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좌충우돌 꽃미남 흥신소: Chapter 31 - Chapter 40

58 Chapters

여기가 오늘 내 무덤인가요?(1)

네 남자가 성난 파도 앞에 섰다.칠흑 같은 바다 한가운데, 악귀로 타락해버린 도훈의 어머니가 여전히 산 사람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부르고 있었다.그 부드러운 손짓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닌,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저주의 몸짓이었다.“이제 그만하라고! 자식이 힘들다잖아!”용궁사자의 사자후에 여인의 눈동자가 기괴하게 뒤틀렸다.미소는 그대로였으나 눈에서는 핏물이 배어 나왔고, 그와 동시에 바다 속에 숨어있던 수천의 원귀들이 모래사장으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어어- 올라온다!”현빈의 고함과 함께 재민과 중원이 부적을 꺼내 들었다. 용궁 역시 지팡이를 고쳐 쥐며 영력을 끌어올렸다.현빈이 달려드는 잡귀 두 마리의 머리통을 억센 손으로 움켜쥐자, 재민이 번개 같은 속도로 그들의 이마에 부적을 박아 넣었다.콰앙—!눈을 뗄 수 없는 섬광과 함께 원혼들이 단말마를 내지르며 흩어졌다.“오- 안재민~ 오늘 운빨 좀 받는데?”“씨발, 실력이라고 몇 번 말해!”재민의 짜증 섞인 대꾸에도 중원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낄낄대며 춤추듯 귀신들 사이를 누볐다.용궁 역시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십 마리의 영혼을 파란 불꽃으로 되돌려 보냈다.하지만 썰물처럼 밀려드는 잡귀의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아오!!! 존나 많네! 동해 용왕 영감탱이 오늘 걸리기만 해봐. 진심으로 바다 밑바닥까지 털어버린다!”“어이어이, 궁시렁대지 말고 일이나 하라고. 네 왼쪽 봐봐. 아주 무서운 언니가 너만 보고 있네”중원의 말에 용궁이 고개를 돌리자, 젖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흉측한 물귀신 하나가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하- 언니~ 나 바빠 이리 와- 이리 와-”용궁이 능청스럽게 손짓하며 몸을 빙글 돌렸다.서걱거리는 모래 소리와 함께 지팡이를 뻗으려던 찰나, 물귀신은 용궁을 비웃듯 방향을 꺾어 어두운 해변 너머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어라? 야! 너 어디 가! 거기 아니라고!”***한편 벨 소리를 쫓아 해변 끝자락에 도착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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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오늘 내 무덤인가요?(2)

멀리 서 있던 남자가 수면 위를 걷듯 다가오기 시작하자, 재민은 황급히 도훈의 팔을 잡아 끌었다.동해 용왕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현빈이 얼려놓았던 바닷물이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도훈! 빨리 나가야 돼! 얼음 녹고있다고!!!”재민의 다급한 외침에도 도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제 품에 안긴, 악령이 되어버린 엄마만을 바라보았다.아름다운 미소 뒤에 숨겨진, 뒤틀리고 찢겨나간 엄마의 고통을 도훈은 이제야 온전히 읽어낼 수 있었다.도훈은 재민의 손에 들려있던 신칼을 넘겨받아 두 손으로 꽉 쥐었다.“엄마, 미안해...... 내가 너무 늦게 왔지?”“아가........ 엄마랑 가자.........”여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달콤한 독처럼 귓가를 간지럽혔다.“아니 엄마.......... 같이 못 가... 정말 미안해...”동해 용왕과의 거리는 이미 한 자릿수로 좁혀져 있었다.재민과 도훈의 발밑을 지탱하던 얼음판은 형체도 없이 녹아 바닷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도훈은 악령이 된 엄마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품안에 숨겨두었던 정화 부적으로 신칼 끝을 감싸 쥔 도훈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쉴 새 없이 터져 나온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바다로 낙하했다.“좋은 곳으로 가- 엄마..... 우리 다음 생에서 꼭 다시 만나....”재민은 이제 포기한 듯 도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함께 마지막 주문을 외웠다.그와 동시에 동해 용왕이 그들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콰드득- 하는 파열음과 함께 마지막 남은 얼음 조각이 바닷물로 변했다.발 디딜 곳이 사라진 재민과 엄마를 껴안은 도훈의 몸이 허공으로 부웅 떴다. 찰나의 순간, 도훈은 있는 힘껏 자신의 엄마의 등에 신칼을 꽂아 넣었다.쿠와앙—!눈부신 섬광과 함께 도훈의 품에 안겨있던 엄마의 영혼이 찬란한 빛의 줄기가 되어 밤하늘로 솟구쳐 올랐다.그리고 재민과 도훈의 몸은 차가운 바닷속으로 풍덩 소리를 내며 잠겨 들었다.천천히 걸어오던 동해 용왕이 귀찮다는 듯 오른손을 들어 휘둘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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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오늘 내 무덤인가요?(3)

