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Bab 261 - Bab 270

358 Bab

제261화

현재 인력이 부족한 지사는 꽤 많은 편이다. 정우진이 몇 군데를 추려주면 그중 가장 먼 곳을 골라잡는 신시아, 일단 경원을 떠나고 보자는 각오일까?“일단 기다려. 정하면 말할게.”정우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더 이상 이 남자에게서 이어지는 말이 없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사실 정우진이 그녀를 부른 목적은 애초에 인사 발령이 아니었다.정작 물어야 할 ‘다른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목구멍에서 맴돌 뿐 끝내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그는 문을 향해 멀어지는 신시아의 뒷모습을 말없이 응시했다.이내 사무실 문이 닫히고 시야에서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정우진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내어 손안에서 거칠게 뭉개버렸다. 으스러진 잎들이 바짓단과 구두 위로 맥없이 흩어졌다.한참 뒤, 그는 짓이겨진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묵직한 소리가 났다.사무실 밖.신시아는 복도로 나오자마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굳게 닫힌 문 너머로 정우진이 당장이라도 쫓아 나올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곁에서 보좌한 시간이 얼마인데 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아마 인사 발령 문제와 은유라와의 결혼 준비가 겹쳐 머릿속이 복잡한 모양이었다.신시아는 멈칫하던 발걸음을 옮겨 임정현의 사무실로 향했다.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을 찾으러 갈 참이었다.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임정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신... 비서님, 대화는 잘 끝났어요?”그녀가 안으로 들어서며 되물었다.“무슨 대화요?”‘뭐겠어요! 신 비서님 임신에 관해서죠.’임정현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삼켰다. 그녀를 빤히 살펴보니 표정이 지나칠 정도로 평온했다.임신 사실을 들켰을 때 나타나는 당혹감이나 불안함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대표님이 방금 할 얘기가 있다고 하셔서요.”그가 조심스럽게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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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한채은은 이런 짓을 벌인 게 한두 번이 아닐 터였다.임보나는 이내 평소처럼 사과를 크게 베어 물었다.“나와요. 할 얘기 있으니까.”신시아의 맑은 눈동자에 은근한 분노가 서렸다.그 시선에 한채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먼저 병실을 나선 신시아가 복도 끝에서 기다렸다.한참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따라 나온 한채은이 쏘아붙였다.“병실에서 말하지 왜 여기까지 나와? 보나 혼자 두는 게 얼마나 불안한데.”괜히 투덜거리는 말투 속에는 짙은 불안감이 배어 있었다.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증거였다!한편 신시아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서류 봉투를 건넸다.“해명해봐요.”“무슨 해명?”한채은은 봉투를 밀쳐내며 외면했다.“할 말 있으면 그냥 해.”신시아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그녀는 싸늘한 눈길로 한채은을 응시했다.“내용 확인하고 해명하든가 이대로 경찰서 가든가, 알아서 선택해요.”“뭐라고? 지금 뭐 하는 거야?”한채은이 기겁하며 서류 봉투를 낚아챘다.내용을 훑어본 그녀의 호흡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고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다 뭐야?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돈은 다 어디 갔어요?”신시아는 끝까지 시치미 떼는 그녀를 무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더는 변명이 통하지 않음을 깨달은 한채은은 결국 뻔뻔하게 본색을 드러냈다.“그래, 보나 안 아파! 다 내가 한 짓이야. 그렇지만 너랑 지원이를 위해서 그랬어. 경원에서 이렇게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데 왜 굳이 떠나겠다는 거니? 보육원 식구들이 전부 너희만 바라보고 사는데...”“그동안 나랑 지원이가 번 돈 대부분을 원장님이 가져갔어요. 보육원에서 우릴 키워준 은혜보다 우리가 보육원에 베푼 게 더 많다고요!”신시아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우리도 우리만의 삶과 계획이 있어요. 보육원 지원은 절대 끊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우리 신뢰를 저버린 건 더 따지지도 않을게요. 보나가 몇 살인지는 알아요? 그렇게 어린 애한테 이런 짓을 벌이는 게 마음속에 얼마나 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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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신시아는 한채은에게 서류 봉투를 건넸다.“이건 사본이에요. 원본은 전부 내 손에 있으니 약속 안 지키면 이 증거들 가지고 법정으로 갈 거예요.”