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시령은 숙태비가 신신당부를 하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정왕비가 찾아낸 서신 몇 통을 건네자, 담시령은 그것을 받아 들고 황급히 경왕부로 향했다.허둥지둥 쫓겨가던 조금 전과는 달리, 확실한 패를 쥐고 있으니 그녀의 기세도 매우 당당해졌다."가서 내가 다시 왔다고 전하거라! 이번에도 나오지 않으면, 우리도 체면을 봐주지 않겠다고 단단히 일러라!"담시령이 호기롭게 명하자, 시녀가 거칠게 대문을 두드렸다.소란이 일자 호위들이 다가왔지만, 시녀는 허리에 두 손을 얹은 채 안하무인으로 소리쳤다."당장 경세자비를 모셔 오지 못할까! 그러지 않으면 우리 정세자비 마마께서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시녀는 악을 쓰듯 목청을 높였다.이 소란은 본채에 있는 경왕비의 귀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경왕비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정왕부도 눈이 멀었지. 어찌 저런 화상을 집안에 들였을까.""마마, 왜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곁에 있던 소월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담씨 가문 적장녀는 경성에서 꽤 평판이 좋았다.경왕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코웃음을 쳤다."어미인 담 부인은 저 살겠다고 진작에 고향으로 피신했는데, 저 미련한 것은 스스로 나서서 정왕부에 이용당하고 있지 않느냐. 악귀 같은 숙태비 성격에 그 큰 구멍을 메우느라, 이미 혼수의 대부분을 다 털렸을 게다."한참 후에도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결국 견디지 못한 부관이 경왕비에게 달려와 고했다."마마, 저희 세자비께서 한사코 만나지 않겠다 피하시는데, 문밖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이 다 쏠리고 있습니다."그 말에 경왕비는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주물렀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대문을 열어 담시령을 들이라 명했다.대청.경왕비는 담시령을 맞아 자리에 앉히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조카며느리, 대낮부터 남의 대문 앞에서 이게 무슨 소란인가?"담시령은 경왕부에 뼛속 깊이 원한을 품고 있었다.배현준이 신혼 첫날밤에 부군을 잡아가지만 않았어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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