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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371 - Chapter 376

376 Chapters

제371화

당학의 입궁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배유리는 곽운연을 헐뜯는 것을 잊지 않았다."곽운연, 네가 마음에 품은 이는 당학 공자이거늘, 당윤 공자가 태후 마마를 구하고 의용후가 되니 냅다 마음을 바꿔 먹은 것이지?"곽운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의 안색은 분노로 새파랗게 질렸다."태후 마마."당 부인이 돌연 앞으로 나서며 무릎을 꿇었다."소인은 당씨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경왕부 아가씨의 말은 금시초문입니다. 며칠 전 학이의 품에서 '운연'이라는 두 글자가 수놓인 향낭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세상에 이름이 같은 이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향낭 하나만으로 곽 낭자의 품행을 깎아내릴 수는 없습니다."이어서 당 부인은 그날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며칠 전 당씨 가문에서 연회가 열린 날, 어찌 된 영문인지 유리 아가씨가 윤이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 옥패를 가져갔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윤이가 아가씨를 연못에 던져버렸지요. 당씨 가문은 사죄의 의미로 당윤에게 채찍 쉰 대를 치고 귀한 약재를 보냈습니다. 경왕비 마마께서도 이 일을 아시고, 쌍방에 잘못이 있으니 더는 책임을 묻지 않고 덮어두기로 하셨습니다."당 부인이 경왕비까지 끌어들이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경왕비에게 쏠렸다."어쩐지 잘 진행되던 연회가 갑자기 취소된다 했더니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경왕비 마마,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셔서 함부로 처소에 들어가 남의 옥패를 가져가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어린 처자가 어찌 저리 예의가 없을까."사람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배유리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반박했다."저는 그저 길을 잃어 잘못 들어간 것뿐입니다. 고의가 아니었습니다.""길을 잘못 든 것이라면, 어찌하여 남의 옥패를 함부로 가져간단 말입니까?"당 부인이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경왕비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반박하려는 배유리의 앞을 다급히 막아섰다."착각한 것뿐입니다. 그 옥패가 자신의 것인 줄 알고 잘못 가져온 것이지요.""착각이요?""길을 잘못 들어 남의 방에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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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그럼 한식구라고 거짓 증언이라도 하라는 뜻인가?"유지영은 고개를 돌려 배유리를 쏘아보며 반문했다.정곡을 찔린 배유리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그날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은가. 그런 흔한 양지옥은 내 혼수품 중에도 수십 개는 족히 있다고 말이야. 경왕부의 아가씨로서 고작 그깟 일로 한 여인의 결백을 더럽히려 들다니, 참으로 어리석군!"애초에 배유리를 가족 취급도 하지 않던 유지영이 그녀를 거들어 줄 리 만무했다.게다가 이 모든 사단은 배유리가 스스로 자초한 짓이었다.곁에 선 경왕비의 안색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험악하게 굳어 있었다.그러나 유지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맞섰다."조금 전 당 부인께서 당씨 가문에 찾아온 운연이라는 낭자가 따로 있다고 증언하시지 않았습니까. 헌데 어찌하여 향낭 하나로 곽 낭자를 모함하시는 겁니까?""저 계집이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가짜인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배유리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가만히 듣고 있던 당 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학이가 그 여인이 바로 향낭의 주인이라 친히 인정하였거늘, 어찌 가짜라 우기시는 겝니까?"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보태며 몰아세우자 배유리는 말문이 막혔다.당황한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서 태후의 서릿발 같은 눈빛과 마주치고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아, 아, 아닙니다. 그것이 아니옵니다!"다급해진 배유리는 허둥지둥 서 태후의 치맛자락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눈치 빠른 소 상궁이 재빨리 그녀를 막아섰다.허공에 대고 손을 뻗은 배유리는 고개를 치켜들며 절규했다."태후 마마! 제발 소녀의 말을 믿어 주시옵소서. 정녕 그게 아니옵니다!"서 태후는 손을 휘저어 소 상궁을 물러나게 하고는, 상체를 비스듬히 숙이며 물었다."그래, 그 옥패와 향낭 말고 또 다른 증인이나 물증이 있느냐?"