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Chapter 341 - Chapter 350

358 Chapters

제341화

신시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귀찮은 모양이었다.정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신 비서에게 더는 귀찮게 굴지 않을게.”그는 귀찮다는 말에 유독 힘을 줬다.정우진은 원래 잔병치레가 없는 사람이었다. 신시아가 그와 함께 일한 몇 년 동안 아픈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열이 난 적은 더더욱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그녀에게 고집을 부리는 건지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었다.신시아가 말했다.“열이 계속 안 내리면 바보 될 수도 있어요.”정우진은 그녀를 바라봤다. 저 말투를 보니 이미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았다.“박도영 불러.”“박 선생님이 오시면 저는...”‘안 올 거예요.’신시아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켜버리고 말머리를 돌렸다.“제가 이미 왔는데 박 선생님까지 번거롭게 할 필요 없잖아요.”정우진이 그 말 뒤에 무엇이 이어질 뻔했는지 모를 리 없었다.“약을 너무 많이 드셨어요. 심하면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응급실에 가서 진료받아요.”신시아는 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임정현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의사를 섭외했다. 한밤중에 경원과 율제시 사람들이 모두 정우진 때문에 분주해졌다.신시아는 정우진도 목숨을 중히 여긴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죽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어 자기를 따라 병원으로 갔다고 생각했으니까.어젯밤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해당 분야의 권위자 한 명만 남아 정우진을 진찰했다.“그나마 다행입니다. 잘못 드신 약마저 용량을 적게 드셨네요. 원래는 한 번에 두 알인데 한 알만 드셨어요. 두 알씩 드셨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의사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정말 사고가 났다면 자신은 물론 병원 전체가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지금도 열이 나요.”신시아는 머리가 아팠다.“일단 해열제부터 처방해 주세요. 다른 약도 먹는 방법을 약상자에 직접 써 주세요. 글씨는 큼직하게요.”의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약상자마다 복용법과 용량을 적었다.“약은 반드시 의사 선생님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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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차 문을 열려고 팔을 뻗은 탓에 신시아의 원피스가 몸에 붙으며 살짝 불러온 배가 선명하게 드러났다.정우진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배에 멈췄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 퍼졌다.“내리실 수 있겠어요? 부축해 드릴게요.”신시아가 몸을 숙여 차 안으로 상반신을 들이밀었다. 그를 일으켜 세우려 하자 정우진이 팔을 살짝 움직여 손길을 피했다.“혼자 할 수 있어.”신시아는 몸을 일으켜 길을 비켜 줬다. 차에서 내린 정우진이 약간 휘청거리며 집 쪽으로 걸어갔다.신시아는 차 문을 닫고 서둘러 정우진을 앞질러 가 현관문을 열었다.“여기 슬리퍼가...”신발장 안에서 슬리퍼를 꺼내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손목이 붙잡혔다. 정우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직접 쪼그려 앉아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냈다.신시아는 몸을 바로 세우고 손목을 비틀어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먹을 것 좀 준비할게요. 음식 드시고 약 드세요.”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 김지원이 남겨 둔 영양죽을 데웠다. 다시 나왔을 때 정우진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대표님, 먼저 드세요. 저는 올라가서 방 정리해 드릴게요.”신시아가 죽과 숟가락을 그의 앞에 놓았다.“나중에 내가 할게.”정우진은 천천히 죽을 먹었다.“아니에요. 제가 해 드릴게요.”신시아는 깍듯하게 대했다. 철저하게 직장 상사로서 선을 긋는 태도였다.한 치도 가까워지지 않으려는 듯한 거리감에 정우진의 미간이 더 깊게 좁혀졌다.“나도 사람이지 냉혈한은 아니야. 이 밤중에 임신한 직원한테 침대까지 정리하라고 시킬 생각은 없어.”정우진의 목소리에 불쾌함이 뚝뚝 묻어나 식탁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신시아는 생각에 잠겼다.‘아마 대표님이 내가 아까 지원에게 정말 귀찮은 사람이라고 했던 말을 들었나 봐. 그래서 아직 화가 난 모양이야.’2층은 사실 정리할 것도 없었다. 