한채은을 향한 신시아의 마지막 배려와 일말의 애정조차 이 순간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졌다.그녀가 미련 없이 돌아서자 다급해진 한채은이 뒤를 쫓아왔다.“아니, 시아야! 그 4천만 원 안 받으면 되잖아, 그치? 그동안 쓴 돈은 그냥 애들 먹이고 입히는 데 썼다고 치고...”신시아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금속 문이 스르륵 닫히며 한채은의 목소리는 물론 그 구역질 나는 얼굴도 시야에서 영원히 차단되었다.문이 닫히는 순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던 한채은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바뀌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큰일 났어요! 시아가 다 알아버렸어요. 어떻게든 해결해 줘야 해요...”“그러니까 누가 탐욕스럽게 4천만 원이나 더 뜯어내라고 했어요?”수화기 너머로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본인이 싼 똥은 본인이 치워요.”“뭐라고요? 안 도와주면 당신까지 다 불어버릴 거야!”한채은이 으름장을 놓았다.수화기 너머로 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귀에 담기도 힘든 욕설이 터져 나왔다.욕설을 퍼붓고 나니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악을 썼다.“X발! 내가 어떻게 수습하냐고!”“시아가 날 고소한대요. 제발 좀 나서서 막아달란 말이에요!”“자업자득이죠 뭐. 불고 싶으면 불어요. 어차피 난 신시아랑 진흙탕 싸움 벌이는 거 겁도 안 나니까!”한채은의 협박은 수화기 너머의 인물에게 단 한 치의 위협도 되지 않았다. 전화가 끊기자 한채은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엘리베이터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그 바람에 신시아는 구석으로 밀려났다.사람은 갈수록 많아졌고 더 이상 숨 쉴 틈도 없이 꽉 들어찼다.그녀는 양손으로 배를 감싸 안았다. 어지럽던 마음이 빽빽한 인파에 밀려 오히려 현실로 돌아왔다.“괜찮아?”머리 위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신시아가 고개를 들었다.앞쪽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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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너 남자친구 있었어?”장건우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신시아가 정말 연인이 있거나 남편이 있다면 왜 소개팅 자리에 나왔을까?처음 대시했을 때부터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신시아는 말문이 막혔다.장건우의 질문에 즉각 대답할 수가 없었다.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평소의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미안. 혹시 내가 괜히 귀찮게 한 건 아니지?”그는 자신이 아침저녁으로 보낸 안부 메시지나 회사 안팎의 소문이 신시아에게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혹여나 아이의 아빠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그녀가 곤욕을 치르는 건 아닐까?“아니야, 그런 거. 내가 좀 예민했지?”신시아가 나직이 물었다.그녀 역시 한채은 때문에 받은 충격으로 기분이 바닥을 쳤다.이런 상황에서 거친 말을 내뱉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임신 사실을 굳이 말한 것은 괜찮았다. 장건우는 정우진과 전혀 접점이 없었으니.하지만 자신의 태도나 말투가 너무 무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니야. 괜찮아.”장건우는 자연스럽게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실은 오늘 어머니 퇴원하시는 날이라 도와드리러 왔거든. 가족들이 다 기다리고 계셔서 이만 갈게.”신시아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병원 앞에서 헤어지고 각자 갈 길을 갔다....신시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김지원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빈이와 한참을 놀아준 뒤에야 김지원이 겨우 잠에서 깨어나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신시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녀 품에 있던 빈이를 덥석 낚아챘다.“아들, 너 이러다 친엄마보다 이모를 더 따르는 거 아니야?”빈이는 김지원의 품에서 옹알대며 대답했고 신시아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아무리 오래 데리고 있어도 결국은 엄마밖에 모를걸.”“아니, 난 얘가 나보다 너를 더 따랐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중에 네가 집에서 애 보고 난 밖에 나가 돈 벌고 실컷 놀 거 아니야.”김지원은 빈이가 말을 잘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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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그날 오후, 김지원과 신시아는 빈이를 데리고 외출했다가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저녁 식탁 위, 신시아는 내내 참고 있던 말을 결국 뱉고 말았다.“너 나 몰래 무슨 일 저질렀지?”