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엘에프는 도대체 자신에게 이 은밀한 질문을 왜 던지는 걸까. 현신은 밀려오는 당혹감에 간신히 입술을 달싹였다.
“······그냥, 제 몸을 만지셔서 무서웠습니다.”
“남자에게 애무받은 경험이 전무한가?”“노, 노코멘트하겠습니다.”아무리 숨소리에 묻어날 만큼 작은 목소리라 해도, 이 공간에는 엄연히 효진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대범한 단어를 짓씹어 뱉는 엘에프의 뻔뻔함에 현신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없군.”
단번에 진실을 꿰뚫어 본 그의 음성이 낮게 가라앉았다. 현신은 어떻게든 발걸음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엘에프는 오히려 집요하게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내 방을 뛰쳐나가서 그 사내와 무얼 했
분명 꿈속을 헤매고 있었는데, 현신은 눈을 뜨자마자 일단 상황부터 파악했다.악마와 같은 침대에 누워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으나, 지독하게 밀려든 취기 탓인지 모든 감각이 아스라이 먼 환상처럼 여겨졌다.“아이고, 머리야······.”현신이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숙취로 깨어난 아침, 익숙한 두통과 함께 사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몸을 감싸는 이례적인 포근함, 기묘할 정도로 드넓은 침실, 그리고 몸을 돌리자 느껴지는······ 온기가 머물러 있는 옆자리까지!헉.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제 대국에서 패배한 뒤, 쏟아지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엘에프의 품에 안겨 침대에 눕혀졌던 기억이 선명해졌다.그런데 그 이후의 기억이 통째로 증발해 버리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혼란에 휩싸인 현신의 시선이 엘에프의 온기가 남아 있는 옆자리 베개 위로 향했다.그곳에는 정갈하게 접힌 메모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이 오만한 남자는 어쩜 한글조차 이리도 수려하게 잘 쓰는지.유려하게 뻗은 필체 속에 담긴 메시지가 현신의 눈동자에 박혀들었다.*******************[ 나의 에스.독창적인 방식으로 나를 즐겁게 해준 사랑스러운 너에게 포상을 내리지.오늘 자정까지, 완벽한 자유 시간을 허락한다.네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는, 결단력이 대단한 엘에프로부터. ]*******************“자유 시간? 포상이라고?”현신은 스
홍콩의 밤바다가 화려하게 부서지듯, 현신을 응시하는 엘에프의 보랏빛 눈동자에도 위험한 불꽃이 켜졌다.체스판 위로 흐르는 침묵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현신은 평소와 달리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빠르고 공격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엘에프의 공세에 턱 끝까지 당황함이 차올랐다.“왜 그래, 에스. 실력이 몇 분 사이에 녹슬어버린 건가?”“······선배가 너무 틈을 안 주시네요.”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킨 데다가, 제 수를 완벽하게 읽고 목을 조여오는 엘에프의 아우라에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나와 밤을 지새우고 싶다면 계속 그렇게 어설프게 둬도 돼.”엘에프는 심장을 덜컥이게 만드는 흉흉한 양자택일을, 기분이 아주 좋은 아이처럼 즐겁게 뱉어내고 있었다.“최선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에요.”집중하려 애쓸수록, 체스 말을 쥔 손끝에 긴장 어린 땀방울이 맺혔다. 가라앉은 침묵을 깨고 엘에프가 툭, 질문을 던졌다.“그 남자가 왜 좋은 거지?”“존경하는······ 분이니까요.”술에 취했음에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체스판에 영혼을 빼앗긴 현신을 보며, 엘에프의 시선이 한층 더 깊어졌다.“너, 그 남자를 사랑하나?”사랑. 예상치 못한 단어가 날아와 박히는 순간, 현신의 머릿속이 일순간 하얗게 탈색되는 기분이었다.“네? 사랑이요? 전 존경하는데요.”현신이 놀라
엘에프는 품 안에서 잠든 채 무어라 웅얼거리는 현신을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나의 에스는 꿈속에서조차 평화롭지 못한 모양이군. 대체 이런 너를 어떤 체스 말로 써야 하나.”객실로 돌아온 엘에프는 일단 소파 위로 현신을 조심스레 눕혔다.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조금 전 무휼이 정황을 흘려보낸 극비 정보부터 찬찬히 확인해 나갔다. 자료를 훑어내리는 그의 수려한 눈매가 가늘어졌다.‘한비단 놈들도 하는 짓거리는 빅토리아와 매한가지군.’결코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입안이 씁쓸해진 엘에프가 와인병과 잔을 챙겨 소파로 돌아왔을 때, 현신이 마른 신음과 함께 몸을 꿈틀거리며 의식을 부지하려 애쓰고 있었다.“어······ 왜 제가 여기에······.”“글쎄. 네가 왜 내 침실 소파에 누워 있을까.”“저······ 체스 둬야 하나요?”“나는 시체와 게임을 즐기는 취향은 없는데.”“······다행이네요.”여전히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지 그녀는 멍한 상태였다.현신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제 앞에 앉은 엘에프를 그저 물끄러미 응시했다.그런 그녀의 대책 없는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던 엘에프가 와인잔을 부딪치며 나직하게 속삭였다.“에스. 나는 술주정 부