김지원이 이사한 뒤 이미 한 번 치워 놓았으니까.“그럼 드시고 그릇만 싱크대에 넣어 주세요. 설거지는 내일 할게요. 저는 방에 들어가 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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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정다슬이 머리를 긁적였다.“정작 가야 할 사람은 안 가고, 안 가도 되는 사람은 냉큼 갔네요.”“누가 가야 하는데?”권미희가 돋보기를 살짝 내리며 정다슬을 바라봤다.“너도 가고 싶어?”“제가 아니라 하선재 씨요.”정다슬이 목소리를 높였다.“할머니는 모르시죠? 선재 씨가 요즘 매일 선봐요. 경원에 있는 젊은 여자들을 죄다 만나 볼 기세라니까요.”정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사이가 겉보기만큼 좋았다면, 정다슬도 하선재와 선을 봐야 했을지 몰랐다.“아직도 모르겠어?”권미희가 한숨을 쉬었다.“하씨 가문에서 시아를 며느리로 들이기 싫다는 거겠지.”“자루라도 하나 구해서 하선재를 뒤집어씌운 다음 실컷 두들겨 패야겠어요. 그 나쁜 자식.”정다슬은 분해서 이를 갈았다. 그녀가 보기에 하선재 같은 바람둥이는 신시아에게 턱없이 부족했다.집안 배경이 없다면, 하선재는 결혼할 여자도 못 구하는 수준일 터였다.“됐어. 시아가 우리가 나서는 걸 원치 않잖니. 그 애 뜻을 존중하자.”권미희는 먼 곳에 홀로 가서 임신한 몸으로 지내는 신시아만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할머니, 저도 좀 수상한 게 있어요.”정다슬이 2층을 힐끗 보았다.“은씨 집안에서 그 난리를 친 뒤 엄마가 기분이 영 안 좋거든요. 은씨 집안에 화난 건지 오빠한테 화난 건지 모르겠는데, 풀 곳이 없으니까 요 며칠 저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요. 저 도망가야겠어요.”권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도 율제시에 가서 네 오빠가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봐.”“네.”권미희의 허락을 받자 정다슬은 곧장 다음 날 율제시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그전에 그녀는 입을 옷 두 벌을 사려고 백화점에 들렀다.그런데 하필 하선재가 젊은 여자와 쇼핑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더 공교롭게도 정다슬과 그 여자가 똑같은 옷을 골랐다.“들어가서 입어 봐.”하선재가 정다슬보다 먼저 옷을 집어 여자에게 건넸다.“네, 고마워요, 선재 오빠.”여자는 옷을 받아 탈의실로 들어갔다.“저 나쁜 놈.”화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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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뭐야, 저 사람.”정다슬은 갑자기 달아나는 하선재가 어이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다시 쇼핑하며 율제시에 갈 준비를 했다....아침 6시, 알람 소리에 신시아가 잠에서 깼다. 그녀는 서둘러 휴대폰 알람을 끄고 일어나 욕실에서 씻기 시작했다.막 씻던 중 초인종이 다급하게 연달아 울렸다. 신시아는 양치질만 끝내고 세수도 못 한 채 달려가 문을 열었다.“아침 먹어.”김지원이 하얀 접시에 샌드위치를 담아 들고 서 있었다. 직접 만든 샌드위치는 먹음직스러웠다.“그래.”신시아가 접시를 받으려 하자 김지원이 손을 밀어냈다.“넌 마저 씻어. 내가 들고 들어갈게. 그나저나 정우진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김지원은 큰 목소리로 말하며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왔다. 신시아는 가슴이 철렁해 얼른 뒤쫓았다.“나 출근해야 하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신시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김지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급해? 7시 돼야 나가잖아. 내가 너 보려고 아침부터 왔는데 그냥 넘어갈 생각하지 마.”김지원은 아침을 식탁에 내려놓고 털썩 앉았다.“정우진이 널 도와주러 왔다며? 도와주기는커녕 한밤중에 너만 고생시키잖아. 완전히 짐짝이네, 짐짝이라고. 그 사람은...”신시아가 다급하게 눈을 깜빡였다.계단 앞에 정우진이 서 있었다. 졸린 눈으로 보아 막 잠에서 깬 듯했다. 김지원이 말을 할 때마다 정우진의 미간이 점점 깊게 찌푸려졌다.“읍.”신시아가 재빨리 김지원의 입을 막았다.“정 대표님, 일어나셨어요?”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못 들은 척하며 그녀의 말에 맞춰 줄 터였다. 신시아가 아는 정우진은 분명 그런 사람이었다.김지원은 소스라치게 놀라 등줄기가 서늘해졌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다가 곁눈질로 정우진을 확인하자 그대로 행동을 멈추고는 조심스럽게 앞을 봤다.김지원이 신시아의 손을 떼어 내며 황급히 말했다.“아, 우리 아들 데리고 아침 운동 나갈 시간이네. 난 먼저 갈게. 넌 월급을 받으니까 열심히 일해야지,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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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정 대표님, 드디어 직접 와 주셨군요.”