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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핏빛 유산: Chapter 161 - Chapter 170

180 Chapters

160화 — 합의금이 아닌 것

Closed, but preserved.도담의 문은 닫혔다.서아는 그 문장을 보고서야 노트북을 덮었다. 닫혔지만 사라지지 않는 문. 그것이 이제 막 만든 절차의 첫 번째 증거였다.그러나 절차는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다음 회의 안건은 더 무거웠다.피해자 보상기금 1차 집행안최강우 운영관리인이 화면을 띄웠다.“보상기금은 우선 의료비, 심리 회복 지원, 법률 지원, 생계 손실 보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긴급성이 높은 청구인부터 지급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그의 말은 차분했다.숫자는 정확했다. 표도 깔끔했다.하지만 민유라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서아도 곧 이유를 알았다.화면 아래 자동 생성 문서 제목.Settlement Agreement합의서.그 단어 하나에 회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유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합의서요?”최강우가 멈칫했다.“회계 시스템에 남아 있던 지급 문서 양식입니다. 단순 명칭입니다.”“단순하지 않습니다.”유도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제 어머니가 세 번째로 태성에 갔을 때 받은 것도 그 말이었습니다. confidential settlement.”서아의 손끝이 차가워졌다.서해린도 화면 너머에서 입술을 깨물었다.“저도 들었어요. 조용히 합의하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문이린이 작게 말했다.“돈을 받으면 끝난다는 뜻처럼 들려요.”최강우의 얼굴이 굳었다.그는 서류를 내려다봤다.숫자만 보던 눈에 처음으로 단어가 보인 듯했다.“죄송합니다. 이건 제가 놓쳤습니다.”서아는 그를 바라봤다.“돈도 문이 될 수 있어요.”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누군가에게는 치료비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발판이에요. 하지만 태성 방식으로 주면 입을 막는 문이 돼요.”한재욱이 바로 말했다.“보상 문서에서 ‘합의’, ‘면책’, ‘비밀유지’, ‘향후 청구 포기’ 문구를 전부 제거해야 합니다.”최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법적 분쟁은 계속 열어둔 채 지원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됩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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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화 — 돈으로 닫힌 입

S-01/N-12 settlement trap preserved as evidence.도윤이 저장 버튼을 누르자 화면 한쪽에 붉은 봉인 표시가 떴다.서아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합의.그 단어가 얼마나 조용히 사람을 죽였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울지 말라는 말 대신 돈을 주고, 묻지 말라는 말 대신 서명을 받고,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은 기록으로 덮은 뒤 ‘지급 완료’라고 적었다.태성은 침묵도 장부에 넣었다.최강우가 새로 열린 과거 지급 목록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규모가 예상보다 큽니다. 피해자 명의 지급 처리 후 내부 재단으로 환수된 금액, 가족 또는 대리인에게 강제 지급된 금액, 실제 지급 없이 완료 처리된 금액까지 섞여 있습니다.”한재욱이 낮게 물었다.“총액은요.”“현재 확인분만 438억 원입니다.”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438억.그 숫자는 돈이 아니라 닫힌 입의 개수처럼 느껴졌다.민유라가 화면 너머에서 천천히 말했다.“그 돈으로 누가 살았을까.”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우리는 죽은 사람으로 처리됐는데, 누군가는 그 이름으로 돈을 받았겠지.”유도현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제 어머니는 치료비가 없어 시설을 전전했습니다. 그런데 장부상으로는 합의가 끝난 사람이었군요.”최강우는 고개를 숙였다.“환수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서아는 바로 말했다.“환수만으로 끝내지 마세요.”그가 고개를 들었다.“그럼요?”“그 돈이 어디서 멈췄는지, 누가 승인했는지, 누가 ‘지급 완료’라고 적었는지 전부 남겨요.”짧은 침묵.“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으로 입을 닫은 사람들의 이름도 기록해야 해요.”한재욱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짜 합의 책임자 명단을 별도 증거로 분류하겠습니다.”도윤이 새 항목을 만들었다.Settlement Obstruction Archive합의 가장 침묵 강요 기록그때 이선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회장실에 현금성 비공식 지출 장부가 하나 더 있을 수 있습니다.”서아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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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 거절된 돈