그 한마디에 배유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잠시 후, 정신이 번쩍 든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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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당학이 나타나자 주변이 일순간 조용해졌다."태후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당학은 허리를 깊이 굽혀 깍듯이 예를 갖추었다. 방금 벌어진 참상을 똑똑히 지켜본 그는, 태후가 지금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당학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배유리는 고통도 잊은 채 다급히 소리쳤다."당 공자, 그날 공자의 품에서 떨어진 향낭이 곽 낭자의 것이라고 어서 사람들에게 말하세요!"곽운연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굳이 나서서 반박하지 않았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당학에게 쏠렸다.당학은 미간을 좁히며 배유리를 힐끗 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당 부인을 응시했다. 찰나의 침묵 끝에 그는 공손히 예를 갖추며 입을 열었다."유리 아가씨, 저는 곽 낭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천하에 동명이인이 셀 수 없이 많으니,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당학이 부인하자 배유리는 두 눈을 부릅떴다."어찌하여 인정하지 못하는 겁니까! 며칠 전 장공주부에서 연회를 연 것도 공자와 곽 낭자를 이어주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그 말에 조령 장공주의 눈밑이 미세하게 떨렸다. 장공주는 불쾌한 기색으로 배유리를 흘겨보며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저 멍청한 것이!'"유리 아가씨...."당학은 난처한 듯 말을 아끼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보아도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듯한 태도였다.지켜보던 부인 중 한 명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나섰다."당 공자, 무슨 사연인지 숨기지 말고 다 털어놓으시게.""그러게 말일세.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무엇 하러 덮으려 드는가."부인들이 앞다투어 당학을 부추겼다.당학은 바닥에 꿇어앉아 당 부인을 향해 절을 올렸다."어머니, 사실 제가 마음에 품은 이는 유리 아가씨입니다. 그날 아가씨가 찾아오려던 곳은 제 처소였으나 불행히 길을 잘못 들었을 뿐입니다. '연' 자가 새겨진 옥패 역시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이니, 아우나 곽 낭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배유리는 아연실색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제가 운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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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당학은 영악했다. 조령 장공주의 행보를 해명하는 동시에, 은근슬쩍 자신의 신분까지 끌어올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유지영은 곁에 선 조령 장공주를 살폈다. 장공주의 안색은 눈에 띄게 누그러져 있었다.당학의 이 영리한 화술에 조령 장공주와 당 부인은 기꺼이 그의 장단에 맞춰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조령 장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당 공자의 말이 맞네. 서출이라는 명목으로는 왕부의 적녀와 어울리지 않지. 허나 이 아이는 내가 어릴 적부터 지켜보았는데, 신분을 제외하면 문무를 겸비한 뛰어난 재목이야."조령 장공주는 경왕비에게 다가가 말했다."결국 이 모든 소란이 그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유리 역시 왕부의 적녀로서 마땅히 아량을 베풀어야지. 내 듣자 하니 그 운연이라는 낭자도 하혈을 하고 죽었다던데, 이미 죽은 사람을 두고 더는 소란을 피우지 마시게."이는 은근한 협박이자 경고였다.경왕비의 안색은 참담하게 굳었다. 그녀는 소매 안으로 주먹만 꽉 쥘 뿐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당학은 당 부인을 향해 엎드려 절을 올렸다."어머니, 제게 적자의 신분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와 유리 아가씨는 진심으로 연모하는 사이입니다."당 부인의 안색이 미묘해졌다.당학은 다시 쐐기를 박았다."제가 운연 낭자와 알게 된 것은 그저 오해였을 뿐, 제 마음속에는 오직 유리 아가씨 한 사람뿐입니다."보는 눈이 이리 많으니 당 부인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령 장공주 역시 그 틈을 타 은근히 압박했다."어차피 허울뿐인 신분이 아닌가. 부인께서 조금 아량을 베풀어 겹경사를 치르는 것이 어떻겠소?"당 부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거절한다면 서로 깊이 연모하는 두 사람의 앞길을 고의로 막는 셈이 되고, 허락한다면 당학은 당씨 가문의 어엿한 적장자가 되는 것이었다.자칫 대처를 잘못했다가는 모진 비난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판이었다.배유리는 억울함과 분노에 입술만 꾹 깨물었다. 