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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괜히 주인집하고 엮여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특히 큰아들은……. 아휴, 아니다.”김 여사가 맺지 않은 말이 무엇일까.이재는 김 여사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그녀가 끝맺지 않은 뒷말이 상상력을 부추겼다.차도언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자신만 몰랐던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미치게 궁금한 속내는 감춘 채 이재는 김 여사가 요리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재의 마음을 알 리 없는 김 여사는 금세 몇 가지 안주를 만들기 시작했다.치즈와 크래커, 과일과 마른안주, 그리고 홍합탕까지 동시에 준비되고 있었다.갑작스러운 주문임에도 어떤 술이든 함께 먹을 수 있는 안주를 만들어 냈다.호명가에서 일을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걸까.이재는 지금 제 처지는 잊은 채 김 여사의 손길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어느새 플레이팅까지 끝낸 김 여사가 옆에 선 이재에게 손짓을 했다. “한 선생, 일단 이거 가져가요. 나머지는 내가 내갈 테니까.”김 여사가 치즈와 크래커 같은 간단한 안주가 든 접시를 이재의 손에 들려 주었다.그리고 머뭇거리는 그녀의 등을 밀어 거실로 보냈다.거실로 나가자 도경이 술병을 여러 개 꺼내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맛있는 걸 눈앞에 둔 아이처럼 입맛까지 다시는 게 이재 눈에는 왠지 얄미웠다.도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니 수능이 끝나자마자 대놓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절제하는 법도 모르는지 마실 때마다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곤 했다.타고나기를 술에 약한 것 같은데 도경은 아는지 모르는지 무조건 들이마셨다.그렇게 취해서는 꼭 이재에게 데리러 오라고 했다.그 통에 도경이 스무 살이 되고부터는 과외 선생에서 대리 기사, 보모 노릇까지 하게 만들었다.도경을 찾으러 새벽에 클럽으로 술집으로 돌아다녔다.그러다가 고주망태가 된 녀석을 거의 짊어지고 들어오면 다음 날엔 몸살이 날 만큼 힘이 들었다.그런 도경을 알기에 이재는 잔소리를 참을 수 없었다.“도경이 너, 적당히 마셔. 내일 아침에 수업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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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나는 누나 좋은데...... 누나는 왜에...... 안 좋아해? 으응?"도경은 이미 많이 취한 것 같았다.혀가 꼬였고 이재에게 점점 더 몸을 기대왔다.이재는 제게 기댄 도경의 무게 때문에 옆으로 몸이 쏠리는 걸 겨우 버티며 도언을 흘끗 보았다.도경이 가리고 있어 도언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누나는 내 첫사랑이잖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이재 누나…….”“이상한 말 하지 말고 저리 가라.”이재는 이를 꽉 깨물고 제게 기대고 있는도경에게만 들리게 중얼거렸다.그러나 도경은 밀어내는 이재에게 더 기대 왔다.그러다가 결국엔 고개가 고꾸라지며 이재의 목에 얼굴을 박았다.도경의 뜨끈한 숨이 목에 닿아 놀란 것도 잠시, 갑자기 기대고 있던 도경의 몸이 번쩍 들렸다.도언이 도경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키고 있었다.“혀어엉…….”도경을 잡은 도언의 손길이 꽤 거칠었는데도 도경은 알아채지 못했다.저를 일으킨 사람이 도언이라는 걸 알고 도리어 좋다고 도언에게 매달렸다.“이재 누나아…… 우리 형…… 멋있다고…… 나 버리면…… 안 돼…….”도경은 아예 맛이 간 게 분명했다.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휘청였다.그러나 아직 입은 살아서 말도 안 되는 말을 나불댔다.‘술도 못 마시는 게.’도경을 데리러 갈 때마다 그랬다.같이 마신 무리에서 취해서 잠들거나 뻗은 건 늘 도경이 혼자였다.다들 취했어도 도경이처럼 뻗은 애는 없었다.이재는 그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제 주량도 모르면서 무작정 퍼마시기 때문이라는 걸.‘언제 철들래, 진짜…….’술에 취해 몸도 못 가누는 도경이 한심하고 가여워서 이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도언에게 매달려 있던 도경이 중심을 못 잡고 점점 흘러내리자 도언이 그를 소파에 밀어 앉혔다.도경이 스르륵 옆으로 쓰러지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언제 술주정을 부렸나 싶게 잠들어 새근거렸다.지금 이 자리에 남은 건 도언과 이재뿐이다.“하.”순식간에 잠든 도경을 보며 도언이 기가 막힌 듯 소리를 냈다.웃음인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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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도경의 팔을 놓친 이재는 불안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깨어날까 봐.