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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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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그 모습을 본 당 대인은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당 부인과 당윤을 데리고 발걸음을 돌렸다."잠깐만요!"이때 유지영이 일행을 불러 세웠다.그들이 걸음을 멈추자, 운청이 최상급 양지옥패를 가지고 왔다.유지영은 당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실수로 옥패를 깨뜨렸으니, 이 옥패는 사죄의 뜻으로 받으시게. 부디 노여움을 푸시길 바라네, 당 공자."옥패가 깨졌다는 말에 당윤은 비로소 안도했다.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저잣거리를 지나다 아무거나 산 것이라 대단한 물건도 아닙니다. 깨져도 그만이니 세자비 마마께서 굳이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당 부인을 부축하여 자리를 떠났다.그는 끝내 옥패를 받지 않았다.방금 한 말은 경왕부 사람들에게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옥패는 그저 길거리에서 흔히 파는 것을 샀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뜻이었다.운청이 할 수 없이 옥패를 거두자, 유지영은 그것을 받아 경왕비에게 건넸다.경왕비는 손에 쥔 옥패를 다시 무를 수도, 그렇다고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도 없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경왕은 그 모습을 보며 상황을 정리하듯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이쯤에서 덮어두자꾸나."하지만 배현준은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길을 잘못 안내한 그 시녀는 당윤에게 붙잡혀 이미 문초를 받았습니다. 당윤 녀석은 워낙 제멋대로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만약 유리 쪽에서 또 무슨 수작을 부린다면, 당윤이 다 같이 죽자고 관아에 고발할 수도 있습니다!"시녀가 붙잡혔다는 말에 경왕비는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방금 시녀가 붙잡혔다고 했느냐?""왕비께서는 청란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배현준은 대놓고 시녀의 이름을 불렀다.순간 경왕비는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마른 침을 삼키며 손에 땀을 쥐었다.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말을 마친 배현준은 유지영의 손을 이끌고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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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편전에 있던 배유리가 깨어났다.경왕비가 자초지종을 말해주자, 배유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 옥패에는 분명 연 자가 새겨져 있었어요. 제가 잘못 봤을 리가 없는데, 어떻게 그게 깨질 수 있어요?"민경주가 옆에서 거들었다."형님이 고의로 깬 것이 분명합니다!""그만하지 못할까!"경왕비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민경주를 질책했다."도대체 누가 유지영에게 전갈을 보내 돌아오게 한 것이냐?"그 말에 민경주는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사람을 보내 소문을 낸 것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 유지영을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망신 줄 속셈이었는데,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판을 뒤엎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어머니."배유리는 경왕비의 품에 파고들어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견딜 수 없었다."저는 왕부의 적녀인데, 가문에서 총애도 못 받는 일개 적자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를 거부한다는 거예요?""유리야, 경성에는 내로라하는 명문가 자제들이 얼마든지 있다. 굳이 그놈이 아니어도 돼."경왕비는 딸을 품에 안고 다정하게 달랬다.한참 뒤에야 울음을 그친 배유리가 독을 품고 말했다."경성의 여식들 중에 이름에 연 자가 들어가는 년이 누군지 샅샅이 조사해 보세요. 대체 어떤 계집이 감히 저랑 맞서려 드는지 똑똑히 봐야겠어요!""한심한 소리!"경왕비는 손가락을 뻗어 배유리의 이마를 꾹 찔렀다."청란이 당윤의 손에 붙잡혀 있다. 네가 겁 없이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면, 그놈도 가차 없이 네 평판을 짓밟아버릴 거다. 그놈은 이미 너와 혼인하지 않기로 작정을 했으니, 이 일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경왕비 역시 상황을 명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서로 약점을 쥐고 있는 마당에 더 소란을 피워봤자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배유리일 수밖에 없었다.경왕비는 매서운 눈빛으로 민경주에게도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너 역시 이 일을 더는 캐고 다니지 말거라.""