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좌충우돌 꽃미남 흥신소: Chapter 11 - Chapter 20

58 Chapters

사자님 존나 쎈캐시네요(3)

"하, 진짜 곰탱이 성깔 하고는..."도훈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빈 잔을 만지작거렸다.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처럼, 현빈이 박차고 나간 철문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이정혁.... 그래도 좀 달래듯이 말하지 그랬냐.... 쟤 상처가 보통 깊은 게 아닌데"지훈의 핀잔 섞인 말에 냉장고에 기대 서 있던 재민이 ‘끙차’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그의 표정엔 여전히 귀찮음과 서늘함이 공존하고 있었다."곰도가 퍽이나 그 말을 곱게 들었겠다 제 가족들 몰살시킨 놈 이야긴데"소하는 아무 말 없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전까지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영혼을 먹는 악귀니 도깨비 몰살이니 하는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소화되지 않은 채 둥둥 떠다녔다.그때, 소하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자가 불쑥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소하는 저도 모르게 뒤로 몸을 뺐지만 사자의 형형한 눈빛은 이미 그녀의 눈동자 깊숙한 곳을 꿰뚫고 있었다.사자는 잠시 소하를 감상하듯 바라보더니, 못마땅한 표정의 정혁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래 뭐... 이번 건은 안 하는 걸로 하고 김현빈 단속이나 잘해. 혹시 모르잖아? 지금은 능력을 봉인해서 안 쓴다고는 하지만 예전처럼 언제 또 폭발할지"사자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소하를 지목했다."아! 그리고 강소하라고 했나?""저…… 저요?"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허스키한 목소리에 소하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사자는 꽤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소하를 훑어내렸다.그 노골적인 시선에 소하는 마치 얼음물 속에 던져진 것처럼 오한이 드는 기분이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것뿐이었다."아하…… 하하…….""사실 내가 그전까진 안재민을 참 탐냈었거든. 근데 이젠 그쪽이 더 탐나네""네? 그게 무슨…….""그쪽 눈 말이야. 엄청 탐난다고- 아주 맑고 맛있게 생겼어"탐난다는 말이 ‘맛있게 생겼다’는 비유로 이어지자 소하는 그만 벙어리가 된 듯 굳어버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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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씨의 과거(1)

억지로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소하는 울상이 된 얼굴로 종이를 바라보았다.인생이 이토록 허무하게 저당 잡힐 줄이야.하지만 소하의 속도 모르는 도훈은 그녀의 손에서 계약서를 휙 낚아채더니, 얄미울 정도로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 이제 우리 식구네? 환영해 강소하~!"도훈은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정혁의 책상으로 발을 옮겼다.그 가벼운 뒷모습을 보며 소하는 주먹을 꽉 쥐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 깊숙이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하루 사이에 겪은 일들이 폭풍처럼 지나가 머릿속이 지끈거렸다.그런데 영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슬그머니 눈을 뜨니, 반대편 소파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자신을 빤히 관찰하는 재민이 보였다. 소하는 지지 않고 눈을 치켜떴다."뭐예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면 내가 너무 예뻐서 넋이라도 나갔나?"소하의 뻔뻔한 말에 재민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나참...기가 막히네 지금 누구 때문에 ‘꽃미남’ 흥신소 간판을 내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거든?너-공주는 공주인데…… 슈렉 공주 어때? 피오나라고 들어봤지?""허, 참! 슈렉이요? 슈렉? 세상에 이렇게 예쁜 슈렉 공주 봤어요?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냐?""너 평소에 집에 거울 안 두고 사냐? 아니면 정신 승리가 취미인가?"여전히 싸가지라고는 밥 말아 먹은 저놈과 콤비를 해야 한다니소하는 속에서 열불이 터져 올라왔지만, 교양 있는 현대인으로서 참기로 했다.대신 어금니를 으드득 갈며 오른손을 펴서 흔들어 보였다."나한테 돈 맡겨 놨어? 왜 그러는데?"재민이 정색하며 소하를 바라보자 소하는 본론을 꺼냈다."돈 말고, 아침에 다시 올 테니까 귀신들 접근 못 하게 하는 부적이나 좀 주시죠? 나 집에 가야 하거든요""아 결계 부적? 그거 이도훈 전공이니까 나한테 찾지 마- 난 그런 거 안 키워"재민은 귀찮다는 듯 몸을 일으켜 제 방으로 홱 들어가 버렸다.소하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주먹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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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씨의 과거(2)

