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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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전화가 끊겼다.체로의 기온은 국내보다 높아 안 그래도 후덥지근한데, 이 통화 때문에 은유라는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만 같았다.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그나마 위안을 삼은 건 신시아와 하선재의 스캔들이 터졌다는 사실이었다.이제 하씨 가문이 신시아를 주목할 테니, 아이를 앞세워 하씨 가문에 입성하려던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게 뻔했다....신시아는 갑작스러운 보도에 적잖이 당황했다.그때 하선재로부터는 다급한 메시지가 왔다.[빌어먹을, 누가 날 엿 먹이려고 작정했어. 누구 짓인지 밝혀내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백영 그룹과 구창 그룹이 손을 잡는다는 건 업계의 다른 이들에게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거물들의 연합 앞에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숨죽여 떨며, 그들의 손아귀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주워 먹는 신세가 될 테니까. 하지만 이런 비열한 수작까지 써가며 협력을 깨려 한 자는 참으로 생각 없고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어차피 두 그룹의 근간에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할 테고, 결국 그를 기다리는 건 감당조차 할 수 없는 처절한 반격일 테니 말이다.신시아는 재계에서 의심 갈 만한 인물들을 샅샅이 추려보았으나, 도대체 누가 이토록 멍청한 짓을 벌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하씨 가문 사람들이 들이닥친 건 스캔들 기사가 터진 지 불과 3시간 만의 일이었다.기사에 따르면, 하선재와 신시아는 프로젝트를 빌미로 얽히며 이미 꽤 오랜 시간 밀회를 즐겨왔다고 했다.신시아가 수차례 퇴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증거들까지 제시되었고 이를 근거로 그녀가 재벌가 며느리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하선재가 그녀의 퇴사를 막은 이유 역시, 그녀의 보잘것없는 출신을 하씨 가문에 납득시키지 못해 아직 집안에 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포장되어 있었다.신시아 본인이 당사자만 아니었더라면 이 기막힌 헛소리에 속아 넘어갔을 정도로, 너무나도 그럴싸하게 짜인 판이었다.하선재의 어머니 나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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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정우진의 표정에서는 도무지 희로애락을 읽을 수 없었다.높게 솟은 콧대와 얇은 입술, 가까워질수록 또렷해지는 윤곽이 신시아의 시야에 박혀 들었다.정우진이 그녀의 바로 앞에 서서 다분히 위압적인 태도로 내려다보자 신시아는 시선을 내리며 먼저 말을 건넸다.“대표님, 죄송합니다. 또 폐를 끼쳐 드렸네요.”비록 하선재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그와 얽히는 바람에 매체에 사진이 찍히고 이런 스캔들이 터졌으니 말이다.이번 사태로 백영 그룹은 10자리 수의 손실을 입은 데다 브랜드 이미지까지 제대로 금이 갔다.“일단...”“정 대표님, 신 비서도 억울한 입장입니다. 하선재가 회사까지 쫓아온 상황이라 신 비서는 피할 도리가 없었어요. 저희는 그저 휘말린 것뿐입니다!”임정현이 다급히 신시아를 두둔했다. 정말이지 신시아의 잘못은 아니었으니까.정우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붙였다.“말이 참 많아.”“대표님, 일단 차에 타서 말씀 나누시죠. 밖에 기자들이 있습니다.”신시아는 임정현에게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냈다.정우진은 남의 말을 순순히 들을 성격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정부 프로젝트는 정우진이 갑자기 밀어붙인 사업이었고 사달이 났을 때 그는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그러니 이사진은 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이었다.정우진은 성큼성큼 주차장으로 향했고 신시아가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벤츠 밴의 매끄럽고 검은 차체가 주차장의 조명 아래 잔상을 남기며 빠져나갔다.임정현이 운전대를 잡았고 신시아는 정우진과 나란히 뒷좌석에 앉았다.“대표님, 홍보팀에서 올린 비상 대응책 두 가지입니다. 먼저 살펴보시죠.”그녀가 노트북을 정우진 쪽으로 밀어 보이자 화면의 빛이 정우진의 깊은 눈동자에 투영되었다.그는 대충 훑어보고는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네가 처리해. 이사진들 반응은 어때?”“최근 은씨 가문을 너무 많이 챙겨주셔서, 이사들 사이에서 이미 불만이 팽배합니다.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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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신시아는 덤덤한 얼굴이었다.