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한채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매정한 신호음뿐이었다.신시아도 연달아 전화를 걸었다. 30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통화 시도가 이어졌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창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푹푹 찌던 초여름의 더위가 순식간에 씻겨 내려갔다.하지만 신시아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으로 타들어 갔다.보이지 않는 위협이 조금씩 옥죄어오는 듯한 깊은 위기감이었다.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면 또 너무 심각한 수준은 아니란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다.비가 점점 더 거세게 몰아쳤다. 한채은을 찾으러 보육원에 가려던 그녀들의 발걸음도 멈춰버리고 말았다.거대한 경원 전체가 쏟아지는 빗속에 갇혔다.빗방울이 통유리창에 부딪히며 남자의 그림자를 수없이 씻어냈지만, 그의 몸에 짙게 깔린 우울함은 좀처럼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밤 열한 시, 정우진이 임정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맡긴 일은 어떻게 됐어?”사흘이라는 기한까지 내일 단 하루만이 남았다.평소의 임정현이라면 정우진의 지시를 하루 앞당겨 완벽하게 처리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오늘도 종일 어떻게든 정우진을 피하려 애썼다. 일부러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를 노려 서류를 건넬 정도로 정우진과 단둘이 남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했다.하지만 정우진이 직접 걸어온 전화까지는 피할 도리가 없었다.“네, 대표님, 그게 실은... 좀 복잡합니다. 워낙 오래된 일이라 쉽지 않네요.”툭 하는 소리와 함께 정우진이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마치 거대한 압력이 덮쳐오는 듯한 위압감에 임정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삼키기도 전에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는데 정우진이 보낸 문자였다.내일 마감까지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당장 회사에서 나가라는 경고였다.임정현은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그는 벌써 예행연습에 매달리고 있었다. 정우진이 내일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럴 때 자신은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굴려 보았다.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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