어디서부터 시작된지도 모르는 색채가 거세된 흑백의 공간이었다.사방이 뒤틀린 듯한 기묘한 풍경 속에 던져진 소하는 당혹감에 휩싸여 고개를 두리번거렸다.차가운 공기는 폐부를 찔렀고, 발밑의 감각은 마치 늪을 걷는 듯 축축하고 불분명했다.무언가에 홀린 듯 발걸음을 옮기던 소하의 눈에 낡은 현수막 하나가 들어왔다.싸늘한 새벽바람에 펄럭이는 천 조각 위에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금나리 마을 재개발 확정]소하는 자기도 모르게 마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하늘에는 습한 기운을 머금은 새벽달이 떠 있었지만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흑백의 톤 때문인지 달빛조차 서늘한 은빛으로 부서졌다.그때였다. 어디선가 가슴을 울리는 둔중한 북소리가 들려왔다. 소하는 그 소리에 이끌려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그곳에는 낮에 보았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웅장한 버드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수천 개의 가지가 눈물처럼 아래로 늘어진 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신전처럼 소하를 압도했다.나무 아래에는 휘황찬란한 무복을 입은 무당이 방울을 흔들며 요란하게 작두 위를 타듯 방방 뛰고 있었다.그 주위를 에워싼 마을 사람들은 질린 눈으로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이 마을의 부정한 것들을 거두어 가시고, 평화를 주시옵소서"수십 명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조로운 주문과 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북소리, 그리고 고막을 찢는 듯한 방울 소리가 한데 섞였다.소하는 머리가 쨍하고 울리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버드나무의 깊게 패인 옹이 속, 그 어둠 속에 숨어 바르르 떨고 있는 ‘그것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도깨비들이었다.공포에 질려 서로를 껴안은 도깨비들 사이에서 소하의 눈에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덩치 큰 도깨비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있는 어린 도깨비. 그것은 분명 현빈의 어린 시절이었다."이 땅은 이미 썩었군. 터주신이니 뭐니 다 보내줘야겠어!"무당의 목소리가 들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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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씨의 과거(3)

소파에 누워 있던 소하의 감은 두 눈에서 주르륵,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몽롱한 의식 속에서 눈을 뜨자, 정혁이 맞은편에 앉아 캔맥주를 들이켜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흑백의 공간에서 본 그 처절한 광경이 여운처럼 남아, 소하는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하아…….”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한 통증이었다. 소하의 눈에서 다시 한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혁의 머리칼 위로 늦은 밤의 창백한 달빛이 내려앉았다.그 차가운 빛 때문인지,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조차 오늘따라 처연해 보였다.“가족을 모두 잃고 그렇게 혼자 떠돌던 현빈이를 가엾게 여긴 분이 계셨어. 우리가 통상 ‘신’이라고 부르는 그분이 현빈이에게 인간의 몸을 주셨어..”소하는 아무 말 없이 정혁을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곰 인형 속에 숨어 장난이나 치던 그 도깨비가, 그런 끔찍한 학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니. 가슴 한구석이 칼에 베인 듯 아려왔다.“인간의 몸에 깃들어 있기 때문에 도깨비로서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쓰지는 못해.하지만 스스로 몸에서 나오는 건 가능하지. 그런데 현빈이는 단 한 번도 자기 의지로 인간의 껍데기를 벗은 적이 없었어....그날 전까지는.”“그날이요?”“현빈이가 자신의 종족을 몰살시킨 그 박수무당과 재회한 날”정혁의 조용한 갈무리에도 소하는 손바닥에 축축하게 땀이 배는 것을 느꼈다.정혁은 젖은 눈빛으로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그날, 현빈이는 인간의 몸에서 나와 진짜 도깨비가 되었어. 그리고...”정혁이 잠시 말을 멈추고 슬픈 눈을 한 소하를 응시했다.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공중을 부유했다.“그 무당을 죽였지”소하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죽였다.그 따뜻하고 여린 마음을 가졌다던 도깨비가, 증오에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그걸 사자가 알게 됐어. 사자는 윗선에 비밀로 해주는 대신 현빈이의 방망이를 압수해 갔지.그리고 약속했어. 다시 한번 살인과 같은 맥락의 짓을 저지른다면 그때는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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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찾기 대작전(1)

