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는 본사 로비의 거대한 회전문을 통과하며 마른침을 삼켰다.높은 층고와 대리석 바닥,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수트 차림의 사람들.이곳은 재원이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견고한 '성'이자, 희수에게는 가장 아픈 기억이 서린 장소였다.몇 년 전, 서투른 마음으로 도시락을 들고 찾아왔던 날이 떠올랐다.그때 재원은 로비 구석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희수를 몰아세웠다."여기가 어디라고 와. 공과 사 구분 안 돼? 업무 방해니까 그냥 가."그날 희수는 제 손에 들린 도시락 가방보다 더 무거운 비참함을 안고 돌아섰어야 했다.희수는 로비 안내 데스크 앞에서 주춤거리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그냥 돌아갈까. 또 그때처럼 무시당하면 어떡하지.'불안함이 발끝부터 차올랐지만, 아침에 재원이 보여준 그 당당한 미소를 떠올리며 어렵게 전화를 걸었다."...자기야, 나 지금 로비인데."재원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저 멀리 엘리베이터 홀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평소라면 절대 뛰지 않는 안 대리가, 넥타이까지 휘날리며 로비를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로비에 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재원에게 꽂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희수야!"숨을 헐떡이며 멈춰 선 재원이 희수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희수는 당황해서 주변 눈치를 살피며 손을 빼려 했다."잠깐, 자기야. 사람들 다 봐. 안 대리님 체면이...""체면 같은 거 모른다. 백성이 직접 알현을 오셨는데, 왕이 마중 나오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재원은 예전의 그 차가운 철벽 대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표정으로 희수를 응시했다.그의 눈에는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적인 공간'에 대한 강박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가자. 내 자리가 저 위다."재원은 망설이는 희수의 어깨를 감싸 안고 당당히 게이트로 향했다.엘리베이터에 타서도 그는 희수의 손을 놓지 않았다.마주치는 동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자, 재원은 유례없이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A, 내 여자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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