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제21화

비록 휴가를 냈지만 업무 관련 일이 생기면 정우진이 분명 연락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의 휴대폰은 무음으로 되어 있었지만 김지원과 정우진만 특별리스트에 있어 그들이 전화하면 벨이 울린다.신시아는 숨을 들이켰다.‘설마 정말로 정우진이 병원에 온 건가?’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불안해하며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간호사가 정우진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나?’하지만 간호사는 그를 보호자로 알고 전반적인 검사를 진행했다. 그렇다면 분명 몸 상태에 관해 이야기했을 것이다.신시아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혹시 지원이 급하게 찾으러 온 걸 수도 있지 않을까?’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다시 호출 벨을 눌렀다.“저기... 수납해주신 보호자 성함이 김씨인가요?”“자기 보호자 성도 몰라요?”간호사는 바쁜 듯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정씨예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통화를 끊었다.순간 신시아의 등줄기에 한기가 흘렀다.그녀는 손에 꽂힌 수액 바늘을 뽑아버렸다. 손등에서 선홍빛 피가 흘러나오며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휴지를 뽑아 손등을 눌러 막고 외투를 집어 들고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병실을 나오자 간호사가 놀라 소리쳤다.“신시아 씨, 아직 수액 안 끝났어요!”“급한 일이 있어서요. 더 안 맞을게요.”신시아는 급하게 말하며 밖으로 향했다.열도 아직 내리지 않았고 머리는 어지러워 걸음걸이마저 휘청거렸다.간호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따라왔다.“이 상태로 나가시면 위험해요!”“무슨 일 생기면 제가 책임질게요.”신시아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손등의 휴지는 이미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몸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급한 일이면 보호자에게 맡기셔도 되잖아요.”간호사는 계속 설득했다.“본인과 아이 목숨을 그렇게 가볍게 여기시면 안 돼요!”신시아는 손을 아랫배에 얹으며 속으로 아이에게 버텨달라고 말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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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마지막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는 그의 목소리가 신시아의 가슴을 두드렸다.신시아는 눈을 내리깔고 움직이는 그의 목젖을 바라봤다.섹시하면서도 위험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침대에 내려놓도록 두고,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적어도 그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알아야 했다.설령 임신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아이가 그의 아이라고는 인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그날 밤 일은 그녀가 말하지 않는 한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그녀는 옆에 늘어뜨린 손으로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임정현, 밖에서 대기해.”정우진은 창가로 가 몸을 기대며 말했다.임정현은 돌아서 나가며 병실 문을 닫았다.병실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 고요해졌다.신시아는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느끼며 고개를 숙인 채 그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어젯밤, 내가 술에 취해 있었어.”정우진은 그녀를 응시했다.“술김에 실수한 거니까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그가 먼저 언급하지 않았다면 신시아는 오히려 그 일을 잊고 있었을지도 몰랐다.그와의 어색함에 대한 걱정은 이미 ‘보호자’라는 상황에 의해 묻혀버린 상태였다.신시아는 고개를 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우진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깊은 눈동자 속에 그녀의 작은 얼굴이 비쳤다.그녀는 화가 난 듯, 그와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2년 전 그 결혼은 그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작된 것이었다.책임을 지기 위해 그녀와 결혼했다.그리고 지금, 이혼한 상태에서 또다시 실수를 저질렀다.“나와 오래 일했으니 알겠지만 어젯밤 일은...”신시아가 급히 말을 끊었다.“대표님, 저도 알고 있어요. 저를 은유라 씨로 착각하신 거겠죠. 저는 신경 쓰지 않아요.”