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임정현은 의아함을 떨치지 못했지만, 정우진의 명령대로 즉시 프로젝트팀에 지시를 내렸다.밤 11시, 연회가 끝났다.신시아가 호텔 정문 앞에 차를 대고 기다렸다.임정현은 술을 꽤 마신 터라 정우진이 곧바로 호텔 방을 잡아주었다.결국 정우진과 은유라만 호텔 밖으로 나왔다. 신시아가 서둘러 차에서 내려 문을 열었다.그녀는 이미 드레스를 갈아입은 뒤였다. 검은색 H라인 스커트에 흰 셔츠, 셔츠 칼라에는 핑크 다이아몬드 핀이 꽂혀 있었다.급하게 나오느라 회색 울 코트를 챙겨 입지 못한 탓에 밤바람이 불 때마다 셔츠 깃 사이로 쇄골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났다.그 모습을 본 은유라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녀는 정우진의 팔을 잡아끌며 멈춰 섰다.“오빠, 나 졸려.”평소 비서들이 정우진 대신 술을 받아주면 정우진은 늘 먼저 그들을 집까지 바래다주곤 했다. 그 후에야 본인도 차를 몰고 돌아왔다.“타, 먼저.”정우진이 운전석 문을 잡고 멈췄다.은유라를 차에 태운 뒤 남자는 문을 닫고 중저음의 목소리로 분부했다.“넌 택시 타고 가.”“네, 대표님.”신시아가 대답하는 순간, 차가운 밤바람이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녀는 운전석 쪽으로 돌아가 외투와 서류 가방을 챙겨 밖으로 물러났다.은유라가 창문을 내리고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오빠, 신 비서 그래도 여잔데 이 늦은 시간에 택시 태워 보내는 건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정우진은 운전석 옆에 서서 그녀의 말을 들으며 신시아를 바라보았다.바람에 흩날리는 셔츠가 신시아의 가냘픈 몸매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한 뼘도 안 될 것 같은 잘록한 허리와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하고 섬세한 이목구비...깊은 밤, 홀로 있는 그녀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금기를 깨뜨리고 싶은 위험한 충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정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좋은 상사라면 그녀를 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을 터.하지만...별안간 신시아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은유라 씨, 걱정해 주셔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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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우리 왜 이렇게 안쓰럽냐? 남 눈치 봐가면서 살아가야 한다니...”김지원이 신시아에게 경고했다.“내가 제일 걱정되는 건 네가 그 사람 가까이 있다가 또 홀랑 빠져드는 거야. 알아서 해. 빨리 떠나는 게 제일 좋아. 늦어지면 혹시라도 네가 임신했다는 걸 알아챌 거고 그럼 넌 더 비참해지는 수밖에 없어.”신시아라고 이 도리를 모를까? 그녀는 문득 다른 일이 생각났다.“지원아, 입덧 방지하는 약 좀 지어다 줄래?”김지원은 임신 때 입덧이 심해 밥도 못 먹을 지경이라 명의가 지어준 약을 먹고 효과를 봤었다.“알았어, 내일 바로 가져다줄게.”김지원이 전화를 끊으며 아이를 달랬다.“착하지, 우리 아들. 이모 입덧 약 가져다드려야 해요. 그래야 우리 아들 위해 꼬맹이 신붓감이라도 낳아주시지.”신시아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애기 데리고 나오지 마. 밖에 너무 추워.”“그러게 말이야. 너무 추워서 예쁜 옷도 못 입고 나가겠어.”경원의 겨울은 김지원을 도망치게 했고, 경원의 정우진은 신시아를 도망치게 했다.둘 다 떠날 결심은 확고했다.연말까지 아직 두 주일이 남았다.신시아는 며칠 내로 다시 정우진에게 사직 의사를 전할 계획이었다.연말이 가기 전에 말하면 연초에 나갈 수가 있다. 하지만 연초에 얘기를 꺼내면 한 달이라는 업무 인수인계 기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두 번이나 사표 의사를 밝히면 정우진도 더는 억지로 붙잡아두지 않겠지.하지만 다음 날 아침, 신시아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회의실로 불려갔다. 정치권 관련 프로젝트에 관한 회의였다이 프로젝트는 구창 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건이었고 신시아도 내용을 훑어본 적이 있었다.이미 협력이 확정된 듯 보였는데 백영 그룹이 갑자기 끼어드는 이유가 뭘까?단기간에 프로젝트 기획서를 완성하고 협력사를 찾고 정치권 인사들과 면담까지 해야 했다.정우진은 쉴 틈 없이 바빴다.신시아 역시 발 디딜 틈 없이 따라다니느라 사표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실 여유도 없었다.오후 3시.“신 비서, 라떼 한 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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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비서실 직원들은 다들 목을 길게 빼고 상황을 살폈다.하지만 반쯤 닫힌 사무실 문 너머로 대화 소리만 새어 나올 뿐 안쪽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신시아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굳어 있다가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그녀가 막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사무실의 다른 쪽 문이 거칠게 열어 젖혀졌다.