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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완벽한 개새끼: Chapter 81 - Chapter 90

102 Chapters

제81화

“얌전한 고양인 줄 알았더니 아주 요망하네?”어젯밤 이재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황당함에 몸서리가 쳐졌다.그래도 분수는 아는 아이라고 생각했다.없는 집 아이였지만 똑똑해서 앞가림은 잘할 거라 믿었는데 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하긴, 도언이 호명으로 돌아와 눌러앉은 것도 예상 밖이긴 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재에게 여러 차례 경고했다.호명은 네가 절대 넘볼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그런데.“감히? 허!”안서희는 기가 막혀서 도언이 들어온 걸 확인한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당장 이재를 불러 뺨이라도 올려붙이거나 호명에서 내보내도 속이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그렇게 경고했는데도, 네 처지를 알라고 일부러 도언과 선을 보는 유하 픽업 심부름까지 보냈다.거기서 도언을 채갔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도록 분했다.이재와 도언이 짜고 자신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날이 밝으면 이재를 불러다 족치려던 안서희는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바꾸었다.성급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었다.어쩌면 이 일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차피 도경이를 위해서라도 당장은 이재가 필요했다.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도언이 네가 아무리 건방을 떨어 봤자지.”이건 이재뿐만 아니라 도언까지 흔들 수 있는 기회였다. * * * 도언은 샤워하고 나와 곧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일요일 아침이었으므로 딱히 연락이 올 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그가 기다리고 있는 건 이재의 연락이었다.“그럼 그렇지.”이재가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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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밤을 새웠던 안서희는 도경이 수업을 하는 내내 잠을 잤다.점심시간에 잠깐 일어나 간단히 식사하고 나서 도경을 슬쩍 들여다보았다.그러고도 또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했다.고작 하룻밤을 새운 것뿐이었지만 그사이 온갖 생각을 하며 부들거린 탓인지 피곤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아우, 피곤해 죽겠네.”겨우 일어나 거실로 나오며 안서희가 푸석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마사지를 받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아줌마, 나 티 좀.”마침 다가오는 조 여사에게 말하자 그녀는 대답과 동시에 거실 소파 쪽으로 눈짓했다.안서희가 조 여사의 눈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소파에 앉은 도언이 보였다.“하, 쟤는 또 왜……. 언제 왔어요?”“한 30분 됐어요.”“왜 왔대?”“글쎄요.”안서희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조 여사는 이내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안서희는 장식장 유리에 얼굴을 대충 비춰 보고는 도언이 있는 거실 쪽으로 향했다.“어머, 도언아. 왔니?”도언이 보고 있던 패드에서 고개를 들어 안서희를 보았다.“낮잠을 꽤 오래 주무시네요.”언뜻 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그 안에 비아냥은 완전히 감추어지지 않았다.안서희의 얼굴이 미세하게 꿈틀댔다.‘내가 누구 때문에 밤을 꼴딱 새웠는데.’안서희는 불끈 올라오는 화를 삼켰다.“마침 잘 왔다. 안 그래도 할 말이 있던 참인데.”안서희가 도언의 건너편에 앉으며 마침 조 여사가 가져다준 찻주전자를 들었다.도언이 가볍게 그녀의 손을 물리더니 직접 안서희의 찻잔에 따라 주었다.“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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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듯 기세등등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부들대는 건 감추어지지 않았다.“하긴.”순간 피식 웃음을 내뱉으며 도언이 중얼거렸다.“뭐 눈엔 뭐만 보이는 법이죠.”“뭐, 뭐?”무표정한 도언의 얼굴이 무섭도록 차갑게 가라앉았다.안서희가 멈칫거리면서도 무슨 말인가 더 하려고 입을 벙긋거렸지만 도언은 기다리지 않았다.“더 이상 쓸데없는 간섭은 사양하겠습니다.”“너, 정말…….”“어머니 노릇은 도경이한테나 하시라는 말입니다.”“하, 기가 막혀서…….”부들대는 안서희에게 시선을 거둔 도언이 옆으로 밀쳐 두었던 패드를 다시 집어 들었다.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집중했다.“엄마!”