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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피안을 거슬러: Kabanata 371 - Kabanata 380

556 Kabanata

제371화

당학의 입궁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배유리는 곽운연을 헐뜯는 것을 잊지 않았다."곽운연, 네가 마음에 품은 이는 당학 공자이거늘, 당윤 공자가 태후 마마를 구하고 의용후가 되니 냅다 마음을 바꿔 먹은 것이지?"곽운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의 안색은 분노로 새파랗게 질렸다."태후 마마."당 부인이 돌연 앞으로 나서며 무릎을 꿇었다."소인은 당씨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경왕부 아가씨의 말은 금시초문입니다. 며칠 전 학이의 품에서 '운연'이라는 두 글자가 수놓인 향낭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세상에 이름이 같은 이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향낭 하나만으로 곽 낭자의 품행을 깎아내릴 수는 없습니다."이어서 당 부인은 그날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며칠 전 당씨 가문에서 연회가 열린 날, 어찌 된 영문인지 유리 아가씨가 윤이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 옥패를 가져갔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윤이가 아가씨를 연못에 던져버렸지요. 당씨 가문은 사죄의 의미로 당윤에게 채찍 쉰 대를 치고 귀한 약재를 보냈습니다. 경왕비 마마께서도 이 일을 아시고, 쌍방에 잘못이 있으니 더는 책임을 묻지 않고 덮어두기로 하셨습니다."당 부인이 경왕비까지 끌어들이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경왕비에게 쏠렸다."어쩐지 잘 진행되던 연회가 갑자기 취소된다 했더니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경왕비 마마,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셔서 함부로 처소에 들어가 남의 옥패를 가져가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어린 처자가 어찌 저리 예의가 없을까."사람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배유리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반박했다."저는 그저 길을 잃어 잘못 들어간 것뿐입니다. 고의가 아니었습니다.""길을 잘못 든 것이라면, 어찌하여 남의 옥패를 함부로 가져간단 말입니까?"당 부인이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경왕비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반박하려는 배유리의 앞을 다급히 막아섰다."착각한 것뿐입니다. 그 옥패가 자신의 것인 줄 알고 잘못 가져온 것이지요.""착각이요?""길을 잘못 들어 남의 방에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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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그럼 한식구라고 거짓 증언이라도 하라는 뜻인가?"유지영은 고개를 돌려 배유리를 쏘아보며 반문했다.정곡을 찔린 배유리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그날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은가. 그런 흔한 양지옥은 내 혼수품 중에도 수십 개는 족히 있다고 말이야. 경왕부의 아가씨로서 고작 그깟 일로 한 여인의 결백을 더럽히려 들다니, 참으로 어리석군!"애초에 배유리를 가족 취급도 하지 않던 유지영이 그녀를 거들어 줄 리 만무했다.게다가 이 모든 사단은 배유리가 스스로 자초한 짓이었다.곁에 선 경왕비의 안색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험악하게 굳어 있었다.그러나 유지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맞섰다."조금 전 당 부인께서 당씨 가문에 찾아온 운연이라는 낭자가 따로 있다고 증언하시지 않았습니까. 헌데 어찌하여 향낭 하나로 곽 낭자를 모함하시는 겁니까?""저 계집이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가짜인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배유리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가만히 듣고 있던 당 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학이가 그 여인이 바로 향낭의 주인이라 친히 인정하였거늘, 어찌 가짜라 우기시는 겝니까?"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보태며 몰아세우자 배유리는 말문이 막혔다.당황한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서 태후의 서릿발 같은 눈빛과 마주치고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아, 아, 아닙니다. 그것이 아니옵니다!"다급해진 배유리는 허둥지둥 서 태후의 치맛자락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눈치 빠른 소 상궁이 재빨리 그녀를 막아섰다.허공에 대고 손을 뻗은 배유리는 고개를 치켜들며 절규했다."태후 마마! 제발 소녀의 말을 믿어 주시옵소서. 정녕 그게 아니옵니다!"서 태후는 손을 휘저어 소 상궁을 물러나게 하고는, 상체를 비스듬히 숙이며 물었다."