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취조실의 공기는 질식할 듯 무거웠다.5평 남짓한 좁은 사각형의 공간, 재민은 팔목을 조여오는 은색 수갑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의자에 몸을 깊이 기댔다.정면의 특수 거울 속에는 며칠 사이 유령처럼 수척해진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이번에도 네가 하는 건 그저 묵비권 행사인가?”어지럽게 머릿속을 휘젓던 목하와의 기억에 재민의 눈가가 잠시 젖어 드는가 싶더니, 이내 담당 검사 태준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끌어내렸다.재민은 두 뺨 위로 흐르려던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타들어 가는 목구멍 안으로 슬픔을 꾹꾹 눌러내었다.“....죽이지 않았어요...”“하...... 이번에는 부인인가?”태준이 서류 뭉치를 거칠게 넘기며 비웃었다.“여길 봐... 처음 신고한 건 자네의 새어머니 이혜영이야. 그녀의 진술에 의하면 비서 엄준민과 함께 안회장의 방에 들어갔을 때이미 안회장은 숨이 끊어진 뒤였고 너는 피 묻은 손으로 그 방안에 서 있었다더군. 정황이 이렇게 확실한데 언제까지 오리발을 내밀 셈이지?”태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재민의 가슴을 후볐다. 재민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태준을 똑바로 응시했다.“새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세요.”“뭐?”“형... 아니... 검사님.... 새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신다면, 5년 전 목하가 죽던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취조실 안에는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타탁, 타탁’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재민은 불안함이 역력한 표정으로 수갑이 채워진 두 손을 연신 매만졌다. 창밖은 이미 매서운 한겨울이건만 재민의 손바닥에서는 축축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그때 무거운 철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열렸다.남편을 잃은 미망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굉장히 온화하고 단아한 표정의 계모 이혜영이 들어와 재민의 맞은편에 앉았다.“도대체 우리 아버지께 무슨 짓을 한 거야?”재민의 분노가 섞인 목소리에도 그녀는 눈 하나
Last Updated : 2026-05-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