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좌충우돌 꽃미남 흥신소: Chapter 41 - Chapter 50

58 Chapters

핏줄의 족쇄, 그리고 뒤틀린 왕관(1)

남자의 입에서 나온 ‘도련님’이라는 단어에 사무실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재민은 남자의 등장이 썩 달갑지 않은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뭐야? 안재민 아는 사이야?”“도련님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데?”현빈과 도훈의 물음에도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재민의 코앞까지 다가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이제 그만 돌아오시지요 도련님”“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집안에 내가 왜 가야 하지? 어차피 난 그 집안의 수치일 뿐인데”재민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남자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재민이 덧붙였다.“인연 끊은 지 오래됐어- 다시는 찾지 말라고 전해”“스스로 오시지 않는다면 끌고라도 오라는 게 회장님의 명령이셨습니다. 그래도 직접 일어나지 않으시겠습니까?”순간 재민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요지부동이었다.재민의 거부 반응에 남자가 가볍게 손가락을 휙 돌렸다.“끌고 가”명령과 동시에 덩치 큰 사내들이 재민을 덮쳤다. 도훈과 현빈이 필사적으로 막아섰고 얼떨떨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소하까지 달려들어 사내들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이게 무슨 짓이에요! 당장 놔요!”사무실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혼란 속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지훈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그때, 사내들에게 양팔이 붙들린 채 끌려가던 재민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그만해.....다들.....”재민의 떨리는 목소리에 세 사람의 동작이 멈췄다. 재민은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을 피하며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금방 다녀올게-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해”“안재민, 진짜 가려고? 저 사람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고!”“이렇게 친히들 모시러 오셨는데 안 가면 회장님이 섭섭해 하실거 같네.. 5년 만에 아들을 찾으신 거니까”“도대체 네 정체가 뭐야? 어디로 가는 건데!”쏟아지는 물음에 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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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의 족쇄, 그리고 뒤틀린 왕관(2)

재민의 아버지는 본래 타인에게 무심한 남자였으나 ST그룹의 왕좌에 오른 뒤로는 그 무관심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어린 재민의 몸에 새겨진 크고 작은 생채기를 보며 무어냐고 한 번쯤 물어볼 법도 했건만 아버지는 단 한마디의 질문도,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오직 새엄마의 가시 돋친 말들, 재민이 미친 것 같다는 그 악의 적인 속삭임만을 진실로 믿었다.결국 아버지는 재민을 어느 외딴 정신병동에 가둬버렸다. 그렇게 14살의 재민은 지독한 고독 속으로 내던져졌다.“나..나는... 미치지 않았어요......”CCTV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돌아가는 다섯 평 남짓한 방 차가운 금속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하얀 가운의 의사와 마주 앉은 재민은 온몸이 결박된 채 고개를 파르르 떨었다.교정을 뛰어놀며 푸른 꿈을 꿔야 할 14살의 소년은, 자신이 미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절규하고 있었다.“나만 보이는 거예요? 죽은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이 나를 찾아오는 게..... 그게 미친 건가요?”재민의 울음 섞인 호소에도 의사는 사무적인 얼굴로 차트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갈 뿐이었다.의사의 왼쪽 가슴에 달린 ‘과장 윤혁규’이라는 명찰이 무심하게 반짝였다. 그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재민을 삐딱하게 내려다보았다.“안재민군 계속 이런 식이면 이곳에서 절대 나갈 수 없어요”딱딱하게 굳은 의사의 말에 재민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남들은 그저 슬픔이 만들어낸 환각이라고 치부했다. 애틋했던 할아버지와 형을 잃은 충격이 만들어낸 가짜라고 손가락질했다.하지만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재민의 눈에는 시도 때도 없이 망자들이 찾아왔고 그들의 한 서린 속삭임은 소년의 영혼을 잠식해 들어갔다.“형...... 난 어떡해야 해?”달빛이 창살 틈으로 스며들어 하얀 벽면을 차갑게 비추던 밤.재민은 침대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을 슬프게 바라보는 형 기현의 영혼을 응시했다.“형이 정말 내 환상이야? 내가 만들어낸 착각인 거야?”재민의 물음에 형의 영혼은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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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인

