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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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 은의관목

—무슨 수업을 듣는데?—그건 잘 모르겠어요.영애인 나도 들어갈 수 있을까?그 말을 묻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의 황제 폐하는 태황태후 전하의 의중대로 하는 꼭두각시로 알려졌어요. 다행인 건 오르반 단원들은 황제의 명이 아닌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대요. 만약 그들을 건드린다면 제국의 조사를 면할 수 없다고요.—그건 어떻게 알아?—형이 말해줬어요.오르반에 대해 알게 된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이다.—조사를 받고 조금이라도 법도에 어긋나는 일을 한 흔적을 찾아낸다면 추방 아니면 사형을 면하지 못한다고도 했어요.그 말을 들은 나잔티아의 동공이 활짝 열린다.—마에테 공작도?소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나잔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안심한다.그래서 불같이 화를 냈던거였어. 그 법은 바꾸지 못했던 거야. 어떤 대단한 마법으로 그 조항을 묶어둔 걸까.—오르반에 들어가면 결혼도 할 수 없어요. 결혼을 하려면 오르반을 그만둬야한대요. 그래서 어머니가 형이 오르반에 간다고 했을 때 많이 우셨어요. 그 대신 오르반에서 받는 돈으로 저희 집은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지만요.—형이 엄청난 일을 했구나….—대신에 그만큼 힘든 점도 있어요. 저희 형이 체력도 좋고 밝은 사람인데도 오르반에 간 후로는 말수도 줄어들고 얼굴에 걱정도 많아 보였거든요.소년은 풀이 죽은 얼굴로 나잔티아가 건넨 30프릭을 만지작거린다.—혹시 영애님의 가족도 오르반에 지원하나요?소년은 나잔티아를 올려다본다. 나잔티아는 차마 그게 자신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 말을 내뱉는다면 소년의 맑은 얼굴이 흙빛으로 변할 게 분명하다. 소년은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잔티아를 올려다본다. 나잔티아는 대답 없이 하늘을 올려다 본다.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나잔티아의 얼굴 위로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든다.하늘에서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광장에 있는 사람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걸음이 빨라진다.“이제 갈까?”나잔티아는 유하르를 따라서 마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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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오르반에 지원하기

집사는 저택 문을 열어 문앞에 놓인 편지와 서신을 가져갔다. 하인들이 널브러져 있는 술잔과 그릇을 깨끗이 치우는 사이 그는 탁자에 서신을 가져다둔다. 키오베는 소파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고 하인들은 그 모습을 보는 게 익숙하다. 그들은 키오베 근처에 가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한다.키오베가 눈을 떴을 땐 숙취로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극심한 고통이 엄습했다. 대낮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다시는 이런 식으로 먹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하인이 탁자 위에 올려둔 유리 잔에 가득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어젯밤 마지막 술잔을 부딪치고 난 다음이 기억나지 않는다.입가를 거칠게 닦자 탁자 위에 시선이 갔다. 눈에 띄는 서신 하나가 보였다. 황궁에서 온 게 분명한 화려한 봉피지다. 꺼져가던 키오베의 눈이 활화산처럼 불이 붙는다. 서신에는 황실 문양의 음각이 외피지에 새겨져 있다.황제께서 왜 서신을 보내셨지?펼쳤을 때 상단에는 작위서라고 적혀 있고 하단에는 황제의 개인 인장이 찍혀 있다.[ 키오베 루자크 뭄을 기사단 교관으로 임명한다. ]황제의 명이 담긴 서신이다. 키오베의 얼굴에는 실금 같은 분노가 떠오른다.기사단 교관?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키오베는 잠이 덜 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시퍼런 눈으로 그 서신을 읽고 또 읽었다. 교관이라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직급이었다. 당장에라도 도망칠 구석을 생각해보려고 했으나 불가능한 일이었다.황제의 명을 어기게 될 경우에는 아티셸 제국에서 영구 퇴출될 테니까.“내가 왜 이 명을 받아야하는데! 왜!”악을 쓰며 들고 있는 잔을 허공에 던진다. 벽에 맞은 잔은 공중으로 파편이 되어 흩어진다. 바닥은 난장판이다. 집사의 지시로 하인들은 바닥에 있는 파편들을 쓸어담는다. 그들의 표정에는 감정이라는 게 거의 실려 있지 않다. 이런 광경은 그들에게 익숙했다.키오베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며 같은 보폭으로 빠르게 걷는다. 이대로 기사단 교관이 되면 나잔티아에게 지속되는 약혼 요구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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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 안녕, 테세르