그래, 그 옥패와 향낭 말고 또 다른 증인이나 물증이 있느냐?"그 한마디에 배유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잠시 후, 정신이 번쩍 든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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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당학이 나타나자 주변이 일순간 조용해졌다."태후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당학은 허리를 깊이 굽혀 깍듯이 예를 갖추었다. 방금 벌어진 참상을 똑똑히 지켜본 그는, 태후가 지금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당학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배유리는 고통도 잊은 채 다급히 소리쳤다."당 공자, 그날 공자의 품에서 떨어진 향낭이 곽 낭자의 것이라고 어서 사람들에게 말하세요!"곽운연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굳이 나서서 반박하지 않았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당학에게 쏠렸다.당학은 미간을 좁히며 배유리를 힐끗 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당 부인을 응시했다. 찰나의 침묵 끝에 그는 공손히 예를 갖추며 입을 열었다."유리 아가씨, 저는 곽 낭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천하에 동명이인이 셀 수 없이 많으니,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당학이 부인하자 배유리는 두 눈을 부릅떴다."어찌하여 인정하지 못하는 겁니까! 며칠 전 장공주부에서 연회를 연 것도 공자와 곽 낭자를 이어주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그 말에 조령 장공주의 눈밑이 미세하게 떨렸다. 장공주는 불쾌한 기색으로 배유리를 흘겨보며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저 멍청한 것이!'"유리 아가씨...."당학은 난처한 듯 말을 아끼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보아도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듯한 태도였다.지켜보던 부인 중 한 명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나섰다."당 공자, 무슨 사연인지 숨기지 말고 다 털어놓으시게.""그러게 말일세.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무엇 하러 덮으려 드는가."부인들이 앞다투어 당학을 부추겼다.당학은 바닥에 꿇어앉아 당 부인을 향해 절을 올렸다."어머니, 사실 제가 마음에 품은 이는 유리 아가씨입니다. 그날 아가씨가 찾아오려던 곳은 제 처소였으나 불행히 길을 잘못 들었을 뿐입니다. '연' 자가 새겨진 옥패 역시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이니, 아우나 곽 낭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배유리는 아연실색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제가 운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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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당학은 영악했다. 조령 장공주의 행보를 해명하는 동시에, 은근슬쩍 자신의 신분까지 끌어올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유지영은 곁에 선 조령 장공주를 살폈다. 장공주의 안색은 눈에 띄게 누그러져 있었다.당학의 이 영리한 화술에 조령 장공주와 당 부인은 기꺼이 그의 장단에 맞춰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조령 장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당 공자의 말이 맞네. 서출이라는 명목으로는 왕부의 적녀와 어울리지 않지. 허나 이 아이는 내가 어릴 적부터 지켜보았는데, 신분을 제외하면 문무를 겸비한 뛰어난 재목이야."조령 장공주는 경왕비에게 다가가 말했다."결국 이 모든 소란이 그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유리 역시 왕부의 적녀로서 마땅히 아량을 베풀어야지. 내 듣자 하니 그 운연이라는 낭자도 하혈을 하고 죽었다던데, 이미 죽은 사람을 두고 더는 소란을 피우지 마시게."이는 은근한 협박이자 경고였다.경왕비의 안색은 참담하게 굳었다. 그녀는 소매 안으로 주먹만 꽉 쥘 뿐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당학은 당 부인을 향해 엎드려 절을 올렸다."어머니, 제게 적자의 신분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와 유리 아가씨는 진심으로 연모하는 사이입니다."당 부인의 안색이 미묘해졌다.당학은 다시 쐐기를 박았다."제가 운연 낭자와 알게 된 것은 그저 오해였을 뿐, 제 마음속에는 오직 유리 아가씨 한 사람뿐입니다."보는 눈이 이리 많으니 당 부인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령 장공주 역시 그 틈을 타 은근히 압박했다."어차피 허울뿐인 신분이 아닌가. 부인께서 조금 아량을 베풀어 겹경사를 치르는 것이 어떻겠소?"당 부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거절한다면 서로 깊이 연모하는 두 사람의 앞길을 고의로 막는 셈이 되고, 허락한다면 당학은 당씨 가문의 어엿한 적장자가 되는 것이었다.