‘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이렇게 무단결근을 했을 리 없어. 아프더라도 최소한 휴가 신청은 해야 했어. 특히 지금 표정이...’“은유라 씨가 아니었어도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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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정우진은 아무 말 없이 신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신시아는 눈을 내리깔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제 몸이 원래 약한 탓이지 대표님 탓은 아니에요. 다만 앞으로는 대표님 일을 도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설까지 휴가를 써야 할 것 같네요.”“그래요.”정다슬이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오빠, 돌아가면 바로 휴가 승인해줘. 급여 깎지 말고.”신시아가 정다슬 앞에서는 여전히 평소처럼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자, 정우진의 얼굴이 한층 더 굳어졌다.그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신 비서는 몸조리 잘해. 신 비서가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연휴가 끝난 뒤에는 정상적으로 복귀하길 바라.”그 말은 어젯밤 일을 잊으라는 뜻이었다.그가 이렇게까지 선을 긋는 건, 아마 은유라가 알게 될까 봐 걱정해서일 것이다.신시아는 그를 안심시키듯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어요.”창문으로 비친 정오의 햇빛이 정우진의 몸 위로 떨어져, 그의 그림자가 신시아를 덮었다.신시아는 그를 힐끗 바라봤다. 하지만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윤곽만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단 한 번의 시선으로, 그녀는 곧바로 눈빛을 거두었다.“신비서, 아까 ‘그래서’ 다음은 뭐였어?”정우진이 몸을 바로 세우자, 그의 몸에서 나는 은은하고 맑은 향기가 신시아의 코끝에 맴돌았다.신시아는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서 오늘 출근하지 않은 건 단순히 몸이 아파서였다고요.”남자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 말의 진위를 의심하는 듯했다.“두 사람 대화 진짜 재미없어. 완전 교과서식이야.”정다슬이 투덜거렸다.“2년이나 부부였던 사람들 같지도 않네.”정우진은 엄숙한 눈빛으로 정다슬을 한번 보고 말했다.“할머니 잘 모셔. 너는 미리 휴가 승인해줄게.”정다슬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부모님은 아저씨네랑 해외여행 가고, 오빠는 일하랴 은유라랑 시간 보내랴... 결국 나 혼자 다 책임지라는 거야?”“회사 일 마무리되면 내가 와서 교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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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신시아의 업무 태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이사회 지각은 큰 문제였고, 이것이 퍼지면 비서의 책임 문제가 되어 커리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반드시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임정현은 그녀가 보낸 캡처를 정우진에게 전달했다.“대표님, 신비서 휴가 메시지 못 보신 거예요?”정우진은 화면을 한 번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신시아와의 채팅창을 열었다.마지막 메시지는 며칠 전 업무 관련 답변에서 멈춰 있었다.눈빛이 순식간에 가라앉은 그는 휴대폰을 꺼버리며 온몸에 냉기가 퍼졌다.그 모습을 본 임정현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날 오후, 정우진은 내내 업무에 몰두했다.저녁 무렵, 은유라가 직접 만든 도시락을 들고 찾아왔다.하지만 들어간 지 몇 분도 안 되어 그녀는 문을 열고 나왔다.“고작 문자 하나 가지고 그렇게까지 화낼 필요 있어?”눈가가 붉어진 채 한마디를 던지고 화가 난 듯 떠나버렸다.바로 상황을 파악한 임정현은 곧바로 신시아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신시아는 종일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돌아온 건 은유라가 메시지를 삭제했다는 사실이었다.“신 비서님, 다음부터는 휴가 낼 때 가능하면 전화도 같이 해주세요.”“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 비서님.”신시아는 전화를 끊으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여러 번 설득한 끝에 의사로부터 퇴원 허락을 받았다.정다슬은 아침을 들고 병실에 왔지만 그녀가 없었다.간호사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퇴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할머니, 시아 씨에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정다슬은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퇴원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굳이 나가버렸어요. 