재민이 검은 정장의 사내들과 함께 흥신소를 나간 이후 사무실 안에는 한참 동안 지독한 정적이 흘렀다.열린 문 사이로 들어온 차가운 아침 공기가 바닥을 훑었지만 누구 하나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소하는 도통 말이 없는 남자들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시선을 정혁에게로 돌렸다.재민을 보낼 때 정혁이 보여준 기묘한 침착함. 그는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따져 물으려던 찰나 정혁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잠시 나갔다 올게""어디 가게?"도훈의 물음에 정혁은 대답 대신 차갑게 싱긋 웃어 보일 뿐이었다. 평소보다 깊게 파인 미간이 그의 심상치 않은 심계를 대변했다."좀 알아볼 게 있어서- 재민이 올 때까지 잘 좀 부탁한다"정혁은 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대충 걸쳐 입고는 빠르게 흥신소를 빠져나갔다.뒤를 쫓으려던 현빈의 발걸음도 정혁의 단호한 뒷모습에 가로막혀 멈춰 섰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계 바늘이 몇 바퀴를 돌고 태양이 정수리 위를 지나 서쪽으로 기울 때까지 정혁과 재민은 감감무소식이었다.초조하게 소파 끝에 걸터앉아 시계만 보던 소하가 결국 입을 열었다."근데... 다들 안재민 씨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거예요?""어- 우리 대부분 과거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게 규칙이었으니까"지훈의 무미건조한 대답에 도훈과 현빈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나저나 ST그룹이라니 어쩐지 성격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싶더라니만........."소하의 혼잣말에 현빈이 마치 동의한다는 듯 '푸흡' 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그 웃음엔 뼈가 있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재민의 빈자리가 이토록 시리게 느껴질 줄은 몰랐던 탓이다."근데 이정혁은 또 어딜 간 거야 벌써 자정이 다 되어 가는데"도훈의 걱정 섞인 말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흥신소 철문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였다.덜컹-!낡은 철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눈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한 정혁이 나타났다.평소의 당당한 풍채는 간데없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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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서막

흥신소 사무실은 며칠 동안 지독한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재민의 까칠한 농담과 현빈의 활기찬 목소리로 북적이던 공간은 이제 차가운 먼지만이 내려앉은 채 휑한 기운을 뿜어냈다.금방 돌아오겠다며 낯선 사내들을 따라 나섰던 재민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소식 한 통 없었다.게다가 정체 모를 영가에게 습격을 당해 피투성이로 돌아온 사장 정혁의 상태는 날로 악화되었다.'돌팔이'라 불리면서도 영적인 치유에는 독보적인 중원이 몇 번이나 긴급히 다녀갔지만 정혁의 상처는 좀처럼 새살이 돋지 않았다.상처 부위에서는 검은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간헐적으로 피어올랐고 정혁은 깊은 혼수 상태 속에서 짐승의 신음 같은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설상가상으로 지훈 또한 도훈과의 마찰 이후 마음이 상했는지 도통 사무실에 붙어 있는 시간이 없었다.흥신소의 기둥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형국이었다.“어떤 새끼한테 당했는지 형님도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이거지?”정혁의 침대 옆 삐딱하게 놓인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중원이 가느다란 향에 불을 붙였다.매캐하면서도 서늘한 향취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도훈은 그런 중원을 바라보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중원은 타오르는 향 끝을 응시하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말한 대로 인간의 소행은 아니야- 분명 영가고, 엄청난 살기를 품은 놈이지....그런데 말이야, 도훈아. 이 새끼가 도대체 이 상처에 무슨 짓을 해놨는지 자취를 감쪽같이 숨겼어.20년 넘게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나도 듣도 보도 못한 형식의 주술이야.상처가 아물지 않는 게 아니라 상처 자체가 '살아있는 저주'가 되어 정혁의 생기를 갉아먹고 있어”“영가가 주술을 쓴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돼?”“그래서 내가 지금 미치겠다는 거잖아 이건 단순한 원귀의 짓이 아니야. 누군가 아주 정교하게 설계한 '덫'이지...”중원의 말에 도훈은 침대 끝에 살짝 걸터앉아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바로 그때, 닫혀 있던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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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고 싶은 것과 지켜야만 하는 것(1)

