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74

174 챕터

제171화

설령 아이가 없더라도 신시아는 이 일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중에 언니가 좋은 집안에 시집갈 수도 있잖아요!”정다슬은 답답한 나머지 신시아가 하씨 가문과 맺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낼 뻔했다.한편 신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팽팽한 압박에서 간신히 ‘벗어’났다.“할머니, 다슬 씨. 저는 제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부디 제 입장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이 말을 들은 권미희는 그녀가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신시아를 바라보았다.“알았어. 네 뜻이 확고하다면 이 일은... 더 이상 언급 안 할게.”그재야 신시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네 할아버지 생신 연회는 꼭 참석하렴. 다슬이 친구로서 말이다.”권미희는 신시아가 정씨 가문과 가까워질수록 하씨 가문으로 시집갈 희망이 커질 것이라고 여겼다.이제 막 손녀로 삼을 제안을 거부했는데 생신연회까지 거절한다면 권미희의 마음을 상하게 할지도 몰랐다.신시아는 마지못해 응했다.“네.”“나한테 친구는 언니밖에 없어요! 정말이에요.”옆에 있던 정다슬이 활짝 웃었다.“시간 내서 같이 쇼핑해요. 연회 때 입을 드레스도 고르고 할아버지 생신 선물도 함께 골라요.”신시아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요.”대화가 끝나갈 무렵, 사무실 문이 열리고 정우진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가서 얼른 준비해. 곧 진승현 씨가 와서 계약서에 서명할 거야.”그는 신시아를 힐끗 쳐다보고는 책상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신시아는 이 남자를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정작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설마 그녀와 한채은의 대화를 듣지 못한 걸까?“뭘 꾸물거리고 있어?”정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는 신시아를 바라보았다.이에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몸을 돌려 권미희 일행에게 인사한 뒤 사무실을 나섰다.“너도 참!”권미희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정우진을 삿대질했다.“왜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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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문득 머릿속을 파고든 건 이혼을 요구하던 날 신시아의 하얀 얼굴에 서려 있던 서늘한 거리감과 냉담함이었다.결혼 생활 2년 동안 그녀는 마치 품 안의 인형 같았다.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운 그녀는 때때로 아무런 의도 없이 정우진을 흔들어 놓곤 했다.다만 신시아는 늘 선을 지킬 줄 아는 여자였다. 그래서 가끔은 그 매력에 마음을 뺏길 뻔하다가도 정우진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냉정을 유지했다.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흩어진 생각을 가다듬었다. 남자의 눈빛이 점차 맑아졌다....진승현이 장건우를 데리고 계약을 하러 왔다.신시아는 계약서를 준비한 후, 정우진을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장건우가 진승현 옆에 앉아 있었다.“정 대표님, 신 비서님.”장건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우진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신 비서님’이라고 말할 때, 그의 말투가 선명하게 부드러워졌다.진승현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장건우를 한 번 쳐다보았다. 신시아와 장건우를 번갈아 보는 그의 눈빛에서 끈적하고 묘한 기류가 흘렀다.“진 대표님.”신시아는 진승현에게만 호칭을 붙였다.아직 장건우가 어떤 직책으로 진승현을 따라왔는지 몰랐으니까.이름만 함부로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진승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정 대표님, 앞으로 백영 그룹과의 협업은 장건우 씨에게 전담시킬 생각입니다. 현재 우리 프로젝트 팀장직을 맡고 있거든요.”정우진은 의자를 당겨 앉으며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렸다. 장건우를 향한 그의 시선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깊은 속내가 담겨 있었다.“정 대표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장건우는 허리를 굽혀 정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진 대표님, 이렇게 하시는 건 신 비서도 협력 업무에 투입시키라는 말씀이신가요?”정우진은 장건우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한편 진승현은 그의 말투에서 약간의 불쾌감을 느끼고 곧장 입을 열었다.“아니요. 대표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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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장건우의 목소리가 채 닫히지 않은 회의실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신시아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축하해.”