저한테 말도 안 하고요.”권미희는 창가에서 햇볕을 쬐다가 눈살을 찌푸렸다.“시아가 입원했어?”정다슬은 말문이 막혔다.이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걸 깜빡한 것이다.“어제부터 계속 정신없고 자꾸 어디 갔다 오길래 이상하다 했더니.”권미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숙하게 말했다.“솔직하게 말해.”정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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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왜 그러세요?”신시아가 의아하게 물었다.“아침은 먹었어?”권미희는 겨우 말을 바꾸며 숨을 고르듯 물었다.정다슬은 눈을 굴리며 계속 눈짓을 보냈다.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먹었어요.”“그럼 너...”권미희는 다시 용기를 냈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또 다른 말이었다.“병원은 어떻게 왔어?”“차 타고 왔어요.”신시아는 단번에 눈치챘다.“할머니, 하실 말씀 있으면 그냥 말씀하세요.”권미희는 정다슬을 한 번 바라봤다.신시아도 그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봤다.정다슬은 뒤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이 두 사람,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해.’“됐다. 아무것도 아니야.”권미희는 손을 저었다.“그냥 궁금해서... 이번 설은 어떻게 보낼 거야?”그 말을 듣고서야 신시아는 그 문제를 떠올렸다.정우진과 결혼한 지난 2년 동안, 그녀는 설을 정씨 가문에서 보냈다.올해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했다.“보육원에 갈 거예요.”권미희는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았다.“정씨 가문으로 와. 올해는 집에 나랑 다슬이밖에 없어. 와서 좀 북적이게 해줘.”신시아는 기현주 일행이 해외로 나간 걸 떠올렸다.그리고 정우진은 은유라와 설을 보낼 것이다.“아니요. 그건 좀...”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보육원은 애들도 많은데 너 하나 빠진다고 문제없잖니.”권미희는 계속 설득했다.“설날 전날이라도 와서 같이 있어 주면 안 되겠어?”정다슬이 의자를 끌어 병상 옆에 털썩 앉았다.“아이고 할머니, 시아 씨 힘들게 하지 마세요. 보육원 안 가도 누가 같이 있어줄 수도 있잖아요?”권미희는 즉시 신시아를 바라봤다.신시아는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김지원 말하는 거예요? 애 낳아서 올해는 못 가고, 제가 시간 나면 걔 집 가서 애 봐주려고요.”“김지원 결혼했어요?”정다슬은 그녀 SNS를 본 기억을 떠올리며 물었다.“아니요. 안 했어요.”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정다슬은 더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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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은유라는 차에서 내릴 때 이미 신시아를 봤지만 모른 척하며 정우진과 함께 병동으로 들어갔다가, 물건을 두고 왔다고 핑계 대고 혼자 다시 내려왔다.신시아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유라 씨.”그녀의 태도는 담담하고 예의 바르며,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뭘 그렇게 연기해요?”아무리 태도가 좋아도 은유라에게 신시아는 눈엣가시였다.“일부러 우진 오빠한테 고자질해서 저랑 오빠 사이 이간질하려고 한 거죠? 꽤 계산적이네요.”“저에게 그렇게까지 적대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신시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단지 대표님의 비서일 뿐이고, 곧 퇴사할 예정이에요.”은유라는 분노가 조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시아 씨가 안 떠나도 우진 오빠랑 제가 약혼하는 건 막을 수 없고, 결국 오빠가 저랑 결혼하는 것도 막을 수 없을 거예요!”경원의 겨울은 가장 혹독한 시기였다.구석진 곳이라 찬 바람이 불어 신시아의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살을 에는 듯이 추웠다.마침내 은유라는 할 말을 다 한 듯 돌아섰다.“연휴 끝나고 첫 출근 날 사직서 꼭 보게 돼야 할 거예요.”그녀는 최후통첩을 남기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신시아는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곧 시선을 거두었다.그리고 점점 거세지는 찬바람을 맞으며 차 쪽으로 걸어갔다.권미희의 병실.정우진이 보온 통을 들고 먼저 올라왔다.권미희의 안색이 좋아 보이자 그의 표정도 조금 풀렸다.“할머니, 집으로 모시러 왔어요.”권미희는 그가 혼자 온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어디서 설을 보내든 상관없다만... 시아가 어린 나이에 혼자 설 보낸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구나.”