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좌충우돌 꽃미남 흥신소: Chapter 21 - Chapter 30

58 Chapters

3일간의 긴잠 그리고 땡중(2)

흥신소 사무실 한쪽의 작은 방. 소하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그러나 평온한 휴식은 아닌 듯, 그녀의 이맛살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식은땀이 맺힌 미간에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도훈은 침대 곁을 지키며 아직 곰 인형의 모습으로 잠든 현빈을 소중히 껴안고 있는 소하를 내려다보았다.그녀의 구겨진 미간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던 걸까. 도훈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길쭉한 검지손가락을 뻗어 소하의 미간을 꾹 눌러 펴주었다.손길이 닿자 마법처럼 소하의 얼굴이 평온하게 돌아왔다. 도훈이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너도 참...... 무모하기는”그때, 닫혀 있던 방문이 벌컥 열리며 재민과 지훈이 들어왔다.멍하니 소하를 바라보던 도훈의 뒷모습을 본 재민이 대뜸 발을 뻗어 도훈의 엉덩이를 퍽 하고 걷어찼다.중심을 잃고 갸우뚱하던 도훈이 겨우 몸을 바로 세우며 재민을 쏘아보았다.“아- 왜 남의 귀한 엉덩이를 까고 난리야!”“하도 얼이 빠져 있길래 정신 좀 차리라고 발차기 좀 해줬다- 왜?”“누가 얼이 빠졌다고 그래?”재민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도훈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야- 너 방금 딱 얼 빠진 표정으로 강소하 쳐다보고 있었거든? 혹시 이거 막 ‘폴 인 러브’ 그런 거냐?”“와나 미친 안재민, 뭔 개뼈다귀 뜯어먹는 소리야!”도훈과 재민이 톰과 제리처럼 투닥거리는 사이, 지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소하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에는 평소와 다른 깊은 우려가 서려 있었다.“그나저나 곰도는 능력을 한꺼번에 써서 그렇다 쳐도 강소하는 너무 안 일어나는데? 벌써 3일짼데...이 정도면 코마 상태 아니냐?”지훈의 말에 투닥거리던 재민과 도훈이 멈춰 서서 소하를 바라보았다.“죽지 않은 게 용하지- 난 솔직히 독기가 퍼져서 벌써 잘못된 줄 알았다니까. 근데 앓는 소리 하나 없이 꿀잠 자는 거 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도훈이 말을 흐리자 재민이 생각났다는 듯 덧붙였다.“근데 사자가 그 땡중 새끼한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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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1)

소하는 꿈을 꾸었다.17살, 늘 바쁘던 부모님과 오랜만에 단란한 여행을 떠났던 그날의 꿈을....행복했던 웃음소리는 이내 날카로운 타이어 마찰음과 비명으로 뒤섞였다.사고의 순간이 도돌이표처럼 돌고 돌아 소하의 가슴을 짓눌렀다. 깨고 싶었지만 깨어나지 못해 꿈속에서 한참을 울었다.그때, 안개 너머에서 성인 남성이라고 하기엔 앳된, 그러나 서글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정말....... 꼭 갚을게...... 내 죄.....그 목소리를 끝으로 몸이 어디론가 강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소하는 번쩍 눈을 떴다.천장은 낯설었고, 새하얬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무당귀에게 물렸던 어깨가 타는 듯 아려와 손을 올리려는데, 누군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소하의 손을 저지했다.고개를 돌리니 처음 보는 남자가 방긋 웃고 있었다.“워워- 아직 치료 덜 끝났다고, 그나저나 대단한데? 이 독기를 견디고 벌써 일어나다니”“누구...... 세요?”“나? 김중원! 음- 돌팔이 치료사라고 해두지- 고로 너의 그 예쁜 어깨를 고쳐준 나는 너의 생명의 은인이자 귀인이지”그제야 소하의 머릿속에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이 파편처럼 스쳐 지나갔다.보름달 아래, 기괴하게 비대해졌던 무당귀와 살점이 뜯겨 나가던 통증. 소름이 돋아 몸을 떨려는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도훈이 뛰어 들어왔다.그는 소하가 깬 것을 확인하자마자 긴 다리로 한걸음에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깼어? 강소하, 너 괜찮아? 정신이 들어?”“아, 네...... 조금 아리긴 한데 괜찮아요- 제가 원래 좀 무쇠 체력이라”소하가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자, 중원이 어깨 위에 올려두었던 초록색 가루를 쓸어 담으며 말했다.“자, 다 됐다! 이제 일어나도 돼”향이 다 타들어 간 자리를 정리하는 중원의 손길에 소하가 흠칫 놀라 몸을 움츠렸다. 중원은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낄낄거리며 농담을 던졌다.“내 손길에 그렇게 설렜나? 걱정 마- 나 여자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중원의 황당한 말에 머쓱해진 소하가 몸을 일으키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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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2)