아니, 차라리 깨어나서 이 상황이 끝나길 바랐다.“으음, 음…….”떨어진 팔의 반동에 도경이 잠결에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조용해졌다.도경은 이제 일부러 깨워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깊게 잠이 들어버렸다."헙."도경을 내려다보던 이재는 그새 한 걸음 더 다가온 도언에 놀라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무릎 뒤로 닿은 소파에 넘어질 듯 휘청거리고 말았다.“어어……!”휘청이는 이재를 잡은 건 도언이었다.그가 이재의 허리를 감아 세우자 두 사람 사이에 거리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이재가 그를 밀어내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저리 비켜요.”“이것 봐, 말과 행동이 다르잖아요. 내가 비키면 넘어질 거면서.”도언의 얼굴이 이재와 닿을 듯 가까워졌다.입술을 올려 웃는 도언을 마주한 이재는 왠지 모르게 숨이 찼다.허리를 잡은 그의 손이 불처럼 뜨겁게 느껴졌다.제 다리 사이로 들어온 그의 다리와 맞닿은 아래가 민망했다.이렇게 저를 내려다보는 그가 지난번처럼 갑자기 입술을 삼키려 고개를 숙일까 봐 불안했다.이러고 있는데 도경이가 깨어나면 어쩌지?안채에서 사람들이 들이닥치면 어쩌지?그러나 도언은 그저 불안감에 숨을 헐떡이는 이재가 재밌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하지만 허리를 잡은 그의 손에도 땀이 진득하게 배어나고 있었다.이재의 제 허벅지에 닿은 그의 은밀한 부분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한이재 씨, 원래 그렇게 잘 흘리고 다녀요?”“내가요? 뭘요?”뜬금없는 질문에 이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입술까지 동그랗게 오므린 그 얼굴에 도언이 한숨을 내쉬며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이재와 눈을 맞춘 그가 말을 이었다.“얼마나 흘리고 다녔으면, 도경이까지 한이재 씨한테 절절매는 거죠?”“……네?”그가 말한 「흘리다」는 말을 한 박자 늦게 이해한 이재가 버럭 그를 밀었다.물론 그는 이번에도 꿈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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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오 집사와 김 여사가 뛰어 들어와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이재와 도언 사이에 흐르던 긴장도 깨졌다.“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를 못 받아서 그만…….”오 집사가 허둥거리며 도언에게 꾸벅 허리를 숙이고는 곧바로 도경이 누워 있는 소파로 다가갔다.“도경 도련님 이게 뭔 일이에요. 아이구, 사모님 아시면 또 어쩌려고…….”오 집사는 도경이 걱정인지 안서희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 게 걱정인지 모를 소리를 중얼댔다."완전히 잠이 드셨네. 아무래도 업는 게 낫겠어요."오 집사가 도경을 일으켜 둘러업으려 하는 걸 김 여사가 옆에서 거들어주었다.하지만 완전히 늘어진 그를 업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였다.보고 있던 이재가 김 여사를 도와 도경을 오 집사 등에 업을 수 있게 도왔다.축 늘어진 도경이 오 집사에 업힌 채 발이 질질 끌렸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럼, 도경 도련님 데리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겨우 도경을 업은 오 집사가 끙끙대며 별채를 나가려 발길을 돌렸다."집사님, 저도 같이 가요."이재가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지금 아니면 별채를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오 집사가 업은 도경의 등을 잡고 나가던 이재가 현관쯤 다다라 문득 휙 돌아보았다.도경을 업으려 난리가 났던 소파 부근데 도언이 그대로 서 있었다.이 상황과는 상관없는 사람처럼 느긋하게 관망하듯 바라보던 도언과 눈이 마주쳤다.이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가 볼 수 있게 정확히 입 모양을 만들었다.개새끼.아까 미처 하지 못한 말이었다.***출근 준비를 하며 넥타이 매듭을 올려 매던 도언이 하, 웃음을 터트렸다.‘개새끼라…….’제 얼굴을 바로 보고 그 말을 하던 어젯밤 이재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지지 않겠다는 듯 두 눈에 힘을 준 게 어찌나…….꼴리던지.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들러붙는 도경이는 괜찮고, 물어버릴 듯 달려드는 개새끼는 안 된다는 뜻인가?강아지나, 개새끼나.알고 보면 같은 말인데 그렇게 차별하다니.어차피 물어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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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도언의 입가에 조소가 피어올랐다.