정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먹구름 사이로 푸른 번개가 쉴 새 없이 내리쳤다.이무기의 거친 일격에 잠시 밀려났던 동해용왕이 수면 위로 솟구쳐 올랐다.그의 얼굴은 신(神)의 위엄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한낱 영물에게 타격을 입었다는 모멸감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감히.......!”다시 한번 눈을 뜰 수 없는 섬광이 일어났다.동해용왕은 인간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청색의 영롱한 비늘을 번뜩이는 거대한 용으로 변했다.바다의 주인이 본모습을 드러내자, 그 위압감에 해변의 모래알조차 부들부들 떨리는 듯했다. 청룡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이무기 도훈을 노려보았다.그 광경을 보던 용궁사자가 지그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내저었다.“한낱 이무기가 용을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지.........”“승부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어”중원의 말대로였다.천둥번개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허공에서 격투를 벌이는 용과 이무기. 하지만 체급부터가 달랐다.도훈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청룡의 발톱이 이무기의 초록색 비늘을 찢어발길 때마다 칠흑 같은 바다 위로 검은 피가 흩뿌려졌다.결국 균열이 생겼다. 청룡이 날카로운 이빨로 이무기의 목덜미를 콱-하고 집어삼켰다.끄아아아아악!찢어지는 듯한 단말마가 폭풍우를 뚫고 울려 퍼졌다. 청룡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긴 몸을 휘감아 이무기의 숨통을 조여왔다.도훈의 주항색 안광이 점점 흐릿해지며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던 그 찰나였다.콰릉--!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바다 밑바닥에서 또 다른 섬광이 솟구쳤다.그리고 거대한 입을 벌려 동해용왕의 목을 덥썩 물어버리는 눈부신 백룡(白龍)이 나타났다.“크아악!”예상치 못한 공격에 동해용왕이 비명을 지르며 이무기를 놓아주었다.자유로워진 도훈은 허공에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구해준 백룡을 바라보았다.뼛속까지 전해지는 익숙하고도 시린 파동.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20년 전 자신과 어미를 두고 떠나야 했던 아비, 서해용왕이었다.백룡은 동해용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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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강소하 절대 죽지않는 불사조(1)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던 파도가 잔잔히 잦아들었다.먹구름이 물러간 자리에는 하얀 달만이 고개를 내밀어 검은 바다를 은빛으로 적시고 있었다.도훈은 모래사장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기억 속에 단 한 톨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 사진 한 장 없어 얼굴조차 알 수 없었던 아버지가 지금 자신의 옆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도훈은 차마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 채, 한참을 말없이 바다만 바라보았다.“내가 너에게..... 너무 미안하구나.....”길고 무거운 침묵을 먼저 깬 건 서해용왕이었다. 도훈은 고개를 살짝 들어 아버지를 보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바다로 옮겼다.조용히 일렁이는 파도를 보니 방금 제 손으로 직접 성불시킨 어머니가 생각났다.눈물이 다시 습하게 차올랐지만 도훈은 슬픔을 쓰게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전 괜찮아요..... 저 말고, 평생을 기다린 엄마한테......”도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목구름 너머에서 다시금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찰나, 맑아진 하늘에서 난데없이 번개가 번쩍 내리쳤다.서해용왕은 고개를 파르르 떨구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도훈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봉인이 해제되자마자 자리를 비운 걸 옥제께서 눈치채신 모양이구나”서해용왕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도훈은 그 짧은 동작만으로도 20년 만에 만난 아버지와의 이별을 예감했다. 서해용왕은 따스한 목소리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넌 괴물이 아니란다. 그저 내 아들일 뿐이지...... 그러니 이제 행복해지거라- 아들아.....”다시 한번 번쩍- 위엄 있게 번개가 내리쳤다.고요했던 바다가 그를 재촉하듯 파도를 높게 일으켰고, 서해용왕 주변으로 거센 모래바람이 일기 시작했다.“모든 게 끝나면..... 아버지 곁으로 가겠습니다.....”도훈의 말에 서해용왕은 아들의 어깨를 따뜻하게 어루만졌다.그리고 시선을 돌려 저만치 서 있는 흥신소 식구들 속의 소하를 바라보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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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강소하 절대 죽지않는 불사조(2)