[ 이름 : 윤진혁 / 나이 : 18세 / 의뢰인과의 관계 : 母子 / 의뢰 내용 : 실종 ]소하는 서류 위에 붙은 소년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환하게 웃고 있는 18살 진혁의 얼굴은 그 나이대 아이들처럼 맑았지만, 그 옆에 놓인 실종 직전의 편지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종이 가득 채워진 정체 모를 기호와 뒤틀린 문자들. 마치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펜을 억지로 쥐고 휘두른 듯한 흔적들 사이로, 마지막 줄만큼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또박또박하게 쓰여 있었다.[ 엄마 살려줘...... ]그 절박한 네 글자가 소하의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처럼 박혔다.일그러진 자음과 모음 사이로 소년의 피눈물이 스며있는 것 같아, 소하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졌다.“삐삐........ 우는 거야? 울지마 .. 삐삐”곁에 있던 현빈이 큰 손으로 소하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였다. 소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진짜 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래........선거가 아무리 중요해도 아들이 이렇게 죽겠다고 외치는데, 어떻게 모른 척을 할 수가 있어?”“인간들 중에는 상상 이상으로 이기적인 부류가 많으니까. 특히 잃을 게 많은 인간일수록 더 그렇지”옆에 앉아 있던 재민이 냉소적으로 대꾸하며 기이한 편지를 훑어보더니 도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이도훈, 네 생각은 어때? 단순 가출은 절대 아니고....... 빙의지?”“나도 그렇게 봐. 전형적인 증상이야- 바다에 다녀온 뒤부터 시작된 갈증, 환청, 환각..... 물에 빠져 죽은 원혼, 수살귀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지만......”도훈이 묘하게 말끝을 흐렸다. 지훈이 그 의도를 알아챈 듯 거들었다.“보통 수살귀라면 그 자리에서 물로 끌어당기지 않아? 빙의까지 해서 석 달이나 버티고 있다는 게 좀 걸리네- 일반적인 놈들하고는 결이 달라”“그러니까... 원한 맺힌 수살귀였다면 보자마자 진혁이를 바다에 빠뜨려 죽였을 텐데,석 달 동안 아이의 몸을 빌려 일상 속에 숨어 있었다는 건.......”도훈의 말에 재민의 미간이 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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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3)

“허억!”편지에 서린 기억을 읽어내려가던 지훈이 발작하듯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펜을 쥐었던 그의 오른손은 마치 동상이라도 걸린 듯 하얗게 질린 채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박지훈! 정신 차려!”재민이 다급하게 지훈의 어깨를 붙잡아 세웠다.곁에 있던 소하 역시 소스라치게 놀라 지훈에게 다가가 그의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쥐었다.“괜찮아요? 손이......너무 차가운데.....”소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훈의 손을 문지르자 지훈은 한참이나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지훈은 소하의 손길을 타고 전해지는 묘한 온기에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느꼈지만, 그저 자신이 기억에 너무 깊게 몰입한 탓이라 여기며 떨리는 입술을 뗐다.“......니들 말대로 빙의는 확실한 것 같아.이 편지를 쓸 때, 놈에게 잠식당해 괴로워하다가 아주 잠깐 제정신으로 돌아온 찰나에 마지막 문장을 쓴 거야.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이상한 점?”재민의 물음에 지훈이 창백해진 안색으로 서류를 가리켰다.“서류에는 이 아이 외동아들이라고 되어 있잖아. 그런데 사이코메트리로 읽은 기억 속의 수살귀는 진혁이에게 자꾸 ‘우리는 가족’이라고 했어. ‘나는 네 형’이라고 말이야. 이 애, 사실은 외동이 아닌 거 아냐?”“박지훈, 정답! 걔 외동아들 아니야”지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무실의 낡은 철문이 거칠게 열렸다.아침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장 정혁과, 소하가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함께 들어서고 있었다.소하가 앳된 얼굴의 남자를 빤히 바라보자,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남자가 쑤욱 하고 소하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엄마, 깜짝이야!”“아~ 네가 우리 사수가 말한 그 여자구나? 오, 맞네- 딱 우리 사수가 탐낼 만한 눈을 가졌네!”소하를 보며 능글맞게 웃는 남자를 아니꼽게 바라보던 재민이 입을 열었다."뭐야, 이정혁- 왜 *용궁사자랑 같이 오는 건데?"(*용궁사자:바다에서 풍랑을 만나거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진 영혼을 인도하는 사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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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훈의 정체(1)