은유라가 눈물을 글썽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들고 있던 가방을 마구 휘두르다 신시아의 책상 위에 있던 따뜻한 우유를 쳐서 바닥으로 떨어뜨렸다.그럼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우유가 카펫 위로 번지며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신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유 컵을 줍고 휴지를 가져와 바닥의 얼룩을 닦아냈다.그때 검은색 구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곧게 재단된 바지 아래로는 남자의 늘씬한 다리가 드러났다.거대한 그림자가 신시아를 뒤덮었다.그녀는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서야 천천히 일어섰다.“대표님,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정우진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은유라와 방금 다툰 탓이겠지만 그 다툼의 원흉은 신시아였다.“임 비서랑 회의 참석하고 저녁에 보고해. 난 볼일 있어서 이만.”그는 한쪽 팔에 검은색 정장 재킷을 걸치고 차 키를 손에 든 채였다.누가 봐도 은유라를 달래러 가는 길이었다.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정우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사라졌다....은유라는 백영 그룹을 떠나 곧장 정씨 저택으로 향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기현주는 낮잠에서 갓 깨어난 참이었고, 두 어르신과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은유라가 들어서자 권미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다만 눈시울이 빨개진 은유라를 보니 기현주는 속상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유라야, 왜 그래? 누가 이렇게 울렸어?”양팔을 벌리자 은유라는 곧바로 품으로 파고들었다.“어머님, 우진 오빠 너무해요.”기현주의 얼굴이 즉각 굳어졌다.“그 녀석이 어떻게 했는데? 당장 말해!”은유라는 신시아가 업무가 많았다는 포인트를 교묘히 빼고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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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기현주는 시아버지 정태석의 말에 토를 단 적이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은유라가 억울해하는 꼴을 두 눈 뜨고 볼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신시아가 은유라와 정우진 사이를 망쳐놓는 건 더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가자, 유라야.”기현주는 은유라를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권미희는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길게 탄식했다.“은씨 가문이랑 갈수록 깊게 엮이네요.”“화내 봐야 몸만 상해.”정태석이 아내를 다독였다.“결과가 좋든 나쁘든 우진이가 선택한 길이야.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그 녀석 걱정은 안 해요.”권미희가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단지 시아가 걱정될 뿐이에요. 우진이랑 이혼하고 올해 설도 혼자 보내는 건 아닌지...”신시아는 두 어르신에게 안쓰러운 존재였지만, 은유라와 기현주에게는 증오스러운 존재였다.“어머님, 저 때문에 곤란해지신 건 아니에요?”정태석에게 핀잔을 들은 은유라가 도리어 기현주를 위로했다.기현주는 그런 그녀가 더 대견하게 느껴졌다.“걱정 마라. 너랑 우진의 일은 결정권이 나한테 있어.”은유라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 저 때문이에요. 우진 오빠랑 다투고 외국으로 나가는 게 아닌데. 그랬으면 우진 오빠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일도 없었을 테고 지금처럼 이렇게 복잡해질 리도 없을 거잖아요.”“약혼 날짜 앞당기고 결혼식도 빨리 올려야겠어. 그래야 모든 게 정리가 돼.”기현주는 단칼에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다.“저는 전적으로 어머님 말씀 따를게요.”은유라가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말하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그 신시아 말이에요. 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어요.”“걔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마.”기현주의 말투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신시아는 임정현과 함께 정우진 대신 남은 회의를 모두 마쳤다. 어느덧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원래 처리해야 할 업무까지 남아 있어 그녀는 야근을 자처했다.