자칫 대처를 잘못했다가는 모진 비난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판이었다.배유리는 억울함과 분노에 입술만 꾹 깨물었다. 채찍에 맞은 상처는 아직도 쓰라렸고, 단단히 겁을 집어먹은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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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경왕비는 애지중지 키운 적녀가 서장자와의 혼인을 반강제로 맺게 된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속으로 울화가 치밀었다."청란이는 제가 아우의 손에서 빼내어 제가 데리고 있습니다. 이따가 경왕부로 돌려보내겠습니다. 아까는 사태가 급박하여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니, 부디 마마께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당학은 머리를 숙이며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사죄했다.그제야 경왕비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다.조령 장공주까지 나서서 두 사람을 이어주려 하니, 경왕비는 억울함을 꾹 삼키고 억지로 이 혼사를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연못가.몇몇 부인들은 아까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단박에 꿰뚫어 보고는 은밀히 코웃음을 쳤다."저 서장자란 놈, 참으로 대단한 위인이로군.""당 대인이 하도 감싸고 도니, 태후 마마 앞에서도 저리 간 큰 수작을 부리는 게지."아까는 굳이 나서서 들춰내는 이가 없었을 뿐이었다.이제 저 서장자의 맹랑한 야심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적모를 압박하여 사람들 앞에서 기어코 적자로 인정받았으니, 그 속내가 여간 검은 것이 아니었다.한편, 유지영과 곽운연은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매화를 감상했다. 단단히 화가 난 곽운연이 유지영을 향해 속마음을 토로했다."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재작년에 제 곁에 손버릇이 나쁜 시녀가 한 명 있어 물건을 제법 잃어버렸었지. 그 향낭도 그중 하나였다. 헌데 그 향낭이 당학의 손에 들어갔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어찌 그리 추악한 속셈을 품을 수 있단 말이냐!"곽운연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듯 진저리를 쳤다.옥패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옥패는 절에 갔을 때 잃어버린 것다. 은밀히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는데, 그걸 당윤 공자가 주웠을 줄이야.""그게 아닙니다."유지영은 고개를 저었다."그 옥패는 의용후가 저잣거리에서 돈을 주고 산 것입니다. 곽 낭자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저 지나가는 길에 사둔 것이지요."곽운연은 뜻밖이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똑같이 그녀의 물건이건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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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그게 무슨 소리인가?"경왕비는 불쾌한 기색으로 받아쳤다."이들은 피가 섞인 가족이거늘….""지영이와 유리 아가씨가 무슨 피가 섞였단 말입니까?"조원금은 턱을 치켜들며 조롱 섞인 어조로 쏘아붙였다."애먼 짓만 하다가 체면을 다 구겨놓고는, 이제 와서 애꿎은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군요. 정 억울하거든 아까 궁에서는 왜 따져 묻지 못했습니까?"말문이 막힌 경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남에게 도움을 구하기 전에 본인 딸부터 똑바로 가르치십시오. 사람이 예의가 있어야지!"조원금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매섭게 호통쳤다.배유리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내 딸을 어찌 가르치든 그대가 신경 쓸 일이 아니네."경왕비는 손을 뻗어 배유리를 감싸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조원금을 쏘아보았다.조원금은 유지영의 손을 다정하게 다독였다."이모가 네게 어울릴 만한 장신구를 몇 개 골라두었단다. 이따가 한번 보거라."말을 마친 그녀는 시녀들을 이끌고 여유롭게 자리를 떴다."어머니."배유리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경왕비는 잔뜩 실망한 얼굴로 배유리를 밀어내고는 아무 말 없이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안채로 들어갔다. 오늘 사람들 앞에서 채찍 서른 대를 맞은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곱씹어 볼수록 가장 화가 나는 것은 배유리의 어리석음이었다."어머니."붉어진 눈시울로 뒤따라온 배유리는 경왕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소녀가 못난 탓에 어머니까지 벌을 받게 하였습니다. 허나, 저는 정말 당학 공자와 혼인하기 싫습니다."경왕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정 싫다면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거나, 그도 아니면 천으로 목을 매달아 죽는 편이 깔끔하겠지."