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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완벽한 개새끼: บทที่ 11 - บทที่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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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도언은 알고 있었다.눈에 띄지 않는 해외 지사장에서 단번에 본사 부회장에 오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이것은 독 사과일 수도 있고 황금알일 수도 있었다.무엇이 되는가는 도언에게 달린 것이다.“네, 아버지. 빨리 돌아오셔야 해요. 저 혼자는 버겁습니다.”약간의 엄살은 겸손을 가장한 기대 같은 것이었다.아버지에게 일말의 부정 같은 것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아들의 어리광 같은 것이랄까.어쩌면 긴장한 아들을 다독여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그건 그렇고, 집에 온 김에 도경이 녀석한테 신경 좀 써줘라.”그러나 당연하게도 차 회장은 그런 기대를 가뿐히 무시했다.늘 그랬듯이.“도경이가 왜요?”도언 역시 실망 따위는 하지 않았다.익숙해지는 건 이래서 무서운 것이었다.“요새 아주 망나니짓을 하고 다니는 모양이야.”“한창 그럴 때죠.”“그럴 때는 무슨. 넌 크면서 속 한번 안 썩였는데 누굴 닮았는지 원.”누구긴 누구겠습니까.도언은 전 국민이 아는 안서희 여사의 과거를 떠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대학도 못 가고 내가 아주 망신스러워 죽겠다. 올해도 안 되면 외국 어디라도 보낼까 생각 중이다.”“과외 선생이 있는 것 같던데요.”도언이 과외 선생을 말하며 이재를 떠올렸다.도경의 「예쁜 이재 누나」, 저를 꼴리게 하는 한이재.“있으면 뭘 하겠니. 선생이 서울대 다닌다고 배우는 놈이 서울대에 가느냔 말이다. 그나마 도경이가 친누이처럼 따른다 해서 두고 있는 거다.”도언의 머릿속에 동그랗게 눈을 치켜뜬 이재가 스쳤다.그러다 저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을 도언을 빠르게 치워 버렸다.제 몸을 동하게 하는 여자에 대한 건 아버지 앞에서 할 법한 상상은 아니었다.“도경이가 널 잘 따르니까 좋은 말 좀 많이 해줘라. 도경이 엄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야.”“네, 그럴게요.”도언은 다시 입술을 올려 웃음을 지었다.장남으로서 믿음직하게, 호명 가의 장남으로서 당당해 보이는 그런 웃음이었다.덜컥-.그때 병실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여보-!”안서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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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도경은 떠나려는 이재를 매번 붙잡았다."이재 누나 나가면 나도 공부 다 때려치울 거야! 이재 누나 말고 다른 선생 필요 없어!"도경의 막무가내에 안서희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떠나는 이유와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모두 도경이었다.안서희는 이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며 호명 가를 나가려는 이재를 잡았다.마치 큰 은혜라도 베풀어 주는 것처럼 말하는 그녀가 싫었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그때 나가야 했는지도 몰랐다.1년이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도경이 요즘 하는 꼴을 보면 올해도 대학은 튼 것 같았다.수능 후에 또 덤터기를 쓰느니 지금이라도 관두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도언의 셔츠를 찢은 건 호명을 나가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변덕쟁이 재벌가 사모님 안서희도, 말썽꾸러기 막내아들 도경도 그럭저럭 견뎌냈다.하지만 뜻밖의 등장인물에 이재는 호명 가에서의 일하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빨아 와요."도언이 한 말을 떠올리자 소름이 끼쳤다.이재는 옷걸이에 걸린 셔츠를 잡아채 와락 구겨 던졌다.호명의 큰아들이 허우대 멀쩡한 변태일 줄이야.“이상한 사람들만 사는 호명은 역시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야!”여길 나가는 게 상책이다.이재는 머릿속으로 캐리어 위치를 상기하며 몸을 일으켰다.지잉, 지이잉-.결심이라도 한 듯 옷장을 열어 옷가지를 주섬주섬 꺼내는 이재 뒤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지잉, 지이잉-.맹렬하게 울리는 진동에 이재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찾았다.별채의 그 변태가 걸어온 전화일까 봐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러나 다행히도 발신자는 엄마였다.“여보세요.”―이재야, 엄마야.왠지 기운 없는 엄마의 목소리에 그동안 셔츠 때문에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다.이재는 일부러 톤을 높여 엄마에게 답했다.“네, 엄마.”―이재야, 잘 지내고 있니?“어어, 나야 잘 지내죠.”―회사 기숙사 밥은 잘 나오지?“네? 그, 그럼. 엄마는? 어디 아픈 데는 없고?”―없지…….