사실 본인 잘못이든 아니든, 기현주는 신시아만 보면 늘 가시 돋친 말을 내뱉곤 했다.이제는 하도 겪어서 무뎌질 대로 무뎌진 일이었다.신시아가 제 눈길에도 끄떡없는 모습을 보이자 기현주는 화가 한 층 더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정우진에게 은유라의 이야기를 꺼냈다.“유라를 해외에 혼자 두고 온 거니?”정우진은 이미 사무실 책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유라는 아직 일이 남아서 귀국하지 못한 겁니다.”기현주는 마뜩잖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혼자 타국에 두는 게 말이 되니?”“해외에서 보낸 시간만 2년입니다. 혼자서도 잘 지내던 사람이에요.”정우진은 기현주를 힐끗 보며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용건 없으시면 이만 가보세요. 처리해야 할 업무가 밀려 있어서요.”그러고는 내선 전화를 걸었다.“정부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 작성해서 퇴근 전까지 올려.”수화기 너머로 신시아의 차분한 음성이 들렸다.“알겠습니다.”기현주가 나갔다.정우진이 말한 ‘퇴근 전'이란, 신시아에게 보고서를 다 마칠 때까지 퇴근하지 말라는 뜻이었다.다행히 프로젝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됐을 때부터 미리 관련 문서를 정리해 둔 덕에, 신시아는 한 시간 만에 결과물을 들고 정우진의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대표님, 다른 업무가 없으시다면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정우진은 피로가 짙게 깔린 얼굴로 서류를 받아 들었다.출국하자마자 시차 적응도 못 한 채 은유라를 병원에 데리고 가느라 한나절을 씨름했는데 또 곧바로 밤 비행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으니 그는 하루가 꼬박 넘는 시간 동안 눈을 붙이지 못한 상태였다.“대표님, 이사회 보고는 일단 마무리되었으니 다른 업무는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신시아가 일깨워 주었다.정우진은 고개도 들지 않고 서류를 휙휙 넘기며 나지막이 물었다.“하선재가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연락해 온 거야?”정우진이 언급하지 않았다면 신시아는 까맣게 잊고 있었을 터였다.하선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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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불과 몇 초 뒤, 임정현은 사색이 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그는 머뭇거리며 정우진을 바라보았으나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숨기지 말고 말해봐.”임정현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매체 측이 받은 익명 메일의 발신처를 추적해 보니... 은씨 가문 소유의 IP로 확인되었습니다.”정우진의 미간이 좁혀지며 깊은 눈동자 너머로 의구심이 번졌다.“오해일 수도 있으니 제가 사람을 시켜 다시 한번 철저히 확인해 보겠습니다!”임정현은 다급히 전화를 걸어 정밀 조사를 지시했다.그러나 두 번이나 더 거쳐 진행된 세부 조사에서도 결과는 역시나 은씨 가문을 가리키고 있었다.“분명 음해 세력의 수작일 겁니다. 누군가 일거양득을 노리고 백영과 구창의 연대를 깨는 것도 모자라, 대표님과 은씨 가문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게 분명합니다!”임정현은 은씨 가문이 이런 비열한 짓을 벌였을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정우진의 안색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갔던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우며,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시했다.“수집된 자료를 전부 은씨 가문 측에 전송해.”“알겠습니다.”임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대체 은씨 가문이 왜 이런 일을 꾸몄단 말인가.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임정현은 자료를 전송한 뒤, 신시아에게 전화를 걸어 속내를 털어놓았다.“은성빈처럼 영리한 인물이 다른 사람의 얄팍한 덫에 걸렸을 리는 없고, 혹시 말 못 할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요?”그는 정우진 면전에서 오해라고 둘러댔지만, 자신의 수하들이 올린 보고서에 대해서만큼은 확신이 있었다. 틀릴 리 없다는 확신이었다.“정우진이 그의 모든 곤란한 사정을 해결해 줄 수 있는데 멍청이가 아닌 이상 그랬을 리가 있겠어요.”신시아 역시 은씨 가문이 이런 일을 벌였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분명 은씨 가문의 소행은 맞겠지만, 그 이면에 또 다른 내막이 있을 터였다.은씨 가문이 은성빈 혼자만의 뜻으로 움직이는 곳은 아니니까.“신 비서님 생각은 어때요?”임정현은 늘 신시아의 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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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시각은 이미 밤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아파트 단지의 불빛은 대부분 꺼졌고 신시아의 자그마한 집 안은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임정현과 잡담이나 나누다 잘 예정이었다.