“갑자기 집에 돌아와서 오르반에 들어가겠다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렇게 하고 싶다던 약혼도 하지 않겠다고 하고.”“키오베와의 약혼은 이미 무효가 됐잖아요.”“그걸 물은 게 아니잖니.”“아빠.”“갑자기 일어난 이 모든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건지 몰라서 묻는 거다.”키오베가 저와 두 분을 죽이려고 할테니까요. 그 악행을 다시 반복할 게 분명하니까요.나잔티아는 그 말을 내뱉을 수 없어서 답답했다.“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저를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그건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널 이대로 오르반에 보내게 둘 수 없다.”“아빠.”“나잔티아 이건 네가 우리의 뜻을 들어줘야해. 네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잊은 거니?”로라의 눈동자가 촉촉했다.“제 말을 들어봐주세요. 네?”“더는 듣고 싶지 않다. 만약 이를 어기고 오르반에 가겠다고 우긴다면 널 방에 가둘 수 밖에 없어. 이 방법을 선택하게 만들지 마렴.”“아빠, 엄마.”“그리고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다가 유하르에게 다시 돌려주마.”안델의 뜻은 확고했다. 로라는 나잔티아에게 피곤할테니 얼른 들어가 자라고 말했다.나머지 책 3권은 다 읽지도 못했는데.어떻게 이 문제를 헤쳐나가야 하는 건지 막막했다.이대로 침대에 누워도 잠은 오지 않는다.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세웠다.***해가 뜨기 전, 일어나서 한 일은 유하르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유하르 마차를 타기 전 건네준 책은 잘 읽었어. 책 속에 있는 쪽지는 오빠가 쓴 거야? 합격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다니 정말 고마워. 덕분에 어떤 것에 더 신경 써서 준비해야하는지 감이 조금 왔어. 그런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셔. 이모부와 오빠가 준 모든 책을 다 가져가 버리셨어. 나와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오빠가 설득해줄 수 있어? ]편지를 다 쓰고 무작정 밖으로 걸었다. 걷다 보면 안 풀리는 문제들이 해결될 때가 있다. 그런데 당장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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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 비밀 훈련 장소

테세르의 말이 맞다. 겪어보지 않고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극복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다.“부모님 반대가 심하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어서.”나잔티아의 청록색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낀 채 뺨을 어지럽혔다. 테세르는 그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내가 도와줄까?”나잔티아의 노란 홍채가 빛을 머금은 채 반짝거린다.“어떻게?”“오르반이 어떤 곳인지 누나 부모님께 알려드릴게. 대신 시간이 필요하니까 내 저택에서 연습하는 건 어때?”“연습을 해?”나잔티아는 의아한 얼굴로 테세르를 올려다 본다. 그는 대답대신 마른침을 삼킨다. 조심성 없는 성격 탓일까. 말부터 내뱉고 후회하고는 했다.“혹시 오르반에 관해 아는 거라도 있어?”“음… 아는 사람 중에 합격한 사람이 있어.”테세르는 멋쩍은 듯 코를 찡긋거렸다.“집에서는 못할 거 아니야.”“응… 부모님이 방에 가둬놓으시겠다고 해서.”“그럼 매일 나를 만나는 거야. 내 사유지라면 부모님도 안심하고 보내주지 않으실까.”“그렇겠지?”나잔티아는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한 숨을 작게 내쉰다. 눈앞에 보이는 어떤 것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테세르는 독보적이고 아름답다. 그의 자안이 유리알처럼 빛을 내뿜는다.“고마워, 테세르.”테세르는 어깨를 들썩일뿐이다.“가자 누나.”“어디를?”“차 마셔야지.”나잔티아는 테세르의 팔에 손을 걸치며 걷는다. 그러다 다시 짧은 자신의 머리를 매만진다.“근데 테세르.”테세르가 고개를 돌려 나잔티아를 내려다본다.“나 머리 괜찮아?”“잘 어울려.”“진짜?”“누나니까.”나잔티아는 다시 웃고 만다. 하지만 긴장해야했다. 테세르의 저택 안에 들어간다니… 처음 있는 일이다. 저택 문 안으로 들어가자 메이드와 풋맨이 인사를 건넨다. 나잔티아는 긴장한 얼굴로 똑같이 인사를 한다.내부는 온통 새하얀 대리석이었다. 열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큼 중앙 계단의 표면은 넓었다. 계단 위에는 카펫이 깔아져 있었다. 나잔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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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 유하르의 추천서

