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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491 - Chapter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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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배이수도 서둘러 작별 인사를 고하고 공주의 뒤를 쫓았다.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를 떠났다.서 태후가 빙그레 웃었다."안창준 그 녀석, 제법 영악하단 말이지.""안 대인이라는 재목을 알아보신 태후 마마의 혜안이 탁월하신 거지요."소 상궁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육공주는 본디 성정이 오만방자한데, 마마께서 오히려 그 점을 공략하셨지요. 소인이 보기에 조금 전 육공주가 안 대인을 칭찬할 때, 두 눈이 아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저런 부류는 손에 너무 쉽게 들어오는 것에는 도리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법이야. 길들이고, 정복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서 태후는 진작에 북명연의 성정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공주부의 남총들은 하나같이 고분고분 순종적이기만 하니, 안창준처럼 꼿꼿한 사내가 불쑥 나타났는데 어찌 정복욕이 일지 않겠느냐?"말을 마친 서 태후가 재촉하듯 소 상궁을 바라보자, 소 상궁은 즉시 그 뜻을 알아차렸다."소인이 지금 바로 경왕부로 다녀오겠습니다. 세자비께서 안심하시도록 말입니다."*신형사 밖.북명연은 배이수를 쌀쌀맞게 뿌리치고는, 상처투성이가 된 명언을 데리고 나왔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명언의 몰골을 보자, 북명연은 분통이 터져 욕설을 내뱉었다."배이수, 이 개자식!""공주, 고정하십시오. 소인은 괜찮습니다."명언이 낮게 읊조렸다. 그는 중상을 입고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 덤덤한 태도가 오히려 북명연의 울화를 더욱 부추겼다.공교롭게도 궁문 앞에서 운청을 데리러 온 유지영과 마주쳤다.운청은 채찍을 몇 대 맞아 안색이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유지영의 표정 역시 썩 좋지 않았다. 북명연은 유지영을 불러 세우더니, 억지로 명언의 옷자락을 들추어 상처를 까발렸다."이따위 결과가 나오니 이제 속이 시원한가?"드러난 가슴팍에는 피가 뚝뚝 흐르는 끔찍한 상처가 선명했다. 유지영은 그것을 힐끗 흘겨보고는, 일말의 동요도 없는 평온한 얼굴로 북명연을 향해 쏘아붙였다."공주께서 굳이 이 자를 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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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내전으로 오후의 햇살이 비껴들었다. 배현준은 건양제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흑과 백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국을 펼치고 있었다.건양제는 배현준이 다음 수를 고민하는 틈을 타 차를 마시더니 가볍게 미소 지었다."올해 차는 예년보다 훨씬 좋구나."곁에 섰던 상 내관이 웃으며 거들었다."올해 진상품 관리는 경세자께서 맡으셨으니, 좋은 것은 죄다 폐하께 먼저 올린 것이지요."그 말에 건양제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널 아낀 보람이 있구나."배현준은 미소 지으며 흑돌을 내려놓았다."과찬이십니다, 백부님."화기애애하던 분위기 속, 돌연 건양제의 안색이 일변했다. 바닥으로 찻잔이 나뒹굴었고, 그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격렬한 기침을 쏟아냈다."백부님!"배현준의 안색이 굳어졌다."당장 어의를 들라 하라!"건양제는 그 길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내전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편전 침상으로 옮겨진 건양제는 안색이 파리하고 호흡이 미약했다. 겉보기엔 건장한 체구였으나 살짝 닿기만 해도 뼈가 만져질 만큼 야위어 있었다.상 내관이 눈살을 찌푸리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폐, 폐하께서 이번 달에만 벌써 세 번째 피를 토하셨습니다."배현준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달려온 어의가 맥을 짚고는 난색을 표했다."폐하의 옥체는 즉위하신 이래로 줄곧 버텨오신 터라, 이제는 그 기력이 다하셨습니다.""다른 방도는 없는가?"배현준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수년간 북명 대사께서 옥체를 조리해 오셨으니, 폐하의 상태는 북명 대사께서 가장 잘 아실 겝니다."상 내관이 다급하게 말했다."대사께선 아무리 빨라도 내일이나 되셔야 경성에 당도하실 터인데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그 사이, 밖에서 어린 태감이 북명연의 알현을 청해왔다."세자, 폐하의 병환이 위중하다는 사실을 북신 육공주가 알게 되면 필시 큰 파란이 일 것입니다."