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살려달라고?”가계영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감히 제 등 뒤에 숨은 이 작은 생명체를 이토록 겁에 질리게 만든 놈들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했다. 가계영은 현신의 몸이 밖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자신의 넓은 어깨와 등을 이용해 그녀를 완전히 차단하며 거대한 성벽처럼 앞을 가로막아 섰다.현신의 이마가 가계영의 등에 더 깊게 파묻혔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박한 침묵 속에서, 터질 듯한 긴장감이 불꽃처럼 튀었다.쌔액쌔액, 불규칙하게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가 가계영의 척추를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사시나무 떨듯 진동하는 녀석의 체온이 셔츠 너머로 뜨겁게 배어들었다.가계영의 시선이 천천히 외국인 무리로 향했다. 일순, 무리의 중심에서 의전을 받는 보랏빛 눈동자의 사내와 가계영의 눈이 마주쳤다.건너편의 사내도 멈칫, 계영도 멈칫.찰나의 순간, 시선이 얽혔다.사내는 잠시 가던 길을 멈추는 듯하더니 이내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뒤따르던 자 또한 주변을 기민하게 살피다 가계영과 눈을 맞췄다. 그들은 세상이 자신의 발아래에 있다는 듯 오만하고 도도한 시선으로 로비 곳곳을 훑고는 폭풍처럼 빠져나갔다.하, 이런.계영은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닫혔던 입을 다시 열었다.“뭐지?”등 뒤에선 대답이 없었다. 그저 가늘고 마른 손가락이 가계영의 슈트 자락을 부서질 듯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엘에프 폰 루드비히는 예민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향하며 손으로 제 이마를 짚었다.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HH그룹, 그리고 그 자회사인 H건설 강남 본사.오늘 아침 급하게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오자마자 이곳으로 직행했더니 지독한 피로가 몰려왔다.헤르만의 정보에 따르면 H건설은 건실한 회사라 손대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투자 가치가 충분하고, 향후 아시아권 건설 사업을 맡기기에 이보다 적합한 파트너는 없었기에 그는 직접 한국 땅을 밟았다.네이비색 슈트에 하늘색 셔츠, 흰색 타이를 매고 같은 색 구두를 신은 그는 카펫 위를 나른하게 걷다,
Last Updated : 2026-04-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