예, 어머님."당씨 가문.저택으로 돌아온 당 대인은 분이 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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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곽운연의 이름이 귓가에 들리자, 당윤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고개를 돌려 당학을 바라보니, 그는 만면에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곽 소저는 예의범절이 바르고 심성이 고와 제가 몹시 연모하고 있습니다. 부디 아버지께서 혼사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고 적모(嫡母: 서출이 정실 부인을 부르는 호칭)이신 어머니께서 절 위해 중매를 서주셨으면 합니다."말을 마친 당학은 당 부인을 향해 공손하게 무릎을 굽혀 예를 올렸다."어머니, 수고스러우시겠지만 부탁드립니다."당 부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적모로서 자식의 혼사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도리지."당 대인은 단박에 수락하며, 내친김에 당학의 안목을 칭찬하기 시작했다."곽씨 가문은 가풍이 바른 데다 곽 소저는 무장 집안의 외동딸이 아니냐. 곽 장군이 전장에서 목숨을 바친 후로 폐하께서도 곽씨 가문을 줄곧 애틋하게 여기시니, 네가 곽 소저를 부인으로 맞이한다면 훗날 관직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게다."당 대인은 당학의 어깨를 두드리며 흡족해했다."학아, 네가 장가를 든다니 이 아비는 참으로 몹시 기쁘구나."두 부자는 마치 곽 소저를 이미 며느리로 들인 것처럼 한껏 감격에 겨워했다.당학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곽 소저에게 잘해주겠다 떠들었고, 당 대인은 성대하고 화려하게 혼례를 치러주겠다 약속했다.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당 부인의 의사는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당윤은 고개를 들어 당학을 훑어보았다.치켜 올라간 당학의 눈꼬리에는 의기양양함과 함께 짙은 도발이 섞여 있었다. 당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곽 소저는 무장 가문의 외동딸이고, 곽씨 가문은 폐하께서 각별히 살피시는 집안입니다. 제가 혼담을 청하러 가기에는 아무래도 격이 맞지 않습니다."당 부인이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의 말을 잘랐다.당학은 미간을 찌푸렸다."어머니께서는 제가 장가드는 것이 싫으신 겁니까?""그럴 리가 있겠니. 학아, 오해하지 말거라."당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알기로 곽씨 가문에 혼담을 청한 이가 한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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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밤이 깊어지자, 밖에서는 찬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유지영은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로 평상에 앉아 있었다. 까만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채 푹신한 베개에 반쯤 기댄 그녀는 손에 책을 쥐고 이따금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끼익, 문이 열리고 홍주가 안으로 들어왔다.문가에 선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몸에 붙은 한기를 털어내더니,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말했다."유리 아가씨의 고열이 내리지를 않아서, 왕비 마마께서 의원이 무능하다며 뜰에서 불호령을 내리셨습니다. 한바탕 큰 소란이 일었지요. 둘째 부인은 왕비 마마의 눈 밖에 나 불경을 베껴 쓰라는 벌을 받았습니다."동금이 거들었다."둘째 부인은 시집온 지 갓 한 달이 넘었는데, 벌써 세네 번은 벌을 받았죠, 아마."민경주는 경왕비가 공들여 키워낸 며느리였다. 배현준의 속을 긁어놓을 심산이었지만, 오히려 제 발등을 찍은 격이었다. 게다가 황제가 하사한 혼인이라 함부로 내쫓을 수도 없는데 눈치마저 지독히 없으니, 경왕비가 고운 시선으로 볼 리 만무했다.홍주가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둘째 부인과 둘째 공자께서는 아직 합방도 치르지 않으셨답니다. 둘째 공자께서는 다리도 낫지 않으셨는데 내내 서재에 머물고 계시고요. 며칠 전에는 둘째 부인이 서재로 찾아갔다가 몸에 난 흉터를 들키는 바람에 곧장 쫓겨났다는 소문도 돕니다."그때 맞아서 남은 채찍 흉터는 아마 꽤 흉했을 것이다.물론 다 민경주가 자초한 일이었다.유지영은 두 시녀의 잡담을 들으며 이따금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화로 안의 숯불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활활 타고 있었다.운청이 문을 열고 들어와 고했다."세자비 마마, 당씨 가문의 장남 당학이 매파를 보내 곽 소저에게 혼담을 청했답니다. 지금 바깥에서는 당 공자가 곽 소저가 아니면 장가를 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당 대인은 이 일로 조령 장공주를 찾아가 중매를 서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하네요."