“그 애가 빠진 바다는 강릉에 있는 바다.... 즉- 동해야”용궁사자의 입에서 ‘동해’라는 지명이 나오자마자 사무실의 공기는 순식간에 소금기를 머금은 듯 축축하고 무겁게 가라앉았다.지훈의 미간이 깊게 패이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동해 용왕이 직접 개입했다고? 고작 인간 아이 하나 때문에 바다의 주인이 움직였다는 소리야? 도대체 왜?”“그거 알지? 사해 용왕들의 그 유명한 내기 말이야”용궁사자는 낡은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여지껏 동해 용왕이니 사해 용왕이니, 도통 알 수 없는 말들만 오가는 상황 속에서 소하는 멀뚱히 서 있을 뿐이었다.도대체 용왕이 실종된 고등학생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녀가 손을 휘저으며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아아- 잠깐잠깐! 저기요~ 뉴비한테 설명 좀 해줄래요?동해 용왕은 뭐고 사해 용왕은 또 뭐예요? 지금 판타지 소설 찍는거에요??”용궁사자가 소하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용왕이 뭔지는 알지?”“바다의 신? 외국으로 따지면 포세이돈 같은 거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거북이가 토끼 간 구하러 갈 때 나오는 분이고”“뭐, 비슷해. 그런데 그 용왕은 하나가 아니라 넷이야.동서남북 네 방향의 바다를 각각 다스리는 형제들을 묶어 사해(四海) 용왕이라 부르지.그런데 이 형제 영감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어이없고도 잔혹한 내기를 하나 해왔거든”용궁사자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옆에서 눈치를 보던 현빈이 손을 번쩍 들고 방방 뛰었다.“나나나나! 그거 무슨 내기인지 알아! 내가 설명할래!”하지만 재민이 현빈의 머리를 꾹 누르며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더 많은 이무기를 용으로 만들어 하늘로 승천시키느냐는 내기지.일종의 실적 쌓기 같은 거야- 누가 더 영향력이 센지 증명하려고 벌이는 아주 생산성 없는 짓거리”재민을 향해 입술을 삐죽이던 현빈은 이내 기가 죽어 툴툴거렸다.재민의 설명을 듣던 도훈은 양 미간을 지푸린 채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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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훈의 정체(2)

“하여간 이도훈, 성질머리 하고는......”도훈이 폭풍처럼 박차고 나간 사무실 문을 바라보며 용궁사자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이미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무심한 태도였다. 정작 얼이 빠진 건 남겨진 멤버들이었다.지훈과 재민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에게 질문을 쏟아냈다.“그럼 뭐야- 진짜 이도훈이 그 이무기라고? 우리랑 같이 술 마시고 농담하던 그 이도훈이?”“그보다 도대체 이번 실종 사건이랑 이도훈의 정체가 무슨 상관인데? 왜 동해 용왕이 인간 아이를 납치해서 도훈이를 불러내는 건데?”재민의 날카로운 물음에 용궁사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8년 전, 바다에 빠져 죽은 이도훈 엄마의 영혼을 동해 용왕이 제 바다에 묶어놨어.혹시라도 이도훈이 엄마 때문에 다시 바다를 찾았을 때 그녀를 미끼 삼아 한 걸음에 바다에 뛰어들게 하려고 말이지”“하여간 동해 용왕 늙은이 욕심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현빈이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이맛살을 찌푸리자, 곁에 있던 소하가 ‘워워’ 하며 그의 팔을 진정시키듯 다독였다.용궁사자가 말을 이었다.“그런데 도훈이는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바다 근처에 발을 들이지 않았지.엄마를 향한 증오든 공포든, 그 결계가 생각보다 단단했거든. 결국 아들을 그리워하던 엄마의 망령은 그 바다에서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을 발견하고 바다로 불러들였어.그게 바로 윤진혁의 형이었지”재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잠깐, 사람을 죽여서 바다로 끌어들였다면 그건 이미..... 악귀잖아?”“어, 맞아-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한 악귀지 그런데 우리 저승 사자들도 함부로 손을 낼 수가 없어.동해 용왕이 제 영토에 꽉 붙들어 매고 안 놔주거든”“그 용왕이라는 놈 진짜 나쁘네요! 어떻게 보면 자기 조카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소하가 양팔을 꽉 끼고 신경질적으로 입을 삐죽거렸다.재민은 그런 소하의 입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피식, 썩소를 날렸다.“오리냐? 입 좀 집어넣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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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소년(1)