“나야말로 고마워.”장건우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정말 어떻게 감사 표시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 혹시 내가 널 불편하게 한 건 아니지?”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두 사람이 회의실 문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진승현과 정우진의 대화가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는 상황에서 손님인 장건우를 혼자 덩그러니 남겨둘 수도 없었다.결국, 신시아가 먼저 제안했다.“내 사무실 가서 커피 한잔할래?”“그래도 될까?”장건우가 정중하게 되물었다.신시아는 앞장서서 걸으며 그에게 답했다.“당연하지.”몇 분 후, 신시아의 사무실.“미안, 커피가 다 떨어졌네. 따뜻한 물밖에 없는데 이걸로 괜찮을까?”그녀는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 장건우에게 건넸다.이에 장건우는 서둘러 소파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물컵을 받았다.“커피를 쟁여놓는 스타일은 아니구나. 난 또 이렇게 으리으리한 빌딩에 있는 사람들은 고강도의 업무 스트레스를 커피로 해소하는 줄 알았거든.”“전에는 마셨는데 지금은 잘 안 마셔.”신시아는 그의 옆에 앉았다.“프로젝트 담당자를 불렀으니 곧 도착할 거야. 프로젝트 후속 진행에 관해서 마음껏 이야기 나눠.”그녀는 어쨌거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니 장건우와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주제가 제한적이었다.“그렇다면 잠깐 시간이 비어있을 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장건우는 물컵을 내려놓고 잠시 말을 골랐다.“엄마가 지난주에 수술받으셨어. 이후에도 계속 항암 치료를 받으셔야 한대. 일단 고비는 넘겼다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진 않아.”신시아는 의학적인 지식은 없지만, 주변에서 비슷한 경우를 여럿 들어본 적이 있었다.결국, 돈으로 시간을 사는 일.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버티며 생명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닥친 현실이었다.“혹시 또 내 도움 필요해?”“자꾸 귀찮게 굴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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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정우진의 시선을 감지한 장건우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안녕히 계세요, 정 대표님.”정우진은 전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목울대를 살짝 굴리며 대답을 대신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입 밖으로 나온 소리는 한마디도 없었다.장건우를 무시하려는 듯한 노골적인 의중이 읽혔다.한편 장건우는 굳이 상대의 심기를 건드려가며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어쩌면 정우진 같은 거물들은 원래 저런 식의 거만함을 두르고 살겠지.애초에 자신 같은 평범한 사람이 닿을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장건우와 진승현이 차에 올라탄 후, 신시아는 곧장 회사로 돌아가 팀원들과 회의를 잡아야 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찰나, 마디가 선명한 남자의 손이 불쑥 끼어들었다.문이 다시 열리고 정우진이 성큼 걸어 들어왔다.신시아는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가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그는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더구나 맨 위층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고 비좁은 공간에 남자의 은은한 솔향이 퍼져 흘렀다.그와 단둘이 마주하게 되자 신시아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한 듯 두근거렸다.그녀는 무심코 구석으로 물러섰다.띵.엘리베이터가 17층에 멈추자 신시아가 앞으로 나섰다. 정우진의 몸을 스치며 엘리베이터 밖으로 비집고 나왔다.“먼저 가보겠습니다, 대표님.”그녀는 정중하게 말하고 안에서 내렸다.한편 정우진은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시선은 천천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서둘러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에 꽂혔다.신시아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회의를 마치고도 몇 번이나 갑자기 밀려드는 불길한 예감에 좀처럼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저녁이 되어 회사를 나설 때는 이미 일곱 시 반이었다.경원의 초여름은 해가 늦게 지는 편이었다. 신시아가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왔을 때, 하늘은 아직 희미하게 밝았다.자동차가 붐비는 도로에 합류하고 도시의 소음이 반쯤 열린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왔다.갑자기 울린 휴대폰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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