한승윤의 말에는 묘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정우진이 보내온 신시아가 얼마나 미덥지 못했는지 에둘러 말하는 듯했다.정우진이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뜨고 그를 바라봤다. 위압적인 시선이었다.정우진을 처음 마주한 한승윤은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신 비서.”정우진이 짧게 부르자 신시아가 알아듣고 차창을 내렸다.“30분 뒤에 회의 시작합니다. 그전까지 정 대표님 방해하지 마세요.”한승윤의 표정이 구겨졌다. 정우진이 신시아의 편을 들어 주러 온 건 알았지만, 정우진이 이렇게 대놓고 자신을 무시할 줄은 몰랐다.그는 차 문을 닫고 두어 걸음 물러섰다.신시아는 차를 지하 주차장으로 몰았다. 차에서 내린 후 신시아는 정우진의 문을 열어 주려 했지만 그전에 정우진이 이미 차에서 내려 있었다.정우진은 셔츠를 매만지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신시아가 서둘러 따라붙었다.“대표님, 어제 홍보 팀장과 보안 팀장을 해고했습니다. 한 부장이 회의 때 분명 그 일을 꺼낼 거예요.”“그래.”정우진은 짧게 대답하고 신시아보다 먼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머리가 잘려 나간 조직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신시아가 의아해했다.“한승윤부터 내보내시려고요?”“한승윤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지.”정우진이 손목을 돌렸다. 눈빛에 서서히 냉기가 어렸다.“당분간은 한승윤을 적당히 상대해. 큰 사고만 안 나면 돼. 한태경이 무너지면 한승윤은 저절로 정리될 테니까.”정우진은 원래 자잘한 상대와 일일이 겨루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한태경은 자신이 백영 그룹의 원로 이사인 만큼 정우진이 그와 대놓고 척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우진은 한태경에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보여 줄 작정이었다.신시아가 물었다.“그럼 대표님은 언제 경원으로 돌아가세요?”신시아가 무심코 물었다. 그러자 정우진이 곧바로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한 이사님이 경원에 있잖아요.”한태경과 직접 맞서려면 정우진도 경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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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신시아가 음식을 먹던 동작을 멈췄다. 샌드위치가 아직 입에 닿지도 않았다.“네.”대답하자 전화가 끊겼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이은수가 의아한 소리를 냈다.“어? 정 대표님 시계가 왜 상무님 집에 있어요?”“은수 씨가 가져오세요.”신시아가 집 열쇠를 건넸다.“빨리 다녀오세요.”이은수는 열쇠를 받아 들고 눈을 굴리며 신시아의 얼굴을 살폈다. 신시아는 어쩔 수 없이 설명을 덧붙였다.“어제 대표님 열이 계속 안 내려서, 율제시에 돌봐 줄 사람도 없이 오셨으니까 내가 모신 거예요.”“그럴 줄 알았어요.”이은수가 활짝 웃었다.“상무님은 임신도 하셨는데 그냥 간호만 하신 거겠죠. 다른 일은 없었겠네요.”괜히 그런 말을 덧붙이니 오히려 변명하는 것처럼 들렸다. 신시아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은수는 벌써 문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멈춰 섰다.“그럼 대표님 아침은요?”“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신시아는 고급 호텔에 연락해 아침 식사를 배달시켰다.다시 30분쯤 흘렀다. 정우진은 머리카락이 반쯤 마른 채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뼈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채우다 책상 위에 놓인, 딱 자신의 입맛에 맞는 아침을 발견했다.보온 도시락에는 신시아의 글씨가 적힌 메모가 붙어 있었다.[식사 10분 후 약 복용.]신시아는 약도 한 번 먹을 분량만 따로 챙겨 옆에 놓아두었다.정우진은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한 입도 먹기 전에 휴대폰이 울렸지만 화면을 보고는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정우진은 벨이 거듭 울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지막 한입까지 먹고 휴지로 입을 닦은 뒤에야 그는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우진 오빠. 오빠는 신시아랑 대체 무슨 사이야.”은유라의 따지는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뒤섞여 있었다.정우진이 되물었다.“무슨 소리야?”“율제시에 간 첫날 밤에는 신시아가 오빠 집에 갔고, 어젯밤에는 오빠가 신시아 집에 갔잖아.”은유라는 아침 일찍 사진 두 장을 받았다. 사진 뒷면에는 찍힌 시간과 장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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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임정현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은유라 씨, 정 대표님께서 사진하고 그 사진을 보낸 사람의 IP 주소도 제게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알겠어요.”