“야-이도훈! 잘 좀 찾아봐,네가 아무 데나 처박아 둔 거 아니야?”“안재민.....내가 그걸 왜 미쳤다고 아무 데나 두냐고! 분명히 여기 뒀단 말이야!”“어휴, 간수 좀 잘하지”현빈의 처절한 과거를 곱씹다 겨우 잠이 들었던 소하의 귓가로 남자들의 거친 목소리가 넘실넘실 흘러들었다.소하는 무거운 눈꺼풀을 껌뻑이며 간신히 잠에서 깨어났다.시야가 맑아지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어젯밤 현빈이 뒤적이던 그 캐비닛을 통째로 털어낼 기세로 뒤지고 있는 도훈의 뒷모습이었다.그 뒤로는 재민과 지훈이 도훈을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아..... 벌써 아침이에요?”창밖에서 쏟아지는 쨍한 햇살이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소하가 눈부신 빛에 한쪽 눈만 겨우 뜬 채 몸을 일으키자, 소파 맞은편에 서 있던 재민이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렸다.“너- 얼굴 지금 존나 예술이다. 아주 가관이야”“예술 작품을 감상했으면 관람료나 내시죠”“와- 넌 진짜 한 마디를 안 지는구나?”재민의 비아냥에 콧방귀를 훅 뀐 소하가 대충 얼굴을 정리했다.그러다 캐비닛 속 물건들을 바닥에 팽개치며 짜증을 내는 도훈을 보며, 문득 새벽에 보았던 현빈의 모습이 떠올랐다.“그거 너희 어머니 유품 아니냐?”“그러니까! 아-진짜 어디 간 거야!”지훈의 말에 도훈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소리를 질렀다. 도훈의 뒷모습을 보던 소하가 넌지시 물었다.“뭐 찾아요?”“아! 맞다 너 밤새 여기 있었지? 혹시 어제 도둑이라도 들었어? 아니면 수상한 놈 못 봤냐?”옆에 있던 재민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끼어들었다.“이도훈,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도둑이 들었으면 돈이나 장비를 털어갔지, 미쳤다고 ‘신칼’을 훔쳐갔겠냐?”‘신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소하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잔상이 스쳐 갔다.지난 새벽, 현빈이 캐비닛 깊숙한 곳에서 꺼내 들었던, 중국집 식칼처럼 널찍하고 위협적이었던 그 금속 덩어리“어..... 설마 그 찾는다는 칼이요. 요만하고 좀 널찍하고......손잡이가 금색이었던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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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찾기 대작전(2)

소하의 확신에 찬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흥신소의 네 남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튀어 나갔다.“준비해! 당장 출발한다!”정혁의 명령에 도훈과 지훈이 장비를 챙겨 복도로 나섰다.하지만 낡은 철문을 열자마자 그들을 맞이한 것은 평온한 복도가 아니었다.복도 가득 자욱하게 깔린 음산한 냉기와 함께, 소하의 눈에는 십여 마리의 잡귀들이 기괴한 자세로 천장과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부적의 결계가 완전히 깨진 탓인지 잡귀들은 소하를 보자마자 썩은 이빨을 드러내며 게걸스럽게 달려들었다.“아오, 씨발! 급해 죽겠는데 진짜!”도훈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영안이 없는 재민은 보이지 않는 위협에 본능적으로 자켓 안에서 부적을 꺼내 들며 소리쳤다.“야! 어디야? 어디냐고!”“왼쪽에 둘! 바로 코 앞이에요!”소하의 외침에 재민은 망설임 없이 소하의 어깨를 감싸 안고 빙글 돌았다.그는 보이지 않는 적의 위치를 소하의 목소리에만 의존한 채 오른손에 든 부적을 허공에 강하게 내리쳤다.착-!허공에 붙은 부적에서 푸른 불꽃이 튀었다. 재민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으며 투덜거렸다.“강소하, 너는 존나 왜 이렇게 피라미들이 꼬이는 거냐? 무슨 인간 집어등도 아니고!”“제가 어떻게 알아요! 어어- 앞에! 바로 앞에요!”소하가 재민의 가슴팍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소리쳤다.재민은 소하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쥔 채 알 수 없는 고대 주문을 빠르게 읊조리며 달려드는 귀신들에게 부적을 척척 붙여나갔다.소하는 공포로 떨리는 손을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어 차 키를 낚아챘다.그리고 계단 아래로 먼저 뛰어 내려가던 지훈을 향해 소리쳤다.“박지훈 씨! 받아요!”지훈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차 키를 낚아채며 짧게 대꾸했다.“나이스 캐치”“먼저 시동 걸고 있어요! 금방 내려갈게요!”소하의 외침에 정혁과 지훈, 도훈은 계단을 미끄러지듯 밟으며 주차장으로 향했다.복도에 남겨진 것은 재민과 소하, 그리고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원혼들이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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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찾기 대작전(3)