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지원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젓가락이 그릇 위로 떨어지며 날카로운 도자기 소리가 쨍그랑 울려 퍼졌다.“말해봐. 대체 무슨 짓 했어?”신시아가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다그쳤다.사실 신시아는 속마음을 숨기는 데 영 서툰 사람이다.한채은의 일도 아직은 어떻게 김지원에게 입을 떼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만약 임보나가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김지원이 알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칼을 들고 보육원으로 달려가 한채은을 ‘박살’ 낼 게 뻔했다.평소라면 신시아가 뭔가를 숨길 때마다 귀신같이 알아채던 김지원인데 오늘은 어쩐지 이상했다.눈치채기는커녕 임보나의 병이나 치료비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았다.직감이 말해주길 김지원은 지금 너무나도 수상했다.“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는 밥그릇에 얼굴을 박을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신시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쐐기를 박았다.“솔직히 말해. 보나 병이랑 관련 있지? 너도 뭔가 알아낸 거 맞잖아.”“아니, 그냥... 보나 치료비는 더 걱정하지 말라고. 나 돈 생겼으니까, 네 돈은 나중에 애 키울 때 써.”김지원은 결국 젓가락을 내려놓고 실토했다.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신시아가 또다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그 돈 어디서 났는데?”그녀는 김지원의 통장 잔고를 뼛속까지 꿰뚫고 있었다.4천만 원이라니, 그녀가 가진 돈을 다 긁어모아도 절반밖에 안 되는 액수였다.“빌렸어.”김지원은 한참을 쭈뼛거리다가 겨우 세 글자를 뱉어냈다.그 순간 신시아는 무언가를 직감했는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설마 어젯밤 그 큰손한테?”“...”김지원이 흠칫 놀라 그녀를 쳐다봤다.‘어떻게 알았지?’라는 당혹감이 두 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신시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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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김지원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한채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매정한 신호음뿐이었다.신시아도 연달아 전화를 걸었다. 30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통화 시도가 이어졌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창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푹푹 찌던 초여름의 더위가 순식간에 씻겨 내려갔다.하지만 신시아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으로 타들어 갔다.보이지 않는 위협이 조금씩 옥죄어오는 듯한 깊은 위기감이었다.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면 또 너무 심각한 수준은 아니란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다.비가 점점 더 거세게 몰아쳤다. 한채은을 찾으러 보육원에 가려던 그녀들의 발걸음도 멈춰버리고 말았다.거대한 경원 전체가 쏟아지는 빗속에 갇혔다.빗방울이 통유리창에 부딪히며 남자의 그림자를 수없이 씻어냈지만, 그의 몸에 짙게 깔린 우울함은 좀처럼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밤 열한 시, 정우진이 임정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맡긴 일은 어떻게 됐어?”사흘이라는 기한까지 내일 단 하루만이 남았다.평소의 임정현이라면 정우진의 지시를 하루 앞당겨 완벽하게 처리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오늘도 종일 어떻게든 정우진을 피하려 애썼다. 일부러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를 노려 서류를 건넬 정도로 정우진과 단둘이 남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했다.하지만 정우진이 직접 걸어온 전화까지는 피할 도리가 없었다.“네, 대표님, 그게 실은... 좀 복잡합니다. 워낙 오래된 일이라 쉽지 않네요.”툭 하는 소리와 함께 정우진이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마치 거대한 압력이 덮쳐오는 듯한 위압감에 임정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삼키기도 전에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는데 정우진이 보낸 문자였다.내일 마감까지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당장 회사에서 나가라는 경고였다.임정현은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그는 벌써 예행연습에 매달리고 있었다. 정우진이 내일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럴 때 자신은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굴려 보았다.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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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야, 이 개자식아! 