작은 빗방울이 어느새 거센 줄기로 변해 소하와 정혁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빗물은 순식간에 옷감을 파고들어 그들의 몸을 흠뻑 적셨다.두 명씩 짝을 지어 도훈을 찾기로 한 흥신소 직원들에게서는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빗소리에 묻혀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로 보아, 그들 역시 도훈을 찾지 못한 듯했다.“이도훈 씨!!!!!!!!!!”“이도훈!!!!!!!!!!!!!!”소하는 목이 터져라 도훈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서늘한 빗소리뿐이었다.가슴 한켠에 묵직한 불안이 밀려왔다. 아까 전, 모든 비밀이 폭로되었을 때 도훈이 흘렸던 그 눈물. 그 찰나의 표정에서 소하는 너무나도 큰 절망을 보았다.그 모습은 8년 전,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직후 세상을 잃은 채 서 있던 자신의 모습과 지독하게 닮아 있었다.겨울비 섞인 칼바람에 입김조차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가 덮쳐왔다.소하가 몸을 오들오들 떨기 시작하자, 정혁이 그녀의 팔을 붙잡아 인근 빌라 주차장 안쪽으로 끌고 들어갔다.“잠깐 쉬자. 너 너무 떤다”“괜찮은데....... 어서 찾아야........”“안 괜찮아- 잠깐만 기다려”정혁은 소하를 주차장 안쪽에 세워두고 건물 앞 편의점으로 달려갔다.소하는 주차장 구석 턱에 웅크리고 앉아, 세차게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곧이어 정혁이 따뜻한 캔 커피 두 개와 하얀 수건을 들고 다가왔다.“감사합니다....... 으으, 근데 어디로 갔을까요, 이도훈 씨......”“그러게...........”정혁은 편의점에서 사 온 수건을 소하의 머리 위로 툭 얹어주었다.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탈탈 털어내던 소하가 조심스레 물었다.“근데 사장님은..... 아까 도훈 씨 이야기 들으실 때 전혀 안 놀라시더라고요. 다들 얼이 빠졌는데”“난 알고 있었어. 도훈이가 다른 직원들한테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해서 말 안 했던 것뿐이지”“아아......”따뜻한 캔 커피를 양 뺨에 대고 온기를 느끼던 소하를 향해, 정혁이 비 내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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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소년(2)

“그렇게 도훈이 아버지를 떠나보낸 어머니는 돌아온다는 그 말 한마디만 되새기며 홀로 도훈이를 키우셨다고 하더라고... 그 중간에 갑자기 신병을 앓으셔서 무당이 되기도 하셨고”정혁의 덤덤한 설명에 소하가 눈을 크게 떴다.“아- 그럼 도훈 씨의 그 기운은 어머니한테 물려받아서 생긴 신기인 건가요?”“응.. 하지만 도훈이는 반은 이무기라 신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체질은 아니야.그래서 가끔 남들은 다 보는 영혼을 못 보기도 하지”“그런데 반 이무기면..... 막 도깨비 씨처럼 모습이 변하기도 하나요?”“그럴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도 한 번도 본 적은 없어- 그냥 가끔 이렇게 비가 내리는 것만 봤지”정혁이 빗줄기가 쏟아지는 밤하늘을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소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비요? 지금 이 비가 도훈 씨랑 상관이 있는 거예요?”“원래 이무기들은 비구름을 끌고 올 수 있거든. 도훈이가 지금 많이 슬픈가 보네-이렇게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걸 보니까”정혁의 낮은 음성에 소하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몸을 끙차- 하고 일으켰다.“그럼 빨리 슬퍼하는 이무기를 달래주러 가야겠네요- 사장님, 우리 빨리 가요!”***정혁과 소하는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어두운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다시 5분 정도 도훈을 찾아 헤맸을 때, 소하의 신발이 ‘첨벙’ 하고 길바닥에 가득 고인 물을 밟았다.그 순간, 왼쪽 어두운 골목 깊숙한 곳에서 비릿한 바다 향이 훅 끼쳐왔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돌린 소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왜 그래?”앞서 걷던 정혁이 물었지만, 소하는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물이 가득 차오른 어두운 골목을 향해 아주 조용히 입을 뗐다.“........저기.. 혹시 거기 있어요?”멀리서 비치는 가로등 빛에 의지해 골목 안으로 들어갈수록, 비릿한 바다 향은 숨을 막을 듯 진해졌다.발을 뗄 때마다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적막한 공간을 울렸다. 신발 끝만 적시던 물은 골목 안으로 들어설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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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의 비린내(1)

