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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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 말린 꽃과 나이프

“여기에 세 가지 말린 꽃이 있습니다.”나잔티아는 모두 같아 보이는 꽃을 꺼내 세 개로 분류했다.“이 중에 하나는 강한 독성이 들어있습니다.”나잔티아의 타고난 후각은 보통 사람의 5배 정도로 예민했다. 그래서 같은 모양과 색이라도 꽃의 다름을 분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독이 든 꽃이 다르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대마법사들조차 세 개의 말린꽃은 모두 같아 보였다.여기서 중요한 건 독을 어떤 형태로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려있다.“칼을 가져가도 독을 판별할 수 없을텐데 어떻게 보여주겠다는 것이지?”“그 독에 물을 타도 확인되지 않을텐데.”“설마 직접 마셔보려는 건가?”그들은 마치 나잔티아를 비웃듯이 조롱했다.그 조롱에 굴하지 않은 채 손목에 묶고 있던 머플러를 풀었다. 그 위로 꽃들을 한데 모아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지르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알 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진짜 보여주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이 칼과 머플러만 있으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녀는 말린 꽃잎에 칼날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 가차없이 칼을 찍어 눌렀다. 그러자 머플러가 파랗게 변색되기 시작했다.나잔티아가 칼에 꽂혀져 매달려 있는 머플러를 그대로 가져가자 대마법사들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쫓겨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다.“이 꽃은 전쟁 때에도 쓰인다고 하죠. 강물에 꽃과 잎을 풀어넣어 마시게 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처음 맡은 향은 무척이나 감미로워서 독이 없다고 착각하게 만들었지요. 마치 꽃이 사람을 유혹하듯이 말입니다.”그걸 보던 루시앙이 입꼬리를 비틀어 답했다.“네크라 플로리로군.”이실라는 나잔티아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물론 나잔티아는 루시앙 황제도 이실라 황녀도 보이지 않았다.“적군도 아군으로 만드는 중독성 강한 꽃입니다.”네크라 플로리가 담긴 물을 마시면 적군과 아군의 경계가 사라진다. 적군이 다가와도 그가 적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마치 술에 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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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 입단식

나잔티아가 마차를 타고 사라지자 기자들은 허탈하다는 듯 한 숨을 푹 내쉬었다.모두가 허탕을 쳤다며 터덜터덜 힘없이 돌아설 때였다. 한 기자 혼자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는 수첩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그건 나잔티아의 얼굴이었다. 단발의 머리와 검은 가림면을 쓰고 놀란 두 눈이다.머리색은 청록이라고 적었다. 이제 이 요주의 인물에 대해 알기 위해 움직였다. 마차에 올라탔다. 그는 나잔티아가 탄 마차를 뒤쫓기 위한 준비를 마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나잔티아는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새벽부터 나와 심사를 받는 일은 고단했다.그녀가 마차에서 내렸을 때는 어두컴컴한 밤이었다.그 기자는 오두막 집에서 떨어진 길가에 마차를 멈췄다. 마차 안에서 나와 그 근처를 배회했다. 그 집에 불이 들어왔다. 그는 수첩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갈 곳이 없는 그는 이제 마차 안에서 은신할 생각이었다.***“다 됐다!”나잔티아는 자수가 새겨진 손수건을 펼쳤다.재봉틀 옆에는 아무렇게나 펼쳐놓은 서신이 있었다. 금장으로 새긴 오르반 합격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서신을 펼쳐 읽었을 때 나잔티아는 소리를 질렀다. 기쁨의 환호였다. 당장 유하르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합격했다는 편지를 전했다.그리고 나잔티아가 만든 이 손수건은 고마움의 표시였다. 청년의 날이 오기 전까지 아르델렌으로 돌아오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미리 축하하는 의미였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도 같은 손수건을 만들어 준 적이 있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자수를 매만지다가 테세르 어머니에 대해 떠올랐다.—테세르는 혼자거든, 나잔티아처럼.외동이란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어린 나잔티아를 마주 보던 어른은 연보랏빛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분이었다. 그녀는 나잔티아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해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성을 보는 건 태어나 처음이었다. 마치 다른 세상 속에 존재하는 사람 같았다.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았다. 테세르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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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 푸른 드래곤의 등장