율제시에서 정우진과 신시아 사이에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일부러 사진을 찍어 은유라에게 보낸 건 그녀와 정우진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속셈이었다.은유라는 얼마 전 이미 한 번 정우진에게 해를 끼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또 일을 망쳐서는 안 됐다.[알겠습니다.]임정현은 사진을 받자 은유라에게 답장을 보내고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조사 방향을 잡아 놓았기에 단서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지시를 마친 정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시아의 사무실로 갔다.“정 대표님, 이제 회의를 시작할까요?”신시아는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밖으로 나왔다.정우진은 책상 옆에 멈춰 서서 손끝으로 책상을 두 번 두드렸다.“누군가가 우리 사진을 찍었어. 언론에 나갈지 모르니까 장 팀장에게 미리 설명해 두는 게 좋을 거야.”관계가 틀어지면 상대방은 물귀신 작전으로 손에 든 사진을 언론에 풀어 버릴 수 있었다.정우진은 상관없었다. 걱정되는 건 신시아였다.신시아는 잠시 얼어붙었다.“아, 괜찮아요. 건우는...”장건우가 그런 걸 믿지 않을 거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지금이야말로 자신과 장건우가 헤어졌다고 말할 좋은 기회였다.“저...”신시아가 말을 더듬었다.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왜? 벌써 싸웠어?”정우진의 미간이 좁혀졌다.“아니요.”신시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저는 이미 건우와 설명했어요.”이미 헤어졌다는 변명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정작 입 밖으로는 설명했다는 말로 바뀌어버렸다.신시아는 고개를 숙여 눈에 어린 후회를 감췄다.정우진은 그녀를 바라봤다. 괜한 문제를 일으켜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 장건우가 참 너그럽다고 칭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회의 준비해.”정우진은 돌아서서 나갔다. 신시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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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그럼 누가 적합한데?”정우진이 아무렇지 않게 되물었다.“네가 할래?”“...”한승윤은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한우빈 씨라면 그 자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몇 년 동안 날 보좌한 신시아도 안 된다면, 내 밑에서 단 하루도 일해 본 적 없는 한우빈은 더더욱 안 되지.”정우진은 한승윤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신 상무한테 또 불만 있는 사람?”임원들은 본능적으로 한승윤을 돌아봤다. 한승윤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뱉지도 못한 채 얼굴만 굳혔다.정우진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화를 낼 엄두도 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새로 꾸린 조직이 손발을 맞추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 서로 이해하고 협조해 줬으면 해.”정우진은 말을 마치고 신시아를 바라봤다.“불편한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해. 본사에 사람은 많아. 필요한 사람 있으면 누구든 데려다 써.”마음에 들지 않는 임원은 내보내고 백영 그룹 본사에서 원하는 사람을 데려와도 된다는 뜻이었다.신시아가 한마디만 하면 이유도, 옳고 그름도 따지지 않겠다는 말이다.그 압도적인 힘 앞에 회의실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정우진은 유일하게 신시아에게만 약간의 관용을 베풀었다.몇 년이나 곁에서 일했고, 2년 동안 남몰래 결혼 생활까지 했지만 신시아가 이렇게 노골적인 편애를 받아 본 적은 없었다.“감사합니다. 대표님, 지금은 괜찮습니다.”“더 할 말 있어?”정우진이 참석자들을 훑어봤다. 모두 고개를 저었다. 한승윤만 얼굴이 붉어졌다 파래졌다 하며 불만을 삼키고 있었다.“한 부장, 할 말 있으면 해.”정우진이 직접 지목했다.한승윤이 답했다.“대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제가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내 말이 썩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군.”정우진이 자세를 조금 고쳐 앉았다. 그래도 몸은 여전히 신시아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난 늘 공정하게 처리해. 불만이 있으면 그만둬도 돼.”모두가 어리둥절해졌다. 