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형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는 어릴 적 실제로 풍진을 앓았고, 그때 허리에는 작은 흉터까지 남았다. 예전 유지영이 그 흉터에 대해 물었을 때도 그는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해 준 적이 있었다.그 일이 설마 자신의 신분을 뒤흔드는 증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군왕의 얼굴에도 의심의 기색이 스쳤다.배준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꼭 빼닮았습니다. 눈매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반면 유국공의 세 아들은 서로 닮은 구석이 없습니다. 괜한 말에 흔들리지 마십시오.”그 말을 들은 정군왕의 망설임은 금세 사라졌다.그는 배준형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너는 내 아들이다. 그 사실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양측 모두 저마다의 논리와 증거를 내세웠다.팽팽히 맞선 채 누구도 한 발 물러서지 않았다.건양제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때 유정남이 앞으로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폐하, 신은 관성이 무사히 자라 준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신 또한 자식을 잃는 고통을 겪어 본 사람입니다. 이제 관성과 관랑, 두 아이를 모두 찾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억지로 무엇을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그 말에 건양제는 정군왕을 바라봤다.“돌아가 각자 증거를 더 찾아보도록 하거라. 끝내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못한다면, 이 일은 영영 시비를 가릴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그대에게도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닐 테지.”유정남은 끝내 적혈인친을 요구하지 않았다.이미 의심의 씨앗은 충분히 뿌려졌다.이제 배준형의 혈통에 의문이 생긴 이상 손해를 보는 쪽은 결국 그뿐이었다.“헌데……”정군왕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배준형이 조용히 그의 소매를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정군왕은 결국 하려던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건양제는 다시 유정남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너무 갑작스럽소. 정군왕부에도 시간을 주어야 하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시오.”모두 예를 올린 뒤 대전을 나섰다.밖으로 나가기 직전,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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