그 말을 들은 유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쥐고 있던 책을 내려놓았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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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제가 태후 마마께 청을 올려 곽 소저를 살펴달라 부탁하면 됩니다."유지영이 말했다.배현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꾸했다."곽씨 가문의 상황은 조금 복잡하다. 당씨 가문은 삼대에 걸쳐 조정을 섬긴 명문가다. 태후 마마라 해도 굳이 그 일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으실 거다.""부군, 제가 기회를 봐서 곽 소저의 의중을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그녀도 당윤 공자에게 마음이 있다면, 제가 어떻게든 두 사람을 이어주겠습니다."이리저리 눈치만 보며 주저하다가는 오히려 화를 부르기 십상이었다.곽운연은 바람막이가 되어줄 어른도 없는 여인의 몸이었다. 여기서 또다시 헛소문에 휘말려 오명이라도 뒤집어쓴다면, 앞으로의 날들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다음 날.유지영은 즉시 사람을 시켜 곽운연에게 만남을 청하는 서신을 보냈다.하지만 운청은 난처한 얼굴로 고했다."조령 장공주께서 이미 곽 소저를 초대하셨다고 합니다. 장공주 저택에 당씨 가문의 장남과 여러 공자, 소저들을 함께 불러 모임을 열었다고 하네요."유지영은 즉각 미간을 찌푸렸다.조령 장공주가 이토록 발 빠르게 움직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럼 곽 소저는 이미 장공주의 저택으로 갔느냐?"운청은 고개를 저었다.유지영은 곽운연이 장공주를 만나기 전에 서둘러 의중을 확인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녀는 운청에게 자신의 옥패를 쥐여 주며 먼저 출발시켰다."곽 소저에게 잠시 멈춰 기다려달라고 전해라.""예, 마마."반 시진 후.유지영은 곽운연의 마차에 올라타 뜻대로 그녀와 마주앉을 수 있었다."세자비 마마께서 어쩐 일로 절 보자고 하셨습니까?"곽운연이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유지영은 그녀에게 옥패 하나를 건넸다."며칠 전, 당윤 공자가 옥패 하나를 지키느라 채찍을 오십 대나 맞고도 끝끝내 굽히지 않았지요. 제가 실수로 그 옥패를 깨뜨렸기에, 고심 끝에 곽 소저에게 새것으로 물어주기로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곽운연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채찍 오십 대라고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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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류씨는 털썩 눈밭에 무릎을 꿇었다.고개를 치켜든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애원했다."장공주 전하, 저는 십팔 년간 첩실로 살았으니 욕심을 내선 안 되는 줄 압니다. 허나 우리 학이의 혼사를 위해서라도… 부디 장공주 전하께서 한번 굽어살펴 주십시오."조령 장공주는 눈꺼풀을 흠칫 떨며 그녀의 속내를 짐작했다."평처(平妻: 정실과 동등한 지위의 부인) 자리를 바라는 것이냐?""예."류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변명했다."전하, 제 사욕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령 장공주는 손을 내저었다."땅이 차니 먼저 일어나거라."시녀가 다가와 류씨를 부축해 일으켰다."지난 세월 동안 네가 고생이 많았다. 슬하에 장성한 아들이 있고, 그동안 시부모를 봉양하느라 공은 없을지언정 고생한 것도 있으니 평처로 올려주는 것쯤이야 그리 대수로운 일도 아니지."조령 장공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내일 내가 당씨 가문에 들러 당씨 노부인께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고, 당 부인도 한 번 만나보마."류씨는 감격에 겨워 연신 고개를 숙였다."장공주 전하, 정말 감사드리옵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곽운연이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조령 장공주는 류씨를 바라보며 말했다."가서 맞이하자꾸나."문밖으로 걸음을 옮기던 중, 시녀 한 명이 급히 조령 장공주의 곁으로 다가와 나직하게 몇 마디를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조령 장공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태후 마마께서 부르신다고?""이미 궁에서 보낸 마차가 문밖에 대기하고 있습니다."그리하여 조령 장공주는 류씨에게 몇 마디 당부를 하고 입궁 채비를 했다."나는 잠시 입궁해야겠으니, 금방 다녀오마."류씨는 감히 지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자녕궁.유지영은 태후 앞에서 곽운연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숙태비 마마의 생신연회 날, 오직 곽 소저만이 먼저 나서서 저를 두둔해 주셨습니다. 어머니, 제가 보기에 이 혼사는 참으로 천생연분입니다."그녀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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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장엄하고 고요한 절 안.서 태후는 몸에 두른 두꺼운 망토를 단단히 여미며 손에 쥔 염주를 꽉 쥐었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선방에 앉아 있는 그녀의 곁에는, 똑같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조령 장공주가 앉아 있었다."