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는 대뜸 걸음을 멈추고 본능적으로 어두운 곳에 몸을 숨겼다.희미한 조명이 깔린 주차장, 마이바흐 옆에 기현주와 정우진 두 모자가 서 있었다.차 문이 반쯤 열린 것으로 보아 정우진이 막 올라타려던 참에 기현주에게 가로막힌 모양이었다.정우진은 신시아를 등지고 서서 차 문틀에 팔을 걸친 채였다.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가 내뱉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고스란히 들려왔다.“그렇게 눈에 거슬리면 진작 치워버리지 그러셨어요.”기현주는 정우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지만 고고한 얼굴에서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그녀는 여전히 미심쩍어하며 다그쳤다.“유라가 버릇없이 구는 건 솔직히 내 탓도 있어. 걔가 일적으로 네게 큰 도움이 못 되겠지만 신시아보단 출신이 낫잖아. 우진이 너! 절대 유라 마음 저버리면 안 돼.”한참 침묵이 흐른 뒤, 정우진의 얇은 입술 사이로 매정한 대답이 튀어나왔다.“네, 그럴 일 없어요.”그 짤막한 대답이 신시아의 가슴을 짓눌러서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그녀는 숨을 멈추고 차가운 벽에 몸을 바짝 밀착했다. 서류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잠시 후,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신시아가 고개를 들자 기현주가 차에 올라타 주차장을 떠나고 있었다.정우진은 여전히 한쪽 다리를 차에 올린 채 상체를 숙인 자세로 서 있었다.그녀는 황급히 흐트러진 표정을 가다듬고는 정우진에게 다가갔다.“대표님, 임 비서님이 전해달라고 하신 서류입니다.”정우진이 고개를 돌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녀가 내민 손이었다.가늘고 깨끗한 손가락이 하얀 서류 위에서 유독 더 창백해 보였다.서류를 쥔 손끝엔 핏기가 없었고 그녀의 손길이 닿았던 서류 귀퉁이는 이미 볼품없이 구겨졌다.정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서류를 받아들고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난 또 우리 신 비서가 벌써 결정을 내린 줄 알았는데.”비꼬는 듯한 남자의 말투, 그렇게 떠나고 싶다던 사람이 왜 아직도 내 앞에 있냐고 따져 묻는 뉘앙스였다.신시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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