저녁 7시,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비서실의 불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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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신시아는 미래에 단돈 몇억에 의지해 아이를 키우며 빈둥거릴 수는 없다. 적어도 일은 해야 한다.“여사님,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도 주제 파악은 하고 있어요. 정 대표님과 은유라 씨, 그리고 여사님 눈에 거슬리게 계속 백영 그룹에 남아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사직할 계획이긴 하지만 연말이라 일이 바빠서 여태껏 얘기를 꺼내지 못했을 뿐입니다.”기현주가 떠보는 듯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입니다. 설 지나고 바로 대표님께 사직서 올릴 겁니다. 정상적으로 계약을 해지해야 다음 직장을 구하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요.”“좋아. 며칠 시간 줄 테니 알아서 정리해.”기현주는 수표를 다시 집어넣으며 여전히 싸늘한 눈길로 신시아를 쳐다봤다.“오늘 우진이랑 유라가 너 때문에 싸웠어. 이런 일은 다시 없길 바라.”신시아는 고개를 숙여 응했다.“은유라 씨가 저를 껄끄러워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은유라 씨께도 전해 주세요. 저는 그저 정 대표님 비서일 뿐이니 더는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고요.”그녀는 한없이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기 뜻을 명확히 밝혔다.기현주의 얼굴에도 비로소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신시아를 정우진의 곁에 2년 동안 두었던 것도 그녀가 눈치껏 행동했기 때문이었다.“미리 말해두는데 내 뒤에서 잔머리 굴릴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들키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은유라가 억울해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신시아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없었다.신시아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기현주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후로 은유라는 더 이상 신시아를 괴롭히지 않았다.정우진은 주하영을 은유라 곁에 두었고, 은유라는 필요한 것이 있을 때면 주하영을 심부름꾼처럼 부렸다.연말이 다가왔고 정치권 프로젝트의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결과는 백영 그룹의 승리였다.앞서 구창 그룹이 협력할 것이라 떠들썩했던 소문은 순식간에 망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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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자 신시아는 결국 차에서 내려 뒤로 돌아가, 정우진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주었다.신시아의 가느다란 팔이 그의 몸을 감싸듯 지나갔다. 검은 머리는 귀 뒤로 단정히 넘겨져 있었는데 몇 가닥 잔머리가 이마에 흘러내렸다.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퍼져 정우진의 코끝을 채웠다.그는 시선을 살짝 들어 그녀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바라봤다.아마 그의 시선이 지나치게 차가웠던 탓인지 신시아는 순간 손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정우진의 눈동자는 마치 소용돌이처럼 깊어 사람을 빨아들일 듯했다.신시아는 순간 호흡이 멎는 것 같았다.날카로운 경적이 고요한 밤을 가르며 울렸다.신시아는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안전벨트를 채운 뒤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아 한참을 달린 뒤에야 백미러를 통해 뒤를 한 번 확인했다.정우진은 의자에 기대 눈을 감은 채 얕고 규칙적인 호흡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다.단지 술기운 중 한 번의 시선이었을 뿐인데, 그것이 신시아의 마음을 흐트러뜨렸다.신시아는 숨을 가다듬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정우진은 평소 술에 취하는 일이 드물었다. 취기가 올라온 지금, 머리가 팽창하는 듯했다.방금의 짧은 접촉은 마치 깃털이 그의 가슴을 살짝 스친 것 같았다.신시아에게서 풍기던 그 익숙한 향기가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그의 내면 깊숙한 욕망을 자극했다.어느 순간 그 향기가 다시 그의 코끝을 맴돌았다.정우진은 미간을 문지르며 눈을 살짝 떴다. 마침 신시아의 아름다운 옆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붉은 입술, 빛나는 눈동자, 완벽에 가까운 얼굴 윤곽...어느 것 하나도 술기운에 취한 남자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차가 멈췄다.신시아는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고 정우진의 안전벨트를 풀어주었다.“대표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정우진은 몸을 움직여 차에서 내렸지만 한 걸음 내딛다 휘청거렸다.