태후 마마."조령 장공주는 아직도 두려움이 안 가신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굴러떨어진 바위가 하마터면 자신들을 덮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만약 맞기라도 했다면 즉사하거나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옆 선방에서는 어의들이 당윤을 치료하기 위해 분주하게 오가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폐하를 뵙습니다."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황제에게 문안을 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조령 장공주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폐하까지 오셨다고?'사고가 난 지 고작 한 시진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황제가 벌써 이곳까지 행차한 것이다.불현듯 검은 인영이 눈앞에 나타났다. 다름 아닌 황제였다.황제는 검은 망토에 눈을 잔뜩 묻히고 밑단에는 진흙까지 튄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폐하!"조령 장공주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황제는 빠르게 방 안을 훑어보더니, 거칠게 뛰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서서히 평정심을 되찾았다."절에 변고가 생겼다 하여 왔습니다. 어마마마, 다친 곳은 없습니까? 장공주는 괜찮은 것 이냐?"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조령 장공주가 상황을 설명했다."조금 놀랐을 뿐 다친 곳은 없습니다. 허나 폐하께서 어찌 이리 급히 오셨습니까?"황제가 입을 떼기도 전에, 뒤따라 들어온 상 내관이 말했다."장공주 전하, 폐하께서는 흠천감 사정(司正: 흠천감의 최고 관리)이 절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 점친 것을 들으시고 황급히 달려오셨습니다. 알고 보니 황실의 장명등이 꺼진 것이었습니다."서 태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어쩐지 요 며칠 마음이 몹시 불안하더라니, 선황을 모신 장명등이 꺼져서 그랬던 게로군. 휴, 선황께서 내가 하도 오랫동안 찾지 않으니 몹시 서운하셨던 모양입니다."황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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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한밤중이 되도록 기다리던 소식은 오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조회가 끝난 후, 황제는 당 대인을 따로 남겨 당윤의 안부를 물었다. 당 대인은 황공하여 몸 둘 바를 몰랐다."신이 밤새 곁을 지켰으나, 아직 깨어나지 못했사옵니다.""짐은 당윤이 몸을 던져 태후를 구한 용기가 참으로 놀랍구나. 당 대인, 그대는 아주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황제는 입이 마르도록 당윤을 칭찬했다.당 대인은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며 허리를 굽힌 채 감히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여봐라, 어명을 받들라!" 황제가 묵직한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당씨 가문의 적자 당윤은 두려움 없이 나서 태후를 구한 공이 크니, 그에게 의용후의 작위를 내린다. 또한 그의 어머니 당씨는 자식을 훌륭히 길러낸 공이 있으므로 정 이품 고명숙인에 봉하고, 황금 천 냥을 하사하노라!"당 대인은 멍하니 굳어버린 채 한참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곁에 있던 상 내관이 나직하게 일깨워 주었다."당 대인, 어서 성은에 감사드려야지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당 대인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폐하, 신은 당윤이 태후 마마를 구한 것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 생각하옵니다. 그 아이는 이토록 과분한 책봉을 받을 자격이 없사오니, 부디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태화궁 편전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황제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는 찰나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다물었다."폐하...."상 내관은 다시 입을 열려는 당 대인인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당 대인, 폐하께서는 매사 공과 사가 뚜렷하시고 상벌이 엄격하신 분이십니다. 당 공자가 목숨을 바쳐 태후 마마를 구했는데도 상을 내리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이 황실을 무정하다 손가락질하지 않겠습니까? 황실을 위해 목숨을 바쳐 충성하는 이들의 마음을 차갑게 식게 만들 셈입니까?"조목조목 따져 묻는 말에 당 대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무심코 고개를 든 그는 황제의 눈빛에 서린 매서운 한기를 마주하고는 기겁하여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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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당씨 가문 저택.