채찍에 맞은 상처는 아직도 쓰라렸고, 단단히 겁을 집어먹은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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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경왕비는 애지중지 키운 적녀가 서장자와의 혼인을 반강제로 맺게 된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속으로 울화가 치밀었다."청란이는 제가 아우의 손에서 빼내어 제가 데리고 있습니다. 이따가 경왕부로 돌려보내겠습니다. 아까는 사태가 급박하여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니, 부디 마마께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당학은 머리를 숙이며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사죄했다.그제야 경왕비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다.조령 장공주까지 나서서 두 사람을 이어주려 하니, 경왕비는 억울함을 꾹 삼키고 억지로 이 혼사를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연못가.몇몇 부인들은 아까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단박에 꿰뚫어 보고는 은밀히 코웃음을 쳤다."저 서장자란 놈, 참으로 대단한 위인이로군.""당 대인이 하도 감싸고 도니, 태후 마마 앞에서도 저리 간 큰 수작을 부리는 게지."아까는 굳이 나서서 들춰내는 이가 없었을 뿐이었다.이제 저 서장자의 맹랑한 야심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적모를 압박하여 사람들 앞에서 기어코 적자로 인정받았으니, 그 속내가 여간 검은 것이 아니었다.한편, 유지영과 곽운연은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매화를 감상했다. 단단히 화가 난 곽운연이 유지영을 향해 속마음을 토로했다."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재작년에 제 곁에 손버릇이 나쁜 시녀가 한 명 있어 물건을 제법 잃어버렸었지. 그 향낭도 그중 하나였다. 헌데 그 향낭이 당학의 손에 들어갔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어찌 그리 추악한 속셈을 품을 수 있단 말이냐!"곽운연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듯 진저리를 쳤다.옥패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옥패는 절에 갔을 때 잃어버린 것다. 은밀히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는데, 그걸 당윤 공자가 주웠을 줄이야.""그게 아닙니다."유지영은 고개를 저었다."그 옥패는 의용후가 저잣거리에서 돈을 주고 산 것입니다. 곽 낭자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저 지나가는 길에 사둔 것이지요."곽운연은 뜻밖이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똑같이 그녀의 물건이건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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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그게 무슨 소리인가?"경왕비는 불쾌한 기색으로 받아쳤다."이들은 피가 섞인 가족이거늘….""지영이와 유리 아가씨가 무슨 피가 섞였단 말입니까?"조원금은 턱을 치켜들며 조롱 섞인 어조로 쏘아붙였다."애먼 짓만 하다가 체면을 다 구겨놓고는, 이제 와서 애꿎은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군요. 정 억울하거든 아까 궁에서는 왜 따져 묻지 못했습니까?"말문이 막힌 경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남에게 도움을 구하기 전에 본인 딸부터 똑바로 가르치십시오. 사람이 예의가 있어야지!"조원금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매섭게 호통쳤다.배유리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내 딸을 어찌 가르치든 그대가 신경 쓸 일이 아니네."경왕비는 손을 뻗어 배유리를 감싸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조원금을 쏘아보았다.조원금은 유지영의 손을 다정하게 다독였다."이모가 네게 어울릴 만한 장신구를 몇 개 골라두었단다. 이따가 한번 보거라."말을 마친 그녀는 시녀들을 이끌고 여유롭게 자리를 떴다."어머니."배유리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경왕비는 잔뜩 실망한 얼굴로 배유리를 밀어내고는 아무 말 없이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안채로 들어갔다. 오늘 사람들 앞에서 채찍 서른 대를 맞은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곱씹어 볼수록 가장 화가 나는 것은 배유리의 어리석음이었다."어머니."붉어진 눈시울로 뒤따라온 배유리는 경왕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소녀가 못난 탓에 어머니까지 벌을 받게 하였습니다. 허나, 저는 정말 당학 공자와 혼인하기 싫습니다."경왕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정 싫다면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거나, 그도 아니면 천으로 목을 매달아 죽는 편이 깔끔하겠지."싸늘한 말에 배유리는 겁에 질려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왕비 마마, 고정하십시오. 유리 아가씨도 한순간 판단이 흐려진 것뿐입니다."눈치를 보던 시녀가 조심스레 거들었다."한순간 판단이 흐려져?"경왕비는 돌연 언성을 높였다."유지영은 저 아이보다 고작 몇 달 먼저 태어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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