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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장순혁 중 º 단편: Chapter 11 - Chapter 12

12 Chapters

벽과 문의 차이

그대는 나와 함께 소파에 앉아내가 그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테레비 속 축구를 보며 웃을 때에도그대는 테레비 너머의 벽을 보았지난 홀로 웃다가 괜히 멋쩍어서그대에게 재밌지 않냐고 물었고그대는 그 벽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대강의 대답으로 나의 질문을 넘겼지나는 그러려니 했어뭐, 누구에게는 테레비 속 축구보다테레비 너머 벽이 더 흥미로울 수도 있으니까그게 우리의 일상이었지하지만 그날은 유독 심했어우리가 함께 밥을 먹을 때도,우리가 함께 커피를 마실 때도,우리가 함께 침대에 누울 때까지도그대는 그 벽만 바라보았잖아그래도 나는 참으려 했어우리의 대화가 단절되고우리의 시선이 마주치지 않고그대는 나와 생각을 맞추려 하지 않았지만나는 그런데도 참고, 또 참으려 했어하지만 그대는 선을 넘어버렸지나는 그대에게 도대체 왜 그러냐고 소리쳤고그대는 조용히 떨면서 울었지그리고는 말했어 저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냐고나는 그게 뭐가 중요한 거냐고 조용히 물었지또, 알고 싶냐고 물었어그대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나는 테레비를 옆으로 밀고더듬더듬 벽에 달린 손잡이를 찾았어실은 벽이 아닌 커다란 문이었지근데 고작 손잡이의 유무에 따라 벽과 문으로 나뉘는 것이라면굳이 벽과 문에 차이를 둬야 할까?아무튼 나는 벽인지 문인지를 열었고그대는 그 안에 채워진 그대들을 보고 소리를 질렀지나는 그대 전의 그대에게 사용한 망치를 들고그대의 머리칼을 잡고 그 안으로 들어갔지문을 닫고 보니자그마한 구멍이 뚫려있네그 구멍에 눈을 갖다 대보니피 흘리는 그대가 보여그래서 그대가 그랬나 봐다음 그대를 위해 이 구멍은 메꿔야겠어알려줘서 고마워이제는 그대들이 되어버린 그대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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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와 편지 1

끼이익.갈색 나무 문이 요란스레바닥에 쌓인 흰 눈을 밀어내며 열렸다.집 안에 서 있는 이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프레드다.집을 떠나가던 우편배달부 조지가문이 열리자 프레드를 향해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참 열심히 사는 젊은이란 말이야."조지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며문 앞에 놓인 상자와 편지를 바라보는 프레드.하얀 편지에는 익숙한 글씨체로'프레드에게'한 문장만 간결하게 쓰여있었다.딱 봐도 그롬이 보낸 것이 분명했다.프레드는 자기도 모르게 번지는 미소와 함께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반지가 끼워진 채 잘린 손가락이덩그러니 놓여있었다."성질 고약한 늙은이 같으니라구.언제쯤 철이 들는지 원... 쯧!"거친 말과는 달리 상자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프레드는 집 문을 닫았다.단출하지만 아늑한 프레드의 집.다양한 크기와 색의 책들로발디딜 틈 없이 가득 채워져있다.검은 잉크와 편지지들은프레드가 학문과 연관이 깊음을 증명하는 듯 했다.한쪽 구석, 벽난로에 피워진 불은잠깐 문을 연 틈새에 새어들어온차가운 겨울바람이 내려버린 방 안 온기를다시금 따듯하게 올려주었다."흠.. 이번에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볼까?"프레드는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그 옆을 더듬어 책을 읽으며 쓰고 있던돋보기안경을 찾았다.낡은 반달 모양의 안경.프레드는 코끝에 안경을 얹었다.상자 안을 살펴봤다.꽁꽁 굳어있는 반지와 손가락.조각가인 그롬은 프레드에게선물을 보내줄 때면 늘 이런 식으로 보내곤 했다.반지를 조각해 자랑하고 싶을 때면손가락을 조각해서 반지를 끼워 보내주고,팔찌를 빚어 보여주고 싶을 때면팔목을 조각해서 팔찌를 끼워 보내주는 것 말이다.말투와 행동은 거칠고 투박하지만그롬이 조각할 때의 섬세함은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란 걸프레드는 이미 알고 있었다.같은 고향 출신으로서오랜 시간들을 함께한 프레드와 그롬.프레드가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 이곳에 정착한 뒤에도둘은 이렇게 배달부를 통해 편지와 선물들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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