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 장공주는 유영 현주를 데리고 절에서 돌아왔다. 겉으로는 향을 피우고 불공을 드리러 간 것이었으나, 실상은 기씨 가문의 부인과 만나기 위함이었다.기 부인은 일 처리가 매섭고 결단력이 있어 조령 장공주의 마음에 쏙 들었다.절에 머문 지 이틀째 되던 날, 기 부인은 핑계를 대어 아들 기장훈를 불러들였고, 두 젊은 남녀는 멀찍이서 서로 얼굴을 익혔다.유영 현주도 흡족해했다.기 부인 역시 이견이 없었다. 두 가문은 암묵적으로 혼사를 맺기로 했다. 조령 장공주는 딸을 데리고 하산하여 곧장 황궁에 들어 태후에게 사혼 교지를 청할 참이었다.그때 시종이 다가와 아뢰었다."장공주 전하, 밖에서 류씨가 뵙기를 청하옵니다."류씨라는 말에 조령 장공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속 깊이 반감이 일었으나, 이내 들라 일렀다.이윽고 류씨가 들어왔다. 눈앞의 모녀가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 속이 뒤틀렸다."소첩이 장공주 전하를 뵈러 수차례 발걸음 하였습니다. 학이의 혼사가 코앞인데 전하께서는 현주와 함께 절에 가버리시어, 소첩만 당씨 가문에서 오해를 사고 있습니다."원망 섞인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평소 성미가 온순한 유영 현주조차 참지 못하고 미간을 좁혔다.조령 장공주가 그 말에 숨은 뜻을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반문했다."부마의 체면을 보아 내 당학을 조카라 불러주긴 했다만, 어쨌거나 핏줄 하나 섞이지 않았거늘. 너희 당씨 가문의 혼사에 어찌 내가 주제넘게 나서겠느냐?""게다가, 내 이미 사람을 보내 시집간 당 대인의 여동생을 불러들여 주관하게 하지 않았더냐!"차라리 꺼내지나 말 것을, 그 말에 류씨는 눈살을 찌푸렸다."고모님은 식솔들을 죄다 이끌고 와 잇속이나 챙기려는 자라, 혼사를 제대로 준비할 위인이 못 됩니다."잇속이나 챙긴다는 말에 조령 장공주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결국, 나를 원망하러 왔다는 소리구나?"그제야 조령 장공주의 심상치 않은 어조를 눈치챈 류씨는 불안감에 휩싸여 서둘러 해명했다."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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