엄마의 말이 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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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엄마와 가족을 생각하니 당장 그만두겠다는 생각이 쏙 들어가고 말았다. 지금은 돈이 필요했다.대기업 신입 연봉보다 더 많이 주는 도경이 과외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내 처지에 그만두긴 뭘 그만둬.”이재는 옷을 다시 옷장에 쑤셔 넣으며 중얼거렸다.동생 이수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꿋꿋이 버텨야 했다.변덕쟁이 사모님이든, 말썽꾸러기 막내아들이든, 심지어 변태 큰아들일지라도 말이다.구석에 던져 놓았던 도언의 셔츠도 탈탈 털어 다시 옷걸이에 걸었다.구김까지 더해진 셔츠는 이제 걸레짝으로 보일 지경이었다.“일단 엄마한테 돈부터 먼저 보내고 저걸 다려 보든지 해야지.”징-.엄마에게 송금하려고 은행 앱을 켜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이재는 갑자기 울리는 진동에 정지 버튼이 눌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저장되지 않은 번호.깜짝 놀란 이재는 핸드폰을 휙 던져버리고 말았다.그러나 어딘가에 떨어진 핸드폰은 진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 울렸다.이건 불길하고도 슬픈 예감이었다."내 번호 저장해요."도언이 했던 말이 저주처럼 떠올랐다.소심한 반항처럼 그의 말을 무시하고 저장하지 않았지만, 그의 번호가 분명했다.김치 국물도 모자라 찢어지고 구겨져 걸레가 되어버린, 비싸디비싸다는 셔츠가 눈에 들어왔다.큰일 났다.여전히 맹렬하게 몸을 떠는 핸드폰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다 빨았어요?“네?”―하아, 또 두 번 말해야 하나?혹시나 했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예상대로 전화를 건 사람은 차도언이었다.“아, 아뇨.”―뭐가 아니라는 거죠? 빨았다는 거? 두 번 말하는 거?빨았다는 말에 또다시 기분이 이상해진 이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숨을 가다듬었다.“셔츠는 빨았고요.”이재는 그 말을 하면서도 입안이 까끌해지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빨았고.도언이 이재의 말을 따라 했다.놀리는 것 같은 그 말투에 이재는 다시 숨을 내뱉으며 잠시 진정한 뒤 말을 이었다.“한 번만 말씀하셔도 알아듣습니다.”―그럼 가져와요. 한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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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이재는 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넓은 손바닥에 가지런히 붙은 손가락이 참 길었다.팔뚝에 툭 불거진 선명한 핏줄과 굵은 마디가 어우러져 그의 손은 강인해 보였다.그러면서도 동시에 긴 손가락은 섬세해서 뭐든 한 손으로 쥐어 터트릴 수도, 녹여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물론 지금 이재는 그 손에 쥐어 터질 것 같은 두려움이 일었다.“저기 그게……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문제?”도언이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턱을 들어 그게 뭐냐는 표정으로 이재를 건너보았다.“제가 그…… 김치 국물을 없애려고 열심히 빨았……거든요?”“빨았는데?”“그러니까 빨았는데…… 아무튼 그랬는데, 제가 너무 의욕이 앞서서 그만…….”이재가 머뭇거리자 도언이 짜증스레 얼굴을 구겼다.하는 수 없이 이재는 뒤로 감추었던 옷걸이를 앞으로 보였다.그리고 도언이 볼 수 있게 앞으로 내밀어 슬금슬금 들어 올렸다.“……이렇게 됐습니다.”도언이 상체를 약간 내밀어 이재가 내민 셔츠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여전히 남아있는 얼룩은 물론 시원하게 찢어진 셔츠가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하.”도언이 기가 찬 듯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죄송합니다.”고개를 숙인 이재가 들고 있던 셔츠 뒤로 얼굴을 숨기며 고개를 숙였다. 도언이 무슨 불호령은 내릴지 몰라 입이 바싹 말랐다.심장이 두근거려 다리까지 달달 떨려왔다.“빨아 오랬더니.”“…….”“빨기는커녕.”“…….”“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그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점점 가깝게 들린다 싶더니 갑자기 이재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셔츠가 휙 떨어졌다.번쩍 고개를 들자 이재 얼굴 앞에 도언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깜짝 놀란 이재가 뒤로 물러서려다가 휘청거렸다.“어어……!”넘어질 듯 휘청거리는 이재의 손목을 도언이 낚아채듯 잡았다."어, 저, 그게......"이재는 그에게 붙잡힌 채 몸을 가누지 못하고 허둥댔다.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단 한마디도 말이 되지 못하고 버벅댔다.도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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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도언이 던진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이재는 눈을 깜빡였다.