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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혁 중 º 단편》全部章節:第 11 章 - 第 20 章

52 章節

벽과 문의 차이

그대는 나와 함께 소파에 앉아내가 그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테레비 속 축구를 보며 웃을 때에도그대는 테레비 너머의 벽을 보았지난 홀로 웃다가 괜히 멋쩍어서그대에게 재밌지 않냐고 물었고그대는 그 벽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대강의 대답으로 나의 질문을 넘겼지나는 그러려니 했어뭐, 누구에게는 테레비 속 축구보다테레비 너머 벽이 더 흥미로울 수도 있으니까그게 우리의 일상이었지하지만 그날은 유독 심했어우리가 함께 밥을 먹을 때도,우리가 함께 커피를 마실 때도,우리가 함께 침대에 누울 때까지도그대는 그 벽만 바라보았잖아그래도 나는 참으려 했어우리의 대화가 단절되고우리의 시선이 마주치지 않고그대는 나와 생각을 맞추려 하지 않았지만나는 그런데도 참고, 또 참으려 했어하지만 그대는 선을 넘어버렸지나는 그대에게 도대체 왜 그러냐고 소리쳤고그대는 조용히 떨면서 울었지그리고는 말했어 저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냐고나는 그게 뭐가 중요한 거냐고 조용히 물었지또, 알고 싶냐고 물었어그대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나는 테레비를 옆으로 밀고더듬더듬 벽에 달린 손잡이를 찾았어실은 벽이 아닌 커다란 문이었지근데 고작 손잡이의 유무에 따라 벽과 문으로 나뉘는 것이라면굳이 벽과 문에 차이를 둬야 할까?아무튼 나는 벽인지 문인지를 열었고그대는 그 안에 채워진 그대들을 보고 소리를 질렀지나는 그대 전의 그대에게 사용한 망치를 들고그대의 머리칼을 잡고 그 안으로 들어갔지문을 닫고 보니자그마한 구멍이 뚫려있네그 구멍에 눈을 갖다 대보니피 흘리는 그대가 보여그래서 그대가 그랬나 봐다음 그대를 위해 이 구멍은 메꿔야겠어알려줘서 고마워이제는 그대들이 되어버린 그대여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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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와 편지 1

끼이익.갈색 나무 문이 요란스레바닥에 쌓인 흰 눈을 밀어내며 열렸다.집 안에 서 있는 이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프레드다.집을 떠나가던 우편배달부 조지가문이 열리자 프레드를 향해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참 열심히 사는 젊은이란 말이야."조지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며문 앞에 놓인 상자와 편지를 바라보는 프레드.하얀 편지에는 익숙한 글씨체로'프레드에게'한 문장만 간결하게 쓰여있었다.딱 봐도 그롬이 보낸 것이 분명했다.프레드는 자기도 모르게 번지는 미소와 함께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반지가 끼워진 채 잘린 손가락이덩그러니 놓여있었다."성질 고약한 늙은이 같으니라구.언제쯤 철이 들는지 원... 쯧!"거친 말과는 달리 상자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프레드는 집 문을 닫았다.단출하지만 아늑한 프레드의 집.다양한 크기와 색의 책들로발디딜 틈 없이 가득 채워져있다.검은 잉크와 편지지들은프레드가 학문과 연관이 깊음을 증명하는 듯 했다.한쪽 구석, 벽난로에 피워진 불은잠깐 문을 연 틈새에 새어들어온차가운 겨울바람이 내려버린 방 안 온기를다시금 따듯하게 올려주었다."흠.. 이번에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볼까?"프레드는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그 옆을 더듬어 책을 읽으며 쓰고 있던돋보기안경을 찾았다.낡은 반달 모양의 안경.프레드는 코끝에 안경을 얹었다.상자 안을 살펴봤다.꽁꽁 굳어있는 반지와 손가락.조각가인 그롬은 프레드에게선물을 보내줄 때면 늘 이런 식으로 보내곤 했다.반지를 조각해 자랑하고 싶을 때면손가락을 조각해서 반지를 끼워 보내주고,팔찌를 빚어 보여주고 싶을 때면팔목을 조각해서 팔찌를 끼워 보내주는 것 말이다.말투와 행동은 거칠고 투박하지만그롬이 조각할 때의 섬세함은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란 걸프레드는 이미 알고 있었다.같은 고향 출신으로서오랜 시간들을 함께한 프레드와 그롬.프레드가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 이곳에 정착한 뒤에도둘은 이렇게 배달부를 통해 편지와 선물들을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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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와 편지 2