신시아는 반사적으로 두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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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바람 소리가 크게 들리자 김지원은 걱정했다.“요즘 몇 날 며칠째 야근이야? 몸 괜찮아?”신시아는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좀 힘들긴 한데 곧 휴가야.”“그런데 연휴 끝나고 복귀해서야 사직서 낼 수 있는 거 아니야?”김지원이 말했다.“3개월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애 낳기로 했으면 조심해야지.”그 말을 듣고서야 신시아는 정우진을 집에 데려다준 이유가 사직서를 말하려는 것이었다는 걸 떠올렸다.하지만...“사직서 내고 인수인계 기간 들어가면 일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을 거야.”김지원이 말했다.“그래도...”신시아는 말을 끊었다.“됐어. 내 걱정은 그만해. 내 양아들 잘 있어?”“잘 있지 못해.”김지원이 투덜거렸다.“다시 배 속에 넣어버리고 싶어. 이 녀석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서 내가 방송할 때보다 더 힘들게 해!”김지원은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인플루언서로, 수입이 꽤 괜찮았다.그녀와 신시아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신시아는 안정적인 타입이고, 김지원은 자유분방한 타입이었다.이 아이는 김지원이 시험관 시술로 낳은 아이였다. 김지원은 비혼주의자였다.신시아가 위로했다.“나 일 그만두면 애 봐줄게.”“가정부한테 맡기면 되지. 그때는 너도 배가 불러올 텐데 내가 널 챙겨야지.”김지원 쪽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일단 끊을게. 가정부가 야식 만들고 있어서 내가 애 봐야 해...”전화를 끊고 나니 신시아의 마음속 답답함이 대부분 사라졌다.차에서 내려 아파트 입구로 향하려던 순간, 눈부신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춰왔다.눈이 부셔 제대로 볼 수 없던 신시아는 다시 차 옆으로 물러섰다.차가 멈추고 불이 꺼졌다.신시아는 손을 내리며 상대가 누군지 확인했다.“신 비서, 꽤나 콧대가 높네. 직접 구창 그룹에 보고하러 가지도 않고 내가 와서 모셔야 하나?”하선재는 여전히 화려한 꽃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다.다만 이번에는 그날처럼 환한 미소는 없었다.신시아는 구창 그룹 입사를 약속한 적이 없었다. 그날은 그저 대충 넘긴 것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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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신시아는 침묵한 채 얼굴에는 분명한 거부감이 드러났다.“두 사람 아무 일 없는 거 알아. 하지만 이 영상이 퍼지면 은유라가 믿을까?”하선재는 신시아가 정우진을 밀어낸 장면까지 봤다.하지만 그건 하선재만 알고 있으니, 이 영상이 퍼지면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을 믿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어떤 거래인지 먼저 말씀해 보세요.”신시아는 섣불리 승낙하지 않았다.하선재는 승리한 듯 웃었다.“걱정하지 마. 신 비서 같은 미인을 괴롭힐 생각은 없어. 백영 그룹에서 사직하면 구창 그룹을 먼저 고려해줘. 그건 부가 조건이야. 어때?”신시아는 눈살을 찌푸렸다.“본론부터 말씀하시죠.”“이틀 동안 내 수행비서 해.”하선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능글맞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백영 그룹 휴가 시작된 뒤야.”그의 요구는 신시아의 예상 밖이었다.신시아는 그가 이 영상을 들고 바로 구창 그룹으로 이직을 강요할 줄 알았다.만약 그 2년간의 결혼이 없었다면 신시아는 절대 이런 협박에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정우진 집의 CCTV를 확인하면 오늘 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은유라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은유라와 기현주가 이미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으니 더는 일을 키울 수는 없었다.하선재는 프로젝트를 빼앗기고 정우진에게는 손을 쓸 수 없자 그녀에게 화풀이하려는 것이었다.몇 번이나 저울질한 끝에 신시아가 말했다.“저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제 의사를 강제로 거스르는 일도 없어야 해요.”하선재는 조금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평판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신시아는 그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좋아. 그렇게 하자.”하선재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휴가 시작되면 연락할게.”그는 몸을 일으키며 눈빛을 반짝이며 돌아서 차에 올랐다.불과 몇 분의 대화였지만 신시아는 몸이 굳어버렸다.