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74 챕터

제101화

신시아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레스토랑으로 달려가 바쁘게 움직였다. 레스토랑 수를 파악하고 나서는 부서별 애프터눈 티 준비에 착수했다.그녀가 총무팀 8파트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가장 높은 급여 때문이었다.돈을 꽤 많이 모아두긴 했지만, 나중에 아이를 키우려면 더 많이 들어갈 터, 벌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모아두고 싶었다.신시아는 오후 내내 하얗게 불태웠다.저녁에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서야 현성월을 떠올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현성월에게 카톡을 보냈다.[사모님, 오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총무팀에 오게 된 건 순전히 제 선택이었어요. 사모님과는 아무 관계 없으니 괜히 저 때문에 방 대표님과 정 대표님의 협력 관계가 틀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그 시각, 정우진과 방태우는 식사 자리에서 한창 협력 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은유라는 업무에 관해 전혀 모르다 보니 아예 동떨어진 화제로 현성월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다.공항 픽업 때만 해도 협력을 염두에 두며 은유라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었지만, 신시아가 한순간의 말실수로 총무팀으로 밀려나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줄곧 기분이 언짢았다.현성월은 일부러 은유라에게 쌀쌀맞게 구는 것이 아니라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뿐이었다.은유라도 한 성격 하는지라 그녀가 이런 태도를 보이니 아예 상대하지 않았다.테이블 위 두 남자가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반면 맞은편의 두 여자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그때, 현성월의 카톡이 울렸다.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신시아가 보낸 메시지임을 확인한 후 재빨리 답장을 보냈다.[전혀 못 믿겠는데요.][사실 말이죠. 대표님 비서의 근로 계약은 총무팀과 달라요. 결혼이나 출산 같은 문제에 제약이 있거든요.]신시아는 미리 답장을 생각해 두었다. 물론 이것이 현성월을 안심시키기 위한 전부는 아니었다.문자를 본 현성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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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그냥 안 맞는다’라는 말에 은유라는 과거 현성월이 자신을 못생겼다고 비난했던 순간이 떠올랐다.“신시아가 아무리 예뻐도 한낱 비서일 뿐이죠. 똑똑히 알아두셔야 할 게 지금 두 분이 협력할 상대는 우진 오빠예요. 저는...”“그러게요! 우린 지금 정 대표님과 협력하고 있는데 유라 씨가 왜 끼어들죠?”현성월은 예리한 눈썰미로 은유라의 정곡만 콕콕 찔러댔다.정우진이 접대 자리에 신시아는 데려가면서 은유라는 한 번도 데려가지 않는다는 건 그녀가 일적으로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뜻이었다.심지어 약혼녀라는 타이틀로 거래처 사모님들 모임에 내보낼 생각조차 없었다.“그건...”은유라는 할 말을 잃고 정우진에게 도움을 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한편 이 남자의 안색이 한없이 어두워졌다.“사모님께서 업무적으로는 방 대표님께 도움이 된다 해도 이렇게 입만 함부로 놀리다가는 나중에 분명 대표님 발목을 잡을 겁니다.”“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현성월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옆에 있던 방태우가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는 서둘러 상황 수습에 나섰다.“정 대표님, 협력 문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죠. 시간이 늦었으니 저희는 이만 호텔로 돌아가겠습니다.”정우진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아 태연하게 답했다.“그래요. 임 비서가 문 앞에서 기다릴 겁니다.”방태우는 현성월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녀는 가방을 집어 들며 가방끈을 일부러 테이블 위로 탁 소리가 나게 내팽개쳤다.마치 은유라의 뺨을 갈기는 듯한 기세로...이를 본 은유라는 눈물이 글썽거렸다.“오빠도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해?”“그럴 리가.”정우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입에 물었다.“너희 아빠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시라고 해.”“오빠가 바래다주는 거 아니야?”은유라의 표정이 굳었다.며칠 동안 정우진은 항상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난 또 할 일 남아서 시간 없어.”정우진은 일어서서 재킷을 팔에 걸쳤다. 이미 불을 붙인 담배가 그의 얇은 입술 사이에서 타오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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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어느덧 은성빈 부부가 딸 은유라를 집으로 데려와서 겨우 마음을 달래주었다. 