쾅쾅쾅!쾅쾅쾅!벌컥!"누구십니.."잠을 자던 중이었던 듯잔뜩 짜증과 졸음이 가득한 얼굴을 내밀던 조지가프레드를 발견하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아니, 프레드 선생님.이 밤중엔 어쩐 일이십니까?"프레드는 정신없이 대답했다."아, 미안하네. 자고 있었나?물론 자고 있었겠지. 시간이 시간이니까.미안하구만. 그래도 말이야,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늦춰졌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아니지, 어쩌면 벌어졌는지도..아니, 아니야.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조지는 횡설수설하는 프레드를걱정어린 눈으로 살펴보더니,"일단 들어오시겠어요, 선생님?지금 많이 당황하신 것 같은데.."그제야 프레드는 자기의 몸을 내려다봤다.구겨진 잠옷,채 팔도 넣지 못하고 두른 코트,심지어 왼발은 구두,오른발은 가죽신을 신고 있었다."어, 미안하네.후우. 아니야. 괜찮네. 난 괜찮아.이 편지를 부탁하고 싶어서 말이야.가능한 한 빨리 보내줬으면 싶은데."프레드는 초조한 얼굴로 말했고,조지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이거 어쩌죠? 당장은 무리입니다.간밤에 내린 눈 때문에말들의 발이 다 얼었어요.적어도 동틀 때까지는마구간에서 말들 발을 녹여야 할 겁니다.아무리 빨라도오늘 아침에 출발할 수 있을 거예요."프레드는 깊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조지에게 편지를 건네줬다."최대한 빨리 부탁하네.한시가 급한 일일세."조지가 편지를 조심스레 받아 살피며 물었다."그롬씨면..선생님의 친구분 아니십니까?음.. 아!오늘 선생님한테 전해드린 상자와 편지가그롬 씨에게서 온 것들일 텐데..혹시 내용물이 부서졌다거나,제가 잘못 전해드린 걸까요?""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 상자 안에.."프레드는 아무 생각 없이상자 속 손가락에 관해 말을 하려다파뜩 입을 다물었다.괜히 말을 덧붙여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네? 상자 안에..뭐 이상한 게 있었나요?""아닐세. 아니야.그롬 이 친구가 손녀딸 이름을 지어달라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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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와 편지 3

"후.."프레드는 심호흡을 하며상자를 다시 열었다."윽.."상자 속에서 악취가 나고 있었다.집을 뒤덮은 모닥불의 훈훈한 온기 때문에차갑게 배송되어 얼어있던 손가락이 녹아,손가락으로부터 흘러나온 검붉은 피가상자 바닥에 조금 고여있었다.프레드는 인상을 찡그리며손가락을 들어 올렸다.그러곤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어옆의 탁자에 올려두고프레드는 손가락을 자세히 살펴봤다.손가락은 벌써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다."물론 아니겠지만,혹시 그롬이 보낸 것이라면그롬의 가족 중 한 명의 손가락일 거야."프레드는 손가락을 이리저리 살폈다.손가락 끝이 거멓게 그을려있었다.누군가 불에 그슬려 지문을 지운 것 같았다.한참이나 손가락을 바라보던 프레드.무언가에 홀린 듯 탁자 위에 올려둔 반지를 바라봤다.프레드는 떨리는 손으로 반지를 잡고다시 손가락에 끼웠다.확실했다.이 반지는 그롬의 딸, 지니의 것이었다.지니의 결혼식 날,그롬이 직접 보석을 깎아 만든 하나뿐인 반지라고프레드에게 내내 자랑을 했던 것이다.그때 그롬이 했던 말이 프레드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이 반지 말일세,내 딸 지니를 위해 내가 직접 조각한 거라네.이 세상 유일하게 지니의 손가락에만 맞게 만들었지.특히 이 가운데 박힌 루비.이 루비를 구하는 데 돈 깨나 썼어.그래도 하나도 아깝지 않아.소중한 딸이 결혼을 하는데,애비가 돼서 이 정도는 해줘야 되지 않겠나!어때? 아름답지?이런 반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일거야."프레드는 손가락과 반지를조심스럽게 상자에 넣어 둔 채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그롬, 자네..자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프레드의 집 창밖에서는굵은 눈이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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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와 편지 4