“생각보다 무거워….”나잔티아가 허공에 칼을 내려쳤을 때는 몸과 팔이 휘청였다. 기본도 안 되어 있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등부터 근육이 경련하는 것을 느꼈다.테세르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오르반에서는 편법을 쓸 수 없다. 마법으로 칼을 가볍게 한다거나 훈련하지 않은 상태로 검을 잘 다룬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오로지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만 보여줘야한다. 테세르는 성처럼 쌓여 있는 통나무 위에 걸터 앉은 채 고민에 빠졌다.그 고민을 테세르만 하는 게 아니었다.오르반 면접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합격은 고사하고 비웃음 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한참동안 그 자리에서 고민하던 테세르가 다가왔다.나잔티아의 이마에는 땀이 비죽 흘렀다. 몸이 어느덧 땀으로 젖었다. 테세르는 칼을 쥔 그녀의 손을 조용히 잡은 채 검을 내려놨다.“누나, 검술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대신 약초에 대해서는 누나를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없을테니까 그걸 집중적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아.”기사단처럼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다면 이렇게 불안하지 않았을텐데. 그보다도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니까 그게 더 걱정이었다.“테세르, 나 체력부터 길러야겠어.”“그러면 아침 저녁으로 같이 달리자.”나잔티아는 그 말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네가 왜?그 물음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고맙지만…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은데.”그러자 테세르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 앉는다.“왜?”“너까지 그럴 필요 없어. 너도 네 일이 있을텐데 괜히 나 때문에….”“나 뛰는 거 좋아해.”그 순간 테세르의 얼굴이 더 없이 차가워진다.“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그는 다시 표정을 풀었다. 나잔티아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한다.“혼자 뛰는 거 지겨웠는데 오히려 좋아.”테세르가 너무 착해서 나에게 배려해주는 건 아닐까?“그럼 일주일만 같이 하면 되잖아.”“그렇긴 하지만.”희고 단단한 손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누나.”“응?”“오르반에 합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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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 이실라 황녀

*** 앞으로 오르반 심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에테 공작은 묘하게 그 날이 다가올 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무척이나 예민하고 기민한 사람이었다. 마에테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 키오베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마에테는 장손인 키오베의 약혼이 무효되고 황궁의 기사단 교관으로 임명됐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대화 없는 식사 속에서 마에테가 입을 열었다. “펠리체 공작 딸에게 약혼을 거절당했다는 게 사실이냐?” 마에테의 물음에 닭고기를 썰던 손이 멈췄다. 키오베는 입맛이 싹 가시고 만다. 기사단 교관으로 임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화가 치밀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일 수는 없다. 그는 애써 미소 지었다. “나잔티아는 저와 약혼하게 되어 있어요, 아버지.” 마에테는 우습다는 듯 혀를 찬다. “못난 놈.” 황궁 교관에 임명되어 축하한다, 잘 다녀오라는 말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헤어지는 순간에도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는 것인가? 한 번만이라도 믿어주고 인정해주시면 안 돼요? 그렇게 말해봐야 소용 없을 것이다. 마에테는 더 심한 말을 할 게 분명했다. “이번에 맡은 기사단 교관 일, 실수 없이 잘해야 할 것이야.”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은 없을테니 걱정 마세요.” 힘주어 내뱉는 키오베의 말에 마에테는 말 없이 식사를 중단한 채 먼저 일어섰다. 마에테가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걸 보자 키오베는 식탁 위에 있는 식기들을 모조리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값비싼 그릇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놈의 실수, 실수, 실수!”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하인들은 키오베의 행동 하나하나 모두 익숙한 듯 분주히 움직인다. 서둘러 키오베 발 아래 산산조각 난 식기와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 이실라 황녀는 하루하루가 지루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언제든 저 황궁 담을 뛰어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지키는 기사단과 시녀들과 보는 눈이 많았기에 선뜻 행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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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 귀족 부인들의 사담

