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은 경원에서 가장 추운 시기였다.매년 설이 되면 권미희는 모든 고용인에게 휴가를 주고 가족끼리 단란하게 보냈다.그런데 올해는 기현주 일행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 집이 썰렁했다.“할머니, 시아 씨 한 번만 더 불러보면 안 돼요?”정다슬은 포기하지 않았다.“와주면 집이 훨씬 활기차질 텐데요. 저녁에 같이 맛있는 걸 먹고 이야기도 하고요.”권미희는 흘겨보며 말했다.“사람 불러서 일 시키려는 거 아니야?”신시아가 시집온 뒤, 지난 2년간 설날 음식 준비는 거의 그녀가 도맡았다.요리 솜씨가 좋아서 기현주조차 인정할 정도였다.그래서 설날 동안은 가족이 가장 화목한 시간이었다.권미희도, 정다슬도 그 분위기를 좋아했다.“아니에요!”정다슬이 즉각 부정했다.“시아 씨 혼자 설 보내는 게 더 불쌍하잖아요. 혼자 있고 싶을 리 없어요. 그날 병원에서는 분명 사양하느라 그런 거예요.”“그럼 한 번 더 전화해봐.”권미희도 신시아가 오길 바랐다.누구의 아이를 가졌든, 정우진과 재결합을 하든 상관없이 그녀는 여전히 신시아를 좋아했다.정다슬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한참 울린 뒤에야 신시아가 받았다.“다슬 씨.”“시아 씨, 집이에요?”정다슬은 주변이 조용한 걸 듣고 보육원은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오전 9시, 신시아는 두 시간 남짓 잠든 상태에서 깬 참이라 목소리가 잠긴 채였다.“집이에요. 왜요?”“할머니가 계속 시아 씨가 여기 와서 설 같이 보내길 바라세요. 가정부들 다 쉬고, 부모님도 해외 가셔서 우리 셋만 있는데... 밥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아요...”정다슬은 실제로 일을 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말해야 신시아가 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신시아는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매년 설날, 그녀가 혼자 음식을 준비하면 정다슬은 늘 곁에서 도와주며 힘들까 봐 챙겼다.“다슬 씨, 제가 가는 건 좀 그래요.”신시아가 난처하게 말했다.정다슬은 급히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조금 있다가 우리 오빠 은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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