싸늘한 말에 배유리는 겁에 질려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왕비 마마, 고정하십시오. 유리 아가씨도 한순간 판단이 흐려진 것뿐입니다."눈치를 보던 시녀가 조심스레 거들었다."한순간 판단이 흐려져?"경왕비는 돌연 언성을 높였다."유지영은 저 아이보다 고작 몇 달 먼저 태어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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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임 태비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경왕비 역시 조원금이 나타난 이후로 자신을 대하는 경왕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느끼고 있었다.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서재에 머무는 날이 잦아졌다.이따금 보양탕을 끓여 서재로 찾아가 은연중에 배현준의 이야기를 꺼낼 때면, 경왕이 전처럼 그를 질색하거나 반감을 보이지 않았다.그게 정녕 조원금 때문인 걸까."네가 먼저 나서서 첩으로 들이겠다고 한다면 현숙하다는 명성이라도 얻을 수 있다."임 태비는 여유롭게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그 아이가 저택에 머무는 이상,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어찌 알겠느냐?"경왕비는 입술을 깨물었다."어머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그래. 마침 너도 다쳤으니 당분간 푹 쉬며 경왕과 부딪히지 말거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마."임 태비는 화제를 돌려 당씨 가문 이야기를 꺼냈다."당학은 이제 당당한 적장자다. 그의 어미와 조령 장공주는 친척이라 할 수 있으니, 우리 경왕부의 사위가 된다면 출세하는 건 시간문제야."임 태비의 설득에 경왕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명심하겠습니다. 당장 당씨 가문으로 사람을 보내 뜻을 전하겠습니다.""아니다. 조령 장공주에게 전하여 서둘러 혼약을 맺거라. 형의 혼례가 동생보다 늦어서야 되겠느냐."임 태비가 일렀다.장공주부.저택으로 돌아온 조령 장공주의 안색은 눈에 띄게 어두웠다. 유영 현주가 곁에서 조심스레 물었다."어머니, 태후 마마께서는 어찌하여 유지영을 그토록 아끼시는 걸까요? 정말 돌아가신 국공 부인 때문입니까?""그런 모양이다."조령 장공주는 이마를 짚었다."그 아이가 경성에 온 뒤로 숱한 사람들이 곤욕을 치렀지.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배준형이다. 입지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느냐."장공주 역시 그가 장차 대통을 이어받게 될 거라고 눈여겨 보고 있었건만, 알고 보니 구제 불능이 따로없었다.다행히 깊게 엮이기 전이어서 발을 뺄 수 있었지, 자칫하면 같이 발목을 잡힐 뻔했다.눈앞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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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부마의 말이 맞습니다. 정세가 불확실하니, 만일 배현준이 정말 태자가 된다면...."조령 장공주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럴 리 없습니다. 폐하의 슬하에 황자가 있고, 내 듣자 하니 이번에 회임한허 귀비도 상태가 아주 안정적이라 하더군요.""세상일은 알 수 없는 법이니, 매사에 퇴로를 열어두어야 합니다."류명홍이 부드럽게 권했다.그 말에 조령 장공주도 고집을 꺾었다."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당씨 가문에 다녀오지요. 서둘러 이 혼사를 매듭지어야겠습니다."그 시각, 당씨 가문.당 부인은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회랑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당윤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어찌 나와 있는 게냐?""어머니께서 오실 때가 된 듯하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당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당 부인을 살피다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당 부인의 뒤에는 당학이 따라오고 있었다. 당학은 시선을 내리깔아 눈에 담긴 경멸을 숨기고는 당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바깥에 바람이 찬데, 아우는 고뿔을 조심하거라."영락없이 다정한 형의 모습이었다.당윤도 마주 웃었다."바람이나 쐴 겸 나온 것입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혼사를 하명하는 교지가 당씨 가문에 당도했다. 당윤과 곽운연의 혼인을 5월 초여드레로 정한다는 내용이었다.당씨 가문 식구들이 모두 나와 교지를 받들었다.내관은 교지를 다 읽고 나서 당윤에게 당부했다."태후 마마께서는 의용후에게 몸조리를 잘하라고 하셨습니다. 혼례 날에 마마께서 친히 축배를 들러 오시겠다 하셨지요.""감사합니다."당윤은 뒤에 선 수하에게 눈짓했다. 수하가 다가와 내관에게 은자 주머니를 쥐여 주었다. 손에 닿는 감촉이 무척이나 가벼웠지만, 거액의 은표임을 직감한 내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당윤은 같이 온 호위들에게도 은자를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내관 일행은 감사를 표하고 돌아갔다.