그때 2층 계단이 쿵쿵대더니 이내 도경이 보였다.“어? 형 왔네?”“그래, 도경아. 수업은 잘했어?”이제껏 안서희에게 날 선 목소리를 냈던 도언은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도경을 향해 다정하게 물었다.“형, 일요일 수업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너무하긴, 인마.”도언이 제 옆에 앉은 도경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어리광 부리듯 도경이 형에게 머리를 들이밀고 치대며 웃었다.한껏 다정한 형제의 모습이건만 웃지 못하는 건 안서희였다.“엄마 근데 얼굴이 왜 그래?”그제야 제 엄마 얼굴을 들여다본 도경이 의아하게 안서희를 바라봤다.“어? 얼굴이 왜?”“되게 피곤해 보이는데? 어디 아파?”안서희가 손으로 얼굴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도경이에게까지 이런 일을 알릴 필요는 없었다.“어머니가 도경이 너 걱정하시느라 밤새 잠을 못 주무셨대.”천연덕스레 대꾸하는 도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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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도언이 이재를 데려간 곳은 지난번 그녀를 기다리던 레스토랑이었다.오지 않을 그녀를 기다리며 수많은 상상을 하고,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지불했던 바로 그곳에 기어이 다시 왔다.“맛이 없어요?”이재는 스테이크를 먹지도 않고 잘게 조각내더니 와인만 몇 모금 홀짝이고 있을 뿐이었다.“모르겠어요, 맛이 없는 건지 입맛이 없는 건지.”아예 포크도 내려놓은 채 이재는 의자에 깊숙이 등을 대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다른 거 시켜 줄까요?”“아뇨. 전 됐어요. 많이 드세요.”빈정거림이 섞인 그녀의 말에 도언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내가 뭐 또 잘못한 건가?”“그럴 리가요.”“그럼 왜 그래요?”“제가 뭘요?”“화내고 있잖아.”이재가 그제야 도언을 노려보듯 바라보며 눈을 맞추었다.웃음기가 가신 그의 표정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차분할 뿐이었다.그래서 더 화가 났다.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의 특유의 오만함.주변이 어떻든 전혀 관심 없는 그의 단순함에 괴리감이 느껴졌다.“네, 화가 나네요.”“왜.”“나 때문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그러니까 그게 뭔데요.”이재는 집요하게 물어오는 도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든 들키지 않으려 자신이 얼마나 조바심을 냈는데.안채에서 보란 듯이 제 손을 잡은 게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그는 모르고 있었다.둘의 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미 호명 가를 뒤덮었을 게 분명했다.그보다 이재가 두려운 건 안서희와 도경이었다.앞으로 그 두 사람을 견뎌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정말 몰라서 물으시는 거예요?”“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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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여전히 믿을 수 없는 건 이재였다.차라리 잠자리에 미쳐 헛소리하는 거라면 욕을 해버리면 그만이었다.도언은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애를 쓰는 이재를 가만히 보았다.그러다 문득 이러고 있는 자신이 우스워져 풀썩 웃음을 내뱉었다.“한이재 씨는 나를 기다리게 하고, 찾아다니게 하고, 빌게 하더니 이제 고백까지 하게 만드네요?”“누가 그러래요?”여전히 날 선 이재의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도언은 여전히 씩씩대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상기된 얼굴은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궁금했다.“그래 봤자 소용없어요.”빤히 보는 도언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이재가 겨우 생각해낸 듯 목소리를 높였다.“왜요.”“부회장님이 고백……? 하…… 뭐, 그 고백을 한들 연애라도 할 건가요?”“당연한 거 아닌가요?”“당연히요?”“그래서 지금 데이트하고 있잖아.”데이트.이재는 그 단어가 기가 막혀 픽 웃고 말았다.역시 차도언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자신만 아는 완벽한 이기주의자.“부회장님은 모든 게 다 당연하죠. 하지만 전 아니에요.”“…….”“당장 들어가서 사모님이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요? 부회장님이 저를 좋아한다고 하면 믿으실까요? 차라리 몇 번 잤을 뿐이라고 말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부회장님 고백을 누가 믿어요!”이재가 쏟아내는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도언이 씩씩대는 이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태어나서 처음 하는 고백인데, 굉장히 처참하게 뭉개네요?”처음이라는 말에 이재는 멈칫했다.심상한 표정도, 은은하게 지은 미소도 상처라고는 전혀 받은 것 같지 않았다.