서약서를 확인한 대원들은 서명을 했다. 그러자 장막처럼 가려져 있던 시야가 확 트이면서 눈앞에 커다란 궁정이 보였다.나잔티아만 놀란 게 아니었다. 모두가 그 궁정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었다. 대마법사가 궁정을 가리켰다.“너희들이 앞으로 지낼 곳이다.”넋 나간 이들의 집중을 모으기 위해 대마법사는 펜을 높이 들어 큰 소리로 말했다.“그 펜으로 싸인한 순간, 앞으로 너희들의 행동 반경은 모두 기록된다. 그러니 경거 망동하지 말기를 바란다.”다시 2열로 줄을 맞춰 이동했다. 모두가 오르반에서 입을 옷을 배급받고 있었다. 달라고 손을 내밀었으나 나잔티아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대마법사 중 한 명이 다가왔다.“황녀 전하께서 각별히 너에게 맞는 옷으로 제작해주셨다.”나잔티아는 대마법사가 건넨 옷을 받았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맞는 옷이라고? 치수를 잴 틈도 없었는데 언제 옷을 만들어두신 걸까.“황녀 전하께서요?”황녀 전하가 혹시 자신을 본 적이 있는지 물을 새도 없이 대마법사는 군중들 속으로 사라졌다.오르반 단원들은 모두 2인실 방을 배정 받았다. 나잔티아 혼자 남겨졌을 때 단장이 탐탁지 않은 얼굴로 다가왔다.“넌 가장 꼭대기 층 다락방이다.”그는 열쇠를 포물선 방향으로 던진다. 나잔티아가 미처 받지 못해 열쇠가 떨어진다.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바닥을 불만스럽게 바라본다. 단장이 서 있는 방향을 쳐다봤을 때 그는 멀어지고 없다. 당장 그 열쇠를 집어들고 그의 앞으로 뛰어간다. 단장 앞을 가로 막자 그가 인상을 쓰며 나잔티아를 내려다본다.“저는 왜 다락방입니까?”“단원들과 같은 공간에 쓰지 않도록 배려해준 건데 모르겠나?”“같은 층이 아니더라도 한 층 위면 괜찮겠는데요. 맨 꼭대기 층은….”“방 배정이 불만이면 오르반에서 나가는 방법도 있어.”단장은 날이 서 있다. 방을 바꿔달라고 말한다면 당장에라도 내쫓을 기세로 쏘아보고 있다.“불만 있나?”나잔티아는 기가 죽어 대답한다.“없습니다….”그는 훽 고개를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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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 테세르, 황궁으로

드래곤은 테세르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슬금슬금 한 발짝씩 다가오더니 폴짝 뛰어서 테세르의 손 안으로 착지했다. 그 모습을 본 테세르는 미소 지었다. 오돌토돌한 머리를 만지자 드래곤은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고 쓰다듬는 방향을 따라 두상을 움직였다.집사의 발소리가 들리자 테세르는 다급히 드래곤을 안주머니 안에 숨겼다.“이제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집사는 마지막 짐을 들고 서 있었다. 테세르는 대저택을 한 번 돌아보았다.가져가지 못한 물건들은 흰 천으로 덮여 있다. 그중 천으로 덮지 않은 물건이 딱 하나가 보인다.테세르는 벽에 걸려 있는 큰 그림을 바라본다. 그 그림 속 여인을 올려다보며 말한다.“갔다 올게.”저택에 남겨진 그림에는 어린 테세르와 그의 어깨를 붙잡은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다.엄마가 원했던 일이었잖아, 내가 황궁에 다시 들어가는 일 말이야. 엄마와 함께였다면 정말 좋았을텐데.액자 속 여인은 테세르의 엄마, 로샤크 자할라다.언제든 다시 올게. 그러니까 혼자 있다고 서운해하지 말아줘.테세르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어린 테세르가 왕자가 아닌 황자였을 때의 일이다. 황궁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황제, 하야오가 테세르의 방 안을 휘젓고 다닐 때마다 시종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테세르는 벽장 안에 숨어 있어야 했다.—그 괴물이 어디 있느냐!하야오는 테세르를 그렇게 불렀다. 벽장 앞에 나타난 건 그의 황후 로샤크였다. 자신의 남편이자 황제를 똑바로 바라보며 서 있었다.—이대로 사라져 드리겠습니다.하야오는 신경쇠약인 것처럼 어깨를 떨었다. 그 괴물이 아니라 자신을 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내가 아니라 저 괴물을 택하겠다 이말인가?그의 핏발 선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로샤크는 시종들이 듣지 못하게 황제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당신 자식은 괴물이 아니야.로샤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야오를 노려보았다.테세르가 눈을 떴을 땐 낯선 장소였다. 매일 보는 유모가 아닌 엄마 로샤크가 곁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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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 제국민의 환영 속에서