프레드가 사는 곳에서그롬이 사는 곳까지는말을 타고 달려도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그간 프레드는 몇 번이고그롬의 집으로 들이닥칠까,당장 그롬의 집으로 갈까,괴로워하며 일주일간 그롬의 답장을 기다렸다.상자를 다시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 프레드.꽉 상자를 닫은 채 서랍장 맨 위에 넣어놓았다.조지에게 편지를 부탁한 지딱 일주일 후,누군가 프레드의 집 문을 두드렸다.프레드는 지체 없이 문을 열었고,문 앞에는 조지가 웃으며 서 있었다.또 하나의 상자를 들고."선생님, 좋은 아침입니.."조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프레드는 조지에게서 상자를 가로채고는문을 닫아버렸다."어.. 상자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선생님께 왔습니다!그냥, 그렇다고요!"닫힌 문 너머로 조지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프레드는 아랑곳하지 않고문을 잠그고, 창문에 커튼을 치고는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어보았다."이런, 세상에 맙소사!"상자 안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없이 자그마한 아기의 왼쪽 팔이 잘린 채프레드를 반겼다.추운 날씨에 꽁꽁 언 아기의 손은강제로 종이를 쥐고 있었다.프레드는 다시 한번 구역질을 참으며조심스레 아기의 손으로부터종이를 꺼내 그에 적힌 글을 읽었다.붉은 잉크인지, 피인지 알 수 없는 액체로"프레드.시간이 없네."라고 종이에는 쓰여있었다.그롬의 글씨체였다.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프레드는 여행용 가방을 꺼내어그 안에 옷가지들을 대충 쑤셔 박다가,아예 가방을 버려두고서랍 속에서 종이 하나와 지갑만 챙기고는코트를 입기 시작했다."당장 떠나야겠어."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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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와 편지 5

"마차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오?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저 많은 사람들은 그럼 무엇을 기다린단 말인가!"프레드는 마구간 앞허름한 창고를 개조해나름 고풍스럽게[다리 여덟 개 달린 말들]이라 적힌 문패가 있는그곳 안에서 소리쳤다."아니, 선생님. 자리가 없는 걸 어떡합니까?"[다리 여덟 개 달린 말들]의 직원 겸 사장 겸말 관리인인 톰이 짜증 내며 말했다."아무리 빨라도 이틀은 있어야 됩니다.이틀만 기다리시면 되는데,뭐 그리 급하시다고 이렇게 소리를 지르십니까?"프레드는 숨을 고르고는 말했다."그래, 미안하네.그래도 말이야, 정말 급한 일일세.사람의 목숨이 걸려있을수도 있는 문제라고!"톰은 책상 위에 있던 펜을 집어펜촉으로 개조된 창고 안에앉아있는 사람들을 휘휘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안 됩니다.이 사람들도 다 바쁜 사람들이에요.선생님에게만 특혜를 드릴 수는 없잖습니까?이분들 다 떠나시고 나면 그때 타고 가실 수 있을 겁니다.자, 다음 손님!"프레드는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아니, 지체해서는 안 됐다.당장 그롬과 그 가족들의 안전한 모습을 봐야만 했다.이미 프레드에게 눈을 돌려책상 위 승객 명단에 글을 쓰는 톰에게프레드는 품속에서 종이를 내던지듯 보여주었다."참, 정말! 선생님 지금 뭐 하시는..."톰은 짜증스럽게 그 종이를 대충 바라보고프레드를 쫓아내려는 듯 손짓으로 누군가를 부르다가이내 손짓을 멈추고 종이를 다시 바라보며조각상처럼 얼어붙었다.톰의 손짓을 보고 다가오던 덩치 두 명을톰은 다시 황급히 손짓으로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했다.종이와 프레드를 번갈아보던 톰이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선생님.어.. 자리는 제가 어떻게든 마련하겠습니다.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지금 바로 마차에 오르시죠."프레드는 톰에게서 종이를 낚아채다시 품속에 넣어놓고는바로 마차에 올라탔다.톰이 번개처럼 뛰쳐나와마부에게 무어라고 이르더니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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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와 편지 6 [完]

