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90

100 فصول

제81화

이런 대화는 시간 낭비였다.떼어낼 수도 없으니, 신시아는 빨리 끝내기로 했다.대충 셔츠 하나를 골라 입어보지도 않고 하선재가 방심한 사이 빠르게 결제했다.하선재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신시아가 옷을 들고 매장을 나간 뒤였다.그녀는 곧장 쇼핑몰 출구로 향하다가, 신생아 용품 매장을 지나며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작은 옷과 신발, 장난감들이 진열된 모습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그녀는 원래 경원을 떠난 뒤에 아이 물건을 사주려고 했었다.하지만 떠나는 일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하선재가 따라와 그녀가 서 있는 걸 보고 물었다.“신 비서 임신도 안 했고 애도 없는데 이런 데 관심 있어?”“저...”신시아는 잠시 멈칫하다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친구에게 애가 있어요.”말을 마치고 나가려 했지만 하선재가 그녀를 붙잡고 매장 안으로 끌었다.“친구면 선물 하나쯤 사줘야지. 들어가서 좀 보자!”신시아는 억지로 끌려 들어갔다.직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말했다.“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아니에요...”신시아가 고개를 저었다.“선물하려고요. 자세한 건 제 아내가 고를 거예요.”하선재가 말을 끊었다.직원은 더 적극적으로 신시아를 보며 말했다.“사모님, 임산부용인가요, 신생아용인가요? 태어났다면 남아인가요 여아인가요?”‘사모님’이라는 말에 하선재는 웃으며 맞장구쳤다.신시아는 진열된 아기용품에 시선을 빼앗겨 관계를 정정할 생각도 못 했다.그녀는 직원과 대화를 이어갔다.“남자아이요. 옷 몇 벌이랑 장난감 좀 볼게요.”“네, 이쪽으로 오세요.”직원이 신시아를 안내했다.처음에는 빨리 사고 나갈 생각이었지만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다 보니 점점 고민이 깊어졌다.“이건 노란색이라 얼굴이 밝아 보이고, 파란색은 더 멋있어 보이고, 흰색은 깔끔한 느낌이에요...”직원이 하나하나 설명했다.신시아는 모든 옷의 재질을 직접 만져보고 가장 부드러운 것을 골랐다.그녀가 집중하는 사이, 하선재는 옆에서 몰래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정우진에게 보냈다.
اقرأ المزيد

제82화

신시아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그제야 확인해 보니 김지원이 아니라 정우진이었다.통화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고, 주변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했다.“대표님...”“돌아와.”짧은 세 글자였지만 압박감이 그대로 전해졌다.통화가 끝나자 신시아의 표정이 굳었다.“이거 포장해주세요.”그녀는 급히 계산대로 가 결제했다.“왜 그래? 누구 전화야?”하선재는 은근히 기대하는 듯 물었다.신시아는 계산하며 말했다.“정 대표님이에요. 호텔로 돌아온 것 같아요.”하선재는 즉시 말했다.“말도 안 돼.”신시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정우진이 호텔에 있든 없든,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쇼핑 나온 사실이 드러난 건 확실했다.5분 후, 신시아는 쇼핑백 두 개를 들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하선재가 아무리 설득해도 그의 차는 타지 않았다.저녁 6시, 신시아는 방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맞은편 방으로 갔다.문을 여러 번 두드렸지만 아무도 열어주지 않았다.결국 정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저 돌아왔어요.”전화 너머 시끄러운 거로 보아 공공장소인 듯했다. 은유라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정우진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알았어. 지금 갈게.”신시아는 어리둥절해졌다.‘호텔에 없는 건가? 업무 때문에 급히 부른 게 아니었나?’의문을 품은 채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기다렸다.약 20분 후,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그녀가 나가보니 마침 정우진이 문을 열고 있었다.그는 뒤돌아보며 말했다.“노트북 들고 와.”“네.”신시아는 노트북을 가지러 돌아섰다가 은유라의 시선과 마주쳤다.은유라는 그녀를 노려보더니 정우진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무슨 일이길래 밖에서도 못 하고 굳이 돌아와서 해야 해? 노트북도 들고 나갔으면서, 일부러 부른 거잖아.”문이 닫히자 은유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신시아는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말투로 보아 덜 놀았다고 투정 부리는 것 같았다.그녀가 노트북을 들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اقرأ المزيد