원칙 17. 아이를 찾는 목소리는 비용이 아니라 권리다.그 문장이 회의록에 남자, 회의실은 한동안 조용했다.서아는 화면 속 조용한 비용 장부를 바라봤다.돈은 늘 조용했다. 누군가의 울음을 덮을 때도, 누군가의 서명을 받아낼 때도, 누군가를 멀리 보내버릴 때도.태성은 돈을 주며 말했다.위로금이라고. 지원금이라고. 안정비라고.하지만 그 돈의 목적은 하나였다.말하지 않게 하는 것.도윤이 장부를 더 내려봤다.“거절 항목도 있습니다.”서아가 고개를 들었다.“거절?”“네. 지급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기록입니다.”화면에 새 항목이 열렸다.Quiet Cost Ledger / refused itemTarget: K.T.J.Purpose: spouse stabilization / separation inducementResult: refusedMemo: ‘대상자, S-01의 주장을 망상으로 보지 않음. 접근 중단.’태준의 얼굴이 굳었다.“K.T.J.…”서아가 그를 보았다.“태준아.”태준은 한참 화면을 바라봤다.“그때였나.”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네가 하윤이 찾겠다고 뛰어다닐 때, 누가 나한테 찾아왔었어. 법무 쪽 사람이라고 했고, 네가 너무 불안정하니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어.”서아의 손이 천천히 굳었다.“나한테 말 안 했잖아.”태준은 고개를 숙였다.“말하면 네가 더 무너질 것 같았어.”짧은 침묵.그 말은 너무 익숙했다.보호하려고. 무너질까 봐. 대신 판단했다.태준은 바로 말을 이었다.“미안해. 나도 그 말을 핑계로 썼다.”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준은 화면을 보며 낮게 말했다.“돈 봉투도 있었어. 정확히는 계약서였지. 해외 치료, 장기 체류, 생활비 지원. 조건은 하나였어. 네가 하윤이 사건에서 손 떼게 도와달라는 것.”“그래서?”태준은 서아를 똑바로 보았다.“거절했어.”서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왜?”태준은 잠시 숨을 삼켰다.“네가 무너져 보인 적은 있어. 하지만 네가 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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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 아이의 이름을 쓰지 않는 법

Ha-yoon Child Rights Restoration Fund그 문장이 화면에 올라간 순간, 회의실 안에는 아주 짧은 안도감이 흘렀다.침묵을 사기 위해 준비된 300억.그 돈이 이제 아이들을 지키는 기금이 되었다.하지만 서아는 곧바로 화면을 다시 보았다.Ha-yoon.하윤의 이름.서아의 심장이 조용히 내려앉았다.아이를 포기시키려던 돈을, 아이의 이름으로 바꾸는 일.처음엔 그것이 복수처럼 느껴졌다. 빼앗으려던 돈을 지키는 돈으로 돌려놓는 일. 하윤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처럼.하지만 곧 다른 생각이 밀려왔다.하윤은 증거가 아니었다.상징도 아니었다.서아는 낮게 말했다.“잠깐만요.”도윤이 손을 멈췄다.“네?”서아는 화면 속 기금명을 바라봤다.“이 이름, 다시 바꿔야겠어요.”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최강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윤 양 이름을 쓰지 않겠다는 뜻입니까?”“네.”태준이 서아를 보았다.그는 바로 이해한 얼굴이었다.서아는 천천히 말했다.“방금 내가 또 하윤이를 앞에 세웠어요.”민유라의 눈빛이 흔들렸다.서아는 손을 꽉 쥐었다.“내 아이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아이에게 묻지 않았어요.”짧은 침묵.“하윤이는 아직 어려요. 자기 이름이 기금 이름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요. 그러면 내가 대신 결정하면 안 돼요.”한재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미성년 피해자의 이름을 공적 명칭에 쓰는 것은, 선의라 해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지연이 낮게 말했다.“강도현이랑 다르게 하려면… 좋은 뜻이라도 조심해야겠네.”서아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하윤이는 그냥 하윤이로 살아야 해요. 누군가를 구한 이름이나, 태성을 바꾼 이름이 아니라.”그때 보호 숙소 쪽 영상이 연결됐다.하윤은 담요를 끌어안고 민유라 옆에 앉아 있었다. 어른들의 어려운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자기 이름이 들리자 화면을 빤히 보고 있었다.“엄마, 내 이름?”서아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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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 이름 없는 지급