상 내관이 초조한 기색으로 속삭였다.배현준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폐하께서 중대한 정무를 논의 중이라 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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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배현준은 문 뒤에 선 채 조금 전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세자, 폐하께서 깨어나지 못하시면 당장 내일 아침 조회는 어찌합니까? 하필 이 중대한 시기에 각국의 사신들이 당도하고 있는데, 만에 하나... 만에 하나...."상 내관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쩔쩔맸다.배현준의 굳은 얼굴이 팽팽하게 당겨졌다."조금 더 기다려보지."그는 사람을 시켜 궁에 머물고 있는 유지영에게 전갈을 보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몸을 사리라는 당부였다.*자녕궁.가장 먼저 도착한 안창준이 느긋한 태도로 서 태후에게 어느 여인의 온화한 성정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던 중이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북명연과 허 귀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들어섰다."이모님."안창준이 인사를 올렸다.허 귀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 태후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이곳이 제법 시끌벅적해졌구나."서 태후가 웃으며 손을 내저어 차와 다과를 내오게 했다.북명연이 선수 치듯 입을 열었다."태후 마마, 제가 양나라에 온 지도 꽤 시일이 지났습니다. 본디 화친을 맺기 위해 온 것이니, 오늘 마마께 혼인을 내려달라 청하고자 합니다.""혼인을?"서 태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공주께서 어느 가문의 공자를 눈여겨보았는지 모르겠군."북명연의 시선이 안창준을 향했다."안 대인은 문무를 겸비한 데다 용모도 출중하니, 본궁의 마음에 쏙 듭니다. 안 대인으로 하지요.""안 됩니다!"안창준과 허 귀비가 동시에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특히 안창준은 서 태후의 무릎 앞에 납작 엎드렸다."태후 마마, 실은 신이 오늘 찾아뵌 것 역시 혼인을 청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허나 그 상대는 결단코 육공주가 아닙니다. 신은 육공주와 일말의 감정도 없으니, 부디 재고해 주십시오."면전에서 거절을 당했음에도 북명연은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했다."본궁이 그대를 눈여겨본 것은 그대의 복이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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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태화궁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은 뒤였다.전각 밖에는 금군이 삼엄하게 진을 치고 있었으나, 굳게 닫힌 대문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해 보였다.서 태후의 행차를 발견한 상 내관은 눈가를 미세하게 떨며 다가가 예를 올리려 했다. 그러나 서 태후는 손을 내저어 인사를 물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폐하께서는 어찌하고 계시느냐?""태후 마마, 폐하께서는 안에서 중대한 사안을 논의 중이십니다."서 태후는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나 또한 폐하와 논의할 중대사가 있으니 그만 길을 내거라."상 내관은 감히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앞장서 길을 안내했다.안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짙은 탕약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 냄새에 서 태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병풍을 돌아 내전 깊숙한 곳으로 다가갔다.침상에 의식을 잃고 누운 건양제를 본 순간, 서 태후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태후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어의가 엎드려 예를 올렸다.서 태후는 곧장 침상 앞으로 다가가 배현준을 힐끗 바라보았다."병환이 워낙 급작스러워 소식을 봉쇄했습니다. 외전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배현준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고했다.서 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어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폐하의 옥체는 어떠한가?""마마, 폐하의 해묵은 지병이 도지신 겝니다. 