하선재의 차가 떠나기도 전에 그녀는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백영 그룹이 휴가에 들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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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하루도 그 신시아를 더 보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정우진이 휴게실에서 나와 시계를 손목에 채웠다.“오빠.”은유라는 황급히 휴대폰을 제자리에 놓으며 말했다.“왜 한밤중에 회사 와서 야근한 거야?”정우진의 얼굴에 잠시 어색한 기색이 스쳤다.그는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급하게 처리할 일이 좀 생겨서.”“이제 다 끝났으면 좀 자.”은유라가 다정하게 말했다.지금은 겨우 아침 6시 30분, 출근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괜찮아.”정우진은 의자를 끌어 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요즘 회사 일이 많잖아. 몸 관리 잘해야 올해 마무리도 잘하지. 괜히 무리하다가 아프면 설날에 나 돌봐줄 사람도 없어.”은유라는 그가 막 집어 든 서류를 빼앗으며 말했다.“가서 좀 자. 나중에 신 비서 출근하면 깨워달라고 할게.”정치권 프로젝트가 갑자기 추가되면서 업무량이 두 배로 늘었고, 휴가까지는 사흘이 남아 있었으는데 정우진의 업무는 아직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얼굴에 피로가 묻어 있는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너도 들어가서 쉬어.”은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휴게실 문 앞까지 배웅했고, 그가 눕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백영 그룹을 떠난 은유라는 주하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진 오빠 어젯밤 밤샘 근무했어요. 아무도 들어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해요. 업무 있으면 전부 신 비서한테 넘기고요.]주하영은 즉시 답했다.[네, 알겠습니다!]은유라의 문자를 받은 주하영은 출근하자마자 정우진의 사무실 앞을 지키고 섰다.정우진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막아섰고, 대신 서류들을 신시아의 책상 위에 쌓아두었다....9시가 되어서야, 임정현이 회의실에서 나왔다.“대표님은요?”주하영은 의자를 하나 가져와 사무실 옆에 앉아 있다가 그의 다급한 표정을 보고 급히 일어났다.“대표님 주무세요. 은유라 씨가 신 비서 외에는 아무도 깨우지 말라고 했어요.”“신 비서는 어디 있어요?”임정현은 텅 빈 신시아의 자리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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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혹시 보호자세요?”소란 속에서 간호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환자분이 병원에서 링거 맞다가 쓰러지셨어요. 와주실 수 있나요?”‘보호자?’정우진은 본능적으로 신시아를 ‘환자’로 인식했지만 자신을 ‘보호자’로 연결 짓는 것은 어색했다.거절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던 순간, 그는 신시아가 고아라는 사실을 떠올렸다.“어느 병원이에요?”그는 눈을 내리깔며 신시아의 책상 위에 놓인 가시가 빽빽한 선인장을 바라봤다.“소망 병원입니다.”간호사는 말을 마친 뒤 재촉했다.“빨리 와주세요. 환자 상태가 특이해서 병세를 보호자께 설명해 드려야 해요.”‘특이해?’정우진은 그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그는 짧게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임정현, 차 준비해. 소망 병원이야.”정우진은 사무실로 들어가 외투를 챙겨 나왔다.“대표님, 처리하셔야 할 일이 아직 많습니다!”임정현이 다급하게 말했다.“오후에 해외 회의도 있습니다!”정우진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시계를 한 번 확인한 뒤 말했다.“회의는 저녁으로 미뤄.”임정현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마이바흐는 백영 그룹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곧장 소망 병원으로 향했다.신시아가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체온은 이미 39도를 훌쩍 넘은 상태였다.바이러스 감염으로 상태가 위급해진 그녀에게, 의사는 곧바로 링거를 연결했다.하지만 링거를 맞던 도중, 신시아는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1인실 병상에 누워 있었고 간호사가 옆에서 링거를 교체하고 있었다.“신시아 씨, 이제야 깨어나셨네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입을 열었지만 목이 쉬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순식간에 몰아친 병이 이렇게까지 심해질 줄은 몰랐다.간호사는 링거를 교체한 뒤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자, 물 좀 드세요. 제가 일으켜 드릴게요.”신시아는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 물을 마시고 나서 목을 가다듬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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