그렇게 큰일을 왜 이제야 말해!”하선재는 신시아가 박도영의 손에 넘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친자 확인 검사까지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욕설을 내뱉었다.하지만 그럼에도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올해는 병원에 기부금 한 푼도 없을 줄 알아!”“대표님, 저도... 정말 그쪽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어서 그랬습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정말 몰랐단 말입니다!”병원장 고성민은 이미 임정현에게 넘어간 진료 기록을 떠올리며 거의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비서 나부랭이가 이렇게 큰일을 저지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필이면 정씨 가문의 후계자를 임신했다니!“그 파일 누구한테 보냈어?”하선재의 날카로운 추궁에 병원장이 다급히 대답했다.“정 대표님 비서인 임정현 씨에게 보냈습니다.”“미친! 정우진의 충견한테 보냈다고? 넌 이제 끝났다. 정씨 가문 뒤집히면 네 병원도 흔적 없이 날아갈 줄 알아. 제 발로 무덤 찾아가는 건 안 말리겠는데 만약 내 이름을 입에 올렸다간 가만 안 둬. 그땐 너부터 죽여버릴 거야!”하선재는 최근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억지로 선 자리에 나가고 있었다. 올해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부모님의 협박 때문이었다.처음엔 그저 손주가 보고 싶으신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뒤에도 정우진의 검은 손길이 뻗쳐 있었다.그는 땅 한 조각을 미끼로 삼아 하선재가 연말까지 결혼하면 구창 그룹에 그 땅을 넘기겠다는 거래를 걸어놓은 상태였다.“대표님, 제발 살려주십시오!”병원장의 애원 섞인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하선재는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그는 분을 참지 못해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 사무실 안을 서성거렸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신시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당장 도망치라고 해야 할까?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끝내 다시 휴대폰을 꺼내 신시아의 번호를 눌렀다.“신 비서, 지금 진짜 완전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어. 얼굴 좀 보자.”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한 신시아는 한창 보육원으로 향하는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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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저 사람이 여긴 왜 왔어?”김지원은 체면을 중시하는 타입이라 외부인이 있으면 대놓고 행패를 부리지는 못한다.한편 신시아는 하선재의 ‘꼭 보자’라는 말을 흘려들었지만, 막상 이 남자가 나타나니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그녀가 김지원에게 말했다.“잠깐만 기다려 봐.”“그럼 나 먼저 들어간다.”김지원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어쨌든 하선재 저 사람은 들이지 마.”신시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김지원은 성큼성큼 보육원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그런 김지원이 몹시 걱정됐다. 행여나 진짜 주먹을 휘두를까 봐...“대체 무슨 일인데요?”신시아가 하선재에게 다급하게 물었다.다만 하선재의 시선은 멀어져가는 김지원의 뒷모습에 고정되었다.“두 사람... 안색이 왜 이렇게 어둡지? 혹시 보나 때문에...”그때 신시아가 냉큼 말을 잘랐다.“용건만 말하세요. 저 지금 바쁘니까.”하선재가 입을 달싹였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그래? 그럼 일단 들어가 봐. 난 여기서 기다릴게... 아니, 저기... 그게 말이야...”그는 횡설수설하며 제대로 된 문장 하나 잇지 못했다.신시아는 답답한 마음에 바로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방 안에서는 날 선 다툼이 시작되고 있었다.다행히 김지원은 선을 지키려는 듯 한채은을 아이들이 없는 주방으로 끌고 간 상태였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채은의 찢어질 듯한 악다구니가 얼굴을 때렸다.“너희들 지금 무슨 짓이야? 나 죽이려고 작정했니? 그동안 보육원 운영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세상에 착하게 살아봐야 돌아오는 건 없지! 너희처럼 몰아붙이는 인간들이 어디 있어? 고작 몇천만 원 가지고 이렇게까지 피를 말려? 나 돈 없다! 배 째라 해! 차라리 날 죽여, 죽이라고!”김지원은 한채은이 돈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안하무인으로 나올 때의 그 뻔뻔한 낯짝을 수없이 상상해봤지만, 이 정도의 파렴치함은 예상 밖이었다.“X발!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우리가 너한테 신세라도 졌니? 평생 우리한테 빌붙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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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한채은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대충 정리하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너희들이 날 고소한다고? 