안서희가 부들거리는 걸 빤히 보면서 도언은 고개를 숙였다.“그럼, 전 이만 출근하겠습니다.”안채를 나서는 도언의 뒤로 안서희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마도 담요를 가져다준 고용인에게 화풀이하는 모양이었다.죄송하다는 고용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그저 안서희의 히스테리를 막기 위해 의미 없는 말을 주고 받을 뿐이겠지.도언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삼키며 차고로 향했다.이로써 먹기 싫어 처박아둔 것 하나는 쓰레기통에 처넣었다.그러므로 먹고 싶은 것에 대한 갈증이 더 솟구치는 건 본능인 걸까.무엇이 먹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좀 숙고할 필요가 있겠지만 하나는 분명했다.자신을 개새끼로 만들었으니 충실하게 그 노릇을 해볼까 하는 것.도언은 아직 입에 들어오지 않은 단 것을 삼키듯 입술을 달싹였다.곧 맛을 알게 될 그 단 것이 몹시도 간절했다. * * *결국, 오늘도 이렇게 되고 말았다.아침에 약속한 시간에 안채로 갔던 이재는 현관에서 도경이 컨디션이 안 좋아 오후로 수업을 미루겠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컨디션이 안 좋긴. 술병이 나셨겠지.’어제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막무가내로 퍼마실 때 예상 못 한 것도 아니었다.최근에 도경은 오전에 늘 숙취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기 일쑤였다.그래서 저녁 식사가 막 끝난 시간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안채로 갔다.하지만 이번에도 수업을 할 수 없는 컨디션이라고 조 여사가 전했다.도경이 한심한 건 이재만이 아닌 듯 했다.그 말을 전하는 조 여사 역시 입을 입술을 꾹 내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차도경 얘는 정말 대학 갈 생각이 있긴 있는 걸까. 이렇게 살다가 뭐가 되려고.’여기까지 생각하던 이재가 갑자기 한심하다는 듯 쯧,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뭐가 되긴.호명 가 귀하신 막내아들로 태어난 게 이미 뭐가 된 건데.쭉 그렇게 살겠지.이재는 종일 기다리기만 하다가 공친 시간이 허무해지고 말았다.터덜터덜 안채를 막 나가려는데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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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네? 아…… 네.”이재는 예상 못한 질문에 당황해 머뭇거렸다.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제 김 여사도 별채에서 이재를 보았고, 취한 도경을 데리러 왔던 오 집사도 이재가 그 자리에 있던 걸 보았다.안서희가 모를 수 없는 일이었다.어제 일이 그냥 묻혀질 거라고 생각한 게 바보 같았다.“보나 마나 도경이가 한 선생 잡고 늘어졌겠지, 뭐.”이재가 그 자리에 어떻게 껴 있었는지 안 봐도 뻔하다는 듯 안서희는 중얼거렸다.그녀의 추측이 맞는 말이기도 해서 이재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크게 혼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 순간,“한 선생, 설마 도언이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지?”안서희의 느닷없는 질문이 날아왔다.“네? 아뇨! 그럴 리가요!”이재는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그런 이재를 보며 안서희는 뭐가 우스운지 피실피실 웃음을 흘렸다.“놀라긴.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예요.”“절대 아닙니다.”이재는 고개를 흔드는 것도 모자라 손을 내저으며 부정했다.유난을 떨며 부정하는 이재를 빤히 보던 안서희가 말을 이었다.“도언이가 생긴 건 그럴싸해서 여자들이 좋아하게 생겼잖아.”생긴 건, 이라는 조건적인 말에 이재는 슬쩍 눈을 들었다.안서희도 차도언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나 싶어 조심스레 그녀를 살폈다.생긴 건 그럴싸해서는 변태 같은 말을 내뱉는 미친놈이라는 걸 안서희가…….알 리가 없잖아.어쨌거나 모친인데.“도경이야 어릴 때부터 한 선생 봐왔고, 그래서 누나 누나 하는 것도 그냥 두지만 도언이는 도경이랑 달라요.”“네.”한껏 기가 죽은 이재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도언이가 매너 있게 대한다고 거기 넘어갈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지, 한 선생?”“네? 네……. 그럼요.”“이 집 남자들은 쓸데없이 매너가 좋아서 탈이라니까.”안서희는 못마땅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재 역시 죄지은 것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매너 좋은 이 집 남자들 중에 차도언도 포함인지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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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호명 가에 들어온 지 5년이 되었다.