기분이 조금 풀린 은유라는 위층으로 올라가 잠자리에 들었다.손연경이 딸을 위로하고 안방으로 돌아왔을 때 은성빈은 아직 잠들기 전이었다.그는 왠지 할 말을 머뭇거리는 표정이었다.“할 말이 있으면 해요 그냥.”손연경이 이불을 걷고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유라가 대학 다닐 때부터 내가 몇 번을 말했어? 굳이 외국 나가서 어영부영 시간 보내지 말고 제대로 된 경영 학과에 가서 공부하라고. 그러면 회사 업무도 이해하고 나중에 우진이한테 도움이 됐을 텐데. 어디 가서 ‘빛 좋은 개살구’ 소리는 안 들었을 거잖아.”은성빈에게는 자식이 은유라 한 명뿐이라 장차 은씨 가문을 이끌어야 할 후계자로 여겼다.그는 딸을 독립적인 여성으로 키우고 싶었지만 손연경이 허락하지 않았다.“당신이 뭘 알아요?”손연경은 교활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이게 다 기현주가 바라는 며느리 상에 맞춘 거잖아요. 그 사람은 자기보다 센 며느리를 용납 못 해요. 능력이든 성격이든 자기를 뛰어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요.”...신시아는 현성월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그녀의 말투가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꼈다.그렇다면 이 일은 이제 마무리된 거나 다름없었다. 적어도 방태우와 정우진의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터였다.신시아는 오랫동안 졸였던 가슴을 쓸어내렸다.밤이 깊어지자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씁쓸함이 부풀어 오르더니 그녀를 송두리째 집어삼켰다.총무팀으로의 발령은 신시아에게 백 퍼센트 이득이었다.총무팀은 정우진의 결재 없이도 퇴사할 수 있는 부서였다.혹 퇴사를 못 하더라도 정우진 눈에 띄지 않는 것만으로 나쁘지 않았다.김지원이 영상 통화를 걸어왔을 때 신시아가 이 상황을 ‘좋은 소식’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잠시 말을 잃었다.“너 진짜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해?”신시아가 되물었다.“아닐 게 뭐야?”“정우진 그 자식이 너한테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씌웠잖아! 네가 총무팀 간 것도 커리어에 큰 오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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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정우진과 방태우의 협력은 위태로운 지경이었다.그들이 협력하든 말든 신시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이 사태가 계속 번지는 한 그녀 또한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었다.신시아는 기사를 꼼꼼히 살피다 [소식통에 따르면]이라는 문구를 집어냈다. 이는 백영 그룹 내부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증거였다.그녀는 뉴스 창을 닫고 하선재의 카톡을 열어 메시지를 입력했다.[기사 하 대표님 작품이에요?][걔가 내 프로젝트를 가로챘으니까!]그는 오직 이런 사악하고 간교한 수법으로만 정우진에게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다만 그것이 신시아에게까지 피해가 미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터였다.신시아는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이미 일이 커졌으니 하선재에게 부탁한들 소용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하선재가 더 심한 짓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댓글 알바를 고용해 여러 플랫폼에 은유라의 어릴 적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을 비교하는 글을 올렸다.은유라는 예쁜 편이긴 하나 어릴 때부터 옷 스타일과 분위기로 멋을 냈다.댓글 알바는 은유라의 이목구비를 따로 떼어놓고 보면 현성월이 말한 것처럼 단순히 못생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밤티라고 주장했다!또한 은유라가 못생겼다는 사실을 이용해 정우진이 여자 보는 눈이 형편없다며 결론을 내리고 밤티 아내를 얻었다는 둥 그를 조롱하려 했다.하선재는 원래 정우진을 겨냥했지만, 누리꾼들은 그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정우진이 너무 잘생겼다며 그의 프로필까지 찾아내 사업가인 이 남자를 마치 아이돌 스타처럼 분석하기 시작했다.신시아는 틈틈이 여론 동향을 살폈다.정오가 가까워지자 거짓말처럼 모든 뉴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온라인은 고요해졌고 은유라를 검색해도 더 이상 그 어떤 관련 기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신시아가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현성월에게서 카톡이 왔다.[대중은 다 알고 있어요. 은유라는 진짜 못생겼어요. 저는 거짓말 같은 거 잘 못 해요.]신시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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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임정현은 조수석 창문만 내린 게 아니라 뒷좌석에 앉은 정우진 쪽 창문까지 내렸다.