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건…! 그냥, 메모장이에요. 진짜 별거 아닌데…”세레인이 당황해 다가가려 하자, 벨라는 재빨리 수첩을 열어봤다.안 쪽엔 날짜와 약초 이름들, 간단한 일상 단상과 알 수 없는 낙서가 빼곡했다.“으응… 흠… ‘나는 괜찮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산초가 깨끗했다.’ 꺄하학 이게 뭐야! 시야? 일기야?”벨라는 귀족 영애 답지 않은 모습으로 넘어가듯이 웃으며, 수첩을 넘겨봤다."약초 판매… 비누 만들… 뭐야!"도저히 들을 수가 없던 세레인이 얼굴이 잔뜩 빨개진 채로 수첩을 낚아채 듯 뺏어 들었다.“죄송해요! 아가씨…! 그냥... 그날 있었던 생각 같은 거예요.”벨라는 팔짱을 끼고 세레인을 빤히 쳐다봤다.이것 봐라? 이게 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주제에 벌써 독립 준비를 하네?벨라는 입을 삐죽였다."비누는 왜 만드는데 네가?"그것도 되지도 않는 그 손재주로? 덧붙이려다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벨라는 뒷말을 생략했다."아 그게, 어…"“너 돈 매 달 받잖아. 부족해?”“아니요, 전혀 부족하지 않아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원래 베르나에서 하던 일은 약초를 캐는거라 버는 돈이 정말 적었어요."그건 사실이었다.남작가에서 받는 급여는 당연하게도 세레인이 베르나에서 벌던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급여가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는 안정성도 확실했고, 또 마사가 있어 잘 적응할 수 있었다.이 곳의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했다.레오폴트 남작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무역업을 하다보니, 사용인들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타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적었을 것이다.“흐응… 너 짐 싸서 나가기만 해봐!”벨라는 괜히 부풀린 뺨을 찌푸리듯이 말하며 다시 시선을 세레인의 손에 들린 수첩으로 옮겼다가 곧 시선을 돌렸다.“너, 몇 살이라고 했지?”“스물 둘이요. 이제 곧 있으면 스물 셋이에요.”“…두세 살 더 있으면 결혼할 나이잖아.”세레인은 얼떨떨한 얼굴로 벨라를 바라보았다.“저, 아직 그런 생각은.”누가 나랑 결혼을 한단 말인가.
Last Updated : 2026-03-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