프라빈의 역사상 한 사람을 위해 제국민이 모여드는 건 드문 일이었다.루시앙이 이런 환호를 받아본 적이 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제국민은 엄숙하고 진중한 자세로 황제를 맞이할 뿐이다.그런데 그들이 이토록 환호하고 기뻐할 줄 아는 자들이었던가.루시앙은 손에 든 잔을 깨트릴 것처럼 꽉 쥐었다. 그러자 손바닥이 창백해진다.지금의 제국민은 단지 테세르의 등장만으로 하늘을 찌를 듯 환호성을 내고 있지 않은가.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테세르는 무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어느덧 프라빈에 도착했다. 그때 한 아이가 테세르가 탄 마차를 발견한다. 마차가 출발하자 뛰어오기 시작한다.그 아이의 모습을 본 테세르가 다급히 창문을 열어 소리친다.“위험해!”“테세르 왕자님, 황궁으로 오신 걸 축하드립니다!”주변의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렇게 소리친다. 테세르는 대답대신 창밖으로 크게 손을 흔든다.드디어 황궁 앞에 도착했을 때 테세르는 수많은 함성을 들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모두들 그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려고 모여들었지만 제국의 기사들이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마차에서 내리자 테세르가 황궁으로 들어올 수 있게 기사들이 지나가는 길을 열어두었다. 그 틈으로 한 소년이 테세르 앞으로 꽃을 내밀었다.“왕자님!”그러자 테세르가 그 꽃을 받았다. 그러자 제국민이 그의 앞으로 자신들이 가진 꽃을 던지기 시작했다. 테세르는 날아오르는 꽃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황궁 안에 들어가자 대신들이 테세르를 맞이하기 위해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루메르 꽃을 들고 있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닮았다고 해서 루메르의 꽃말은 영원한 귀환이었다.테세르는 그 꽃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뒤돌아 제국민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왕자님 축하드려요!”“프라빈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테세르 왕자님!”모두가 소리치며 기뻐하고 있다. 그렇게 성문은 천천히 닫혔다.대신 중 한 사람이 테세르 앞에 다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아티셸 제국에서 테세르 왕자님의 존재가 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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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 이제 시작이다

나잔티아가 하달할 내용을 끝마쳤을 때 일부 단원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참아냈다. 루신은 나잔티아의 사기를 떨어트리기 위해 이같은 지시를 한 건지도 모른다.단상에서 내려왔을 때 되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7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얼굴을 땅에 처박고 있었겠지.아니, 그보다는 오르반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들어오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당황하지 않은 나잔티아의 모습이 루신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섰다. 나잔티아 옆에 서 있던 불만 많던 소년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이제 시작이다. 돌이킬 수 없어. 나잔티아는 자신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무조건 끝을 볼 거야.”그때 옆에 서 있는 소년이 말했다.“그럼 재밌어지겠네.”소년은 뒤늦게 통성명을 했다.“내 이름은 미하엔 로웰이다.”나잔티아는 속으로 곱씹었다. 미하엔 로웰.“난….”나잔티아도 자신을 소개하려던 찰나였다.“알아, 나잔티아 엘리자 벨룸.”그가 나잔티아의 이름 전체를 알고 있다.“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나잔티아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이 안에서 널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걸.”날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미하엔은 나잔티아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인다.“황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열쇠가 뭔지 궁금하지 않아?”—루신 루크번이다. 우리는 황금 별안초를 상징하는 페어고든이다. 이 상징의 의미를 가장 잘 해석한 단원에게는 황궁을 드나들 수 있는 열쇠를 주겠다.나잔티아는 루신이 한 말을 떠올린다.왜 미하엔이 열쇠에 관심을 가지는 거지? 열쇠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일까? 그러기엔 그의 목소리는 호기심 보단 확신으로 가득차 있다.“그 열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네.”미하엔은 한쪽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말한다.“그거 하나는 알지.”“뭘?”“황궁에는 성 문서고가 있어.”“성 문서고?”나잔티아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실라는 테세르와 황궁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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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 그래, 힐