하지만 어쩐지 그 말에 한숨이 묻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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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도언이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옆으로 비켜서며 그의 손길을 밀쳐냈다.“그런데 그 사람은 아직 날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개중에 반가운 소리를 들었다는 듯 도경의 젖은 눈이 반짝하며 도언을 돌아보았다.“한이재한테 노력해 보려고 하는데, 네가 좀 도와줄래?”“내가 왜!”도경은 여전히 씩씩댔지만 처음의 패기는 사라진 듯 눈꼬리를 내린 채 도언을 보았다.“네가 나보다 한이재 더 잘 알잖아.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런 거.”“씨이, 그런 것도 모르면서…….”도경이 주먹으로 눈을 거칠게 비볐다.제 딴에는 차올랐던 눈물을 닦으려 한 것이었겠지만 눈가는 벌겋게 부어올라 더 티가 났다.“너한테 말 안 해서 미안하다.”“됐어. 누나는 형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뭘 말해.”“하긴.”쿡쿡 웃는 도언을 사납게 노려보던 도경의 눈이 제풀에 풀렸다.“형, 경고하는데, 이재 누나 울리지 마.”“뭐?”기가 막힌 표정으로 도언이 도경을 보았다.그러나 도경은 농담하는 것이 아니었다.“이재 누나 울리면 형이고 뭐고 없어.”“이 자식이.”도언이 장난스레 도경의 어깨에 팔을 둘렀지만, 도경은 꼿꼿하게 선 채 도경을 보았다.“지금은 형이니까……. 형이니까 봐주는 거야.”“그래, 알았어.”“알긴 뭘 알아.”도경이 도언의 팔에서 벗어나며 투덜대듯 중얼거리며 현관으로 몸을 돌렸다.도언은 별채를 나가는 도경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중얼거렸다.“어렵네. 한이재.” * * * 당장 큰 사달이라도 날 것 같아 조마조마했던 이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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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저 녀석 진짜…….”이재는 도경의 장난에 휘둘려 놓고도 이재는 왠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혹시라도 도경이 충격받아 공부라도 하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릴까 걱정했던 게 무색했다.만약 소동이 일어나면 당장 그만둘 각오도 했다.아직 안서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대로 그냥 지나가 준다면 도경이 시험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있고 싶었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경에게 들인 시간과 애정을 이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지잉-.주머니 안에 든 핸드폰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다. [누나, 잠깐 통화할 수 있어?] 동생 이수의 메시지였다.이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이수가 먼저 연락을 한 건 드문 일이었다.평소 이재가 안부 메시지를 보내도 짧은 대답만 보내는 아이였다.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불안했다.“엄마가 또 아프신 건가…….”마음이 급해진 이재는 안채 밖으로 나왔다.빠른 걸음으로 걷는데도 숙소동까지 가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어둑해진 정원을 뛰다시피 걷던 이재는 별채를 막 지나가기 전 발걸음을 멈추었다.생각나는 곳이 있었다.다행히 정원에는 아무도 없었다.이재는 별채와 뒤뜰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빠르게 접어들었다.그곳은 이재가 가끔 가던 비밀의 장소였다.도언이 호명에 돌아오기 전까지 별채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별채 뒤뜰은 호명 가에서 유일하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잔디와 나무는 언제나 정원사의 손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하지만 사람이 머물지 않는 별채에 딸린 뒤뜰은 언제나 고요했다.그걸 알았던 이재는 가끔 그곳에서 혼자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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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뭔가를 아는 것처럼 말하는 이수였다.엄마는 항상 이수에게 누나처럼 호명그룹에 취직하라고 했다.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니 얼마나 좋으냐고.그럴 때마다 이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는 엄마의 말을 잔소리로 듣는가 싶어 그냥 두었다.그런데 오늘 이수가 이재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그만두어도 좋다고 말했다.“지가 뭔데…….”이수가 대견하면서도 조금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코끝이 시큰거리더니 눈물이 툭 떨어졌다.이재는 화단 난간에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금 울고 싶었다.