제83화

다음 순간, 목덜미에 따뜻한 감촉이 닿았다.정우진의 차가운 입술이 신시아의 목에 다가와 강하게 빨아들였다.저릿하고 간질간질한 감각이 온몸을 덮치며, 피가 한순간에 빠져나간 듯 머리가 하얘지고 몸이 굳어버렸다.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정우진은 이런 ‘자국 남기기’를 좋아했다.비밀 결혼이었던 2년 동안, 그녀가 목에는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하면 그는 가슴, 어깨, 쇄골에 흔적을 남겼다.피부가 하얀 그녀에게 붉은 자국은 더욱 선명하고 자극적으로 보였다.몇 번의 움직임만으로도 그녀의 목에는 선명한 흔적이 여러 개 남았다.정우진은 그녀를 놓아주었다.그의 입술은 살짝 젖어 있었고,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겉으로는 냉정했지만 그 안에는 격렬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신시아는 목을 가리며 물기를 머금은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러다 소용돌이 같은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그 자식한테 말해. 남자 있다고.”나름대로 그녀를 돕는 방식이었지만 침실에 은유라가 바로 옆에 있는 상황이었다.이건 도저히 정우진다운 방식이라고 보기 어려웠다.신시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내렸다.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왜?”정우진이 다시 턱을 잡아 그녀가 자신을 보게 했다.“거절하기 싫은 건가? 그 자식과 떳떳하게 만나려고 퇴사하려는 거야?”그는 신시아가 거리를 두려는 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하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퇴사는 그에게 설명이 되지 않았다.유일한 이유는 하선재였다.턱이 아플 정도로 잡힌 신시아는 눈에 물기가 맺혔다.“저도 저 자신을 알아요. 천한 출신으로 감히 신분 상승 같은 건 꿈도 안 꾼다고요.”어딘가 익숙한 말이었다.정우진은 잠시 침묵하다 손을 놓았다.“다음부터는 그러지 마.”하선재와 쇼핑한 일을 두고 한 말이었다.신시아는 곧 깨달았다.아마 하선재가 또 무슨 짓을 했을 것이다.허락 없이 호텔을 나가고, 하선재와 함께 있었다는 것 때문에 정우진이 화가 난 것이었다.하지만...그녀는 아직도 따뜻한 목을 만지며 정우진을 다시 봤다
اقرأ المزيد

제84화

신시아는 몸매도 좋고 얼굴도 눈에 띄게 아름다워 평범한 옷도 특별하게 보이게 했다.은유라의 눈빛이 곧 경계로 바뀌었다.그 시선에 신시아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다.정우진이 시계를 보고 말했다.“뭐 먹고 싶어? 방으로 시켜줄게.”“같이 내려가서 먹고 싶어.”은유라는 다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정우진은 휴대폰을 집으며 말했다.“너는 계속해.”마지막 말은 신시아에게 한 말이었다.“대표님, 저는 방에 가서 처리할게요. 내일까지 끝내겠습니다.”신시아는 서류를 정리해 들고 곧장 나갔다.정우진은 짧게 대답하며, 도망치듯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날 밤, 신시아는 룸서비스를 시켜 방에서 식사했다.일부러 피했지만 고객 미팅 때는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했다.다음 날 오전 10시, 정우진에게서 호텔 입구에서 만나자는 메시지가 왔다.신시아는 새 셔츠로 갈아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나왔다.엘리베이터를 타서 1층을 누르고 문이 닫히려는 순간, 커다란 손이 문을 막았다.“잠깐만!”하선재가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신 비서, 나 오는 거 보고 일부러 문 닫은 거 아니지?”“아니에요.”그녀는 구석으로 물러섰다.사실 못 본 것이 맞았지만, 봤다면 더 빨리 닫았을 것이다.“왜 이렇게 꽁꽁 싸매고 있어?”하선재가 그녀를 살폈다.신시아는 셔츠 맨 위 단추까지 잠그고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 목을 가리고 있었다.“감기 기운이 있어서요.”“그럼 쉬어. 정 대표 혼자 일 잘하잖아.”하선재는 틈만 나면 정우진 험담을 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신시아는 인사를 하고 빠르게 나갔다.호텔 앞에 롤스로이스가 주차해 있었는데 안에는 정우진 혼자 있었다.반쯤 내려간 창문으로 그의 옆모습은 냉정하고 고급스럽게 보였다.신시아가 뒷좌석에 타려 하자 정우진이 말했다.“앞에 타. 일 얘기하기 편하게.”차 안에는 둘뿐이라 거리를 두고 싶었던 신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수석으로 이동했다.차 안에는 은은한 향이 퍼져 있었고, 정우진은 말없
اقرأ المزيد

