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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느닷없이 II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3.04.2026 11:03:51

“너가 여긴 웬일이냐. 학교 말고, 교복 안입고 밖에서 보는 건 또 오랜만이네.

어.. 이 이쁜 언니는 누구..?”

시원은 자연스레 자리에 다가와 앉고서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하연은 익숙한 듯 웃으며 말했다.

“우리 오빠.. 아니, 오빠 와이프. 지원 언니. 언니, 이쪽은 내 친구 시원이에요. 내 유일한 친구.”

시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리액션 좋은 건 고딩들 특징인가? 어딜가나 똑같네.

"반가워요."

시원에게 손을 건네는 지원.

시원이 두 손으로 악수를 받는다.

그러나 둘이 손를 맞잡자 인상이 살짝 찌푸려지는 하연이다.

“아..! 아, 맞다. 하연이한테 들었던거 같아요.

그 말대로 겁나 예쁘시네요.

근데 진짜 친언니처럼 생겼다. 둘이 완전 잘 어울려요.”

“응?”

"..손은 좀 떼고 얘기하지?"

하연이 직접 힘주어 둘의 손을 어거지로 떼어낸다.

그러나 시원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그러니까.. 아, 뭐라 해야 되지? 아. 진짜 커플처럼? 어울린다고 해야 되나?

얼굴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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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은 언제나 무언가의 끝으로부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괜찮은 II

    “언니..”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부스스한 머리, 커다란 티셔츠에 보온 양말만 신은 하연이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아직 꿈의 잔향이 남아 있는 얼굴이었다.하품을 쩍, 하며 뒤통수를 긁는 하연.“이제 일어났어? 빨리 와서 아침 먹어. 따뜻할 때.”지원이 빵을 내밀며 웃었다.“응.. 근데 왜 깨웠어.. 같이 마저 자지..”“뭐래. 깨운 거 아니거든. 너가 빵냄새 맡고 나온거지. 너 늦잠 자는 게 귀여워서 냅뒀어. 커피 마실래?”하연은 하품을 하며 빵을 받아 들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아직 비몽사몽인지 눈빛이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흔들거렸다.그 순간, 라디오에서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왔다.'사랑이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어..'하연이 그 멜로디를 따라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래, 나도 그래. 언니.”지원이 고개를 들어 웃었다.“뭐가?”“말 안 해도, 설명 안해도 내가 사랑하는 언니니까 알 거라고.”지원은 잠시 하연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아. 그래서 네가 말 안 할 때도, 괜찮아. 알고 있으니까.”*그날 오후, 마트.바깥 공기는 차갑고 뺨을 간질였지만, 마트 안은 포근하게 따뜻했다.하연이 카트를 밀고, 지원은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카트가 멈추고,싱싱한 채소 코너에서 하연이 양배추 하나를 들어 보였다.“기억나? 이걸로 언니가 옛날에 샐러드 해줬었는데.”“응. 그때 너 울어서 아무거나 해준 건데, 맛있다 했잖아.”“그래서 그 후로 양배추만 보면 언니 생각나.”지원은 머리에 푹 눌러쓴 후드티 모자 너머로도 느껴지는 하연의 투명한 눈빛을 바라봤다.하연은 슬쩍 모자를 들어올리며 지원에게 윙크를 날렸다.“그럼 오늘 저녁엔 다시 그거 해줄까? 그때 그 샐러드?”“좋아. 언니가 해주는 건 다 좋아.”“근데 지금 다시 먹어보면 좀 짤걸. 그때 설탕인 줄 알고 소금 넣었잖아.”“알아. 그래도 언니, 내가 다 먹어주잖아.”그들은 시식 코너에서 나란히 서서 작은 종이컵에 담긴 어묵국물을 마셨다.따끈한 국물

  • 시작은 언제나 무언가의 끝으로부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괜찮은 I

    강렬하게 빛나는 아침 햇살이 커튼의 가장 얇은 부분을 찾아낸듯, 그 온기를 품고 조심스레 지원과 하연의 침실 안으로 옅게 스며들었다.창문 틈새로, 침실 안으로 조심스럽게 침입하는 공기는 벌써 겨울의 냄새를 품고 있는 듯 꽤나 싸늘했다.곧 마를 떨어진 낙엽이 골목길 어귀에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긁히는 소리, 멀리서 출근길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는 굵은 엔진음이 바닥을 타고 둘이 있는 곳으로 전해졌다.지원은 천천히 눈을 떴다.베개 옆으로 길게 뻗은 하연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팔을 가볍게 스치고 있었다.하연은 여전히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지원의 팔을 끌어안은 채로 자고 있었다.그 팔은 예전 같으면 금세 저려왔겠지만, 이젠 그 무게마저도 지원에겐 하나의 일상처럼 스며들어와 있었다.없으면 허전할 것 같은, 받는 사람 기분이 묘한 의존감.자유로운 한 팔을 힘껏 뻗으며 기지개를 켜면서지원은 아주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며 몸을 일으켰다.이불 속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가자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고, 그 순간 하연이 작게 움찔거리긴 했지만 다행히 눈을 뜨진 않았다.침대에서 벗어난 뒤 다시 하연의 목끝까지 이불을 조심스레 덮어주며,지원은 발끝으로 서서 조심히, 소리나지 않게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끼이익조심히 문이 닫혔다.*잠옷 하나로 마주하기엔 주방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손에 잡히는 것들은 평상시 체온처럼 따듯하게 익숙했다.전기포트에 물을 부으니 소리가 툭, 하고 울렸다.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물이 끓기 시작하는 소리가 공기 속에서 점점 두터워졌다.지원은 식빵 두 장을 토스터기에 넣고, 냉장고 문을 열어 버터를 꺼냈다.냉장고 냉기 속에서 버터는 단단하게 굳어 있었고, 칼끝이 표면을 밀어낼 때마다 가늘고 차가운 결이 무너졌다.버터의 짙은 향이 주방을 채웠다.라디오를 켜자, 주파수가 맞춰질 때의 치직대는 소리와 함께 낮게 깔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오늘의 날씨, 실시간 도로 상황, 이 시간의 뉴스, 그리고 DJ의 느릿한 농담.지원은 의자