‘아,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던 것도 잠시였다.자유 낙하하던 소하의 몸이 수면에 닿기 직전,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듯 바다 위로 쑤욱 끌어올렸다.추락의 충격과 함께 짜디짠 바닷물을 한껏 들이켰던 소하의 입에서 ‘컥!’ 하고 비릿한 물 덩어리가 터져 나왔다.정신을 차려보니 사방이 가로막힌 어둠 속이었다.습한 공기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짠내가 코끝을 찔렀다. 소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자신을 휘감고 있는 얕은 물결을 헤치며 본능적으로 땅을 향해 기어올랐다.오직 동굴 입구로 스며드는 가느다란 달빛에 의존해 끙끙거리며 바닥을 짚었다.“으으으........”바닥에 몸을 뉘자마자 왼편 어둠 속에서 낯선 이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소하는 움찔 놀라 몸을 웅크렸지만, 이내 마른침을 삼키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젖은 옷이 납덩이처럼 몸을 짓눌렀으나 그녀는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발을 뗐다.“저기요.........? 거..기.... 누구 있어요?”동굴 안은 달빛조차 희미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소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벽을 더듬거리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신음소리는 점점 더 또렷하고 처절하게 들려왔다.문득, 아까 전 도훈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이곳 근처 동굴에 소년 한 명을 구해두었다.]그녀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곳은 바다 아래 숨겨진 해식 동굴임이 분명했다.“학생! 윤진혁 학생!!! 거기 있어요?!”겁을 잔뜩 집어먹어 벌벌 떨리는 소하의 목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메아리쳤다.공포가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소하는 용기를 내어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뗐다. 그러다 발끝에 걸린 묵직한 물체에 중심을 잃고 말았다.“으악!”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쿵 넘어졌다.꼬리뼈를 타고 올라오는 찌릿한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엉덩이를 매만지던 소하의 손에, 축축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다. 사람의 머리카락이었다.“윤진혁 학생........? 학생 맞아요?”“살려주세요.... 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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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강소하 절대 죽지않는 불사조(3)

검은 물체를 마주한 소하의 전신에 소름 끼치는 전율이 일었다.점점 좁혀지는 그것과의 거리에 그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마도 저것은 진혁이 말했던 형, '진우'의 원혼이 틀림없었다.하지만 어째서 영혼이 이토록 기괴한 점액질의 형상을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뭐야...... 야......... 너....... 오지 마! 멈춰!""형....... 제발.........."검은 물체가 바닥을 훑으며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슥슥거리는 소리가 거친 파도 소리와 뒤섞여 동굴 안을 음산하게 메웠다.난생처음 보는 압도적인 원념의 존재감에 소하의 발은 마치 바닥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그때, 소하와 진혁 앞까지 다가온 검은 물체에서 쑤욱 하고 검은 팔 두 개가 튀어나왔다.그것은 가차 없이 진혁의 발목을 낚아채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무력하게 질질 끌려가는 소년의 모습에 공포로 마비되었던 소하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소하는 온몸을 던져 바닥을 슬라이딩하며 진혁의 양팔을 붙잡았다."그거 안 놔?! 당장 놓으라고!!!"소하는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진혁을 붙들고 악을 써댔다.검은 팔과 소하 사이의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던 찰나, 갑자기 컥- 하고 소하의 숨통이 막혀왔다.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는 와중에 소하가 간신히 눈을 떴다.방금 전까지 진혁을 끌고 가던 검은 물체는 온데간데없었다.대신 울먹이던 진혁이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소하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죽어........ 얜 내 거야 형!! 제발.... 죽어!! 죽으라고!!!"진혁의 입에서는 마치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듯 소름 끼치는 두 목소리가 교차되어 흘러나왔다.소년의 육신은 거부하듯 꿈틀거렸으나, 소하의 목을 누르는 손아귀의 힘은 점점 강해졌다.산소가 희박해지는 와중에도 소하는 자신을 짓누르는 소년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띠며 내뱉었다."병...... 신........""난 이 아이 몸에서 살 거야........ 그래서 난 사랑받을 거야!""......넌 자체가 글러먹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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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한 휴식은 개나 줘야겠네(1)