조명도 들어오지 않는 건물 모퉁이 화단 쪽에 웅크린 채 이재는 한참을 울었다. * * * 별채로 향하던 도언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얼핏 숙소동을 올려다보니 이재의 방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아직 안채에 있는 걸까.여기서 잠시 기다리면 이 길을 따라 이재가 나타날까 싶어 도언은 별안간 조급한 마음이 일었다.볼이 패도록 깊이 담배를 빨아들인 건 그 때문이었다.조급한 마음이 허기가 되어 그를 갈급하게 만들었다.“생각만 해도 이 지경이지.”그저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동하는 건 마음만이 아니었다.아래부터 단단해져 버리는 몸은 도언 자신마저도 당황스럽기는 했다.안고 싶은 걸 참은 여자는 처음이었다.저를 밀어내는 여자도 처음이었다.“그러니 내가 돌지.”다 태운 담배를 버리고 바로 새 걸 꺼내 물었다.이번엔 별채 앞이 아닌 건물 뒤쪽으로 난 뒤뜰로 가는 오솔길로 발걸음을 옮겼다.그곳은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었다.오래전 이재를 처음 마주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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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그나마 도언은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을 등지고 있었다.그리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탓에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다만 그의 손이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만이 느껴질 뿐이었다.“울지 않게 해줄까?”“……?”이재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을 생각이었다.아니, 그럴 필요 없다고 하고 싶었다.눈물 따위 당신과 상관없으니 제발 내버려두고 가달라고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이재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도언이 입술을 맞대었다.이재의 입술에 그의 마른 입술이 닿아 곧 젖어 들었다.꾹 눌러 입을 맞춘 도언이 그녀의 입술 위에 부드럽게 문지르자 이재의 눈이 감겼다.잔뜩 고여 있던 눈물이 툭 떨어지며 맞닿은 도언의 얼굴에 떨어졌다.“흐윽.”울음기에 흐느끼며 이재가 숨을 들이켜자 그 작은 틈새로 도언이 밀고 들어왔다.천천히 느리게 들어와 이재를 열었다.그녀의 연한 살을 부드럽게 쓸고 말캉한 입술을 물어 입에 머금었다.입맞춤은 깊게 파고들었다가도 장난처럼 간질였다.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그의 입맞춤은 울지 말라고 위로하는 그런 키스였다.“이제 안 우네.”입술을 뗀 그가 속삭였다.이재는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닿을 듯 얼굴을 맞댄 그를 보았다.그의 말이 맞았다.참으려 해도 차오르던 눈물도 더는 나지 않았다.입술을 깨물어도 새어 나오던 흐느낌도 멈추었다.다만 그의 키스에 밭아진 숨만 터져 나올 뿐이었다.도언이 입술을 들어 눈가에 대자 이재는 눈을 감았다.눈물에 젖은 속눈썹을 핥듯이 스치는 그 느낌에 이재는 몸을 떨며 그의 팔을 잡았다.“한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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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이재가 거부하듯 그의 목을 안는 대신 어깨만 살짝 잡자 도언이 그녀의 입술을 문 채 쿡쿡 웃었다.그래 봤자인 걸 알 텐데.그런 허튼 몸짓은 도리어 도언을 더 달군다는 걸 이재는 아직 몰랐다.달게 핥아 내리는 그의 입맞춤을 거부하지도 못하면서 그를 안는 건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게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미처 깨닫지도 못했다.우는 얼굴을 기어이 들어 보이고, 눈물을 닦아 내더니 입을 맞추는 도언은 지독할 정도로 집요했다.그런데 이재는 그의 입맞춤에 눈물이 멈추었다.깊게 얽혀오는 그의 키스에 어느새 눈앞이 뿌예지도록 숨이 차올랐다.그를 안지 않으려 애를 쓰며 겨우 잡았던 그의 재킷이 자꾸만 손끝에서 미끄러지며 휘청였다.그럴 때마다 바짝 안아 드는 도언 때문에 발끝이 들렸다.“안아.”도언이 가만히 입술을 누르며 그가 중얼거렸다.그의 낮은 소리가 진동처럼 그녀의 입술을 간질였다.“날 안으라고, 한이재.”그래도 머뭇거리던 이재는 바로 그의 목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불현듯 밀고 들어온 그가 깊은 입맞춤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그에게 안겨 발끝으로 선 채 버티기엔 도언의 키스는 깊고 사나웠다.눈물을 핥듯이 간질이던 조금 전의 그 키스를 완전히 잊도록 파고드는 그에게 이재는 속절없이 떠밀렸다.그를 밀어내는 건 처음부터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안기지 않으려 발버둥 쳐봤자 여전히 그의 품일 뿐이었다.결국 할 수 있는 건 무너지지 않으려 그를 끌어안는 것뿐이라는 걸 깨닫고 만다.“흐으윽…….”도언의 거친 입맞춤에 턱이 들리고 흐느낌이 새어 나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그를 안았지만 떠밀 듯이 몰아치는 힘에 이재는 자꾸만 뒤로 밀려났다.희미하게 비추던 정원의 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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