현빈이 걱정되어 엑셀을 있는 힘껏 밟아왔건만, 주말의 꽉 막힌 도로는 인간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이었다.마을 초입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뉘엿뉘엿 산등성이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어스름한 땅거미가 내려앉은 입구에는 정혁의 흰색 세단이 버려진 듯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었다.“저기 있다! 이정혁 차!”도훈의 외침에 소하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끼이익--!준비되지 않은 급정거에 네 남자의 몸이 앞으로 거세게 쏠렸다.“으아! 야! 너 진짜 운전 이따위로 할래?”재민이 짓눌린 목소리로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쳤다.“미안해요!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예요? 도깨비씨 찾는게 먼저잖아요!”소하가 쏘아붙이며 차 문을 박차고 나갔다. 뒤따라 내린 정혁은 유난히 고요한 제 차를 훑어보더니 지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지훈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읽어봐”지훈은 말없이 열려 있는 운전석에 앉았다.그는 오른손의 장갑을 벗어 던지고 가죽 핸들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지그시 눈을 감은 그의 미간이 잠시 일그러졌다가, 이내 차가운 시선이 돌아왔다.“적어도 이 차에서 내리기 전까진 아무도 안 만났어- 현빈이 녀석 후각 하나로 그 무당 놈을 찾아 산으로 들어간 모양이야”“빨리 찾아야 해- 해가 완전히 지면 그놈 세상이야”정혁의 단호한 말에 팀이 나뉘었다.재민과 도훈은 마을 안쪽의 폐가들을 훑기로 했고, 정혁과 지훈, 그리고 소하는 숲길을 따라 산으로 오르기로 했다.갈라지기 직전, 도훈이 소하의 손에 노란 종이 두 장을 쥐여주었다.“이거라도 가져가. 임시방편 결계 부적인데 딱 30분짜리야. 잡귀들은 못 오겠지만 무당귀는 차원이 달라.만약 놈을 보면 절대 덤비지 말고 바로 연락해- 알았어?”“누가 덤벼요? 나 목숨 엄청 아끼는 사람이라니까요!”소하가 떵떵거리며 산길을 올랐다. 도훈의 부적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어둠 속에서 소하를 노려보던 귀신들이 부적의 빛에 닿자마자 흠칫 놀라 거리두기를 유지했다.기세가 등등해진 소하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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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킹 무당귀 나 맛 존나게 없다구요(1)

“헉......도깨비다”추락한 소하가 마주한 광경은 처참했다.피를 뚝뚝 흘린 채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현빈, 그리고 그 앞에는 보통의 영혼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비대해진 괴물이 서 있었다.몸 안에서 비명을 지르는 수많은 영혼이 뒤엉켜 흉측한 몰골을 한 무당귀였다.악귀는 어제 낮 마을 입구에서 보았던 터주신 할머니를 굵은 손으로 움켜쥔 채,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었다.“으아......”현빈을 찾은 건 행운이었지만, 저 괴물을 마주한 건 명백한 불행이었다.하지만 소하는 괴로워하는 할머니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무슨 패기였을까? 소하가 무당귀의 등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야!!!! 너!!!!!!!!!!!!”우악스럽게 입을 벌리던 무당귀의 행동이 멈췄다. 기괴한 파열음과 함께 놈의 목이 180도 돌아가 소하를 향했다.초점이 없는 흐리멍덩한 눈과 마주치는 순간, 소하는 제 입을 때리고 싶어졌다.‘미쳤구나, 강소하........’자책하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지만, 비대해진 무당귀는 천천히, 그러나 압도적인 기운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소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드디어 만났구나......맛있는 영혼....”무당귀는 손에 든 할머니를 쓰레기처럼 내던졌다.놈이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대지가 오싹하게 떨려왔고, 소하 역시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이날을 기다려왔다. 저 힘없는 터주신이 아니라- 널 먹어야겠어”무당귀의 눈이 밤하늘의 만월처럼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놈이 소하의 코앞까지 빠르게 쇄도했다.소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몸을 날려 슬라이딩하며, 도훈이 주었던 부적을 놈의 발등에 척 붙였다.부적의 힘인지 놈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네 이년........! 네가 감히?”“이거나 먹어라!”카랑카랑한 놈의 목소리에 소하는 독기 어린 눈으로 놈을 째려보며 유유히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었다.“강소하!! 괜찮아???”“거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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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킹 무당귀 나 맛 존나게 없다구요(2)

