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비서님, 제가 대표님과 단순한 상하 관계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새 잊으셨나 봅니다.”임정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이미 이혼하셨잖아요. 게다가 신 비서님은 대표님께 별 뜻 없고, 아니 설령 미련이 남았다 해도 대표님의 마음은 은유라 씨를 향했어요. 신 비서님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을 수가 없는데 은유라 씨가 왜 그걸 이해하지 못하겠어요?”신시아는 말문이 턱 막혔다.“임 비서님, 이제 그만 일에 집중하시는 게 좋겠네요.”임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참, 오늘 대표님은 일이 있으셔서 회사에 못 오십니다. 저녁에는 도강 그룹 백도훈 대표님과 약속 잡으셨는데 저희 둘이 나가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습니다.”신시아는 굳게 닫힌 대표이사실 문을 흘끗 보았다.은유라가 돌아온 이후로 정우진은 더 이상 규정된 업무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그의 임의적인 업무 처리는 이제 흔한 일이 돼버렸다.백영 그룹과 도강 그룹은 수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고 정우진은 그 모든 과정을 홀로 책임져 왔다.그런데 오늘 느닷없이 이 두 사람이 나타나자 백도훈은 못마땅함을 감추지 못했다.“정 대표님 바쁘시면 다음에 약속을 잡아도 되는데 그러셨어요.”이에 임정현은 술잔을 가득 채우며 말했다.“정 대표님께서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셔서 혹시 식사 약속이 취소되면 협력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되어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백 대표님, 저희에게 식사를 마칠 기회를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정 대표님께서 다음번에 꼭 다시 시간을 내어 찾아뵙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백도훈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래요. 그런데 이 계약서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논의하고 싶은 부분이 있네요.”신시아가 즉시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백 대표님, 계약서 조항에 대해 추가하거나 수정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제가 일일이 기록했다가 정 대표님께 보고드리고 내일 아침까지 정확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업무 능력에 있어서는 신시아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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