아니, 알지만 부정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저기, 그게 무슨…….”이재가 겁에 질린 듯 다시 물러서려 하자 도언이 잡고 있던 이재의 손목을 확 끌어당겼다.“어어……! 왜, 왜 이래요!”갑자기 확 가까워진 바람에 놀란 이재가 놀라서 그의 가슴을 밀었다.그러나 이재의 허리를 안은 도언은 그녀를 더 가까이 당겼다.그에게서 멀어지려 상체를 아무리 뒤로해도 딱 맞닿은 하체는 떨어지지 않았다.오히려 가까이 붙여오는 통에 도언의 바지 위로 툭 불거진 무언가가 이재의 아랫배를 지긋하게 눌러왔다.그게 무엇인지 모를만큼 어리숙하지 않았다.다만 남자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때 어떻개 해야 하는지 모를 뿐이었다. “걱정하지 마요.”마치 도언이 이재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따. “오늘은 하나만 빨 거니까.”"......?"이재의 허리를 잡고 있던 도언의 손이 올라와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쥐었다.이재의 뺨을 살짝 쓰다듬던 그의 긴 손가락이 이재의 얼굴을 덮었다.턱을 쥔 그가 엄지와 검지에 살며시 힘을 주자 이재의 입술이 벌어졌다.“하.”벌어진 입술을 내려다보던 도언이 탄식 섞인 소리를 내며 낮게 웃었다.먹잇감을 앞에 둔 포식자의 여유인지, 아니면 먹고 싶어 안달 난 아이의 조바심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웃음이었다.“너무 겁먹지는 말고.”이재가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그러나 도언은 그녀를 달래듯 입술을 내밀어 쉬잇, 소리를 냈다.“나 잘 빨아요. 한이재 씨처럼 엉망으로 만들지 않아요.”이재의 얼굴을 감싼 그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도언의 얼굴이 이재를 덮으며 입을 맞췄다.이미 벌어져 있는 입술 안쪽으로 들어가는 건 쉬운 일이었다.그의 혀가 밀고 들어와 이재를 한껏 휘저었을 때는 더 이상 입을 다물 수도, 그를 밀어낼 수도 없었다.한 번에 깊게 들어온 도언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이재의 안을 쓸었다.그리고 어찌할 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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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이재는 도언과 마주친 시선에 한발짝 물러섰다.그사이 웃음기를 거둔 그는 마치 무시무시한 선고를 내리는 심판관처럼 이재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동정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눈.한 번 내린 판결은 절대 물리지 않을 것 같은 아집으로 꾹 다문 입술.그의 표정은 어떻게든 읍소해 보고자 했던 이재의 의지마저 꺾어 버리기 충분했다.이재는 그에게서 멀어지려 뒷걸음질을 치다가 이내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달칵.이재가 나간 문을 한동안 바라보던 도언은 실없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귀엽네.”어쩌면 그녀가 망친 건 셔츠뿐만이 아닐지도 몰랐다.도언은 이재의 입술을 삼켰던 제 입술을 문질렀다.* * *숙소동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중간에 누굴 만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다.누구라도 만났으면 별채에서 나와 반쯤 정신이 나간 이재를 이상하게 생각했을 게 뻔했다.게다가 방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니 얼굴이 엉망이었다.묶었던 머리는 느슨하게 풀려 산발이었고, 입술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어릴 때 병 입구에 입술을 밀어 넣는 장난을 하다가 피가 몰려 자국이 난 것처럼 빨갛게 부었다.“이게 뭐야…….”거울을 보며 울상이 된 이재가 중얼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도언의 강렬했던 입맞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나 잘 빨아요……."뻔뻔하게 그런 말을 제 앞에서 내뱉었을 때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왔어야 했다."미친놈......"이제와서 해봤자 그가 들을 리 없었다.그 상황에서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성희롱으로 고소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어야 했다.그러나 그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건 그의 입술이 닿는 순간 깨달았다.매끄럽게 저를 삼키던 그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뜻했다.제 안에 밀고 들어온 그가 움직였을 때 발끝이 들렸다.아리도록 혀를 빨아들였을 때는 아랫배까지 찌릿한 느낌이 타고 내려왔다.그리고 깊게 얽히며 그는 자신이 했던 말을 완벽하게 증명했다.그는 정말, 잘 빨았다.얼굴을 감싸던 긴 손가락의 감촉, 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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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이재가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여사님들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 간대요? 