아이의 자리 기금 1호 집행 승인.그 문장이 회의록에 남자, 회의실 안에 아주 작은 숨이 풀렸다.누군가에게는 치료비가 될 돈. 누군가에게는 보호자와 떨어지지 않을 방값이 될 돈.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떠나라”가 아니라 “머물러도 된다”는 허락이 될 돈.하윤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좋은 돈이네.”서아는 그 말을 마음속에 조용히 새겼다.좋은 돈.태성에서 돈은 늘 입을 닫는 데 쓰였다. 이번에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머무는 데 쓰인다.그 차이를 끝까지 지켜야 했다.그러나 첫 집행 보고서가 올라간 지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아, 외부 반응이 터졌다.도윤의 태블릿이 연속으로 울렸다.긴급 언론 모니터링“태성 피해자 기금, 익명 수령자에 첫 지급”“검증 없는 보상금 집행 논란”“강서아 측, 피해자 명단 숨기고 돈부터 푼다?”지연이 화면을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시작됐네.”태준은 기사 제목을 훑었다.“누가 흘렸어?”도윤이 빠르게 추적했다.“집행 세부 내용은 새지 않았습니다. 다만 ‘익명 미성년 피해자에게 지급’이라는 사실과 금액 범위가 나갔습니다.”최강우의 얼굴이 굳었다.“금액 범위는 운영관리실 보고서에만 있습니다.”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최강우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제가 흘린 건 아닙니다.”서아는 그를 바라봤다.“믿겠다는 말은 안 할게요.”최강우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서아는 이어 말했다.“하지만 바로 의심해서 사람을 몰아세우지도 않을 겁니다. 확인부터 하죠.”그 말에 최강우는 잠시 침묵했다가 낮게 말했다.“감사 로그를 열겠습니다. 제 권한도 포함해서요.”도윤이 접속 기록을 확인했다.Report viewed by:Operations Manager Choi Kang-wooCourt Finance AuditorChild Rights Counsel Choi Eun-kyungSystem Export: Shareholder Risk Desk한재욱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주주 리스크 데스크?”최강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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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 이름 없는 지급의 재판

법원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임시 심문실 앞 복도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소액주주 연합 측 변호인단은 이미 두꺼운 서류철을 쌓아두고 있었다.서아는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태준이 낮게 물었다.“괜찮아?”서아는 대답 대신 손에 든 파일을 내려다봤다.아이의 자리 기금 1호 집행 보고서수령자명: 비공개검증: 독립 아동권리 변호사, 회계감시인 이중 확인권리 포기 조항: 없음비밀유지 조항: 없음이 문서에는 이름이 없었다.그래서 상대는 공격할 것이다.이름 없는 지급. 검증 없는 보상. 강서아 측의 사적 기금 운용.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괜찮아야지.”심문실 문이 열렸다.안에는 이미 소액주주 연합 측 대리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서아가 들어오자마자 노골적으로 시선을 보냈다.동정도, 분노도 아니었다.계산이었다.재판장이 들어오자 모두가 일어섰다.“사건번호 2026카합… 태성그룹 임시 책임 구조 관련 보상기금 익명 지급 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을 시작하겠습니다.”재판장의 목소리는 건조했다.“신청인 측, 주장하십시오.”소액주주 연합 측 대표 변호사 고태섭이 일어났다.“존경하는 재판장님. 본 건은 감정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닙니다. 태성그룹 자산에서 분리된 보상기금이라 하더라도, 그 재원은 궁극적으로 회사 가치와 주주 재산권에 영향을 미칩니다.”그는 화면에 표를 띄웠다.익명 지급 구조수령자 신원 비공개피해 사실 세부 비공개보호자 관계 비공개사용처 일부 비공개고태섭은 단어 하나하나를 또렷하게 눌렀다.“이 구조에서는 누구에게 돈이 나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피해자인지, 실제 미성년자인지, 보호자가 정당한지, 금액이 적정한지 알 수 없습니다. 신청인 측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그는 서아 쪽을 힐끗 보았다.“강서아 씨 측은 ‘아이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신원 확인 없는 지급은 횡령과 사적 유용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익명 지급은 즉시 중지되어야 합니다.”심문실 안이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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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 돈이 지나가는 길

