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자신뿐이라는 게 이상하고 화가 났다.그러면서도 그에게 휘둘리고 마는 자신을 어찌할 수 없었다.오만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저를 놀리고, 느긋한 손길로 만지며 느른히 속삭이는 차도언에게 꼼짝없이 지는 주제에 아니라는 말이, 싫다는 말이 무슨 효력이 있을까.그가 품어주는 손길에 함빡 들어가고 싶어지는 충동이 자주 그녀를 흔들었다.이대로, 그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면 될 것만 같은 그런 환상이 이재를 유혹했다."말이 돼? 도언이랑 한 선생이?""적당히 놀아주고 끝내요."그러나 유혹은 찰나일 뿐이었고 환상은 깨지고 마는 게 수순이었다.안서희의 말이 이명처럼 귓가에 맴돌았다.“야, 한이재!”신부 대기실에 들어선 이재에게 지연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신부가 하는 인사치고는 꽤 씩씩했지만 지연다웠다.“지연아, 축하해.”“못 온다더니 어떻게 왔어?”드레스를 입고 곱게 앉아 있던 신부가 펄쩍 뛰어오르듯 일어서자 포토그래퍼가 황급히 만류했다.“사진 찍자, 빨리 와.”지연이 부르는 손짓에 이재가 발걸음을 옮기자 도언이 순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신부의 친구들 사이에서 우뚝 선 그의 존재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누구냐, 저 남자……?”이재가 지연 옆으로 가 앉자 지연이 복화술로 말을 하며 도언을 흘낏거렸다.“어어, 그냥…….”“그냥은 무슨, 그냥이야. 남친 생겼으면 말을 해야지.”“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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