여기에서 일하는 동안 안서희 여사의 변덕에는 그래도 꽤 적응했다.그러나 이런 종류의 경고는 이재도 처음이었다.괜한 구설수에 오르지 말라니.마치 도언과 뭘 했는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안서희에 이재는 얼굴이 화끈거렸다.생각해보면 안서희에게 좋은 말을 들은 적은 거의 없었다.대부분은 관심이 없거나 뭔가 못마땅하게 굴기 일쑤였다.안서희는 이재를 향한 도경의 유난스러운 치근덕거림도 썩 내켜하지는 않았다.그러나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다. 오히려 어떨 때는 도경을 이재에게 한껏 맡겨버리기도 했다.마치 귀찮은 막내아들의 육아를 큰딸에게 넘긴 엄마처럼 굴기도 했다.그런데 차도언은 왜?이재는 억울했다.경고는 자신이 받아야 할 게 아니었다.그러나 그 사실을 안서희가 모른다는 것에 화가 났다.그가 제게 얼마나 미친 짓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만약 알게 된다면 안서희도 오늘처럼 이런 말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재는 생각했다.그리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개새끼, 라고.“하아…….”이재는 개새끼, 라는 말을 입안으로 곱씹으며 안채를 나와 숙소동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사실 억울한 경고를 받은 것만큼 신경 쓰이는 것이 또 있었다.유종의 미.안서희는 그렇게 말했다.그건 정말 호명 가를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었다.길어봤자 도경이 수능을 보기 전까지일 테니 몇 달 남지 않았다.만에 하나 도경이 또 대학에 떨어지더라도 이곳에 더 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나라도 삼수하면 같은 선생 안 쓰지.’앞으로 들어가야 할 목돈이 목을 답답하게 눌렀다.수능 때까지만이라도 버텨야 했다.그럼 남은 몇 달 월급과 적금 든 것까지 하면 이수의 남은 학기 등록금은 충당될 것이다.이제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했다.한낱 과외 선생이 아닌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좀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하아.”안채 정원을 지나 별채로 가는 오솔길로 접어든 이재는 짧은 숨을 내뱉으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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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도언의 웃음소리에 이재는 저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탓에 이재는 혼란스러웠다.셔츠 때문도 아니고, 욕한 것 때문도 아니라면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럼 뭔데요? 뭐 때문에 저한테 이러세요?”도언이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짙어진 그의 눈이 집요하게 이재의 얼굴을 훑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잖아요, 한이재 씨.”“……?”“내가 왜 이러는지.”“아뇨, 몰라요.”“하아…….”도언이 김이 샌 듯 웃음을 내뱉었다.믿어줄까, 말까.혹은 말해줄까, 말까.장난 어린 그의 표정에 이재는 더럭 겁이 났다.도언이 무슨 말을 할지 알지도 못하면서.아니, 알지만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말한 거 같은데?”도언 역시 집요했다.이재에게 수수께게 하듯 질문을 던져놓고 답을 들으려 했다.“뭐를요?”그러나 여전히 답을 모르는 이재에게 도언은 답을 줄 수밖에 없었다.알아듣지 못하면 정답을 알려주는 수밖에.“꼴린다고.”숨이 턱 막힌 이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언을 바라보았다.뻔뻔하게 턱을 든 그가 이재와 눈을 맞추며 싱긋 웃었다.뭘 그리 놀라냐는 듯.그리고 친절하게도 다시 한번 말을 해주었다."그쪽한테 꼴려서 내가 이러는 거라고."이재는 황당함과 수치심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입을 벙싯댔다.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만큼 순진하지는 않았다.이재가 모르는 것은 이런 순간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였다.여전히 싱글대는 그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까지는 없었다. 그냥 개새끼가 아니라 미친 개새끼라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멀쩡한 얼굴로 저런 저급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었다.게다가 얼마나 솔직하신지, 이 집 아들들의 유전자에는 투명함도 있는 걸까 싶었다.“저기요, 제가 뭘 잘못 들은 거 같은데…….”이재가 겨우 입을 뗐지만 도언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 잘랐다.“그럼 이렇게 말할까요?”“……?”“나 한이재 씨랑 자고 싶어요.