돈은 공개한다. 아이는 보호한다.서아의 말은 다음 날 아침 모든 기사 제목이 되었다.누군가는 명문장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감성 정치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가처분은 기각됐고, 아이의 자리 기금은 멈추지 않았다.문제는 바로 그다음에 왔다.도윤이 굳은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왔다.“2호 신청 건, 지급이 막혔습니다.”서아가 고개를 들었다.“왜요?”“은행 확인 단계에서 수령자 실명과 보호자 관계 증빙을 요구했습니다. 지급 목적이 ‘미성년 피해자 회복 지원’으로 잡히면서 내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에 걸렸습니다.”지연이 헛웃음을 쳤다.“그러니까 법원은 이름을 가리라고 했는데, 은행은 이름을 내놓으라는 거네.”최강우가 바로 자료를 확인했다.“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틀린 요구가 아닙니다. 실제 지급을 하려면 수취인 확인이 필요합니다.”서아는 조용히 물었다.“그럼 결국 돈이 지나가려면 아이 이름이 필요하다는 뜻인가요?”회의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최강우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 침묵이 답이었다.태성은 병원과 재단과 법으로 이름을 붙잡았다. 이제는 은행이, 규정이, 지급 시스템이 이름을 요구하고 있었다.악의가 없어도 사람은 벗겨질 수 있었다.한재욱이 낮게 말했다.“직접 현금 지급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목적 제한 지급은 가능합니다. 병원, 약국, 보호 숙소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수령자 실명 노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최은경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동권리 신탁계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실명은 독립 수탁자와 법원 비공개 기록에만 두고, 기금 위원회에는 비식별 번호만 공유하는 방식입니다.”도윤이 빠르게 정리했다.직접 지급 중단보호 목적별 대납 전환법원 비공개 신탁번호 발급위원회 열람 정보: 집행번호, 항목, 금액, 검증자서아는 화면을 바라봤다.“좋아요. 그런데 오늘 지급이 필요한 거죠?”도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네.”그가 2호 신청인의 비식별 메시지를 띄웠다.아이가 열이 있습니다.병원에는 갔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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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 아이보다 먼저 도착한 이름

태성이 만든 절차의 버릇을, 강도현은 아직도 읽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회의실에 뜬 이름 하나가 모두를 얼어붙게 했다.Mothers First Care ServiceFounding Legal Advisor: Han Jae-wookLegacy contact restored by D-01 emergency network.도윤의 화면에 그 문장이 떠오른 순간, 회의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강도현.그는 구치소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아직 밖을 걷고 있었다.병원 접수대. 약국. 보호 숙소.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문 앞까지.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CP-02 보호자는요?”최은경이 바로 답했다.“이동했습니다. 병원 진료는 끝났고, 약은 받았습니다. 숙소도 바꿨습니다. 위치는 저만 알고 있습니다.”태준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병원 쪽에서 이름을 넘겼을 가능성은?”“아직 없습니다.”도윤이 기록을 빠르게 넘겼다.“문의는 병원 대표번호로 들어왔습니다. ‘태성 복지회복 연락관’이라고 신분을 밝히고, 미성년 보호 대상자의 보호자명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접수 직원이 이상하게 여겨서 답하지 않았고요.”지연이 이를 악물었다.“그 직원 아니었으면 바로 뚫렸겠네.”“맞아요.”도윤의 목소리도 낮았다.“이번엔 운이 좋았습니다.”운.서아는 그 단어가 싫었다.아이 하나가 이름을 빼앗기지 않은 이유가 절차가 아니라 운이어서는 안 됐다.최강우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태성 복지회복 연락관이라는 부서는 현재 없습니다. 과거 복지재단, 의료지원팀, 법무 리스크팀이 같이 쓰던 외부 연락 명칭입니다.”한재욱이 낮게 덧붙였다.“피해자를 돕는 척 접근할 때 쓰던 이름입니다.”민유라가 화면 너머에서 작게 말했다.“그 이름으로 나한테도 왔었어.”서아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민유라는 오래된 기억을 꺼내듯 천천히 말했다.“도와주겠다고 했어. 병원비, 숙소, 서류. 그런데 마지막엔 늘 이름을 물었지.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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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 한재욱의 오래된 이름