제85화

신시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숨을 죽인 채 안전벨트를 매고 자리로 돌아갔다.좁은 차 안에는 묘한 분위기가 가득 퍼졌다.신시아는 창밖을 바라보며 정우진이 업무 이야기를 꺼내기만을 기다렸다.30분 후, 롤스로이스는 서원에 도착했다.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정우진은 여전히 업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그는 먼저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신시아는 급히 따라가 몇 걸음 앞서며 물었다.“대표님, 제가 정리한 자료 안 보세요?”“필요 없어.”정우진이 짧게 답했다.입사 이후 신시아는 한 번도 업무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데이터 정리 같은 일은 더더욱 문제 될 게 없었다.그의 단정적인 말투에 신시아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다시 따라갔다.서원시는 남부 지역의 핵심 개발 도시로, 많은 프로젝트가 이곳에서 추진되는 ‘노른자 땅’이었다.이번에 정우진이 만나러 온 사람은 서원시 개발 담당 책임자였다.방태우라고 하는 상대는 마흔 중반쯤 되어 보였는데, 현재 서원시의 실세였다.신시아는 정우진이 이미 준비를 마치고 계약만 남겨둔 상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몇 마디 대화를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정우진은 아직 어떤 분야를 개발할지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어제 쇼핑할 때 하선재가 통화하던 걸 떠올렸다.내용은 정확히 못 들었지만 철저히 준비해 온 건 분명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정우진과 방태우는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했다.신시아는 거의 장식물처럼 있다가 따라 일어나 악수를 했다.“멀리서 오셨는데 제가 오늘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방태우가 정우진에게 말했다.정우진은 보통 이런 자리를 거절하지만 오늘은 바로 응했다.“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당연하죠.”방태우는 그를 안내해 밖으로 나갔다.건물 밖으로 나오자 하선재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업무 자리라 그는 비교적 단정한 태도로 다가오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방 대표님, 드디어 뵙네요.”방태우는 웃으며 악수를 하였다.“하 대표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اقرأ المزيد

제86화

방태우의 아내 현성월은 이미 온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방태우는 길을 모르는 그들이 시간을 낭비할까 봐 같이 차를 타고 가자고 제안했다.정우진과 하선재 모두 동의했다.신시아는 그저 수행원일 뿐이라, 그녀의 불편한 기색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결국 그녀도 가방을 들고 차에 올랐다.차 안에서 그녀는 내내 불안했다.남자들은 사업 이야기를 이어갔다.평소라면 끼어들었을 그녀가 오늘 조용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정우진은 앞자리에 앉아 가끔 그녀를 힐끗 보았다.볼수록 그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졌다.“여성 구역은 여기서 내리는 게 가까워요. 신 비서를 여기서 내리게 하시죠. 제 아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방태우는 차를 세우라고 했다.차가 멈추고, 모두의 시선이 신시아에게 향했다.운전기사가 내려 문을 열자 그녀는 가방을 들고 내렸다.문이 닫히고 차는 다시 출발했다.신시아는 멀어지는 차를 보며 깊게 숨을 내쉰 뒤 여성 구역으로 향했다.“신시아 씨 맞으시죠?”입구에서 직원이 슬리퍼를 내놓으며 말했다.“사모님께서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죄송하지만 사모님께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생리 중이라 온천은 어려운데, 괜찮으시다면 옆에서만 동행하겠다고요.”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미끄러질 위험도 거의 없었다.신시아는 휴식 공간에 앉아 있을 생각이었다.“직접 말씀하셔도 됩니다.”직원이 옷을 고르도록 안내했다.신시아는 최대한 보수적인 옷을 골랐지만 목의 자국은 완전히 가릴 수 없었다.그래서 수건을 목에 둘렀다.온천으로 들어가자 오늘은 대관이라서 매우 조용했다.물 흐르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자갈길을 따라 몇 개의 탕을 지나자, 한 여성이 온천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현성월이었다.또래처럼 보이는 그녀는 피부가 맑고 고왔으며 이곳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신시아는 다가가 부드럽게 인사했다.“사모님, 백영 그룹 정 대표님의 비서 신시아입니다.”“신 비서님.”현성월은 돌아보며 눈을 반짝였다.“이렇게 젊은데 대표 비서라니, 실력
اقرأ المزيد