신시아가 고개를 들자 정확히 정우진의 시선과 마주쳤다.갑작스러운 만남과 마주친 시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어색함이 감돌았다.임정현은 뒤늦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어제 오전, 그가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신시아는 이미 총무팀으로 발령받은 상태였다.나중에 들은 바로는 현성월이 모든 걸 해명해서 신시아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어쩐지 은유라와 또 언쟁이 있었다고 했다.신시아가 정우진의 총무팀 발령 취소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서 얼핏 들었지만, 임정현은 전혀 믿지 않았다.신시아가 거절할 리 없으니까.“그게 그러니까...”임정현은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그럼 안전 조심하시고 나중에 또 봬요.”신시아가 막 자세를 가다듬고 인사를 건네려 할 때, 임정현은 이 말만 내던지고 휙 떠나가 버렸다.그녀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졌지만, 입에서 터져 나오려던 말은 결국 ‘또 뵙겠습니다’라고 바뀌었다.마이바흐가 떠나가며 일으킨 바람이 신시아를 스치자 긴 머리칼이 마구 흩날렸다.그녀는 무심코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았다. 백미러에는 남자의 흐릿한 윤곽만 희미하게 잡혔다.그녀의 가슴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일었다.그때, 택시 한 대가 눈앞에 멈춰 섰다. 신시아는 정신을 차리고 차에 앉아 현성월과 약속한 레스토랑 주소를 댔다.두 여자는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전에도 일 때문에 몇 번 만난 게 전부였다.오늘 처음 사적인 만남을 가졌는데 예상외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신시아는 이런 관계의 거래처와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막 자리에 앉았을 때는 다소 불편했지만 현성월의 쾌활함에 이내 어색함이 사라졌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일 이야기도 안 하고 싸울 일도 없으니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요.”현성월은 히피펌 머리에 보라색 터틀넥을 입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귀티가 흘러넘쳤다.한편 신시아는 살짝 긴장이 풀리면서 입을 열었다.“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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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손연경과 기현주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추궁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마치 오랫동안 신시아의 약점 잡을 기회만 노리다가 드디어 ‘여우 꼬리’를 낚아챈 듯한 눈빛이었다.기사는 덮였어도 은유라가 외모 비하를 당한 건 엄연한 사실이었다.어떻게든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줘야만 했다.“뭐지...”현성월은 상대방의 날 선 기운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은유라와 손연경이 닮은 구석이 있다 보니 모녀 사이란 걸 직감했지만 그 옆에서 더 귀티 나는 분위기에 더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세 여자가 신시아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한편 신시아의 맑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그녀는 현성월에게 시선을 돌렸다.“다 드셨어요?”“네.”현성월은 신시아와 세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늦었으니 호텔 가서 쉬세요. 내일 무사히 서원시로 돌아가시고요.”신시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성월은 그녀가 자신을 보내고 싶어 한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잠시 망설이다 외투를 걸치고 가방을 챙겨 일어선 현성월이 거침없이 말했다.“은씨 사모님 되시죠? 따님 외모 비하 발언은 제가 했습니다. 많이 화나신 것 같은데 나가서 얘기하시죠?”“뭐라고요?”손연경은 현성월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었다. 먼저 인정하고 대화까지 제안하다니?무슨 할 말이 있다고...“생각보다 훨씬 화나셨네요. 가시죠.”현성월은 상대가 화내는 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화도 안 내고 자신을 따라가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그녀는 팔에 가방을 걸치고 몸을 돌려 떠났다.“연경 씨는 가세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할게요!”기현주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두 사람 오늘 무사히 넘어가긴 글렀어!”손연경은 돌아섰지만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은유라를 잡아끌었다.“얘 오늘 무조건 네 앞에서 공개 사과할 거야!”은유라는 끌려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표독스러운 눈길로 신시아를 노려봤다.