엘에프는 품에 안긴 현신을 내려다보며 걸어가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렸다.이토록 무방비하게 경계를 풀어버리다니. 만약 자신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연회장에 가득한 그 거구의 넘버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였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현신은 머리가 어지러운지 가느다란 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술기운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실루엣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와······. 엘에프 선배, 변했어요? 나 지금······ 안아 준 건가? 와, 높다.”“나의 에스가 아주 창의적인 방식으로 내 속을 뒤집는군. 지루할 틈을 안 주어.”“아, 졸려······. 계영 님에게 답장해야 하는데.”현신이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헤실헤실 웃으며 중얼거리자, 엘에프의 수려한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빛나던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이내 짙은 안개 속으로 가라앉듯 흐려졌다.그때, 멀리서 독한 술을 즐기던 헤르만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엘에프에게 다가왔다. 현신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시선이었다.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뽀얗고 둥근 이마와, 붉게 물든 뺨 위로 길게 음영을 드리운 속눈썹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에스는 술 마시고 완전히 뻗은 건가?”“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군.”헤르만은 상념에 잠긴 듯한 엘에프의 눈치를 살피다, 이내 서늘한 비즈니스 톤으로 화제를 전환했다.“엘에프. 조금 전 코드명 ‘휼&rsq
엘에프가 넘버들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선사한 일종의 연회가 시작되었다.그 화려한 음식의 향연은 현신에게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했고, 좋아하는 디저트가 다양해 뭐부터 먹어야 하나 황홀하기까지 했다.이리 좋은 것을 먹으니 당연히 계영이 생각났다. 현신은 잠깐 구석에서 핸드폰을 열었다.[회의 끝나면 연락해.]계영의 연락이 또 와 있었다. 이건 정말 온몸에 피가 들끓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현신의 요즘 삶의 낙이라면 바로 계영과의 메시지 주고받기다.웃음꽃이 피는 것을 겨우 참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계영 님. 저는 회의 잘 끝냈어요. 계영 님도 바쁘시겠지요? 식사 잘 챙겨 드세요.]잠시 뒤 금방 답장이 왔다.[그래. 너도 위험한 일 하지 말고, 바빠도 꼭 잘 먹어.]현신은 그냥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바로 옆에서 계영이 말을 해주는 것처럼 그리 다정할 수가 없어 마음이 수런거렸다.[네.]현신은 이 글자들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몇 줄 글만 읽어도 기뻐서 춤이라도 출 수 있을 것 같았다.“넘버 30번 님!”그때 팔에 깁스를 한 왕첸이 현신을 보자마자 달려왔다.“왕첸, 잘 챙겨 먹고 약도 잊지 마세요.”“네! 제 생명의 은인이신 에스 님! 지하 넘버 10명은 모두 에스 님께 목숨을 바칠 겁니다.”“그건 사양이에요. 나 말고 엘에프 선배와 조직에 충성을 다해 주세요.”“넵!”와인 잔, 샴페인 잔, 맥주잔 등 넘버들이 애주가 현신 주변으로 술잔들을 들고 슬금슬금 모이기 시작했다.“한잔하시죠! 형님!”“제 잔도 받아주세요!&r
이틀 뒤, 호텔 최상층.현신은 엘에프가 점유하고 있는 펜트하우스 바로 옆 회의실에 소집되었다.사방이 방음벽으로 차단된 정적 속에서 상위 넘버 서른 명과 어제 늦은 밤 급하게 귀국한 엘에프, 그리고 헤르만이 마주 앉아 있었다.회의석 말단에 앉은 현신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운 좋게 마카오 상황을 정리하긴 했지만, 다쳐 나간 지하 넘버들을 목격한 잔상이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다.게다가 해외 일정을 마친 엘에프가 기어코 이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 자신을 동석시킨 탓에, 목덜미를 짓누르는 긴장감이 한층 더 팽팽해졌다.브리핑이 끝난 뒤, 엘에프는 상위 넘버들을 물리고 현신과 헤르만만 남겨둔 채 사적인 담소를 나누는 자리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다.“컨디션은 나쁘지 않군.”“엘에프, 안색이 요즘 좋아 보여.”헤르만의 말대로 엘에프는 현신이 봐도 무언가 사는 재미를 찾은 사람처럼, 눈에 띄게 활력이 넘쳤다.“대신 나의 에스는 제대로 먹고는 다니는 건가? 그새 얼굴이 더 작아졌군.”현신은 말없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제 뺨을 만졌다. 요즘 입맛이 돌 리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시간만 흐르기를 바라며 매일 아침 휴대전화 속 달력의 날짜만 확인하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운동량이 부쩍 늘어서 그런지 도통 입맛이 없더라고요. 잘 챙겨 먹을게요.”현신이 적당히 둘러대자, 헤르만이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아시아 지도를 띄우며 본격적인 비공식 브리핑을 시작했다.“엘에프, 에스 덕분에 지하 넘버들을 이끌고 마카오로 넘어가 소요 사태를 깔끔하게 정리했어. 중국 본토 세력이 홍콩 쪽 국경을 침범하려던 움직임은 내가 차단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