제87화

신시아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상대는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눈치였다.수년간 직장을 다녀온 경험으로 겨우 표정을 유지했지만 부정하려던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그녀의 눈빛이 속일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아직 회사에는 밝히지 않은 모양이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에요.”신시아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직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어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현성월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저 지금 임신 준비 중이라 아이를 하나 갖고 싶거든요. 경험 좀 알려줄 수 있나요? 남편이랑 임신 준비는 했어요? 얼마나 걸려서 임신했어요?”그녀는 산부인과 의사라 이런 일은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경험이 있는 셈이다.신시아에게 이런 화제를 꺼낸 건 단지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의도일 뿐, 함부로 말할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신시아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현성월의 질문은 또 다른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그녀는 몸을 굳힌 채 점점 미간을 좁혔다.“임신 준비는 안 했어요. 아이도 가질 생각 없었고요. 그냥 한 번의 실수로 임신했어요.”그 말을 듣고 현성월은 반사적으로 말했다.“아이가 찾아왔으면 인연이죠. 꼭 낳아야 해요.”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낳을 것이다.“상태 보니까 두석 달 정도 됐죠?”현성월이 다시 물었다.신시아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남편은 뭐래요?”현성월이 갑자기 호기심을 보였다.“아이를 낳고 싶어 하나요?”신시아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복잡한 표정이 그녀를 한층 더 쓸쓸하게 보이게 했다.현성월이 더 묻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남자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두 남자가 흰색 목욕 가운을 입고 이쪽으로 걸어왔다.정우진은 짧은 머리로 단정하게 이마를 드러내고 있었다.깊은 눈매가 안개를 뚫고 신시아의 시선과 마주쳤다.신시아는 눈을 내리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걱정
اقرأ المزيد

제88화

어둠 속에서 신시아는 눈빛이 흔들렸지만 말투는 여전히 단호했다.“하 대표님, 잘못 들으셨어요. 사모님이 자기 남편이랑 임신 준비 중이라고 한 거예요.”빛이 한 줄기 내려와 그녀의 맑은 눈을 비추며 예쁜 두 눈은 투명하게 속이 들여다보일 듯했다.하선재가 직접 듣지 않았더라면 속았을지도 모른다.“날 속이는 거지? 그 아이가 정우진 애라서.”신시아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하선재는 일에서 그다지 영리하지 않지만 이런 가십에는 유난히 예리했다.그녀가 침묵하자 하선재의 미소가 더 커졌다.“신 비서, 정 대표랑 도대체 무슨 관계야?”신시아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이미 끝난 결혼인데 괜히 다시 꺼내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단순한 상하 관계로는 하선재의 입을 막을 수 없었다.“직장 내 괴롭힘?”하선재의 머릿속에 온갖 추측이 떠올랐고, 그중 가장 어두운 쪽을 골랐다.“정 대표가 설마 집에는 아내가 있고 밖에서는 바람피우는 거 아니야? 은유라 몰래 신 비서랑 애 낳아서 또 다른 가정 만들려고? 완전 쓰레기네.”신시아는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했다.그리고 하선재를 바라보며 말했다.“하 대표님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에요. 이건 그냥 사고였고, 정 대표님은 이 아이의 존재를 몰라요.”하선재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믿지 못했다.“한 번의 실수였고, 정 대표는 모르는 상태인데 신 비서는 아이를 낳겠다고?”“저는 고아예요. 제 피가 이어진 가족을 갖고 싶어요. 그 감정은 하 대표님이 이해 못 하실 거예요. 정 대표님은 여러 면에서 조건이 좋고 유전자도 나쁘지 않겠죠. 따져보면 손해는 아니에요.”신시아는 최대한 정우진과의 관계를 끊어내려 했다.“그래서 저는 퇴사하고 경원을 떠날 생각이에요. 정 대표님이 아이 존재를 알고 빼앗으려 할까 봐요.”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2년간의 비밀 결혼과 오랜 감정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거짓이 아니었다.하선재는 한 손으로 미간을 세게 눌렀다.“잠깐만, 정리
اقرأ المزيد