무리 속에 있던 첩실 류씨는 고개를 들어 당학을 바라보았다."태후 마마께서 어찌 네게는 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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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당씨 가문의 사당은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다. 멀리서도 짙은 연기가 보일 정도였다. 앞에서 걸음을 재촉하던 당씨 노부인은 사당 문 앞에 이르러 참상을 보고는 충격을 받아 쓰러질 뻔했다."어서, 어서 불을 꺼라!"시종들은 쉴 새 없이 물을 길어 나르며 진화에 나섰다.다급해진 당응성은 뒤에 있던 부관을 걷어차며 호통쳤다."수십 년간 멀쩡하던 사당이, 어찌 불이 났단 말이냐!"부관 역시 영문을 몰라 바닥에 엎드렸다."대인, 소인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한편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사당으로 온 당윤은 무심한 눈으로 불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 선 당학이 입을 열었다."아우야, 조부께서 살아계실 적에 널 무척이나 아끼셨던 것으로 안다. 내가 적장자가 되는 것을 막겠다고 조부와의 정마저 저버린 것이냐?"당윤은 고개를 들어 당학을 노려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한 사람은 경멸에 찬 시선으로, 다른 한 사람은 분노가 서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이미 곽 낭자를 얻었거늘, 어째서 내 앞길을 막으려 드는 것이냐?"당학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당윤은 돌연 목소리를 높였다."형님, 제가 곽 낭자와 혼인하게 되었다고 어찌 질투심을 품고 고의로 이런 짓을 저지르실 수 있습니까!"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당학에게 쏠렸다.당학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수백 년간 멀쩡하던 사당이 하필 제가 곽 낭자와 혼약을 맺은 오늘 불에 탔고, 선산에도 변고가 생겼습니다. 헌데 형님은 어찌하여 방금 조상님들께서 이 혼사를 반대하시어 노하신 거라 말씀하십니까?"당윤은 화가 난 얼굴로 당학을 노려보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들 불길에 신경 쓰느라 두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인 이가 없었다."형님이 아무리 불만이 있으셔도 이미 정해진 혼사입니다!"당윤은 이를 악물었다."조부께서 형님께 박하게 대하지도 않으셨거늘, 어찌 돌아가신 조부마저 편히 쉬지 못하게 한단 말입니까!"멀지 않은 곳에 있던 당응성은 의미심장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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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유정웅이 왜 갑자기?’“가서 우리 왕부에 부족한 것이 없으니 이런 것보다 학업에 정진하라고 전하거라.” 유지영은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유정웅 역시 속에 검은 속내를 품고 있는 자였기 때문이다."허나 정웅 도련님께서는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를 갚기 위함이라며 막무가내이십니다. 소인이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이 없습니다."홍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또한 노부인께서 다리가 부러지신 후 매일같이 국공 어르신을 찾으신다 하셨습니다. 정웅 도련님께서는 노부인을 자신의 집으로 모셔가 요양하게 하고 싶으나, 유정랑이 절대 보내주지 않는다 하셨습니다."그 말에 유지영은 눈썹을 꿈틀했다."들라 하거라."잠시 후.허름한 무명옷 차림의 유정웅이 대청으로 들어와 유지영을 향해 공손히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불쑥 찾아와 송구합니다, 지영 누님. 부디 용서하십시오."한 번 생사를 오간 후로 유정웅은 무척 신중해졌다. 어린 나이임에도 언행이 몹시 침착했다.허나 그럼에도 유지영은 그를 믿지 않았다.유지영은 그가 가져온 과일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마음을 많이 썼구나. 이제 셋째 삼촌네 가문을 지탱할 적자는 너 하나뿐이니, 부디 학업에 정진하여 장차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거라."유지영이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자, 유정웅은 먼저 운을 띄웠다."누님, 할머니께서 다리가 부러지신 후 매일같이 큰아버지께서 입궁하시는 길목에 사람을 보내 말을 전하게 하는 것을 아십니까. 큰아버지께서 아무리 화가 나셨다 한들 결국 낳아주신 부모이시니, 언젠가는 그 응어리가 풀리실 것입니다."그는 앞으로 몇 걸음 다가왔다."제가 어머니를 설득하여 자식 된 도리로 할머니를 모시겠다 청하겠습니다. 할머니를 저희 쪽으로 모셔 가면 두 번 다시 큰아버지를 성가시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확실히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이었다.하지만 유지영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흥미를 잃은 듯 회랑 아래 핀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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