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력이 부족한 지사는 꽤 많은 편이다. 정우진이 몇 군데를 추려주면 그중 가장 먼 곳을 골라잡는 신시아, 일단 경원을 떠나고 보자는 각오일까?“일단 기다려. 정하면 말할게.”정우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더 이상 이 남자에게서 이어지는 말이 없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사실 정우진이 그녀를 부른 목적은 애초에 인사 발령이 아니었다.정작 물어야 할 ‘다른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목구멍에서 맴돌 뿐 끝내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그는 문을 향해 멀어지는 신시아의 뒷모습을 말없이 응시했다.이내 사무실 문이 닫히고 시야에서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정우진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내어 손안에서 거칠게 뭉개버렸다. 으스러진 잎들이 바짓단과 구두 위로 맥없이 흩어졌다.한참 뒤, 그는 짓이겨진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묵직한 소리가 났다.사무실 밖.신시아는 복도로 나오자마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굳게 닫힌 문 너머로 정우진이 당장이라도 쫓아 나올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곁에서 보좌한 시간이 얼마인데 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아마 인사 발령 문제와 은유라와의 결혼 준비가 겹쳐 머릿속이 복잡한 모양이었다.신시아는 멈칫하던 발걸음을 옮겨 임정현의 사무실로 향했다.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을 찾으러 갈 참이었다.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임정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신... 비서님, 대화는 잘 끝났어요?”그녀가 안으로 들어서며 되물었다.“무슨 대화요?”‘뭐겠어요! 신 비서님 임신에 관해서죠.’임정현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삼켰다. 그녀를 빤히 살펴보니 표정이 지나칠 정도로 평온했다.임신 사실을 들켰을 때 나타나는 당혹감이나 불안함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대표님이 방금 할 얘기가 있다고 하셔서요.”그가 조심스럽게 떠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