뭐 들은 말 없어?”“회장님 퇴원하실 때까지는 있지 않겠어?”“하긴, 저 양반이 더 있게 놔두지는 않겠죠.”다행이었다.차도언이 호명 가에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닌 모양이었다.그렇다면 이것도 견디면 지나간다는 뜻이었다.그때 공용 공간 안쪽 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여사님들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자네들! 내가 몇 번을 말해, 그 입들 조심하라고!”호명 가 살림을 총괄하는 고용인들의 수장 격인 조 여사였다.“담장 밖에까지 다 들리게 더 크게 떠들지 그래. 일 그만두고 싶다고 티 내는 것도 아니고 원.”고용인들이 고용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건 당연하게도 금지였다.호명 가에서 듣고 본 일을 발설하는 것 또한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그건 이곳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의 계약서에도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었다.이재는 몸을 숙여 살그머니 발걸음을 옮겼다.몰래 듣고 있던 제게도 불똥이 튈까 무서웠기 때문이었다.조 여사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숙소동을 빠져나왔다.어쨌든 차도언이 이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거란 걸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견디면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니까.* * *도경의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나 되었을까. “누나, 나 대학 가지 말까?”풀라는 문제는 안 풀고 도경이 또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못 가는 거 아니고?”“에이, 정말! 누나까지 이럴 거야?”도경이 들고 있던 펜을 툭 던지며 신경질을 부렸다.하지만 이재는 동요하지 않았다.공부하기 싫은 도경이 으레 하는 짓이었으니까.“대학 안 가면 뭐 하려고?”이재는 도경의 뻔한 수작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그의 말을 받아 주었다.금세 신이 난 도경이 금세 의자를 당겨 앉으며 이재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나, 배우 해볼까?”“뭐?”“배우. 연예인 그런 거.”이재가 어이없는 웃음을 풀썩 내뱉었다.뜬금없이 배우 타령을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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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괜한 감상에 이재는 도경을 바라보았다.배우가 되어도 아깝지 않을 얼굴이긴 했다.작은 얼굴에 빈큼 없이 가득한 이목구비는 하나같이 예뻤다.어릴 때는 여자애 같이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성인이 되더니 제법 남자 같이 보였다.슬림한 몸에 키도 크니 배우가 아니라 모델을 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이재는 도경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배우를 하든지, 뭐를 하든지 일단 대학은 가야 해.""에이, 그건 아니지.""아니긴. 너, 요즘은 연예인도 좋은 대학 다니면 인기 더 많은 거 몰라? 걔 누구더라? 서울대 다니면서 아이돌 하는 애 있잖아.”“아 진짜, 누나아…….”말을 통하지 않자 도경이 징징거렸다.이재는 도경 앞으로 문제집을 밀었다.“딴소리 그만하고 얼른 문제 풀어. 잘생긴 얼굴 살리려면 머리도 좀 채워 넣자. 응?”“나 잘생긴 거 누나도 인정은 하는 거네?”고작 그 말에 도경이 금세 헤헤거렸다.이재는 그런 도경의 머리를 쥐어박으려 주먹을 올렸다.그러자 도경이 잽싸게 피하며 이재의 손을 잡았다.“어허, 잘생긴 차도경님 얼굴에 흠집 나면 어쩌려고!”“또 까분다.”이재가 혀를 차며 잡힌 손을 놓으려 털어냈다.도경이 그녀의 주먹 쥔 손을 다시 그러잡으며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누나, 그러지 말고 나랑 결혼하자.”“또 이런다.”이재가 화낼 기운도 없다는 듯 그를 째려보자 도경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나 잘생겼다며. 그리고 우리 집 부자잖아.""그래서?""내가 서울대 가는 건 불가능하니까 서울대 나온 며느리로 누나가 오면 되겠다. 안 그래?”도경의 약 백몇 번째 프러포즈였다.달라진 게 있다면 스무 살이 되었다고 제법 거칠게 힘을 쓰며 다가온다는 것.“아아!”그래 봤자 결국엔 이재에게 꿀밤이나 맞고 끝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이재는 이런 상황을 단번에 끝내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도경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면 된다. “난 대학 안 나온 남자랑은 결혼 안 해. 알겠니, 재수생 도경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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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과외가 끝나고 가는 길이 벌써 어둑해져 있었다.