  • 시작은 언제나 무언가의 끝으로부터   다시 우리로 돌아가는 날 II

    저녁은 함께 만들기로 했다.“카레로 하자. 간단하고 좋아.”“마음대로.”“아싸.”부엌에는 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단정한 소리가 울렸다.지원은 당근과 감자를 썰었고, 하연은 조심스럽게 고기를 볶았다.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양파 향이 서서히 공기를 채웠다.지원은 고개를 들어 하연을 바라봤다.예전보다 손놀림이 한결 안정돼 있었다.“언제 봐도 넌 요리에 재능 있는 것 같아.”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응. 같이 사는 누구씨가 요리를 못하니까, 나라도 잘해야지.”지원은 작게 웃었다.“이런.”“농담, 농담.”그 말에 지원은 칼을 내려놓고, 충동처럼 하연을 뒤에서 안아버렸다.앞치마도 벗지 않은 채, 양파 냄새와 고기 냄새가 뒤섞인 부엌 한가운데서.하연의 귀 끝이 천천히 발갛게 물들었다.“하연아.”지원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나 다시는 안 떠날 거야. 아니, 떠나도.. 혼자는 안 떠날 거고.”하연은 가만히 눈을 내리깔았다.“떠나도 돼. 언니니까, 언제까지든 기다릴 수도, 어디든 갈 수 있어. 근데..”하연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내가 또 기다릴 수 있을 만큼만 가줘. 아니면 내 손 잡고 같이 가줘. 너무 오래는 말고.”지원은 잠시 숨을 고르다, 단호하게 말했다.“그래. 무슨 일이 생긴대도 그렇게 할게.”가스불 위에서 카레가 부드럽게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체온이 훨씬 더 뜨거웠다.*식탁에 카레와 밥을 올렸다.하연은 숟가락을 들어 한 입 크게 먹고는, 눈을 감았다.“이 맛.. 드디어 언니가 돌아온 것 같네.”지원은 웃음을 참으며 자신도 한 입 떠먹었다.“맨날 먹던 카레 맛인데?”하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지. 이번엔 언니랑 같이 있잖아.”*저녁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소파에 기대앉았다.서울의 가을밤은 차분했고, 창밖 도로엔 붉은 브레이크등이 물처럼 흘렀다.그 빛이 창유리에 길게 스쳤다가 사라졌다.“언니, 6개월 동안 무슨 생각 제일 많이 했어?”지원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우리 하

  • 시작은 언제나 무언가의 끝으로부터   다시 우리로 돌아가는 날 I

    현관 불빛이 부드럽게 켜져 있었고, 그 빛은 바닥에 조용히 번져나가며 집 안의 공기와 섞였다.순간, 지원의 시선이 본능처럼 오른편으로 향했다.거기엔 늘 놓여 있던 회색 슬리퍼 한 켤레가 있었다.표면에는 먼지가 거의 없었고, 발끝 모양의 자국이 깨끗하게 남아 있었다.마치 매일 손수 닦아놓은 듯한 정갈함이었다.하연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소를 했기 때문이리.불안할 때면 나오는 하연의 강박증같은 습관을 지원은 기억하고 있었다.“커튼은 여전히 오른쪽이 살짝 열려 있고..”지원은 낮게 중얼이며 거실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벽에 비스듬히 걸쳐 있었다.은은하게 묻어나는 세제 향, 햇볕에 잘 말린 이불 냄새,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하연의 기척이 이 집의 공기 속에 참 깊게도 배어 있었다.그 모든 것이, 여섯 달의 공백조차 무너뜨리지 못한 흔적이었다.지원은 무심코 거실 구석, 소파 옆에 놓인 작은 쿠션을 바라봤다.그 위에 얹힌 실밥이 튀어나온 담요 모서리, 손톱으로 뜯어놓은 것 같은 작은 자국.아마 하연이 영화 보면서 괜히 만지작거리다 이렇게 만들어놓았겠지.그 사소한 상상이 웃음을 불러왔다.“언니, 짐은 나중에 풀어.”뒤에서 들려온 하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어쩔 수 없이 묻어나는 조심스러움이 있었다.마치 반려동물들이, 주인이 혹시 또 떠나버릴까하는 불안이 가느다란 실처럼 숨겨져 눈에 촘촘히 담겨있는 것 같았다.지원은 눈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먼저 씻고 와. 나 기다린다고 피곤했을 텐데.”하연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그냥.. 같이 있어줘.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여기서 앉아있자. 같이.”그 단순한 부탁이, 지원의 발걸음을 거실 한가운데에 멈추게 했다.*햇살이 천천히 창가로 기울어가던 오후,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TV 화면 속 고전 영화 속 외국 배우들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 대사는