"으음.."환영합니다. 캘러웨이.바람에 밎춰 흔들리며끼익, 끼익 소리를 내는 마을 입구의캘러웨이 표지판이프레드에게는 왜인지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전에는 조금 더 활기찼던 마을이었는데.."그롬의 집에 초대를 받을 때마다왔었던 익숙한 캘러웨이.언제 오든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와식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여인들,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가득했던 캘러웨이는이제 한없이 무거운 침묵만이 차리하고 있었다.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 듯 조용하기만한 마을.프레드는 자꾸만 드는 나쁜 생각들을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털어버리고는조심스럽게 마을 안으로 향했다."이런!"마을 중앙에 있던 우물이 무너져 내려있었다.프레드가 신경 쓰이는 건단지 우물이 무너져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무너져내린 우물 돌덩이들의 위로 먼지가마치 기나긴 세월이 흐른 듯이뽀얗게 내려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전쟁이라도 난 건가..?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하늘을 뒤로 하고프레드는 마을 가장 위에 자리잡은,그롬의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그롬의 집 앞에 도착한 프레드.몇 번이고 문을 두드리려 손을 뻗었다가다시 손을 내렸다.프레드는 두려웠다.문을 두드렸을 때,문이 열리는 것도, 열리지 않는 것도, 모두."후.."프레드는 마음을 다잡고나무 문을 똑똑, 하고 두드렸다.조용한 집.프레드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이번에도 조용한 집.나무 문에 귀를 대보는 프레드.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이거, 참.."프레드는 집 주변을 둘러봤다.금이 간 벽,손질한지 오래 지난 듯무성한 덤불들,그리고 낡은 창문."창문?"창문에 커튼은 쳐져 있지 않았다.프레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창문을 바라봤다."이런!"프레드가 창백해진 얼굴로주저앉았다.간신히 창틀에 기대어 일어나다시 창문으로 집안을 바라보는 프레드.썩기 시작한 시체들이 즐비해 있었다.한쪽 팔이 잘린 아기 시체와,손가락이 잘린 젊은 여자의 시체와,그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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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10일, 14시 30분 1동 104호