주변에 앉아 있던 영애들이 허둥지둥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예를 갖춰 황녀 전하에게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경직되어 있었다.이실라는 그들의 인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영애가 오르반에 지원했다니.”“예?”“어디서 들었어?”“그것이… 저의 남편이.”이실라는 궁금해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재촉했다.“더 자세히 얘기해봐. 신빙성 있는 얘기 맞아?”이실라는 귀족 부인들이 서 있는 테이블 빈 의자를 꿰차고 앉았다. 평소와 같이 팔을 괴었다. 시녀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당장 팔을 내리셔야 한다고 성화를 냈을 것이다. 루시앙도 짐짓 꾸짖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실라에게 예법이란 모두 쓸데 없고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영애들이 안절부절거린 채 계속 서 있자 이실라는 목이 아프다며 앉으라고 지시했다. 부인들은 어정쩡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황녀 전하를 이토록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있는 일이다. 대낮에 레스토랑에서 황녀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으니까.혹시 말 실수는 하지 않았나 자신이 한 말들을 속으로 되짚은 채 눈동자를 천천히 굴렸다.“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이실라는 답답한 걸 참지 못했다. 외부인들은 황녀를 보며 겁부터 냈다. 이실라에겐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건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실라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대내정관의 부인이 빠르게 입을 열어 말했다.“대내정관으로 일하는 저희 남편이 폐하께 그 사실을 아룄으나 그 영애도… 심사를 본다고 하셨다고 합니다.”팔을 괴고 있던 이실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재밌는 걸 황제 폐하 혼자만 알았다고?귀족 부인들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났다.“너희들 모두 내일 아침에 나를 찾아오도록 해.”“예? 황녀 저, 전하…! 저희가 무슨 잘못이라도…!”“잊지 말고 오도록 해. 알겠어?”이실라는 그 말만 남기고 돌아서서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귀족 부인들은 마치 자신들이 큰 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황녀를 애처롭게 부를 뿐이다.“황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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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 방법을 찾았어

테세르가 달려간 곳은 나잔티아의 오두막 집이었다. 시오네 부인은 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펠리체 공작은 말들을 하나하나 씻기고 있다. 테세르의 등장을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한다.오두막 집 문이 열려 있다. 테세르는 노크를 한 채 안으로 들어온다. 마침 나잔티아가 방 문을 열고 나왔다. 두 손에는 두꺼운 약초학 책을 들고 있다. 갑작스러운 테세르의 등장에 놀란듯 멈춰선다.“테세르.”“방법을 찾았어, 누나.”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집을 나왔다. 어느덧 테세르의 저택은 은신처가 되어 있었다.저택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해가 저물었다.그 방법이라는 건 테세르 손 안에 있는 작은 나이프였다. 그 나이프의 칼집과 손잡이는 붉은 문양이 새겨져 있다.이런 작은 칼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아르델렌은 치안이 좋은 곳이다. 나잔티아는 애써 호기심을 억눌렀다.“검이 아니어도 돼.”그 말에 안심하듯 되물었다.“정말 이 작은 나이프로도 합격이 될까?”“대신 활용해야 해, 누나의 방식으로.”나이프와 약초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지.검술은 타고나지 않았고 휘두를 줄도 몰랐다.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근데 난 이렇게 작은 나이프는 없는데. 심사 날에 빌려줄 수 있어?”테세르는 나잔티아의 손에 칼을 쥐어주었다.“누나 거야, 이제.”이 칼을 그냥 준다고?나잔티아는 칼집에서 조심스럽게 칼을 꺼내 보았다. 이목구비가 보일 정도로 윤택한 칼의 단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기분이 이상하다. 이 도움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황궁과 맘 먹는 이 거대한 저택과 수많은 고용인들,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작은 칼까지. 테세르에 관해 알면 알 수록 모든 것들이 의뭉스럽다. 굳이 나잔티아를 도와주겠다는 적극적인 모습까지도.문득 의문의 끈이 툭-하고 끊어진다. 테세르의 담담한 목소리에 반하는 놀랄만한 대답 때문이다.“그리고 펠리체 공작께서 오실 거야.”“뭐?”“내가 말씀드렸어.”나잔티아는 혼란스러운 듯 테세르를 바라본다.“왜… 그런 거야?”“도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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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 오르반의 위상

