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신은 할멈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딸기 한 상자를 더 사 들고, 저녁이 다 되어서야 친구들의 집 앞에 도착했다. 자신보다 한두 살 많은 시온과 무휼은 '라ON' 시절부터 이탈리아까지 생사를 함께해온 요원들이자, 거짓으로 둘러싼 인생에서 유일하게 민낯을 보일 수 있는 존재였다.“나 왔다, 친구들아!”“어머, 신! 이제 오니?”강남 개포동의 낡은 15평 아파트. 비좁지만 알콩달콩 살아가는 시온과 무휼의 공간은 늘 평온한 행복으로 가득했다. 시온은 다소 불편한 다리를 절뚝거리며 문을 열어주더니, 현신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부터 냉큼 살폈다.“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딸기네!”“그래, 시온. 너 다 먹어. 무휼이는 아주 조금만 주고.”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절세미인 서시온은 입만 열면 푼수 같은 매력을 흘리고 다녀, 현신에게는 늘 최고의 웃음 바이러스였다. 반면 모니터 세 대가 번쩍이는 책상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이무휼은 슬쩍 뒤만 돌아볼 뿐, 여전히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커다란 덩치 탓에 집이 더 좁아 보이게 만드는 무휼은 무심한 듯해도 조각 같은 생김새가 퍽 훈훈한 사내였다.“어이, 왔냐?”“무휼, 바쁘네?”“어.”현신은 무휼의 뒤통수를 보며 피식 웃고는 주머니에서 봉투 두 개를 꺼내 각각 건넸다.“자, 늦어서 미안해. 지난 의료 비리 미션 완수금이야. 의뢰인이 달러로 주는 바람에 환전하느라 좀 늦었어.”“너 그때 통신 장치 방전돼서 혼자 임무 하느라 고생 했다며? 고마워. 근데······ 돈은 좀 빨리 주지 그랬어. 목 빠지는 줄 알았잖아.”시온이 뾰족하게 한마디 던졌다.“미안, 미행이 붙은 것 같아서 몸 좀 사렸어. 의뢰인도 워낙 무시무시한 인간이었고······.”“세상에 돈 버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아, 다음에는 달러로 줘도 돼. 알겠지?”“어휴, 돈귀신. ”구박을 들어도 시온은 연신 생글거리며 봉투 속 현금다발을 확인하느라 눈을 번뜩였다. 그때, 현신의 말이 거슬렸는지 무휼이 의자를 휙 돌려 녀석을 쏘아보았
Last Updated : 2026-04-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