하지만 임정현의 말 한마디가 고요했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깨뜨려 버렸다.머릿속에서 웅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난 듯, 고막이 찢어질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몰려왔다.“네? 무, 무슨 말씀이세요?”“그날 제가 뒷수습해드린 겁니다. 안 그랬으면 대표님이 아무것도 모르고 넘어갔을 리가 없잖아요.”임정현은 신시아가 정우진이 깨어나기도 전에 도망친 것을 보고, 그녀가 그 일을 없던 일로 묻어두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챘다.그래서 다음날 정우진이 물었을 때 단호히 거짓말을 했다.“내 방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나?”“없었습니다.”심지어 한술 더 뜨기까지 했다.“어젯밤 이 호텔 네트워크가 해킹당해 음란 영상이 유포되는 바람에 투숙객 여럿이 깼다고 합니다. 혹시 휴식에 방해가 되셨습니까?”음란 영상이라니?정우진은 어젯밤 혈관이 솟구칠 정도로 뜨거웠던 그 감촉이 분명 생생한 현실이었다고 믿었다. 그 여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거칠게 감싸 쥐었던 손끝의 기억 말이다.“임정현 씨!”신시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찌푸린 미간 아래로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를 것처럼 거칠게 뛰어댔다.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 아이가 정우진의 핏줄이라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릴 이는 다름 아닌 임정현일 터였다.“걱정 마세요. 제가 꼭 비밀로 해드릴 테니까요! 그때 일은 사고였고 전 아무한테도 말 안 했습니다!”임정현은 신시아가 일을 키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정우진과 은유라의 결혼이 코앞이었으니까.신시아는 미간이 벌겋게 달아오를 만큼 눌렀지만, 좀처럼 침착해질 수 없었다.역시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평생 그 일을 없었던 일로 가슴에 묻어주시길 바랄게요.”신시아의 씁쓸한 한마디를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불과 몇십 초 사이에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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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좁고 고요한 차 안이었기에 은성빈의 격앙된 음성은 기현주의 귀에까지 똑똑히 흘러들어왔다.기현주가 의아한 눈빛으로 손연경을 쳐다보자 손연경은 황급히 기현주의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당신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유라가 퍼뜨렸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요?”“정우진이 이미 조사를 끝냈어. 하선재와 신시아의 기사를 언론사에 익명 제보한 발신지가 바로 우리 은씨 가문 IP였고 방금 정밀 추적해 본 결과 유라의 노트북에서 메일이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어.”은성빈은 거의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당장 유라를 집으로 데려와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캐물어 봐.”기현주의 안색이 서서히 굳어지며 눈동자에는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분명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요!”손연경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인했다.“잘못되다니, 내가 유라의...”은성빈은 손연경의 차에 기현주가 함께 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는 눈치였다.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연경은 다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현주 씨, 분명 오해일 거예요.”손연경은 휴대폰을 옆으로 팽개치듯 던져두고는 기현주의 손을 다급히 붙잡았다.그러나 기현주는 손연경의 손길을 매정하게 뿌리쳤다.“오해라면 다행이겠지만, 잠시 후 유라를 만나보면 바로 알게 되겠죠!”손연경은 멋쩍은 표정으로 숨죽인 채, 가슴을 졸이며 은유라에게 조용히 메시지를 보냈다.[네가 하선재랑 신시아 기사 터뜨린 거니?][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이 일로 우진이랑 백영 그룹이 얼마나 큰 손해를 입었는지 알아?][분명 무슨 오해가 있을 테니, 이따가 우진이 엄마 만나면 변명이라도 잘해 봐!][우진이 엄마가 화가 많이 나셨으니 제발 말실수하지 말고.][우진이가 너 혼자 두고 귀국한 거 알고 우진이 엄마가 나랑 같이 마중 나온 거니까, 대답할 때 각별히 신경 써!]한편, 사실상 도망치다시피 국내로 돌아온 은유라는 비행기에서 내려 휴대폰을 켰다.