한편 신시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흔들림 없이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은씨 모녀가 떠나고 한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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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손연경이 다짜고짜 쏘아붙였다.“우리 유라한테 사과해!”“내가 왜요?”현성월은 팔짱을 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사람마다 미적 기준이 다른데 내가 은유라 씨 못생겼다고 생각한 게 죄라도 된다는 건가요?”그녀의 입에서 ‘못생겼다’라는 말을 다시 듣자 은유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머릿속에는 신시아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이 여자가 계속 자신을 못생겼다고 말하는데 그럼 누가 예쁘다는 말인가? 또 신시아라고?“공공연히 사람을 모욕해? 눈에 뵈는 게 없어?”그동안 손연경과 기현주는 워낙 막역한 사이였기에 누구도 감히 손연경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못했다.현성월의 직설적인 말에 그녀는 분노로 가득 찼지만 시원하게 갚아줄 말을 찾지 못했다.이때 현성월이 미간을 찌푸렸다.“아무튼 난 사과할 생각 없으니까 정 안 내키면 경찰 부르시던가요.”말을 마친 그녀는 곁눈질로 기현주가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자리를 떠났다.직감이 말해주길 은씨 모녀는 그저 센 척하는 허울일 뿐 진짜 기존쎄는 기현주였다.현성월은 바보가 아닌지라 계속 남아서 저격만 당할 순 없었다.차에 돌아온 그녀는 신시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괜찮아요?]곧 신시아에게 답장이 왔다.[네. 고마워요, 성월 씨.][뭘 새삼스럽게. 내가 괜히 시아 씨를 힘들게 했잖아요. 실은 은유라가 서원에 있을 때 내가 점찍어 둔 가방을 가로챘거든요. 그래서 줄곧 은유라한테 불만을 품고 있었어요.]현성월은 남편 방태우의 사랑을 등에 업고 다소 버릇없게 구는 면이 있지만,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다.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못생겼다고 공격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이란 걸 그녀도 알고 있다.그 가방은 현성월이 예약해 둔 것인데 은유라가 덥석 가로챘다. 가게 점원을 압박하며 4만 원을 더 쥐여주고 강제로 가방을 빼앗아 갔다.점원은 현성월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은유라의 배경을 전부 털어놓았다.고작 4만 원에 가방을 뺏겨버린 현성월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처음에는 고작 가방 하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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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우진이 던지는 시선이 날카롭게 신시아에게 꽂혔다.“어떻게 됐어?”그는 신시아가 서 있는 쪽을 바라보았지만 정작 운전석의 임정현에게 묻고 있었다.임정현의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신 비서님이 누구를 만나러 이곳에 왔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 대표님을 만나러 온 것은 확실히 아닙니다. 방금 알아보니 하 대표님은 ‘다크 나이트’ 바에 있다고 합니다.”“음.”정우진은 콧소리를 한 번 내뱉었다. 그의 속내를 전혀 헤아릴 수 없었다.임정현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신 비서님이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계속 조사할까요?”정우진은 시선을 거두고 살짝 구겨진 셔츠 칼라를 매만졌다.“됐어.”그는 신시아가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에는 흥미가 없었다. 하선재가 아니라는 것만 확인하면 충분했다.임정현은 재빨리 휴대폰을 끄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이제...”“계속 가.”정우진이 냉랭한 어투로 쏘아붙였다.이에 임정현은 액셀을 밟았다. 마이바흐가 순식간에 거리에서 방향을 틀어 신시아 앞에 멈춰 섰다.그녀는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초봄 밤거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칼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어 그녀의 체온을 앗아갔다.바람 때문에 그녀의 눈가에 안개가 낀 듯했다. 신시아는 차에서 내리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정우진의 잘생긴 얼굴, 특히 날카로운 턱선은 그의 섹시함을 더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남성미가 넘쳐흘렀다.밤거리의 화려한 불빛이 그를 감싸 안으며 훤칠한 실루엣을 더욱 길게 늘어뜨렸다.정우진이 그녀 앞에 멈춰 섰을 때, 확연한 키 차이를 자랑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한없이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인사 발령...”“대표님, 앞으로 저를 백영 그룹의 가장 평범한 직원으로 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요.”