***테세르의 보랏빛 각막이 소용돌이처럼 휘돌고 있다. 환청과 환영 속에서 정신을 잃을 때였다.그 순간 이실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억을 더듬으려는 순간 능력이 발휘된 것이다. 본의 아니게 이실라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나잔티아는 어때 보여?’이실라의 입에서 나잔티아의 이름이 들리자 테세르는 곧이어 정신을 차렸다. 귀를 틀어막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어째서 그런 기억이 튀어나온 걸까.테세르가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의 일부분이었다.각막이 불규칙적으로 돌고 있다는 건 능력을 발휘하려는 몸의 폭발적인 신호였다. 루소는 자신이 유일하게 쓰는 마법으로 테세르에게 보호막을 씌워주려 하고 있었다. 차츰 테세르의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괜찮아, 루소.”자리에 일어선 테세르의 얼굴이 파리했다. 루소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자 한 손을 들어 막았다.“잠시 산책 좀 하고 올게.”루소가 말을 떼기도 전에 테세르는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테세르는 이실라가 어디에 있는지 그녀가 지난간 길의 흔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테세르의 수많은 능력 중 하나였다.주변에 기사들이 테세르를 알아보자 각잡힌 경례를 하며 지나쳤다. 얼마 가지 않아 시녀들이 보였다. 테세르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다.이실라의 방 문이 열려 있다. 테세르는 시녀들 사이를 지나간다. 시녀들은 지나가는 테세르를 볼 수 없었다.이실라의 방 안에 들어간 순간 하녀가 몸을 굳히며 말하고 있었다.“그 안에 있는 일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전하….”돌을 쥐고 있는 하녀의 손이 떨린다. 이실라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그게 무슨 말이야?”“어째서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소, 송구합니다, 전하.”“하.”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무슨 말을 하는 건지 가늠하기 위해 테세르는 구석진 곳에 떨어져 그들의 표정과 행동을 지켜봤다.“나잔티아는 분명 여기 있는데 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야?”“저도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테세르는 나잔티아가 황궁에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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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 훈련 시작

대신들이 각자 흩어져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별저에는 마에테 공작 혼자 남게 되었다. 그는 별저 밖으로 나왔다. 그 앞에는 오르테움이라는 큰 산이 있었다. 산중을 바라보고 있자면 걱정과 괴로움은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졌다.새가 지저귀고 있다. 마에테는 운치 있게 펼쳐진 경관을 조용히 바라본다. 야엘리스가 없는 이상 아티셸 제국을 쥐고 펼 수 있는 건 오직 그의 손 안에 달려 있다.그 날, 아티셸 제국의 제복을 입은 기사가 그의 별저로 찾아왔다.“부르셨습니까.”기사가 예를 갖추고 마에테에게 고개를 숙였다.“오르반에는 믿을만한 놈을 잘 심어두었겠지.”“네 대공, 걱정 마십시오.”“키오베는 교관 생활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더냐.”“잘 적응하고 계십니다. 제가 옆에서 더 보필하겠습니다.”“그래, 네가 조사한 그놈에 대해 더 말해보라.”마에테의 지시에 기사는 힘있는 목소리로 읊기 시작했다.“그는 제국법으로 인해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로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황제 폐하에 대한 분노가 아주 큰 것으로 압니다. 장례금과 경비에 대해서는 그의 동생에게 넉넉하게 건네 주고 오는 길입니다. 마에테 공작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그가 오르반에 관한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공에 대한 충성심은 믿을만하실 겁니다.”“그러더냐. 믿을만하기만 하면 안 된다. 항상 뒷 일을 생각해야 탈이 없다. 그놈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조사하도록 해. 그리고 한 가지 더….”마에테의 눈이 가늘어졌다. 기사는 마른 침을 삼켰다.“키오베에게 문제될 일이 생기면 언제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네, 대공. 명심하겠습니다.”기사는 긴장으로 굳은 몸을 돌린 채 그대로 물러났다.***나잔티아는 미하엔이 말한 성 문서고에 대해 가늠해보았다. 친척 오빠, 유하르가 가끔 성 문서고에 간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책을 빌려오는 것도 종종 본 적이 있다.“성 문서고라면 서가를 말하는 거 맞지.”그녀의 물음에 미하엔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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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 잠식하는 공포