  • 시작은 언제나 무언가의 끝으로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 II

    식사가 끝난 뒤, 거실.TV에서는 어딘가 익숙한 드라마 재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하연은 소파에 등을 기대 앉아 있었고, 지원은 그 옆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은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하연아.”지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우리가 이대로 계속 살아도 될까?”하연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이대로라는 말에 많은 감정이 들어 있는 것 같네.”지원은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언니가 말을 꺼내려는 건, 분명 고민이 생긴 거잖아.”지원은 아무 말도 못했다. 대답이 막혔다.하연은 천천히 지원을 바라봤다.“근데 언니, 난 지금이 제일 좋아.어떤 관계든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좋고,그냥 언니랑 함께 사는 이 집이 제일 좋다고.”지원은 하연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그 감촉은 따뜻하고 단단했다.“..파견 제안 받았어. 6개월. 부산.갔다오면 인사고과에서도 좋은 점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하연은 놀라듯 눈을 크게 떴지만, 곧 입꼬리를 올려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었다.“언니가 하고 싶은 일이면, 갔으면 좋겠어.솔직히 말하자면 외롭기는 할 것 같긴 한데..그 정도는 얼마든 버틸 수 있으니까.”지원은 그 웃음 뒤에 숨어 있는 떨림을 읽었다.그래서 더 말없이, 하연을 안았다.천천히, 깊게, 오래도록.무언가가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그건 사랑일 수도, 의지일 수도, 두려움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함께라는 사실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었다.*파견까지 남은 일주일.지원은 캐리어에 짐을 하나 둘 챙겨넣으며 평소보다 더 조용해졌고, 하연은 그만큼 더 씩씩해졌다.하연은 매일 지원이 점심에 먹을 새 도시락을 쌌고, 저녁이면 욕조 한가득 따뜻한 물을 준비했다.입을 열면 장난처럼 가벼운 말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모든 행동 안에 작은 작별 인사가 담겨 있었다.“왜 갑자기 이렇게 다정해졌어?”지원이 작게 웃으며 물으면,“6개월 동안 못할테니까

  • 시작은 언제나 무언가의 끝으로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 I

    금요일 저녁, 퇴근 시간.낮부터 내리던 비는 점점 더 굵어졌고, 회사 건물 창문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희미한 그림자처럼 사무실 안으로 그림자로 들어와 조금씩 흔들리며 내려갔다. 이미 동료들은 모두 퇴근했고, 남은 형광등 몇 개만이 삐걱거리듯 지원의 머리 위에서 지원에게 빛을 나눠주고 있었다.지원은 책상 앞에 앉아,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책상 위, 손도 대지 않아 가득찬, 모니터 옆에 오래 놓아둔 커피는 이미 차디차게 식은지 오래였지만, 커피엔 조금의 신경도 쓰지 않은 지원. 컴퓨터 모니터에 뜬 이메일 한 통이 그녀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인사팀 공지: 부산 지사 단기 파견 제안파견 기간: 6개월숙소 및 체재비 제공최종 결정 기한: 일주일 내 회신 요망]심플한 제목. 단호한 문장. 누군가의 배려였는지도, 무심함이었는지도 모를 고민할 시간은 일주일 뿐이라는 마지막 한 줄.지원은 마우스를 움직여 창을 닫으려다 말고, 그대로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후우.."마음속에서 끈적한 무언가 둔하게 출렁거렸다.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는 지원.그러다 천천히 머그잔을 들어, 다 식어버린 커피를 드디어 한 모금 삼켰다. 익숙하고도 싫증나는 맛. 오늘따라 유난히 커피의 쓴맛이 도드라지게 느껴졌다.다시 책상 위에 손을 올리고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봤다. 흐릿하게 번지는 도시의 불빛과 유리창 위를 타고 흐르는 빗방울들. 지원이 없는 세상은 빗물에 잔잔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그 순간, 책상 위에 뒤집어두었던 휴대폰이 조용히 진동했다. 화면에 '하연'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지원은 천천히 전화를 들었다.“응, 하연아.”[언니 아직 퇴근 안 했지?요새 혹시 회사에서 뭔 일 있었어?]“..어떻게 알았어.”[그냥. 요즘 언니 말수가 적어졌길래. 회사 일로 고민 생기면 맨날 퇴근 늦게하잖아.]지원은 짧게 웃었다. 하연이 이렇게 말 할 정도로 내가 티를 냈나.하지만 그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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