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하는 꿈을 꾸었다.17살, 늘 바쁘던 부모님과 오랜만에 단란한 여행을 떠났던 그날의 꿈을....행복했던 웃음소리는 이내 날카로운 타이어 마찰음과 비명으로 뒤섞였다.사고의 순간이 도돌이표처럼 돌고 돌아 소하의 가슴을 짓눌렀다. 깨고 싶었지만 깨어나지 못해 꿈속에서 한참을 울었다.그때, 안개 너머에서 성인 남성이라고 하기엔 앳된, 그러나 서글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정말....... 꼭 갚을게...... 내 죄.....그 목소리를 끝으로 몸이 어디론가 강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소하는 번쩍 눈을 떴다.천장은 낯설었고, 새하얬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무당귀에게 물렸던 어깨가 타는 듯 아려와 손을 올리려는데, 누군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소하의 손을 저지했다.고개를 돌리니 처음 보는 남자가 방긋 웃고 있었다.“워워- 아직 치료 덜 끝났다고, 그나저나 대단한데? 이 독기를 견디고 벌써 일어나다니”“누구...... 세요?”“나? 김중원! 음- 돌팔이 치료사라고 해두지- 고로 너의 그 예쁜 어깨를 고쳐준 나는 너의 생명의 은인이자 귀인이지”그제야 소하의 머릿속에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이 파편처럼 스쳐 지나갔다.보름달 아래, 기괴하게 비대해졌던 무당귀와 살점이 뜯겨 나가던 통증. 소름이 돋아 몸을 떨려는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도훈이 뛰어 들어왔다.그는 소하가 깬 것을 확인하자마자 긴 다리로 한걸음에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깼어? 강소하, 너 괜찮아? 정신이 들어?”“아, 네...... 조금 아리긴 한데 괜찮아요- 제가 원래 좀 무쇠 체력이라”소하가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자, 중원이 어깨 위에 올려두었던 초록색 가루를 쓸어 담으며 말했다.“자, 다 됐다! 이제 일어나도 돼”향이 다 타들어 간 자리를 정리하는 중원의 손길에 소하가 흠칫 놀라 몸을 움츠렸다. 중원은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낄낄거리며 농담을 던졌다.“내 손길에 그렇게 설렜나? 걱정 마- 나 여자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중원의 황당한 말에 머쓱해진 소하가 몸을 일으키려
Last Updated : 2026-04-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