한참을 기다리던 류씨 앞에는 당윤을 의용후로, 당 부인을 고명숙인으로 책봉한다는 교지와 함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사품이 당도했다.눈이 부실 정도로 진귀한 하사품들이 마당을 가득 채웠고, 대내 총관 상 내관이 어의들을 대동하고 당윤을 살피러 행차했다. 행렬은 온 거리를 떠들썩하게 지나오며 어마어마한 위세를 떨쳤다.당 노부인은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안절부절못하며 시종에게 당 대인이 왜 이리 늦는지 살펴보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슬쩍 류씨를 곁눈질했다."할머니."당학이 앞으로 다가와 당씨 노부인을 부축하며, 입술을 달싹이다 감탄하듯 말했다."아우는 운이 참으로 좋습니다. 태후 마마를 구하고 이리도 많은 상을 받았으니 말입니다."당씨 노부인은 당학의 손목을 마주 잡았다."어찌 됐든 당씨 가문의 얼굴에 먹칠만 하지 않으면 된다. 좋은 일이 아니냐. 그 아이가 후작의 작위를 얻었으니 폐하께서 틀림없이 따로 저택을 하사하실 게다. 훗날 너희 형제가 서로 다툴 일도 없을 테지."그 말에 당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할머니, 저는 단 한 번도 가문의 재산을 탐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제가 마음에 품은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할 수 있게 할머니께서 허락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류씨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굴에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노부인, 둘째 공자가 제 몸을 던진 대가로 작위를 얻고, 부인께도 고명을 안겨드렸습니다. 소첩 역시 제 일처럼 기쁩니다. 긴 세월 끝에 마침내 부인께서도 복을 누리시게 되었군요."고명이라는 두 글자가 나오자 당씨 노부인의 안색이 미세하게 굳었다.자신조차 받지 못한 고명 칭호를 며느리인 당 부인이 먼저 받아버린 것이다."할머니, 내년 과거에서는 제가 반드시 공명을 떨쳐 훗날 할머니께 고명의 영광을 안겨드리겠습니다."당학은 가슴을 치며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다.그 말을 들은 당씨 노부인은 기특하게 당학을 바라보았다."네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갸륵하구나."이어서 노부인은 류씨를 돌아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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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의구심을 채 입 밖에 내기도 전에, 당 대인이 입을 열었다."금위군이 이미 조사를 마쳤습니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진 탓에 산에서 바위가 굴러떨어진 게 확실하다더군요. 당윤이 마침 그 근처에 있다가 소리를 듣고 태후 마마의 목숨을 구한 게지요. 게다가 당윤은 전날에 이미 절에 가 있었고, 태후 마마께서는 하루가 지나서야 절로 가셨습니다."그 누구도 태후의 행방을 미리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당윤은 그야말로 공짜로 공을 주운 셈이었다. 당 대인이 보기엔, 이는 그저 억세게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금위군이 전부 조사를 마쳤단 말이지요."당학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시선을 내리깐 그의 두 눈에서는 짙은 질투와 증오심이 스치고 사라졌다.만 하루를 꼬박 의식을 잃고 헤매던 당윤이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떠보니 곁에는 배현준이 앉아 있었다."깨어났군."당윤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어제 거대한 바위에 깔려 죽을 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배현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폐하께서 자네를 의용후로 책봉하시고, 자네의 어머니께는 정 이품 고명숙인의 신분을 내리셨어. 자네가 깨어나면 태후 마마께서 직접 자네의 혼처를 골라주시겠다고도 하셨지."배현준이 자초지종을 빠르게 읊어주자, 당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부상이 가볍지는 않으나 급소는 피했으니, 한 달 남짓 푹 쉬면 다 나을 걸세."배현준은 몸을 일으키려는 당윤을 꾹 눌러 제지했다.당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한참이 지나서야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이 빚은 잊지 않겠습니다. 훗날 세자께서 뭘 원하든 반드시 갚겠습니다!"이제부터 그는 태후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무적의 방패를 쥐게 되었다. 온 경성을 통틀어 감히 그를 건드릴 자가 누가 있겠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황제가 어머니에게 고명의 영광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었다."일이 하나 더 있네."배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가의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사고가 나기 전날, 지영이가 곽 소저를 만났지. 그 소저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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