정우진은 보온 통을 작은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잠시 멈췄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움직였다.“그 애는 예전부터 계속 혼자 보냈고 앞으로도 혼자 보낼 거에요. 익숙해졌을 텐데 왜 그렇게 마음 쓰세요?”권미희는 그 말에 기가 막혀버렸다.“정말 눈이 멀었구나! 그렇게 좋은 애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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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신시아는 집으로 돌아가 짐 몇 가지를 챙긴 뒤, 곧바로 보육원으로 향했다.며칠간 보육원에 머물며 아이들을 돌볼 생각이었다.보육원은 크지 않았다.방 대여섯 개에 아이는 열 명 남짓했다.대부분 아이가 각종 질병을 앓고 있어 치료비가 큰 부담이었다.후원금으로는 생활비만 겨우 충당되고, 약값은 대부분 신시아와 김지원이 부담하고 있었다.나머지는 한채은이 수공예 일을 하며 조금씩 보탰지만 수입은 미미했다.신시아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한채은을 도와 할 수 있는 일을 거들었다.“시아야, 지원이가 그러는데... 너희 설 지나고 지방으로 갈 거라며?”한채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신시아는 보육원을 떠난 뒤 자신의 사정을 거의 말하지 않았다.정우진과 결혼한 것도, 지금 임신한 것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네, 더 나은 기회가 있어서요. 지원이랑 같이 경원을 떠나려고 해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매달 돈은 계속 보내드리고 명절마다 찾아올게요.”한채은은 안도하며 말했다.“그럼 다행이야...”그러다 머쓱하게 웃었다.“돈 때문이 아니라... 괜히 나갔다가 잘 안 되면 애들 어떡하나 싶어서.”“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다 계획 세워놨어요.”신시아는 차분하게 답했다.그녀는 꽤 많은 돈을 모아두었기에 퇴사와 출산을 감행할 수 있었다.“꼭 가야 해? 어디로 갈 건데?”한채은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물었다.“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정해지면 말씀드릴게요.”신시아는 웃으며 답했다.한채은는 더 묻지 않았지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잠시 후, 한채은은 빨랫감을 한가득 가져왔다.“이거 좀 빨아주고, 애들이 해산물 먹고 싶다니까 사와. 설이잖아.”그때 전화벨이 울리며 말을 끊었다.신시아는 돌아서서 전화를 받았다.“신 비서, 밤 8시, 이스트하버에서 보자.”하선재였다.건들건들한 목소리에는 묘한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그제야 신시아는 그와 약속한 ‘이틀 동안 수행’ 일을 떠올렸다.“알겠습니다.”그녀는 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방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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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전형적인 재벌 2세인 하선재는 놀기 좋아하고, 분위기 타는 데 능했다.그가 회사를 맡은 날, 가족이 직접 클럽에서 끌고 갔다는 소문도 있었다.그의 테이블 위에는 총액 8자리 숫자에 달하는 술들이 놓여 있었다.주변 사람들은 담배를 건네고, 불을 붙여주고, 술을 따르며 ‘선재 형’이라 부르며 비위를 맞췄다.신시아는 다가가 그의 앞에 섰다.“하 대표님.”“왔구나.”하선재는 품에 안고 있던 여자를 밀어내고 옆자리를 가리켰다.“와서 앉아.”“괜찮아요. 저는 서 있는 게 편해요. 시키실 일 말씀해 주세요.”신시아는 시선을 낮췄다.오늘 그녀는 특별히 꾸미지 않았다.검은 슬랙스에 니트, 검은 패딩 차림으로, 편안하면서도 어딘가 차갑고 거리감 있는 분위기였다.그런데도 그녀를 본 사람들은 바로 관심을 보였다.“선재 형, 어디서 데려왔어?”하선재는 담배를 물고 연기를 내뿜으며 웃었다.“괜찮지?”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완전 괜찮지!”“아직 내 여자는 아니야.”하선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신시아를 훑었다.정우진이 그녀에게 키스하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는 점점 확신했다.비서를 빼앗는 것보다 ‘그의 여자’를 빼앗는 게 훨씬 재미있다는 것을.정상적인 남자라면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아무 감정도 없을 리 없었다.그는 웃으며 다시 옆자리를 두드렸다.“진짜 심부름시키려고 부른 거 아니야. 와서 앉아. 이렇게 사람 많은데 내가 괴롭히겠어?”신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거리를 두고 자리에 앉았다.“우유? 음료?”하선재가 의외로 배려했다.“따뜻한 물 주세요.”그는 바로 직원을 불러 주문했다.“긴장 풀어. 설인데 놀아야지. 게임을 할래?”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구경해.”하선재는 각종 게임에 능숙했다.주사위, 카드... 거의 대부분을 이겼다.테이블은 점점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신시아만이 소파에 기대 조용히 앉아 있었다.하선재는 이기면 가끔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어때? 