어깨를 두드린 주인은 190cm의 거구인 집사였다. 그는 웃으며 서 있었다.“아가씨께서 길을 잃으신 모양입니다. 제가 방으로 다시 안내해드리겠습니다.”나잔티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돌아서서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여전히 마지막 방 앞에 머물렀다.테세르가 부모님을 설득했을까. 그보다 키오베의 실체라니?대체 그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야?***마에테는 황제의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오르반 심사 날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루시앙의 마음을 떠보려고 온 것이 분명했다.루시앙은 마에테가 왜 그토록 오르반의 존재를 싫어하는지 그리고 없애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에테는 그 진실을 다른 이유들로 포장하고 있었다.루시앙이 황제에 임명됐을 때 선황께서는 오르반에 관한 일지를 남겼다. 루시앙은 황제의 비밀 결사단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심장이 고장난 것처럼 두근거렸다. 자신만의 비밀 기사라니. 그 일지를 밤을 세워가며 읽었다. 아침이 되어도 잠은 오지 않았다. 마음은 부푼 꿈으로 가득했다. 그 일지를 품에 꽉 끌어 안은 채였다. 이건 나만 볼 수 있어. 가슴에 품은 일지를 간직해야겠다 마음먹었다. 하지만 마지막 글귀를 곱씹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용을 숙지했다면 반드시 불태워야한다는 지시였다.그렇게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루시앙은 신하들이 모르게 그 일지를 불태웠다. 서서히 불에 타 없어질 때까지 지켜 본 채로 말이다.“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시는지요.”루시앙은 마에테를 돌아봤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찻잔을 들었다. 향을 음미하며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생각을 맑게 해주는 차였다. “경이 오르반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지.”마에테는 루시앙을 향해 눈동자가 스르륵 움직였다. 유난히 마에테의 날선 눈이 두드러졌다.“폐하께서 오르반에 배신자들을 색출하지 않으셨습니까.”마에테는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반 이상이 퇴출하였으니 그 일을 염려하여 행동한 것이지요.”그렇게 만든 게 당신이잖아. 둘째 아들을 황제로 올리려고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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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 오르반 심사 날

***나잔티아는 벨룸 부부의 방 문 앞에 서 있었다. 한 손에는 편지를 들고. 이제 심사를 보기 위해 프라빈으로 출발해야했다.일출이 떠오르기 전, 이른 시각이다. 바로 출발하지 않는다면 심사에 늦을지 모른다.그대로 거침없이 발길을 돌려 오두막 집을 나왔다. 잔디 밭에 마차가 서 있었다. 익숙한 걸음으로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출발할 때만 움직임이 느껴지고 그 다음은 고요했다.안델은 창문의 휘장을 걷어 나잔티아가 이동하는 걸 확인했다.—누나가 아저씨의 뜻대로 사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세요? 왜 누나가 그런 선택을 한 건지 생각해본 적은 있으세요?테세르의 날카로운 질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오랜시간 긴 발톱을 숨겨두었다가 필요할 때 적의를 드러내는, 사람 손을 타지 않는 짐승처럼 보인다. 그의 새카만 두 눈동자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하는 안델을 똑바로 응시한다.—누나 일이라면 제 모든 걸 걸어도 아깝지 않아요.—테세르…… 너 혹시 나잔티아를.—누나가 뮤휴를 살려줬으니까. 그 빚을 갚는 것 뿐이에요.—그래, 네 목숨도 걸 수 있다면… 확실한 증명을 받아야겠다.그 순간 변하던 테세르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날카로운 눈빛에 두툼한 입술을 휘어 웃는 창백한 얼굴은 오페라에서 본 악당과도 같았다.—이 펜으로 글을 쓰면 거스르지 못하는 약속이 돼요. 그러니까 제 목숨은 이제 누나에게 달렸다는 소리예요.그렇게 말하는 테세르는 소름끼칠 정도로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목숨을 그렇게 쉽게 도박하듯 거는 게 아니라고 일러줘야했으나 안델은 침묵을 택했다. 로라만이 안절부절 그 약속을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확실한 약속의 증명을 받아내던 안델에게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지. 테세르에 대해서는 조금의 걱정도 들지 않는 건지. 가만 보면 당신은 잔인한 면이 있다면서 로라는 안델에게 성화를 냈다.안델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걸 알기에 한 약속이라면서 로라를 안심시켰다.바람이 덜컹- 창문을 부딪치자 저택에서의 일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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