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께선 직접 아이를 낳아 기른 적이 없으시니, 어미 된 자가 딸을 걱정하는 이 애끓는 마음을 어찌 아시겠습니까."여씨가 붙잡았던 손을 놓았다. 뺨에 난 붉은 손자국이 유독 선명했다.그녀는 울고불고 매달리는 대신, 그저 경왕이 이 혼사를 윤허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그만두어라!"마침 임 태비가 걸음을 했다."혼사는 이미 정해졌다. 더는 왈가왈부할 것 없이, 넌 남은 며칠 동안 유리 그 아이에게 예법이나 단단히 가르치거라."여씨는 임 태비마저 말을 바꾸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금 조원금이 한 말들이 태비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분명했다.경왕부가 고작 배유리 하나를 감싸겠다고 사방에 적을 만들 이유는 없었다.배유리는 결국 버려진 것이다.조원금이 곁눈질로 경왕을 힐끗 보며 말했다."말씀대로 저는 아이를 낳아본 적도, 혼사를 치러본 적도 없지요. 그러니 유리의 혼사는 여씨에게 맡기겠습니다. 제가 맡았다가 유리를 박대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상대가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사주단자를 탁자 위에 내려놓더니, 시녀들을 거느리고 훌쩍 자리를 떠버렸다.대청 안에는 숨 막히는 어색함만이 감돌았다.임 태비가 첩실 여씨를 향해 말했다."여씨, 네가 참으로 주제를 넘었구나. 감히 왕비를 향해 말대꾸를 하다니, 예의를 밥 말아 먹은 게지. 오늘 일은 왕비를 탓할 수 없다."그 말은 여씨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억울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어진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소첩은 그저 유리 그 아이가 타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할까 지레 겁을 먹고 걱정하는 마음에, 잠시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예법을 잊었습니다. 부디 태비 마마와 전하께서 용서해 주십시오."오랫동안 임 태비와 경왕을 모셔온 여씨는 재빨리 판세를 읽어냈다. 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입을 열어봐야 득 될 것이 없으니, 속이 쓰려도 억지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여씨가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자 두 사람도 물러설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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