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는 유지영의 맞은편에 앉아서 따져 묻기 시작했다."그날 우리 집에서 너는 이 혼사가 부당하다며 정왕부가 폐하의 눈 밖에 났다고 하지 않았느냐.""정왕부가 눈 밖에 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친척으로서 좋은 혼처가 아니라고 충고해드린 것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정곡을 찔린 한씨는 속이 부글거렸다."해서 정녕 내막을 몰랐다고 끝까지 잡아뗄 셈이냐!""외숙모께서 경왕부에 시비를 걸러 오신 것이라면, 더는 상대해 드릴 수 없습니다."유지영은 당당히 고개를 들고 시녀에게 손님을 배웅하라 명했다.한씨는 억울하고 창피한 마음에 언성을 높였다."지영아, 나 네 외숙모야! 정왕부에 큰일이 터져 네 언니까지 엮이게 생겼는데, 몇 마디 물어본 것 가지고 어찌 이리 매정하게 구느냐? 네가 인주 본가에 내려가 있을 때, 널 걱정해서 수고도 마다치 않고 해마다 찾아갔거늘..."가만히 듣고 있던 유지영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외숙모께서 지난날 제게 베푼 것들을 이리 철저히 따지시겠다면, 저도 더는 체면을 봐드리지 않겠습니다."싸늘하게 가라앉은 유지영의 얼굴에, 한씨는 흠칫 놀랐다."제가 철든 이후로, 외숙모께서 매년 선물을 잔뜩 싸 들고 인주를 찾으신 것은 맞습니다. 허나 제가 직접 외숙모를 뵌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지요. 가져오신 물건 중 절반만 유씨 가문에 주고, 나머지 절반은 어찌하셨는지 제가 낱낱이 읊어드려야겠습니까?"유지영은 하얗게 질린 한씨의 얼굴을 보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외할머니와 외삼촌을 보아 그나마 예의를 갖춰 대했거늘, 정도껏 하셨어야지요!""너... 어찌 감히 내게 이런 식으로 말하느냐!"한씨는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유지영을 가리켰다."경왕부로 시집와 든든한 뒷배가 생겼다고, 옛정은 이리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셈이냐?"쾅!유지영은 탁자를 거칠게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매서운 기세에 한씨는 숨이 턱 막힐 것만 같았다."날 낳아 기른 것도, 살뜰히 보살핀 것도 아니면서! 그저 외삼촌의 체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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