Founding Legal Advisor: Han Jae-wook그 이름이 화면에 떠 있는 동안, 회의실 안에서는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한재욱은 창백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남의 이름을 보는 사람처럼.아니, 지워버렸다고 믿었던 자기 이름을 다시 마주한 사람처럼.서아가 낮게 물었다.“설명하세요.”한재욱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태준의 시선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지연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 팔짱을 낀 채 그를 노려봤다.“한 이사장님.”서아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이번엔 ‘몰랐다’고 하면 안 됩니다.”그 말에 한재욱의 눈가가 흔들렸다.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기억납니다.”회의실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그때 이름은 달랐습니다. ‘위기 산모 회복지원 네트워크’. 태성 법무재단에서 외부 복지기관 설립을 자문했습니다.”지연이 차갑게 물었다.“아이랑 엄마 찾는 콜센터 만든 거네요?”“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그 말, 지금 제일 듣기 싫은 말인 거 아시죠?”한재욱은 고개를 숙였다.“압니다.”서아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계속하세요.”한재욱은 화면 속 업체 소개 문구를 바라봤다.위기 산모와 아동의 안전한 회복을 지원합니다.아름다운 말이었다.그래서 더 끔찍했다.“문서상 목적은 위기 산모 긴급 숙소, 의료 연계, 상담 지원이었습니다. 저는 비영리기관 설립 절차, 개인정보 처리 동의서, 의료기관 협약서, 후원금 관리 규정을 만들었습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그 안에 추적 조항도 있었겠지.”한재욱은 입술을 깨물었다.“있었습니다.”짧은 침묵.이번에는 변명하지 않았다.“12조. 안전 확인을 위한 관계기관 정보 조회 동의. 18조. 산모 위험 발생 시 후원기관 통보. 21조. 아동 보호 이력의 연속성 확인.”도윤이 조항을 화면에 띄웠다.Clause 12. Safety Confirmation AccessClause 18. Emergency Maternal Risk Noti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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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후반부 강화본 — 협박 즉시 폭발

쉼터 직원이 창백한 얼굴로 다가왔다.“방금 전화가 왔습니다.”서아가 고개를 들었다.“누구한테요?”직원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화면에는 짧은 문자가 떠 있었다.D-01 Special Executor Office비협조 쉼터는 지원 종료 및 법적 책임 검토 대상입니다.금일 18:00까지 산모 명단 및 아동 동반 여부 제출.미제출 시 후원금 지급 중단, 시설 계약 해지, 아동 안전 점검 요청.방 안의 공기가 그대로 깨졌다.“아동 안전 점검…?”아이를 안고 있던 젊은 엄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게 뭐예요? 애 데려간다는 뜻이에요?”직원은 대답하지 못했다.다른 임산부가 배를 감싸 쥐었다.“후원금 끊기면 우리 여기 못 있는 거잖아요.”“계약 해지면 오늘 나가야 하는 거예요?”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뜨렸다.쉼터 안은 순식간에 무너졌다.방금 전까지 닫아도 된다고 말했던 문이, 다시 뒤에서 잠기기 시작했다.서아는 휴대폰 화면을 똑바로 보았다.강도현은 기다리지 않았다.그는 협박을 천천히 보내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그 문틀째 부수려 했다.한재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저건 법적 효력 없습니다.”지연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그걸 여기 엄마들이 어떻게 알아요?”한재욱은 입을 다물었다.맞았다.법적 효력이 없어도 공포는 효력을 가졌다.태준이 바로 말했다.“시설 계약서 확인해요.”직원이 서랍에서 서류를 꺼냈다.한재욱이 빠르게 넘기다 멈췄다.“해지 조항이 있습니다. 후원기관이 위험 관리상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즉시 지원 중단 가능.”최은경의 얼굴이 굳었다.“그 조항도 잘못됐습니다.”한재욱은 낮게 말했다.“제가 만든 양식입니다.”그 한마디에 직원의 눈빛이 흔들렸다.엄마들 중 한 명이 물었다.“그럼 결국 당신들이 만든 거잖아요.”한재욱은 고개를 숙였다.“맞습니다.”짧은 침묵.그는 도망치지 않았다.“제가 만든 문장 때문에 지금 여러분이 협박받고 있습니다.”젊은 엄마가 아이를 안고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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