전원을 켜기가 무섭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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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그래서 손연경은 우회적으로 힌트를 주며 은유라를 일깨우려 애썼다.은유라는 그제야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네. 봤어요.”“그 뉴스, 너랑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거야?”손연경이 다시 한번 다그치듯 묻자 은유라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기현주의 이 살벌한 기색을 보니, 혹시 스캔들의 불똥이 정씨 가문으로 튀기라도 한 걸까?’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 기사는 오직 신시아를 파멸로 몰고 가기 위한 것이었고, 하선재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일이었다.“현주 씨, 얘 반응 좀 봐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잖아요. 절대로 유라가 벌인 짓이 아닐 거예요.”손연경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무마하려 애썼다.“유라가 어떻게 정씨 가문을 해치고 우진에게 해를 끼치겠어요?”‘해를 끼친다’라는 말이 떨어지자 은유라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고 얼굴에 죄책감이 번지기 시작했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두 분은 일단 내리세요. 나는 회사에 가봐야겠어요.”기현주는 정우진을 찾아가 이번 사건이 정말로 은씨 가문과 관련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운전기사가 내려 차 문을 열었다.“사모님, 은유라 씨, 내리시지요.”기사는 은유라의 짐까지 차에서 내려놓았다.손연경은 은유라를 데리고 차에서 내리면서 차 문이 닫히기 직전, 웃음을 지어 보이며 기현주에게 말했다.“들어가세요. 너무 마음 쓰지 마시고요, 분명 오해일 거예요...”차 문이 천천히 닫혔지만, 기현주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화살처럼 튕겨 나간 차가 멀어지자 주차장에는 은씨 가문의 모녀만이 덩그러니 남았다.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은유라가 손연경을 붙잡고 물었다.“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무슨 일은 무슨 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손연경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는 왜 하선재랑 신시아에 관한 헛소문을 퍼뜨린 거야? 그 일 때문에 정부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백영 그룹이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거 알아? 이사들이 정우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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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책임을 지고 사직하겠다는 건, 스캔들이 사실이라 하선재와 정말 부적절한 사이라는 거야?”정우진의 손가락이 규칙적이고 묵직하게 책상을 두드렸다.신시아를 향한 그의 시선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롭고 서늘했다.그녀가 침묵하자 그가 다시 경고했다.“백영 그룹을 떠나면 하씨 가문에서 널 가만히 두지 않을 텐데.”지난번 나정희가 수표를 내밀며 돈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던 의도는 명백했다.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녀의 뒤에 백영 그룹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버티고 있었기에, 정우진의 정확한 속내를 알 수 없는 나정희로서는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다.백영 그룹을 떠나는 순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온갖 골칫거리를 신시아 역시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경원을 떠나면 그 모든 문제는 사라질 일이었다.깊은 원한을 산 것도 아닌데, 이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누가 자신을 찾아와 해코지하겠는가.“대표님, 전 이미 결정했습니다.”정우진의 눈 깊은 곳에서 울분이 차올랐고 고고한 그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그는 혀로 뺨을 밀어내며 긴장된 턱선을 드러냈다.“정직 처분 후 조사를 진행하게 될 거야.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결과가 엄중하다면 회사 차원에서 해고 처리될 수 있어.”신시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순순히 받아들였다.정직 처분까지 내려졌다는 건 더 이상 돌아올 자리가 없다는 뜻이었다.이건 그저 회사가 체면치레를 위해 만든 절차일 뿐이었다.사무실에서 나온 그녀는 미련 없이 짐을 정리해 회사를 나섰다.오혜린이 문 앞까지 배웅하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번질 줄은 생각도 못 했어. 건우도 많이 자책하고 있어. 자신이 아니었다면 시아 씨도 양다리라는 억울한 루머에 휩싸이지도 않았을 거라고 말이야.”