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오르반 심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에테 공작은 묘하게 그 날이 다가올 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무척이나 예민하고 기민한 사람이었다. 마에테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 키오베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마에테는 장손인 키오베의 약혼이 무효되고 황궁의 기사단 교관으로 임명됐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대화 없는 식사 속에서 마에테가 입을 열었다. “펠리체 공작 딸에게 약혼을 거절당했다는 게 사실이냐?” 마에테의 물음에 닭고기를 썰던 손이 멈췄다. 키오베는 입맛이 싹 가시고 만다. 기사단 교관으로 임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화가 치밀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일 수는 없다. 그는 애써 미소 지었다. “나잔티아는 저와 약혼하게 되어 있어요, 아버지.” 마에테는 우습다는 듯 혀를 찬다. “못난 놈.” 황궁 교관에 임명되어 축하한다, 잘 다녀오라는 말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헤어지는 순간에도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는 것인가? 한 번만이라도 믿어주고 인정해주시면 안 돼요? 그렇게 말해봐야 소용 없을 것이다. 마에테는 더 심한 말을 할 게 분명했다. “이번에 맡은 기사단 교관 일, 실수 없이 잘해야 할 것이야.”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은 없을테니 걱정 마세요.” 힘주어 내뱉는 키오베의 말에 마에테는 말 없이 식사를 중단한 채 먼저 일어섰다. 마에테가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걸 보자 키오베는 식탁 위에 있는 식기들을 모조리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값비싼 그릇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놈의 실수, 실수, 실수!”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하인들은 키오베의 행동 하나하나 모두 익숙한 듯 분주히 움직인다. 서둘러 키오베 발 아래 산산조각 난 식기와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 이실라 황녀는 하루하루가 지루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언제든 저 황궁 담을 뛰어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지키는 기사단과 시녀들과 보는 눈이 많았기에 선뜻 행동하지
آخر تحديث : 2026-04-12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