“으으으...”강릉으로 향하는 차 안겨울 빗물을 머금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소하의 몸을 재민이 옆에 놓인 두툼한 담요로 꽁꽁 감싸주었다.재민은 툴툴거리면서도 담요 끝자락을 여며주는 손길만큼은 조심스러웠다.지훈은 그런 둘을 슬쩍 곁눈질하다가 이내 파르르 떨리는 시선으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도훈을 바라보았다.“너....... 진짜 괜찮냐?”방금 전까지 쏟아진 폭우 속에서 모두가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지만 기이하게도 도훈만은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듯 뽀송뽀송한 모습이었다.아무리 숱한 요괴와 기현상을 봐온 재민과 지훈이라도 10년을 함께한 동료가 ‘반인반요’였다는 사실은 당황스러움을 넘어선 충격이었다.“미안하다..... 이제까지 얘기 못 한 거”도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사과하자 재민과 지훈이 약속이라도 한 듯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너도 사정이 있었겠지”“괜찮냐- 이제?”생각 같아서는 왜 귀띔조차 해주지 않았느냐고 서운함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두 남자는 백미러에 비친 도훈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그것은 정체를 숨긴 자의 비열함이 아니라 태생적인 저주에 떨고 있는 자의 처절함이었기 때문이다.걱정스럽게 물어오는 동료들의 말에 도훈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그 옆에 앉아 있던 소하는 여전히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억지로 웃으며 도훈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완전 베리 오케이죠? 으아아..... 우리 그나저나 더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진혁이가 기다릴 텐데!”“근데 도훈아 너 바다 괜찮겠어?”운전대를 잡은 정혁이 창밖을 내다보며 묻자, 도훈은 다시 한번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백미러로 사시나무 떨듯 떠는 소하를 본 도훈이 옆에 놓인 따뜻한 캔 커피를 뒤로 내밀었다.얼떨떨한 표정으로 소하가 캔 커피를 받아 쥐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빛이 차 안을 가득 메웠다.“으악! 갑자기 뭐예요!!! 도깨비 씨!”빛이 사라지자 소하의 무릎 위에는 곰 인형에서 인간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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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의 비린내(2)

“어어......? 저기.... 저거 진혁이 아니에요?”달빛조차 허락되지 않은 칠흑 같은 밤바다.집채만 한 파도가 집어삼킬 듯 들이치는 수평선 너머로, 한 소년의 실루엣이 보였다.마치 누군가에게 홀린 듯 기괴할 정도로 일정한 보폭으로 바다 안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이었다.“진혁아!”그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란 소하가 차 문을 박차고 나가 바다로 달려가려던 찰나였다.어느새 곰 인형의 껍데기를 벗어던진 현빈이 소하를 앞질러 무서운 속도로 달려 나갔다.현빈은 바닷물이 이미 허리춤까지 차오른 소년의 팔을 낚아채며 외쳤다.“야! 정신 차려!”하지만 팔을 잡는 순간, 현빈의 등줄기에 소름 끼치는 오한이 서렸다.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한기는 산 자의 온기가 아니었다. 뼛속까지 얼려버릴 듯한 망자의 한기“헐- 시바 망했다!”현빈은 직감했다. 지금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에 홀린 영혼이라는것을급하게 영혼에게서 손을 떼고 현빈은 모래사장으로 뛰어 나왔다.쿠르릉-!그와 동시에 천둥소리가 대지를 흔들었고,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번개가 바다를 향해 내리 꽂혔다.성난 파도는 현빈을 집어삼킬 듯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고막을 찢는 파열음과 함께 그를 향해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냈다.“악!”현빈은 본능적인 생존 본능으로 몸을 날려 겨우 피했다. 물줄기가 내리꽂힌 모래사장은 마치 포탄이라도 맞은 듯 깊게 파여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와 씨!!! 깜짝아! 방금 진짜 죽을 뻔했네!”“괜찮아요 도깨비 씨?!”“김현빈! 정신 똑바로 차려!”소하는 현빈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이내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바다 표면 위로 그리고 물결 아래로 셀 수 없이 많은 귀신이 머리를 내밀고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수천 아니 수만의 눈동자가 오직 흥신소 식구들을 향해 살의를 내뿜었다.그리고 그 원귀들의 바다 한가운데 귀신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젖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그녀는 마치 자식을 부르는 어머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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