나 잘하지?”그는 그저 신시아를 데리고 나와 놀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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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신 비서, 1년 전 뉴스에 정우진 목에 긁힌 자국이 있다는 얘기 있었잖아. 그거 어떻게 생긴 건지 말해줄 수 있어?”하선재의 가십은 꽤 오래된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갔다.정우진은 공인이었기에 신시아는 늘 선을 지켜 그의 몸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유일하게 그때만 예외였다. 정우진이 조금 통제력을 잃었고 그녀는 버티지 못했다.그런데 그 한 번으로 언론에 찍혀버렸다.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해외에 있었고, 줄곧 스캔들이 없었기에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일이 커지지는 않았다.“모르겠어요.”하선재는 혀를 차며 말했다.“입이 진짜 무겁네. 역시 정우진만이 열 수 있겠군.”그날 밤 정우진의 거칠게 몰아치는 키스를 떠올리게 하듯,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신시아는 그의 집 앞에 차를 세우며 말했다.“하 대표님, 저랑 약속하신 거 잊지 마세요.”“걱정하지 마.”차에서 내린 하선재는 운전석 쪽으로 돌아와 창문을 두 번 두드렸다.“내려. 여기서 날 밝을 때까지 있어. 그럼 이 일은 없던 거로 하자.”내일은 설날 전날이라 하선재는 본가로 돌아가야 했다. 신시아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이틀간의 수행이 하룻밤으로 줄어든 셈이니 겉으로는 이득처럼 보였다.하지만... 신시아는 눈앞의 저택을 바라봤다.화려하면서도 어딘가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걱정하지 마. 혼자 사는 집이야. 난 갈게.”하선재는 차를 두드리며 말했다.“내려. 문 열어줄게.”그가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여기서 날 밝을 때까지 머물게 할 리 없다는 걸 신시아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하선재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하선재가 불을 켜자, 집 전체가 순식간에 대낮처럼 밝아졌다.“방은 아무 데나 골라서 마음에 드는 데서 자.”그는 현관에 기대서서 초대하는 제스처를 취했다.“여기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자.”신시아가 알기로 하선재는 구창 그룹을 맡은 뒤 집에서 지내라는 명령을 받았다.그러니 그가 갑자기 다시 돌아올 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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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설 명절은 경원에서 가장 추운 시기였다.매년 설이 되면 권미희는 모든 고용인에게 휴가를 주고 가족끼리 단란하게 보냈다.그런데 올해는 기현주 일행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 집이 썰렁했다.“할머니, 시아 씨 한 번만 더 불러보면 안 돼요?”정다슬은 포기하지 않았다.“와주면 집이 훨씬 활기차질 텐데요. 저녁에 같이 맛있는 걸 먹고 이야기도 하고요.”권미희는 흘겨보며 말했다.“사람 불러서 일 시키려는 거 아니야?”신시아가 시집온 뒤, 지난 2년간 설날 음식 준비는 거의 그녀가 도맡았다.요리 솜씨가 좋아서 기현주조차 인정할 정도였다.그래서 설날 동안은 가족이 가장 화목한 시간이었다.권미희도, 정다슬도 그 분위기를 좋아했다.“아니에요!”정다슬이 즉각 부정했다.“시아 씨 혼자 설 보내는 게 더 불쌍하잖아요. 혼자 있고 싶을 리 없어요. 그날 병원에서는 분명 사양하느라 그런 거예요.”“그럼 한 번 더 전화해봐.”권미희도 신시아가 오길 바랐다.누구의 아이를 가졌든, 정우진과 재결합을 하든 상관없이 그녀는 여전히 신시아를 좋아했다.정다슬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한참 울린 뒤에야 신시아가 받았다.“다슬 씨.”“시아 씨, 집이에요?”정다슬은 주변이 조용한 걸 듣고 보육원은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오전 9시, 신시아는 두 시간 남짓 잠든 상태에서 깬 참이라 목소리가 잠긴 채였다.“집이에요. 왜요?”“할머니가 계속 시아 씨가 여기 와서 설 같이 보내길 바라세요. 가정부들 다 쉬고, 부모님도 해외 가셔서 우리 셋만 있는데... 밥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아요...”정다슬은 실제로 일을 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말해야 신시아가 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신시아는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매년 설날, 그녀가 혼자 음식을 준비하면 정다슬은 늘 곁에서 도와주며 힘들까 봐 챙겼다.“다슬 씨, 제가 가는 건 좀 그래요.”신시아가 난처하게 말했다.정다슬은 급히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조금 있다가 우리 오빠 은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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