루신은 이언의 말에 쉽지 않다는 듯 묘하게 인상을 찌푸렸다.“마음 같아서는 다시 돌려보내고 싶은 심정이야.”“예전 일이 생각난다며.”“그래서 적응할 수 있게 억지로라도 도와줘야겠지.”루신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달은 사람처럼 보였다.“전에 내가 했던 방식대로.”루신은 자신을 혹사하여 훈련시켰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자 이언의 낯빛이 달라졌다.“너 설마….”그는 이언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지금보다 1시각(2시간 전)만 더 일찍 일어나면 돼.”“…버티지 못할텐데.”이언이 말한 버티지 못할 사람은 나잔티아였다.“그 많은 걸 한꺼번에 시킨다는 건 아니야. 가장 중요한 체력을 먼저 기를 거니까. 그러려면 누군가의 희생은 불가피하잖아.”이언은 루신의 지독한 책임감에 난색을 표했다.“아무래도 가봐야겠어.”루신은 언덕에 오를 채비를 끝낸 채 단원들이 오른 길로 걸음을 돌렸다.예상대로 나잔티아는 맨 끝으로 뒤처졌다. 구불구불한 돌언덕을 오를 때 단원들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갑옷을 입고 오를 수록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발걸음이 느려졌다. 공기까지 희박해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다들 어디까지 간 거야.”정신이 혼미하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이 남은 것 같았는데 어쩌지.나잔티아는 언덕 위를 위태롭게 바라봤다.갑옷을 입고 얼마나 더 올랐을까.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다리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진정시키려 했다. 그 자리에서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갈 수 있어. 더는 뒤처지면 안 된단 말이야.눈을 꾹 감은 채 앞으로 움직이려 하자 이번엔 온 전신이 흔들렸다. 도저히 걸을 수 없게 되자 그 자리에 멈춰섰다. 언덕 중간에 혼자 남겨진 채 단원들이 지나간 길을 다시금 바라봤다. 서 있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아 바닥에 주저 앉는데 감옷의 압력이 온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훈련만 하다가 죽는 건 아니겠지…?”짓누르는 무게를 이겨내려 돌벽과 바닥에 바싹 붙여 앉았다. 중량을 분산하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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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 공포를 부르는 우코산

쓰러져 있는 단원들 앞으로 복장은 같으나—우리와 같은 하늘색 무늬가 아닌— 새로로 보라색 줄무늬가 그려진 단원복을 입은 사람들이 숲 사이로 나타났다. 그들은 쓰러져 있는 단원들에게 물통을 건네며 물을 마시라 지시했다. 경계할 새도 없었다. 단원들 모두 목이 말랐기 때문에 그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그건 나잔티아가 마셨던 미끌거리는 물과 같았다.“윽! 맛이 왜 이래.”물맛이 끔찍한지 단원들 전부 얼굴을 찌푸리며 겨우 그 물을 목넘김 했다. 루신이 그들 앞에 다가가자 복장이 다른 사내들이 다시 산속 어딘가로 흩어져 사라졌다.누구지?의아해하는 사이 루신이 나잔티아를 돌아보며 차갑게 묻는 바람에 질문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기억 안나나?”“네?”루신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나잔티아가 한 말과 행동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 걸 꾸짖기라도 하려는 걸까.나잔티아는 언덕 위에서 자신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렇게 겁에 질려 있었지?“단장님… 제가 한 말은.”자신도 모르겠다고 왜 그런 말을 했던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려 했으나 그녀의 말을 끊고 루신이 답했다.“네가 이곳에 맞지 않는 사람 같다고 했지.”그 말을 트집을 잡으려는 건 아닐까. 초조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나도 같은 생각이야.”그러면 그렇지. 루신이 자신을 두둔할 리 없다.“그러니 네가 왜 이곳에 필요한 사람인지 앞으로 증명해내야만 해.”오르반에 나가면 된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답변에 놀란듯 그를 올려다봤다. 루신은 여전히 나잔티아를 바라보지 않고 쓰러져 있는 단원들에 시선을 모았다.증명해낼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그게 가능하다면 해답을 빨리 찾고 싶었다.“어떻게요?”루신은 그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이리저리 흩어져 쓰러져 있는 대원들 옆으로 걷는다. 흙 밟는 소리가 신음하는 단원들 옆으로 묻혔다. 그는 커다란 바위 위에 섰다. 그러자 단원들이 흙으로 더럽혀진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이런 산 쯤 몇번이고 오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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