한승윤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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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둘이 다시 만나는 거야?][아니, 너 임신 중인 거 잊은 건 아니지? 생각은 하고 있는 거야?]갈수록 황당해지는 메시지에 신시아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인터넷에서 정 대표님이랑 은유라 씨 결혼 준비가 어디까지 됐는지 한번 찾아봐.]어제도 기현주는 공개적인 파티에서 결혼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김지원은 멍해졌다.[그래서? 그 사람이 아직 다른 여자랑 결혼을 취소하지도 않았는데 네가 재결합부터 했다고?]신시아는 어이가 없었다.[정 대표님이 아픈데 돌봐 줄 사람이 없어서 우리 집에서 하룻밤 쉬게 한 거야. 그게 전부야.]한동안 김지원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았다. 신시아는 김지원이 이제야 설명을 이해했나 싶었다. 그런데 잠시 뒤 이런 메시지가 왔다.[그 사람 죽으면 아이는 완전히 네 아이가 되는 건데.]신시아는 말문이 막혔다.[오늘 밤에도 집에 데려올 거야?][아니.]신시아는 조금 전 회의실에서 본 정우진의 기세를 떠올렸다. 이제 몸은 다 나은 것 같았다.김지원이 답장했다.[박 선생님도 왔다며. 그 사람은 왜 정우진을 돌보지 않아?]타자로 답하기가 귀찮아 신시아는 아예 김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박 선생님은 일이 있어서 못 돌본댔어. 넌 박 선생님이 온 걸 어떻게 알아?”전화 너머에서 빈이가 옹알거리는 소리가 김지원의 목소리에 섞여 들렸다.“박 선생님이 SNS에 올렸더라. 어제 등산 갔던데? 참 바쁘기도 하시네. 산에 다니느라 친구가 죽든 말든 상관없나 봐. 친구 사이가 저렇게 얄팍할 수도 있네.”빈정거리는 말투였다. 진심으로 박도영과 정우진의 우정을 걱정하는 건지, 정우진을 집에 데려온 신시아를 다시 돌려 까는 건지 알 수 없었다.신시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만 좀 해. 끊을게.”“잠깐. 이틀 뒤에 산전 검진이잖아. 미리 일 처리 해. 그날은 내가 같이 갈게.”산부인과 예약도 김지원이 잡아 준 것이었다. 신시아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점심때가 가까워지자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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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정우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곧바로 신시아에게 꽂혔다.신시아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덧붙였을 뿐이었다.하지만 정우진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경원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말로 들렸다.“신시아, 일이 끝났다고 이렇게 바로 내칠 줄은 몰랐네.”신시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업무에 지장 생길까 봐 그런 거예요.”정우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걱정하지 마. 오늘은 신 비서 손 안 빌려도 되니까.”신시아도 그가 빨리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건 인정했다. 하지만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정우진이 율제시에서 본사 일을 원격으로 처리하려면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그럼 다행이고요. 또 아프지 않게 몸 잘 챙기세요.”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다른 일 없으시면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정우진에게는 그 공손한 미소가 유난히 가식적으로 보였다.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신시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뻐근한 볼을 문지르고 코를 살짝 훌쩍인 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오후 업무가 시작되자 이은수가 서류 한 부를 들고 왔다.“신 상무님, 본사에서 새로 발령 낸 홍보 팀장님 자료예요. 확인해 보세요.”“본사에서 왔어요?”신시아는 놀라 이력서를 받아 펼쳤다.“본사 홍보 팀장이 아니라 아래 직급에 있던 사람을 승진시킨 거예요.”이은수가 옆에서 이력서를 기웃거렸다.“누군데요? 저도 아는 사람이에요?”이은수는 대충 알아보긴 했지만 다른 부서 사람을 승진시켰다는 것만 알았지 누구인지는 듣지 못했다.신시아가 이력서를 꺼내 이름을 확인하고 멍해졌다.[정다슬.]“정다슬?”이은수도 이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이런 분이 있었나요? 왜 기억이 안 나죠?”정다슬은 회사에서 눈에 띄지 않게 지냈다. 경원 본사에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누군가 자신과 정우진이 가족이라는 걸 알아챌까 봐 일부러 눈에 띄지 않게 지낸 것이다.“사람은 왔어요?”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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