제89화

신시아의 체념을 눈치챈 하선재는 혀를 차며 말했다.“말 안 할게. 그냥 구경만 하지!”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이건 절대 숨겨지지 않아.’다만 아이가 태어난 뒤에 터뜨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정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백영의 실권자에게 사생아가 있다니.’엄청난 뉴스가 될 것이고, 그가 정우진을 누를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약속 지켜주세요.”신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약속 어기면 평생 정 대표님 앞에서 고개 못 드실 거예요.”“헉!”할 말은 다 했고 이제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신시아는 돌아서서 바깥 공기를 쐬러 나갔다.그녀가 떠나자마자 하선재는 온천으로 들어가 곧장 정우진 쪽으로 향했다.“하 대표님, 그렇게 오래 어디 갔다 오셨어요?”방태우가 궁금해했다.하선재는 온천에 들어가면서 슬쩍 정우진을 바라봤다.“아까 작은 사고가 있어서요. 생명이 달린 큰일에 좀 관여했죠.”그 말을 듣고 방태우는 그가 온 방향을 힐끗 바라봤다.“무슨 일 있었어요?”“그냥...”정우진이 그곳에 앉아 있었다. 차갑고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를 보자, 하선재는 거의 입 밖으로 내뱉을 뻔했다.그의 태연한 모습을 깨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끝내 참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농담이에요.”방태우는 의아하게 그를 보다가 다시 정우진을 쳐다봤다.정우진은 그들의 대화에 관심이 없었다.그는 탕 옆에 둔 휴대폰을 들어 신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커피 몇 잔 가져와.”방태우가 곧바로 말했다.“직원 부르면 되잖아요.”정우진은 담담하게 말했다.“신 비서가 올 거예요.”온천 밖에는 작은 공원이 있었다.신시아는 벤치에 앉아 하선재와 나눴던 대화를 되짚으며, 왜 자신이 그 사실을 인정해버렸는지 후회했다.부인해도 하선재를 떼어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그녀는 밀려오는 짜증과 무력감을 억누를 수 없었다.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가 정우진인 것을 보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긴장했다.‘설마 하선재가 벌써 나를 팔아넘긴 걸까?
اقرأ المزيد

제90화

그 숨 들이쉬는 소리에 신시아는 황급히 수건을 되찾으려 했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로 정우진이 들고 있던 커피잔을 쳐버렸다.갈색 액체가 투명한 물속에 퍼지며 물을 탁하게 만들었고, 정우진의 순백색 가운까지 더럽혔다.순간 주변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해졌다.신시아의 수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그의 더러워진 옷을 닦아주려 손을 내밀다가, 그가 물속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당황과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그녀는 정우진의 깊고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다음 순간, 정우진이 일어섰다.물소리가 요란하게 일었고, 물방울이 그의 탄탄한 몸을 따라 흘러내렸다.그는 갑자기 신시아의 손목을 잡아끌고 휴식 구역으로 향했다.방태우와 하선재도 온천에서 나와, 두 사람이 떠나는 방향을 바라봤다.“어, 정 대표님...”방태우가 따라가려 했지만 하선재가 막았다.“방 대표님, 정 대표는 개인적인 일 좀 처리하는 것 같네요. 방해하지 말죠. 마침 협력 관련해서 이야기 좀 하고 싶었어요.”“그럼 저쪽 가서 얘기하죠.”방태우는 하선재와 함께 다른 탕으로 이동해 업무 이야기를 시작했다.휴식 구역에서 신시아는 정우진의 빠른 걸음에 끌려 발걸음이 비틀거렸다.겨우 멈춰 선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그를 올려다봤다.헐렁하게 걸친 가운의 허벅지 근처에 선명한 커피 얼룩이 눈에 띄었다.그는 고개를 숙인 채, 숨길 수 없는 분노를 눈에 담고 있었다.그런데도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왜? 하선재한테 설명 못 할까 봐 걱정돼?”“일부러 그런 거예요?”신시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저분이랑 저는 대표님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 아니에요.”정우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너희 관계엔 관심 없어. 하지만 백영 그룹에 있는 동안은 선을 지켜.”그 말은 곧 신시아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백영 그룹의 비서라 해도 연애할 자유는 있다. 상대가 경쟁사 사람이어도 회사가 간섭할 권리는 없다.정우진이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건 결국 체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
...
5678910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