그들이 탄 요트가 출렁이는 파도를 가르며 육지로 향하고 있었다.요트 조종실 안은 엔진의 진동 소리만 낮게 깔릴 뿐, 기이할 정도의 적막이 감돌았다.키를 잡은 정혁의 뒷모습은 묵직했고 그 뒤편에는 빗물을 머금어 얼음장처럼 변한 몸을 오들오들 떠는 소하가 있었다.소하의 무릎 위에는 지독한 빙의에서 풀려난 진혁이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었고, 벽 너머에는 재민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소하는 진혁의 젖은 머리칼을 조심스레 쓰다듬다가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재민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평소의 비아냥거림과는 사뭇 달라 소하가 조심스레 물었다.“......왜 그렇게 봐요?”“강소하, 너 아까.......”재민의 입술이 달싹이며 무언가 말을 뱉으려던 찰나였다. 조종실 문이 벌컥 열리며 지훈이 들어왔다.“도착했어- 다들 준비해”지훈의 말에 재민은 다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입을 다물었다.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재민이 나가자마자 현빈이 들어와 진혁을 끙차-하고 품에 안았다. 소하도 현빈의 뒤를 쫓아 갑판 위로 올라섰다.새벽 공기가 내려앉은 해변가엔, 황량한 모래사장과 어울리지 않는 값비싼 외제차 한 대가 서 있었다.“웬 새벽에 외제차예요?”“의뢰인 차야 저 요트도 그쪽에서 수소문해준 거고-”그들이 육지에 발을 내딛자 외제차의 문이 열렸다. 운전석에서 내린 기사가 뒷문을 열자 세련되었으나 짜증이 가득 서린 얼굴의 의뢰인과 말끔한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내렸다.중년 남성의 등장은 공기의 무게를 단숨에 바꿔놓았다.그리고 그들의 뒤편 사자의 오랏줄에 묶인 채 고개를 떨구고 있던 형 진우의 영혼이 격하게 흔들렸다.하지만 한낱 망자인 그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살아있는 그들에겐 그 처절한 모습이 보일 리 없었다.“김 기사- 어서 진혁이 차 안에 눕혀요”여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기사가 현빈에게서 진혁을 낚아채듯 안아 들었다.그때, 의식을 잃었던 진혁이 가느다랗게 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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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한 휴식은 개나 줘야겠네(2)

강릉에서의 그 지독한 사투를 끝내고 돌아온 이후 소하는 실로 오랜만에 청담동에 위치한 자신의 아늑한 보금자리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비릿한 바다 냄새와 피 냄새를 씻어내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곁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거대한 '혹' 두 개가 붙어 있었다.“삐삐!! 너 진짜 부자였어? 청담동 한복판에 이런 집이 있다고?”현관문을 열자마자 현빈이 입을 쩍 벌린 채 휘휘 집안을 둘러보았다. 도훈 역시 평소의 능글맞은 표정 대신 꽤 놀란 눈치로 거실을 훑었다.“집 진짜 좋네...... 인테리어 감각도 나쁘지 않고”소하는 그들의 감탄을 뒤로한 채 겉옷을 소파에 휙 던져놓으며 터덜터덜 욕실로 향했다.그녀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는 도훈과 현빈의 억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인 불청객들이었으나 지금 소하에게 급한 건 그들의 수다가 아니라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었다.그녀가 욕실로 들어간 사이, 호기심 많은 현빈은 아이처럼 헤헤거리며 집안 구석구석을 탐험했다.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든 그는 깔끔하게 정돈된 소파에 앉아 있는 도훈의 옆에 털썩 앉아 TV를 켰다.[ 다음 뉴스입니다. ST그룹의 7,000억대 재산 분쟁 소송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고(故) 안현호 회장의 차명 재산을 둘러싼 이번 소송은.... ]“우와-! TV 봐!! 완전 커!”“야- 김현빈 너 입에서 침 떨어지겠다. 입 좀 닫아라 한심하게 보여”“내가 언제 입 벌렸다고 그래.......!”현빈은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손에 쥔 주스를 꿀떡꿀떡 마셨다.도훈은 그런 현빈을 보며 피식 웃다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느꼈다.본능적으로 고개를 왼쪽 창가로 돌린 도훈의 시선 끝에, 허공에 떠서 집 안을 노려보는 영혼 하나가 걸렸다.악취가 진동하는 악귀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본 도훈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왼손을 품 안의 부적 쪽으로 가져갔다.“뭐야- 너 뭐 봐? 거기 뭐 있냐?”“쉿”“뭐야 왜 그래....... 무섭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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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한 휴식은 개나 줘야겠네(3)

