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씨 노부인은 눈시울을 붉힌 채 다소 격해진 목소리로 말했다."시령이가 네 반만큼이라도 총명했다면, 그리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게다.""경왕비는 계비이니, 네게 효를 들먹이며 억누르려 든다면 답답한 일이 많을 게야. 지영아, 이 할미의 말을 명심하거라. 앞으로는 네 가정을 가장 우선으로 챙겨야 한다. 나는 네 현명함을 믿으니, 절대로 홀로 참고만 살지는 말거라."외삼촌 담성국과는 정반대인 따뜻한 당부에, 유지영은 가슴 깊은 곳에서 온기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지난 수년간 담씨 노부인이 외숙모 한씨를 억지로라도 인주에 보내 자신을 살피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삶은 훨씬 더 비참해졌을 것이다."내가 김씨 가문의 노부인과 곽씨 가문의 노부인과 친분이 있어 미리 말을 해두었다. 훗날 네게 도움이 필요한 날이 온다면, 그들이 나를 보아서라도 너를 더 챙겨주고 감싸줄 게다."노부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시령이 그 아이는 어려서부터 내가 곁에 두고 가르치지 않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만약 그 애가 또 네 심기를 거스르거든, 내 눈치 볼 것 없이 매사에 네 안위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거라."어젯밤, 노부인은 담시령이 유지영을 찾아가 몹쓸 짓을 벌였다는 소식을 듣고 홧병이 나 밤새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그렇게 아침 내내 애타게 기다린 끝에야 겨우 유지영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네 외삼촌이 네게 무슨 무리한 요구라도 하더냐?"담씨 노부인이 묻자, 유지영은 고개를 저었다."그저 가벼운 안부를 나누었을 뿐입니다.""지영아, 내가 비록 오랜 세월 침상에 누워 지냈으나,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란다."담씨 노부인은 유지영의 손을 꼭 쥔 채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네 어미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그 애가 살아 있었더라면 널 더 든든히 보듬어주었을 텐데.""외할머니, 저는 지금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유지영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담씨 노부인의 눈가를 다정하게 닦아주며, 애교를 부리듯 노부인을 달랬다.그녀는 방금 전 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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