“누나, 같이 가!”안채에서 나와 숙소동으로 가는 이재 뒤로 도경이 따라붙었다.과외가 끝나고 도경에게 곧바로 저녁을 먹인다고 조 여사가 준비하는 걸 보고 나온 이재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저녁 먹을 시간 아니야? 준비하고 계시던데?""으응, 안 먹는다고 말했어."도경은 뭔가 신나는 일이라도 있는 듯 싱글거렸다. “어디 가는데?”“별채에. 형한테.”“어, 어. 그래……?”형이라는 말에 이재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을 흐렸다.이 녀석 진짜 형한테 내가 한 말 다 이르는 건 아니겠지, 하는 괜한 생각을 하면서.“오늘 형이랑 한잔하기로 했거든. 나 형이랑 술 마시는 거 처음이야.”매일 술독에 빠져서 사람 오라 가라 했던 도경이었다.그런데 마치 태어나서 처음으로 술을 마시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설레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형은 술도 되게 잘 마시겠지? 우리 형은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니까.”‘그래, 키스도 되게 잘하더라.’자기도 모르게 든 생각에 이재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이재와 발을 맞춰 걷던 도경이 몇 걸음 앞서 걷다가 멈춰 선 이재를 돌아보았다.“누나 뭐 해? 가자.”“어? 어…….”제 생각을 도경에게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이재는 낯이 뜨거워졌다.당연히 도경이 알 리 없는데도 괜히 잘못을 저지르고 숨긴 사람처럼 마음이 불편했다.그걸 알 리 없는 도경은 내내 형에 대해 떠들어 댔다."나는 우리 형이 미국 다시 안 가면 좋겠어.""뭐?"이재가 놀란 것도 모르고 도경은 말을 이었다."형이랑 같이 사는 게 내 소원이거든. 이렇게 가끔 오는 거 말고는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산 적이 없어."도경이 꽤나 아쉬운 것처럼 말했지만 이재는 그것만큼은 공감해줄 수 없었다.도언이 돌아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렇구나."고작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이재와 도경은 나란히 정원을 지나 별채로 가는 오솔길로 접어들었다.떨어지는 해에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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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도언과 이재 사이의 일을 알 리 없는 도경이 신이라도 난듯 말을 이었다.“내가 형 다음으로 좋아하는 사람. 예쁜 우리 이재 누나.”도경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지만 이재는 오늘따라 듣기 불편했다.이재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도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헤헤 웃는 도경의 웃음에 도언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도경과 마주 웃어 주는가 싶더니 이재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러다 이재 어깨 위에 올려진 도경의 손을 본 순간 입가에 그어졌던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도경아, 난 이만 갈게.”이재가 도경의 손을 어깨에서 내리며 숙소동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도경에게 다시 잡히지 않으려 그의 손에서 최대한 몸을 멀리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같이 한잔할래요?”뜻밖의 말에 고개를 돌린 건 이재만이 아니었다.도경도 놀란 듯 그 말을 한 도언을 돌아보았다.“한이재, 씨?”도언이 확인해 주듯 이재를 보며 다시 물었다.너한테 한 말이 맞는다고 이름까지 정확히 부르며.“네? 아뇨, 전…….”“형, 그래도 돼?”미처 이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경이 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그러고는 겨우 떨어졌던 이재 곁으로 다시 훌쩍 다가와 그녀의 목을 팔로 감싸 안았다.이재가 그를 밀어 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도언 쪽으로 이재를 끌었다.“우리 다 같이 마시면 재밌겠다. 그치 누나?”“아니. 난 싫…….”“같이 가자, 누나아.”도경이 이재를 제게 더 끌어당기며 애교 섞인 말투로 이재를 조르기 시작했다.이재가 그의 팔에 안긴 채 그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그러나 도경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듯 헤헤 웃기만 했다.이재의 얼굴에 난감한 빛이 떠올랐다.눈치 없는 건 이 집 아들들 유전인가 싶었다.이재는 그들 사이에 껴서 술을 마시는 상상을 하니 벌써 불편했다.아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때 이재의 목을 끌어안다 못해 조르는 것처럼 감고 있던 도경의 팔이 풀렸다.풀려난 이재가 고개를 들어보니 도언이 도경을 끌어안고 머리를 헝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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