신시아와 하선재의 관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그녀가 장건우와 ‘교제’ 중이라는 사실이었다.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은 신시아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했다.“남의 말을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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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발밑에 수두룩하게 쌓인 담배꽁초를 보니 꽤 오랫동안 기다린 모양이었다.“정우진이 이제야 신 비서의 정직 처분을 내린 걸 보면, 이사회 앞에서도 끝까지 신 비서를 감싸고 돌았던 모양이야.”당일 정우진을 보좌해 이사회에 참석했던 인물은 임정현이었기에 신시아는 정우진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큰 부담을 짊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그저 담담히 읊조렸다.“그분이 절 감싸줄 필요도, 이유도 없어요.”“이유가 왜 없어?”하선재는 담배를 비벼 끄더니, 무슨 생각이 스쳤는지 헛웃음을 터뜨렸다.“우리 두 사람을 뒤에서 엿 먹인 놈이 누군지 알아?”우리 둘이라고?신시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백영과 구창의 파트너십을 와해하려는 기획 스캔들이 아니었단 말인가요?”하선재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업계 바닥을 샅샅이 뒤져봐라, 미치지 않고서야 대기업 두 곳을 상대로 이런 겁 없는 짓을 벌일 미친놈이 어디 있겠어!”정우진의 밑에서 수년 동안 일해오며 신시아 역시 거친 비즈니스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체감해 온 터였다.이성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 해도 상대가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무모한 부류라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그렇기에 신시아는 이번 일이 오직 자신과 하선재의 목을 죄기 위한 덫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녀를 겨냥했다면...“은유라 짓인가요?”하선재의 눈매에 기묘한 희열이 서렸다.“신 비서, 머리 회전 하나는 끝내주게 빠르네.”너무 똑똑해서 신시아가 아이를 품은 채 정우진 모르게 홀연히 도망쳐 버릴까 봐 내심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신시아는 잠시 굳어 있다가, 이내 헛웃음을 터뜨렸다.‘은유라가 배 속의 아이가 하선재의 핏줄인지 확인해 보려고 이런 무리수를 둔 걸까?’결국 그 무모한 불장난에 정우진만 큰 손해를 입은 셈이었다.“이번에 난 신 비서 때문에 억울하게 불똥을 맞은 셈이야.”하선재가 은근슬쩍 생색을 내며 보상을 바라는 투로 말했다.신시아는 웃음기를 거두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이걸로 서로 퉁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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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그럴 리 없어.”신시아가 무의식중에 대꾸했다.그러고는 자신이 너무 단정적으로 말했음을 깨닫고 멈칫했다.“하긴, 전 시어머니가 은유라를 워낙 예뻐하니, 은유라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그 자리는 탄탄하겠지.”김지원은 밥을 한술 뜨며 우물거렸다.“정우진이랑 소꿉친구이기도 하니까 은유라가 그 집 며느리 자리에 앉는 건 떼놓은 당상 같은데.”신시아는 입가로 가져가던 젓가락을 멈추고 김지원을 빤히 쳐다보았다.“밥 먹어. 분위기 깨지는 이야기는 그만 좀 하고.”김지원은 목이 멘 채 속으로 투덜거렸다. ‘분위기를 깬다며 예민하게 구는 건 아직 정우진에게 마음이 남아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 언제쯤 마음이 텅 빈 호수처럼 고요해질지, 그래야 비로소 끝이 날 텐데.’“알았어. 밥 먹자. 다 먹고 나면 빈이 데리고 공원이나 산책하러 가자.”신시아는 김지원의 밥그릇에 고기 한 점을 얹어주었다.“많이 먹고 기운 차려.”김지원이 한숨을 내쉬었다.“말도 마. 방송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적응이 안 돼.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이 바닥이 원래 힘들잖아. 나중에 돈 좀 모으면 작은 가게나 차려서 다 때려치워.”신시아와 김지원은 예전부터 가게를 차릴 계획을 세워두었다.조그만 슈퍼 하나 차려놓고, 매일 앉아서 주전부리나 먹으며 물건을 팔고 돈을 세는 소소한 일상 말이다.한채은은 두 사람을 두고 야망 한번 참 소소하다고 했다.분명 큰돈을 벌 능력이 있으면서도 당최 야망이 없다며 말이다.하지만 두 사람이 바란 것은 그저 가장 평온하고 여유로운 일상뿐이었다....은씨 가문 부부는 은유라를 데리고 정씨 가문으로 사죄하러 갔다.정우진은 이 일 때문에 일까지 제쳐두고 정씨 본가로 향했다.정태석과 권미희가 소파의 상석에 앉았고, 그 양옆으로 기현주와 정재형이 자리했다.“이 일은 분명 유라가 잘못했습니다. 유라가 우진을 너무 아끼다 보니, 신시아가 우진에게 계속 얽히는 게 걱정돼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신시아는 정우진의 전처니까요.”손연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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