5평 남짓한 좁은 검찰청 취조실 안.사방이 막힌 벽은 빛을 흡수하듯 어두웠고 매캐한 소독약 냄새와 낡은 종이 냄새가 뒤섞인 공기는 질식할 듯 무거웠다.그 한가운데 팔목에 은색 수갑이 단단히 채워진 재민이 앉아 있었다.그는 의자에 몸을 깊이 기댄 채 자신을 비추고 있는 매끄러운 취조실 거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거울 속의 자신은 유령처럼 창백했고, 수갑의 금속성은 형광등 불빛을 받아 차갑게 일렁였다.거울 너머 특수 유리로 차단된 관찰실에서는 부장검사가 옆에 선 한 사내를 지켜보고 있었다.꼿꼿이 허리를 세운 채 재민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사내.그의 가슴에는 ‘연태준’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출입증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태준의 눈동자는 증오와 고통이 뒤섞인 채 타오르고 있었다.“이번에는 반드시 저 자식......제 손으로 쳐 넣을 겁니다. 아니, 제 인생을 걸고라도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습니다.”태준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부장검사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쉽지 않을 거야. 알잖나, 이번에도 확실한 물증은 없어. 정황뿐이지.그리고 저놈...5년 전에도 정신병 경력을 앞세워 안성민회장이 빼내지 않았나.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으로 빠져나갈 구실을 찾고 있을 걸세....”“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이번엔 그 누구도 저 자식을 지켜주지 못하게 할 겁니다.”태준의 주먹에 힘이 꾹 들어갔다. 하얗게 질린 마디가 그의 억눌린 분노를 대변했다.검사장은 그런 태준의 손을 한 번 보더니 위로하듯 어깨를 무겁게 토닥이며 먼저 관찰실을 나섰다.홀로 남은 태준은 거울 너머의 재민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쏘아보았다.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옛 기억들 하얀 눈이 흩날리던 날의 참혹한 잔상들이 떠올라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살짝 풀려 있던 넥타이를 단단히 고쳐 맸다. 금세 차가운 검사의 눈빛으로 돌아온 그는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재민이 앉아 있는 취조실 문으로 향했다.여전히 수갑을 찬 채 거울만 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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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고 싶은 것과 지켜야만 하는 것(2)

재민에게 소녀 목하는 단순한 친구 그 이상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위로였다.영가들을 본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혀야 했던 소년에게 목하는 네가 미친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는 우리처럼 신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아주 많다고 온몸으로 말해주었다.목하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고 했다.사람의 마음부터 상처 입은 영혼, 심지어 시들어가는 식물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 만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고귀한 힘.부모의 얼굴조차 모른다는 목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산속의 한 노스님에게 거두어져 자랐고 스님으로부터 그 치유의 힘을 이용해 이승을 떠도는 가여운 영혼들을 달래 승천시키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내가 정말 그곳에 가도 되는 거야?”목하가 열일곱, 재민이 열여덟이 되던 해의 어느 여름날이었다.목하는 이제껏 그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자신이 자라온 은밀한 거처인 절로 재민을 초대했다.“가도 된다니까? 내가 우리 대장 스님한테 너 얘기 정말 많이 했어-”“내 얘기를... 했다고?”“응! 내 눈보다 훨씬 더 깊고 뛰어난 눈을 가진 친구가 있다고 자랑했지”목하의 해맑은 눈웃음에 재민은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이제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단짝이었지만 재민에게 목하는 이미 우정을 넘어선 사랑이었다.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었다가 그 소중한 관계마저 깨어질까 봐 그래서 더는 그녀의 곁에 머물 수 없게 될까 봐 그는 늘 입술을 깨물며 말을 삼켰다.그렇게 열여덟 재민의 첫사랑은 우정이라는 얄팍한 가면을 쓴 채 하루하루 깊어만 갔다.한참을 산길을 올라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무렵이었다.어디선가 불어온 청량한 바람이 재민의 젖은 이마와 흐트러진 머리칼을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갔다.재민이 고개를 들자 바람 소리와 함께 ‘딸랑’거리는 풍경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 울려 퍼졌다.청명한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양옆으로 곧게 뻗은 푸른 나무숲의 끝에 위엄 넘치는 절의 입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귓가로 넘실거리며 흘러드는 풍경 소리와 뺨에 닿는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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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진 영혼과 톱니바퀴의 시작(1)