결계가 풀린 무당귀가 비대해진 손으로 소하를 낚아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목을 조여오는 아득한 압박감에 소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컥.........”괴로워하는 소하를 본 현빈의 눈이 뒤집혔다.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소하를 향해 처절하게 발을 뗐다.“제발! 다시 변해야 해!”현빈은 필사적으로 도깨비의 힘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영력을 소모한 탓인지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이 새끼야- 그만해!!! 당장 놔!!!”현빈의 처절한 외침에 무당귀가 고개를 돌렸다. 놈이 손을 가볍게 휘젓자 현빈의 몸이 종잇장처럼 공중으로 붕 떴다가 저 멀리 내동댕이쳐졌다.“.....삐삐....”“으- 으윽.......”무당귀의 아귀힘은 점점 더 강해졌고, 소하의 시야는 점멸하듯 흐려졌다.정신을 놓기 일보 직전의 순간, 현빈이 다시 성치 않은 몸을 일으켰다. 절뚝거리면서도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으르렁대며 달려드는 현빈을 무당귀는 비웃듯 다시 날려버렸다.하지만 현빈은 포기하지 않고 바닥을 기어 꿈틀댔다.무당귀는 소하를 한 손에 쥔 채, 스르륵 기괴한 소리를 내며 현빈에게 다가갔다.“으으........ 뻐킹 무당귀.......”숨이 막혀오는 와중에도 소하가 짓씹듯 욕설을 내뱉었지만, 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현빈 앞에 멈춰 선 무당귀는 비대해진 발로 현빈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짓눌렀다.우드득----!불길한 파열음과 함께 현빈의 입에서 핏물이 울컥 쏟아졌다. 20년 전, 그의 아버지가 당했던 모습 그대로였다.“아주 재미있지 그때 난 이미 이 미래를 봤어.도깨비, 너를 살려두면 이 맛있는 영혼이 제 발로 너를 찾아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었지.하하!!! 내 신력은 예나 지금이나 틀리지 않아-!”“뭐래......조까.....나 맛 존나 없는데.........”소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꾸하자 무당귀가 으스스한 웃음을 흘렸다.“맛있는 영혼이여- 넌 아직도 네가 누군지 모르는구나?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일단 널 먹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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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긴잠 그리고 땡중(1)

“이리 오렴...... 아가.....”성난 파도가 거칠게 일렁이는 동해 바다.수평선 끝에 위태롭게 걸린 해를 등진 여자의 긴 생머리가 매서운 해풍에 깃발처럼 흩날렸다.“엄마 안 돼.......제발........ 제발 그만해...”모래사장 위, 단정한 교복 차림의 소년이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울부짖었다.열여덟 살의 도훈이었다.소년의 간절한 애원에도 여자는 자애로운 미소를 띠며 두 팔을 넓게 벌렸다.그러나 그녀의 고운 발목은 이미 차가운 바닷속으로 기어들고 있었다.“가자- 도훈아”“엄마 이러지마.... 거기서 나와, 제발!!!!....”아이의 울음 섞인 절규는 파도 소리에 힘없이 묻혔다.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팔을 벌린 채, 점점 더 깊은 심연을 향해 뒷걸음질 쳤다.하얗던 발목은 어느새 무릎을 집어삼켰고, 거품 섞인 파도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어지럽게 적셨다.“엄마 혼자 가면 외로워 도훈아- 네가 같이 가야 해”도훈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공포가 소년의 심장을 짓눌렀다.“아니...안돼.... 제발 가지마... 가지마...엄마”바닷물은 어느덧 여자의 허리춤까지 차올랐다.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한 파도가 몰아치는데도 여자는 마치 아이에게 자장가라도 불러주려는 듯, 이상할 만큼 평온하고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자 - 아가....”“난.......난......사람이고 싶어- 엄마......”도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 말에 여자의 미소가 서늘하게 비틀렸다.“아니- 넌 괴물이란다. 내가 낳은 세상에서 가장 최악인 괴물”그 잔인한 선고를 끝으로 여자의 몸은 거대한 바닷물 속으로 영영 사라졌다. 순식간이었다. 방금까지 집어삼킬 듯 성나 있던 바다는 거짓말처럼 고요해졌고, 하늘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우악스러운 장대비가 쏟아져 바다의 표면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엄마의 모습이 사라진 텅 빈 수평선을 바라보던 소년은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꺽꺽거리며 울음을 토해냈다. 그것은 소년의 마지막 인간다운 눈물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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