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서아는 안내문 한 장을 다시 펼쳤다.도담은 이름도, 사진도, 주소도 남기지 않았다.하지만 한 문장을 남겼다.약속보다 절차를 원합니다.서아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태성은 늘 약속했다.안전하다고. 지켜준다고. 협조하면 괜찮다고.그리고 그 약속 뒤에는 늘 서류가 있었다.포기 각서, 비밀유지 합의서, 보호 이전 동의서, 심리 안정 확인서.약속은 사람이 바뀌면 무너졌다.절차는 사람이 바뀌어도 남아야 했다.보호 숙소에 도착했을 때, 하윤은 담요를 덮고 소파에서 졸고 있었다. 서아가 들어오자 아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엄마, 문 잘 있었어?”서아는 아이 옆에 앉았다.“응. 문은 잘 있었어.”“그 사람이 들어왔어?”“아니. 아직은.”하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기다려야 돼.”서아는 작게 웃었다.“응. 기다려야 돼.”하윤은 담요 끝에 적힌 자기 이름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문이 있으면, 안 들어와도 괜찮아?”서아는 아이를 바라봤다.“응. 진짜 문은 그래. 열어도 되고, 안 열어도 돼.”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좋은 문이네.”그 말에 서아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좋은 문.태성에는 그런 문이 없었다.문은 늘 잠그거나, 끌고 들어가거나, 누군가를 막는 데 쓰였다.이제 만들어야 할 것은 그런 문이었다.열 수 있지만 강요하지 않는 문.잠시 뒤, 독립 청구인 위원회 회의가 열렸다.화면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차례로 떠올랐다.민유라. 유도현. 문이린. 이선. 서해린. 이재. 윤정원. 차라온. 그리고 외부 아동권리 변호사.서아는 도담과의 만남을 짧게 설명했다. 이름도, 장소도, 아이에 대한 정보도 말하지 않았다.“그분은 약속보다 절차를 원한다고 했어요.”한재욱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태성의 문제는 ‘좋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쁜 권한을 막는 절차가 없어서였습니다.”문이린이 물었다.“그럼 응답하지 않는 사람도 보호 절차 안에 들어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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