. “...어때? 맛있어?”“...응. 팥이 적당히 달고... 버터가 고소하네. 딱 하나만 더 줘.”재원은 무심한 척 핸들을 잡았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까진 숨기지 못했다. 희수가 하나씩 넣어주는 호두과자를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재원의 차는 어느새 부산 해운대 초입에 들어서고 있었다.***부산 본가는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격전지였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진한 갈치조림과 구수한 전 냄새. 그리고 그 중심에 화사한 레이스 앞치마를 두른 재원의 어머니, 영란이 서 있었다.“어머! 왔나! 우짜면 좋노, 실물이 백 배는 더 예쁘네!”어머니 영란은 특유의 높은 톤과 화사한 미소로 희수를 반겼다. 희수가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영란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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