검찰청 취조실의 공기는 질식할 듯 무거웠다.5평 남짓한 좁은 사각형의 공간, 재민은 팔목을 조여오는 은색 수갑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의자에 몸을 깊이 기댔다.정면의 특수 거울 속에는 며칠 사이 유령처럼 수척해진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이번에도 네가 하는 건 그저 묵비권 행사인가?”어지럽게 머릿속을 휘젓던 목하와의 기억에 재민의 눈가가 잠시 젖어 드는가 싶더니, 이내 담당 검사 태준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끌어내렸다.재민은 두 뺨 위로 흐르려던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타들어 가는 목구멍 안으로 슬픔을 꾹꾹 눌러내었다.“....죽이지 않았어요...”“하...... 이번에는 부인인가?”태준이 서류 뭉치를 거칠게 넘기며 비웃었다.“여길 봐... 처음 신고한 건 자네의 새어머니 이혜영이야. 그녀의 진술에 의하면 비서 엄준민과 함께 안회장의 방에 들어갔을 때이미 안회장은 숨이 끊어진 뒤였고 너는 피 묻은 손으로 그 방안에 서 있었다더군. 정황이 이렇게 확실한데 언제까지 오리발을 내밀 셈이지?”태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재민의 가슴을 후볐다. 재민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태준을 똑바로 응시했다.“새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세요.”“뭐?”“형... 아니... 검사님.... 새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신다면, 5년 전 목하가 죽던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취조실 안에는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타탁, 타탁’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재민은 불안함이 역력한 표정으로 수갑이 채워진 두 손을 연신 매만졌다. 창밖은 이미 매서운 한겨울이건만 재민의 손바닥에서는 축축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그때 무거운 철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열렸다.남편을 잃은 미망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굉장히 온화하고 단아한 표정의 계모 이혜영이 들어와 재민의 맞은편에 앉았다.“도대체 우리 아버지께 무슨 짓을 한 거야?”재민의 분노가 섞인 목소리에도 그녀는 눈 하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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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진 영혼과 톱니바퀴의 시작(2)

“....곰도랑 이도훈이 아마 왔었지....”대리석으로 차갑게 이어진 복도를 걷던 지훈은 '302호'라고 적힌 문 앞에 멈춰 섰다.무거운 정적만이 감도는 문을 가만히 응시하던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도어록 위에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올렸다.손바닥이 매끄러운 기계 표면에 닿는 순간 지훈의 신경계가 곤두섰다.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사이코메트리. 사물에 깃든 기억의 잔상을 읽어내는 그의 능력이 회색빛 노이즈를 뚫고 과거의 목소리들을 길어 올리기 시작했다.[ 헤헤 삐삐~ 나 아까 활약 봤어? 대박이지? ][ 아 네네- 알겠습니다! 아주 대박이었어요 ][ 오, 비밀번호 0428! 나는 봤다! ][ 저기요- 도깨비 씨? 지금 사생활 침해하신 거 아세요? ][ 뭐야~ 우리 사이에 사생활 침해라니~ ]현빈의 철없는 웃음소리와 소하의 짜증 섞인 대꾸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더 깊은 기억의 층위를 파고들었다. 뒤이어 도훈의 낮은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야 곰도 너 병신이냐? 전에 강소하 사주 풀 때 생일이 5월 30일이라고 했잖아. 옆에 있었으면서 그새 까먹었냐? ][ 그럴 수도 있지! 병신은 뭐냐, 이 무당 새끼야! ][ 능력도 없는 곰도 주제에 뭐? ][ 야- 너 잘못하면 내 방망이에 세상 하직할 수 있거든? ][ 하직? 너 비구름에 쓸려서 태평양에서 생 마감하고 싶냐? ]웅웅거리는 소음 사이로 소하의 지친 외침이 쐐기를 박듯 들려왔다.[ 아오! 좀 그만해요, 그만해! 0428... 부모님 기일이에요! 기일! ]“기일........”지훈은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0428. 5월 28일. 소하의 부모님이 동시에 돌아가신 날.“강소하 부모님이 그녀가 17살 때 돌아가셨다고 했나........ 4월 28일.......”심장 언저리가 기분 나쁘게 요동쳤다. 아닐 것이다.설마 무슨 관련이 있겠느냐며 고개를 휘휘 저었지만 축축하게 배어 나오는 식은땀은 멈추지 않았다.지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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