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령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침묵했다.그때 밖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짙은 푸른색 장포를 입고 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린 익숙한 인영이 의기양양하게 걸어 들어왔다.우뚝 선 자태에 제법 위풍당당한 기세가 흘렀다.안창준이었다!안창준의 뒤로는 수십 명의 금군이 따르고 있었다. 그가 안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다."세자비 마마, 연령 군주, 그리고 육공주 전하를 뵙습니다.""네놈이 어찌 여기 있는 것이야?"북명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성을 냈다.안창준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소관은 비록 재주가 없으나, 오늘 아침 폐하의 명을 받아 대리시 우시승에 임명되었습니다. 어젯밤 영보궁 밖에서 세자비 마마께서 해를 입을 뻔한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 명하셨기에, 마마께 자초지종을 여쭈러 왔습니다."그 말에 이연령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운민이 나간 지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네가 어찌 황궁에서 여기까지 온단 말이냐?""소관이 임명장을 받을 때, 마침 경 세자께서 폐하께 세자비 마마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청하셨습니다.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하시니, 폐하께서 이 일을 제게 일임하신 거지요."안창준이 답했다.이연령은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즉, 오늘 그녀가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도 배현준은 어젯밤 일을 그냥 덮어둘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무척 기이한 표정으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배현준은 어찌 저 계집을 이토록 애지중지하는 걸까?'아니, 그럴 리 없어.'분명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유지영은 북명연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재빨리 명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안 대인, 저 자가 시비흑백을 뒤집으며 제가 연령 군주를 모함했다 억지를 부렸습니다. 육공주 역시 제게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으니, 부디 대인께서 억울함을 풀어 주시지요."때맞춰 운청이 나서서 자초지종을 빠르게 설명했다.안창준의 맑은 눈동자가 즉시 북명연을 향했다."공주께서 호위의 말이 한 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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