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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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벽에 등을 기댄 이재는 도언이 저를 가리기 위해 몸을 붙여오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그의 가슴팍에 얼굴이 닿을까 봐 최대한 몸을 뒤로했다.하지만 벽에 닿아 더 멀어지지 않았다.게다가 도언은 잡고 있던 이재의 손을 놓지 않았다.이재는 그의 가슴팍에 파묻힌 모양새가 되어 피할 수도 없이 없었다.자처한 일이었으니 그를 밀어낼 수도 없었다.그저 고용인들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숨소리 마저 낮추었지만 그에게서 나는 냄새는 피할 수 없었다. 진하게 느껴지는 체취엔 아침에 뿌렸을지도 모르는 어떤 향수와 옅은 담배 냄새.뭔지 모를 가죽 냄새 같은 것, 그리고 바깥의 풀 냄새가 섞여 진하게 맴돌았다.아득한 기분이 들었던 건 왜였을까.그에게서 조금이라도 떨어지려 뒤늦게 뒷걸음질을 해봤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가 잡은 손에선 진득하게 땀이 배어 나왔다.누구의 손에서 나는 것인지 모를 땀이 뜨겁게 맴돌며 두 사람의 손을 더욱 밀착시켰다.고용인들의 말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이재는 혹시라도 그들이 지나가며 이쪽을 보지 않을까 두려워 잔뜩 몸을 웅크렸다.이미 그의 몸에 가려 바깥에선 보이지도 않을 걸 알면서도 두려움과 긴장감에 몸이 반응했다.도언이 웅크린 이재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그의 가슴에 안겨버린 꼴이 되었지만 움찔한 것도 잠시였다.점점, 크게 들리는 고용인의 발소리에 이재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어 버리고 말았다.쿵쿵쿵쿵-.귀에 들리는 것이 그의 심장 소리인지 자신의 심장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이토록 심장이 세게 뛰는 건 들킬까 봐 긴장한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또한 알 수 없었다.“……!”어서 이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던 이재는 뜻밖의 감촉에 숨을 멈추었다.마주 잡은 손바닥이 미끄러지듯 돌아가더니 도언의 손가락이 이재의 손가락 사이를 벌렸다.이재가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보이는 건 그의 넥타이와 턱이었다.그사이 그의 긴 손가락은 천천히 깊게 들어와 깍지를 끼어 잡았다.이재의 손가락 사이에 도언의 손가락이 빈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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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이재는 고개를 저었다.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기다려 주지 않고 다시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도언은 그녀의 목 끝까지 들어가 휘저으며 안고 있는 허리를 제 아래 완전히 붙였다.속수무책으로 들어 올려진 이재는 아슬아슬하게 발끝으로 선 채 그의 목에 매달렸다.사뭇 다정했던 처음과 달리 그는 점점 깊게 들어와 거칠게 그녀를 할퀴듯 핥아 내렸다.타액이 뒤섞이는 질척이는 소리.그리고 참으려 애를 쓰는데도 흘러나오는 이재의 낮은 흐느낌이 정원의 풀벌레 소리에 섞였다.단단하게 닿은 그의 아래가 이재를 눌렀다.그의 강렬한 키스에 이재가 몸을 뒤틀었다.그러면 도언이 목 끝에서 신음을 내뱉으며 그녀의 허리를 더 강하게 잡았다.“하아…….”입술을 뗀 도언이 숨을 헐떡이며 이재를 내려다보았다.이재는 그의 목을 안았던 팔을 풀었지만, 아직 그에게선 멀어질 수 없었다.허리를 안은 그의 뜨거운 손은 여전히 이재의 맨살을 파고들 듯이 누르고 있었다.“어떡할까요?”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도언이 물었다.이재는 무엇을 묻는지 몰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도언은 이재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나 여기서 그만둘 수 없을 것 같은데.”“무슨……?”“한이재 씨랑 자야겠어요.”완전히 어두워진 사위 안에서 빛을 내듯 바라보는 도언의 눈빛에 이재는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숨이 막힐 듯 제 입술을 삼키던 그의 입맞춤의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다.지금 만약 그가 안기라도 한다면 밀어낼 수 있을까.그의 키스에 안달 나서 발끝을 동동거리며 그에게 매달렸다.입안을 샅샅이 핥는 그를 더 받아들이려 입을 벌렸다.믿을 수 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그를 맛보며 얽혀들었다.그를 제게 가져와 기어이 그의 목 끝에서 신음이 터지도록 빨아당겼다.싫다는 말이 거짓말인 것처럼 그의 키스에 이재는 완전히 녹아내리고 말았다.그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뱉어지는 밭은 숨이 뜨겁게 이재의 얼굴에 닿았다 흩어졌다.그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이재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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