내 뒤에 있는 사람을 감당할 수 있겠어? 똑똑히 들어. 그분은 병원 쪽 일도 다 해결해주는 능력자야! 너희가 건드릴 상대가 아니라고!”한채은의 뒤에 누군가 있다는 것은 신시아도 이미 짐작한 바였다.보육원에 기부했던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았지만, 그 누구도 경원 제일 병원까지 움직일 만한 능력은 없어 보였다.“그래? 어디 한번 불어 봐! 어떤 썩을 놈한테 들러붙어서 이런 짐승만도 못한 짓을 벌인 건지 한번 들어나 보자!”김지원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한채은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다만 한채은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어쨌든 네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야. 눈치껏 꺼져 얼른!”“웃기고 있네! 자식도 없는 저주받을 년이! 내가 정말 못 건드릴 것 같아?”김지원의 분노가 폭발하며 입에서 필터 없는 욕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그때, 저 멀리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싸우는 건 좋은데 왜 인신공격을 하고 그래요?”김지원의 날 선 고함을 끊고 들어온 낯선 목소리에 신시아가 고개를 들었다.차에서 내린 하선재가 미묘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어딘지 모르게 허공을 맴돌았다.“이 여자 경찰서 넘기면 다 해결될 일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구냐고요?”하선재가 툭 던진 말에 한채은의 얼굴색이 미묘하게 변했다.김지원은 허리에 얹었던 손을 내리고 또다시 한채은을 잡아끌었다.하선재가 제지해서가 아니라 그의 앞에서 대놓고 심한 욕설을 퍼붓기가 껄끄러웠기 때문이다.결국 김지원은 한채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방으로 다시 끌고 가려던 참이었다.하지만 손을 대자마자 한채은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쌩하고 하선재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바로 이 사람이야! 이 사람이 병원 일을 다 해결해줬어. 보나 병실까지 잡아주고 병원 전체가 이 사람 말만 듣는다고!”“미친 여자가 뭐라는 거야? 이봐요! 뚫린 입이라고 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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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이 계획을 처음부터 짜낸 건 하선재가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구멍투성이인 그 계획에 기꺼이 올라타 상황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주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시아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하선재는 그녀가 혈연관계도 없는 아이 때문에 전 재산을 털어 넣고 이곳에 남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신시아가 정말로 돈을 건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의 마음은 복잡미묘했다.그리고 모든 사실이 탄로 난 지금, 남자의 심정은 더욱 복잡했다.“정말 미안해... 내가...”“아니요! 그쪽 사과 따위 받을 생각 없어요. 저는 그저 하찮은 사람일 뿐이고 선재 씨 같은 부자들에게는 장난감 같은 존재죠. 잠깐이나마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다면 그걸로 됐어요. 앞으로 하선재 씨가 어떻게 나오든, 무슨 말을 하든 제 생사 따위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쪽만 즐겁다면 된 거잖아요.”신시아는 하선재의 말을 차갑게 잘라냈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여전히 가녀린 모습이었다. 넓은 마당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겉보기엔 평온한 것 같아도 마치 산산이 부서진 유리 조각처럼 하선재의 심장을 날카롭게 찔렀다.그의 얼굴에 처음 보는 진지함이 서렸다.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을 뚫고 지나간 고통 때문에 심장에서 뜨거운 액체가 쏟아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그는 뭐라도 변명해보려 했지만 굳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신시아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서는 김지원과 한채은이 팽팽하게 대치 중이었다. 그녀는 한채은의 휴대폰을 낚아채고 당장 돈을 돌려달라고 윽박질렀다.“그 4천만 원 지원이한테 돌려줘요. 예전 것들은 그냥 없는 셈 칠게요.”문득 신시아가 문을 안으로 잠갔다.“안 그러면 우리 셋 다 이 방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갈 줄 알아요.”그녀는 의자를 끌어와 문 앞에 앉았다.“전에 건 왜 없는 셈 쳐?”김지원이 불만을 토로했다.“한 푼도 빠짐없이 전부 다 토해내란 말이야!”“없어!”한채은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한 푼도 없다고!”그 태도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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