지훈의 입에서 나온 말은 비수가 되어 사무실의 공기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소하는 왈칵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지 못한 채 아이를 부서질 듯 껴안았다.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영혼은 그저 소하의 품이 따뜻한 듯 눈을 감고 몸을 기댈 뿐이었다.하지만 가장 처참하게 무너진 것은 지훈이었다.지훈은 아이의 손을 놓은 뒤에도 제 오른손을 마치 불에 데인 사람처럼 감싸 쥐며 바르르 떨었다.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15년 전, 불타는 집 마당 기둥 위에서 자신을 비웃던 그 검은 짐승의 안광이 지금 읽어낸 아이의 기억 끝자락에 선명하게 맺혀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소파 가장 깊숙한 곳에서 묵묵히 상황을 듣고 있던 정혁이 입에 물고 있던 불 꺼진 담배를 재떨이에 내려놓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지훈에게 다가갔다.“박지훈- 눈 떠”“........그놈이야........”지훈이 짓씹듯 뱉어낸 목소리에 정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그놈이라고?”“그래...! 그놈이야.... 그놈이라고!”둘의 대화에 어리둥절한 흥신소 식구들 사이 재민이 입을 열었다.“그놈이라니? 박지훈 너 뭐 알고 있는거 있어?”재민의 물음에 지훈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15년 전 ... 내가 읽었던 놈.... 아니....그놈 밑에서 일하던 그 비릿한 냄새가 이 아이의 기억에도 섞여 있어...”지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평소의 냉철하고 무심했던 박지훈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광기에 어린 눈으로 캐비닛에서 자신의 장비를 챙겨 넣기 시작했다.“박지훈! 진정해!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도훈이 가로막았으나 지훈은 거칠게 그를 밀쳐냈다.“비켜! 그 새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애들을 썰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너희는 몰라....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내 동생이 어떤 소리를 냈을지...너희는 절대 모른다고!”지훈의 처절한 포효에 사무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동생?”“아무튼 나는 그놈을 찾아야겠어”지훈의 단호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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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빨간 대문

인천항의 지하 실험실은 정막보다 더 지독한 살의의 잔향에 짓눌려 있었다.도살자는 제 목숨을 끊었고 그가 부리던 기괴한 피조물들은 흥신소 직원들의 압도적인 영압에 으스러져 바닥을 뒹굴었다.지훈은 아이의 이름 ‘김희수’가 선명히 박힌 작은 팬던트를 손에 쥔 채 차가운 수술대 위에 놓인 유해 앞에서 망령처럼 멈춰서 있었다.“박지훈 이제 그만 가자- 여긴 곧 경찰이 들이닥칠 거야”재민이 지훈의 어깨를 툭 쳤으나, 지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허공에서 덜덜 떨며 자신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희수의 영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지훈의 코밑으로는 이미 검붉은 코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과도한 사이코메트리 사용으로 뇌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였다.“...집에 보내줘야 해....혼자서는 길을 못 찾아...”지훈이 나직하게 읊조리며 다시 장갑을 벗었다.“야! 너 미쳤어? 지금 네 영력이 바닥이야! 여기서 더 읽었다간 네 정신이 먼저 타버린다고!”도훈이 급하게 지훈의 팔을 잡았으나 정혁이 그를 제지했다.정혁은 말없이 지훈의 등을 바라보았다. 지훈이 느끼는 그 지독한 부채감..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그 죄책감이 이 아이를 향해 폭주하고 있음을 정혁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지훈은 주저 없이 아이의 차가운 유해 위에 손을 올렸다.“끄아아악-!”손이 닿는 순간 지훈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조각난 아이의 기억들이 해일처럼 지훈의 정신을 덮쳤다.지독한 소독약 냄새 너머로 보이던 희미한 풍경, 비 오는 날 엄마가 들고 있던 노란 우산..그리고…… 매일 아침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던 페인트가 다 벗겨진 ‘빨간 대문’“.....인천 동구…... 달동네 언덕길이야..빨간 대문이 있는 집... 그 집 앞에....바람개비가 하나 있어”지훈은 그 말을 뱉어낸 뒤 그대로 정신을 잃고 재민의 품으로 쓰러졌다.정혁은 자신의 자켓을 벗어 아이의 유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비린 바다 냄새가 진동하는 도살장 위로 지훈의 가쁜 숨소리만이 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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