신시아는 가방끈을 꽉 쥐어서 손등이 창백해지고 은은하게 실핏줄까지 보였다.그녀의 말을 들은 정우진은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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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정다슬은 혀를 차고 기현주와 은유라를 노려보다가 할머니 권미희의 팔을 살짝 찔렀다.“할머니, 엄마가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예요?”권미희는 실눈을 떴다.“그냥 내버려 둬. 어차피 시아는 절대 안 돌아올 테니 네 엄마가 우진이한테 어떤 여자를 소개해주든 난 신경 안 쓸 거야.”이 말을 들은 정다슬은 몸을 일으켜 권미희에게 바싹 다가갔다.“그건 안 되죠. 아무나 제 새언니가 될 순 없잖아요. 우리 집안 후손들이 아무 여자의 유전자를 이어받는다는 뜻인데 소문이라도 나면 저만 놀림당할 거 아니겠어요?”“쯧쯧.”권미희는 그녀를 째려보았다.“말장난 그만하고. 시아랑 하선재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한번 보고해봐.”“두 사람은 아주 잘 지내요.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할머니.”정다슬은 며칠 동안 바빴다. 마지막으로 하선재와 신시아를 조사한 것은 그들이 연달아 서원시로 갔을 때였다.권미희는 한숨을 쉬었다.“시간 나는 대로 하씨 가문 사람들에게 한번 슬쩍 물어봐야겠어. 그 집안 사람들은 시아를 선뜻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하씨 가문 사람들이 원래 좀 속물이라고 들었어요. 시아 씨가 배 속의 아이 덕을 봐서라도 귀한 대접 받았으면 좋겠어요.”정다슬이 덧붙였다.“아무리 그래도 혈통은 무시할 수 없잖아요.”어쨌든 소중한 생명이니까.할머니와 손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창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눈 부신 헤드라이트 속에서 정우진의 실루엣이 점차 선명해졌다.별장에 들어선 이 남자는 외투를 벗어 팔에 걸치고 성큼성큼 거실로 걸어왔다.두 눈이 붉게 충혈된 은유라를 보자 딱딱했던 남자의 얼굴에 점차 부드러움이 드리웠다.“왜 아직도 울고 있어?”정우진의 물음에 은유라는 또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안 울고 배겨?”기현주는 티슈를 뽑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기사들이 얼마나 악의적으로 다뤄졌는지 못 봤어? 오늘 유라한테 무조건 확답을 줘야 해!”정우진은 외투를 대충 던져놓고 은유라의 옆자리에 앉았다.“무슨 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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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그래, 말 잘했다!”권미희는 정우진을 힐긋 노려봤다.“시아는 너랑 재혼 안 해.”정우진은 이 말이 너무 거슬렸다.자신이야말로 신시아와 재혼하지 않는 건데...과연 그렇긴 할까?“가 봐 이제. 할아버지 쉬실라.”권미희는 이런 손주 녀석을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녀는 손을 휘저으며 얼른 나가보라고 했다.정우진이 몸을 돌리자 할아버지 정태석이 문 앞에 서 있었다.그는 곧장 물러섰다.“할아버지.”“그래, 우진아.”정태석이 입을 열었다.“약혼은 애들 장난이 아니야.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정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신시아가 집에 돌아오기 바쁘게 현성월한테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현성월은 그녀가 무척 마음에 들었나 보다. 또 더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전화까지 걸어오다니.“이제야 집에 온 거예요?”신시아는 피로가 역력한 듯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차가 좀 막혀서요.”그녀가 정우진의 비서였을 때는 회사에서 차를 제공했지만, 총무팀으로 옮긴 후에는 차를 반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결국 이전보다 출퇴근 시간이 두 배나 걸렸다.다행히 곧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임신했는데 남편이 출퇴근 배웅 안 해줘요?”현성월은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무심코 물었다.“남편 집안은 잘 살아요? 시아 씨가 고아라고 괴롭히진 않죠?”신시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렇진 않을 거예요. 방 대표님은 성월 씨한테 엄청 잘해주시던데 나중에 아이가 생겨도 분명 좋은 아빠가 될 거예요.”그녀가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자 현성월은 곧바로 넘어갔다.“그럼요. 저는 남편한테 바라는 거 딱 하나예요. 좋은 남편이 못될지언정 반드시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해요. 우리 집안 환경이 남편네만큼 부유하진 않아도 부모님은 저를 정말 애지중지 키우셨어요. 아이에게 있어서 부모는 진짜 중요한 역할을 해요. 시아 씨도 남편분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해요. 그래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거든요...”신시아의 심장이 덜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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