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머리를 쥐어짜 보았지만 운연이 누구인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당학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리를 굽혀 향낭을 주워 들더니,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조심스럽게 품에 넣었다.그 유난스러운 모습에 사람들의 호기심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이 운연이라는 소저는 어느 집 따님이오?""아주 보물단지처럼 애지중지하는군.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마음에 품은 정인이 생겨도 말 한마디 없다니. 너무 야박하지 않소."사람들은 번갈아가며 당학에게 캐물었지만, 당학은 끝내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그가 그럴수록 사람들의 호기심은 더 커져갔다.하지만 당학은 굳게 입을 다문 채, 당황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변명하듯 둘러댔다."집안에 일이 좀 있어서, 난 이만 가보겠네."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발길을 돌리자마자, 무리 중 한 사람이 이마를 탁 쳤다."운연… 어쩐지 귀에 익다 했더니, 곽씨 가문의 적녀가 아니오?"그 말에 사람들도 잇따라 무릎을 쳤다."알고 보니 당 공자가 마음에 품은 이가 곽씨 가문의 적녀였구려.""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오. 허나 안타깝게도 당 공자의 신분이 조금 처지긴 하지. 아무리 총애를 받는다고 한들 결국엔 서출 아니겠소."다음 날 아침, 추적추적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배현준은 이른 아침부터 조회에 참석하러 입궁했고, 유지영은 여느 때처럼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침상을 받았다.식사를 마친 뒤, 운청이 바깥의 소식을 전했다."셋째 나으리와 지란 아가씨는 무사히 장례를 치렀고, 셋째 공자 역시 천부 서원에서 퇴학을 당했다고 합니다. 깨어나신 유씨 노부인께서는 둘째 나으리네 처소에 머물고 계신데, 유정랑이 하루가 멀다 하고 그 곁을 지키며 수발을 들고 있다 하네요."유지영은 그 말을 듣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유씨 노부인에게 효도를 다하며 존재감을 줄이면서 평판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려는 속셈일 것이다.유정랑 역시 장차 과거를 치러야 하니, 분명 재기할 기회를 엿보고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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