"아이고, 안녕하세요. 많이 춥죠?이 날씨에 여기까지 오신다고 욕보셨네요.그래도 뭐.. 지금밖에 시간이 안나니까.어쩔 수 없는 일이죠.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아직도 나는 어린 아이같은데,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뉴스던, 수업시간이던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좋다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요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니라여름 전, 여름, 겨울 전, 겨울.이렇게 사계절인 것 같아요.뭐, 여름 옷, 겨울 옷만 사면 되니사려는 저도, 팔려는 옷가게들도,그 옷들도 편하긴 하겠지만..아무래도 예전처럼의 매력은 없다고 봐야죠.""...""예?아..바로 직구꽂는 타입이시구나.아, 괜찮아요.오히려 좋죠, 뭐.시간낭비도 안하고.왼쪽 눈, 제가 칼로 찔렀습니다.맹인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했거든요.그 반만이라도 느껴보고 싶었어요.혀요? 혀도 제가 뽑았죠.벙어리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나 궁금했거든요.왼쪽 귀요? 이것도 제가 멀게 했죠.귀가 안 들리면 어떤 느낌인가 궁금했거든요.왼쪽 팔이랑 다리요? 이것들도 제가 잘랐죠.뭘 그렇게 물어봐요, 그냥 궁금했다니까요?어떤 느낌인지?봐요, 그래도 이렇게 소통이 되잖아요.다행히 제가 글은 배웠거든요.그래서 알게 된 게 있냐고요? 음..글쎄요..아니요. 그냥 똑같던데요?그냥 배고프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싸고 싶으면 싸고,목마르면 물 먹고, 다를 게 없더라고요.그러니까 이 줄 좀 풀어봐요.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남았단 말이에요.죽으면 어떤 느낌일까요?진짜 저승이란 게 있을까요?그럼 동양과 서양의 죽음은 왜 차이가 있을까요?귀신은 진짜 있을까요?저는요 궁금한 걸 못 참아요.꼭 알아내야 직성이 풀려요.그러니 이 줄 좀 풀어주고이 병원에서 나가게 해주세요.솔직히 선생님도 궁금하지 않아요?삶,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아무리 찬란한 삶이었을지라도 결국은 모두가 죽음으로 귀결되니,어쩌면 우리는 죽기 위해 살아가는 건지도 몰라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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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똑똑"저기.."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무선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여자의 테이블을 손끝으로 두드리는 남자.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건넨다."안녕하세요.그, 저번에 연락 받은..""아, 아이고, 안녕하세요!"이어폰을 귀에서 빼네며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는 여자."늦어서 죄송합니다.일이 좀 있어가지고..""아니요, 아니요.저도 온 지 얼마 안됐어요.뭐 드실래요? 아메리카노?""뭐.. 아무거나 상관 없습니다.""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제가 주문하고 올게요!"여자는 잽싸게 주문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커피를 남자에게 건넨다."감사합니다.""아뇨, 이 정도로 뭐..그보다 바쁘실텐데 인터뷰 빨리 시작할까요?제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 녹음기 켜놔도 되죠?""네.""자, 그러면..""잠시만요, 저기 그..죄송한데 제가 그쪽에 앉아도 될까요?""네? 아.. 네, 그러시죠."갑작스러운 질문에 여자는 의아했지만 그가 말한대로 자리를 바꿔앉았다.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휴.. 감사합니다."흡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남자."메일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작가인데, 이번에 쓰는 소설 주제가 정신병에 대한 이야기거든요.듣기로는 병을 앓은 지도 오래되셨고, 정신병원에 입원도 하셨었다고..아, 이런 표현 써도 괜찮으실까요?""전 괜찮습니다.""아, 그러면 다행이네요.아무튼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류에 관해서 이야기하시는 걸 듣고싶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음..어떤 얘기를 드려야 할까요?""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정신병이라는 주제로,경험담이든 느낌이든 생각이든얘기하시고 싶으신대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제가 잘 요약하고 간추려보겠습니다.우선 선생님께서는 언제 처음 자기가 정상이 아니란 걸,정신병에 걸렸단 걸 자각하셨나요?..표현이 조금 무례했나요?"미소짓는 남자."아, 괜찮아요.다들 그러는 걸요, 뭐.당장 제 부모님조차 정신병은 나약해서 걸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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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은 전염병처럼 옮는다 1

1. 다크웹 약물과 총기, 장기도 매매하는 불법 사이트.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 곳. 그 다크웹에 한 일지가 올라왔다. 올라온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삭제된 그 일지는 다크웹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1분새에 그 일지를 저장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만이 가지고있는 유일한 것. 그 일지를 공개한다. 믿건, 믿지 않건 여러분의 자유다. 그 사람은 그저 글로 그것을 적었고, 보는 이로 하여금 듣게 할 뿐. 2. 우울은 전염병처럼 옮는다. 이것은 거의 만고불변의 법칙과 가깝다. 사실, 우울을 넘어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은 결국 주변, 주변 사람들을 물들여버리기 마련이다. 처음과는 달라져버린 눈동자, 그 시선, 영혼의 뿌리까지 뽑아내어 절벽 끝에 내모는 그 얼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나를 껴안고 낫을 수 있다며 울던 어머니의 눈에는 다채로운 감정이 사라져버렸고, 시간의 흐름에 상관없이, 무뚝뚝하던 아버지의 눈에는 무거웠던 인내가 사라졌다. 나의 부모에게, 나는 없어지는 것이 한결 나은 그런 존재로 박혀버린 것이다. 웃긴 일이지. 3. 내가 나의 부모에게 나를 낳아달라고 말했었나? 아니면 나의 부모에게 나를 낳았으니 책임지고 키워달라고 말했었나? 글쎄. 아니올시다, 라는 대답이 적절할 것 같은데. 그들은 나를 강제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만들고, 이 세상에 내가 적응하지 못하자 나를 굴종시키려 오만가지 노력을 다했다. 생판 모르는 이가 봤으면 박수갈채를 흩날렸을 정도로 보이게 헌신적으로. 그러나 나는 이 일에 대하여 생판 모르는 이가 아닌, 굴종당하는 당사자였고, 그러므로 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은 나 혼자서만 생각한 결과에 따르면 그것들은 모두 의미 없는 짓들이었다. 미술 치료, 상담 치료, 대화 치료. 치료, 치료, 치료. 그들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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