신이 임시로 침을 놓아 혈맥을 닫아두었으나, 북명 대사께서 당도하셔야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서 태후가 다시 물었다."북명 대사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상 내관이 조심스레 나섰다."태후 마마, 대사께선 아무리 빨라도 내일이나 되셔야 경성에 당도하십니다."자초지종을 파악한 서 태후는 수척해진 건양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상념에 잠겼다. 그녀의 눈빛 깊은 곳에는 차마 숨기지 못한 안타까움이 일렁이고 있었다.서 태후가 손을 내저어 어의를 물리쳤다.그러고는 이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만인이 우러르며 탐내는 자리라 하나, 이 용상이 어디 그리 앉기 수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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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소 상궁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나 명을 받들 채비를 했다.조찬을 마친 뒤에도 서 태후는 이연령을 돌려보내지 않고 오전 내내 곁에 머물게 했다. 나아가 내무부에 명해 이연령의 의복을 몇 벌 짓게 하고, 값비싼 장신구도 여럿 하사했다.오찬 시간이 다가올 무렵, 건양제가 자녕궁을 찾았다.이연령이 고개를 들어 슬쩍 살피니, 건양제는 여전히 기백이 넘치고 정정해 보여 병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안창준과 북명연의 혼인을 허락하는 교지를 내렸습니다. 내무부에서 서둘러 혼례를 준비 중입니다."예를 갖춘 뒤 자리에 앉은 건양제는 서 태후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서 태후가 가볍게 탄식했다."북명연이 안씨 가문의 그 아이를 지목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럼 이수는 어찌합니까?""며칠 뒤 화친 사절단이 더 올 터이니, 상황을 좀 더 지켜보시지요.""일단 그래야겠군요."건양제의 시선이 이연령을 향했다. 그는 몇 번이나 입을 떼려다 망설이더니, 끝내 말을 거두었다.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은 유지영 또한 마찬가지였다.배현준이 사람을 보내 몸을 사리라는 전갈을 보냈을 때부터, 그녀는 황궁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했다. 이런저런 추측 끝에 건양제를 떠올렸다.전생에도 딱 이맘때 건양제가 돌연 혼수상태에 빠졌던 기억이 났다. 병세는 갈수록 악화되었고, 배준형이 매일같이 조회에 참석해 대리청정을 도맡았었다. 그때 배준형은 태자가 아니었음에도 실질적인 태자 노릇을 했고, 그 기회를 틈타 무수한 인재를 자신의 세력으로 포섭하기까지 했다.이에 유지영은 즉각 사람을 풀어 북명 대사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한편, 정군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하게 했다.각고의 노력 끝에 과연 북명 대사를 찾아냈고, 배현준과 합류해 지체 없이 황궁으로 호송해 온 것이다.오늘 아침 조회에 건양제가 정상적으로 참석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유지영은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을 풀었다."세자비 마마, 오늘 폐하께서 안 대인과 북신 육공주의 혼인을 윤허하셨습니다.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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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마차가 담씨 가문 문앞에 멈춰 섰다.동금이 방문을 알리자 집사는 확인 후 곧장 안으로 들였다. 복성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과연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담시령과 마주쳤다.담시령의 시선이 유지영의 배에 머물렀다. 부러움과 질투가 교차하는 눈빛이었다."지영아,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어." 담시령이 불쑥 입을 열었다.유지영은 걸음을 멈췄다. "모두 제가 신뢰하는 사람들이니, 편히 말씀하세요.""중대한 사안이다. 다른 사람이 들어선 안 돼."하지만 유지영은 담시령을 무시한 채 그녀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려 했다. 담시령이 팔을 뻗어 길을 막아섰다."어젯밤 폐하께서 위독하셨다지? 네가 사람을 보내 밤을 새워 북명 대사를 모셔 오지 않았다면, 폐하께선 오늘 조회에 결석하셨을 테고. 북명 대사의 의술이 아무리 고명하다 한들, 근본적인 원인까지 치료할 순 없을 텐데."그 말에 유지영은 과연 흥미롭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배준형이 가르쳐 준 말임이 틀림없었다."그리고 네 오라버니 말이야. 유관성은 지금의 세자가 아니라 북신 육공주 곁에 있는 그 호위 무사잖아." 담시령이 정곡을 찔렀다.유지영은 더없이 평온한 기색으로 담시령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미 죽은 자를 내려다보는 듯한 서늘한 눈빛이었다.유감스럽게도 담시령은 그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채 제 할 말만 이어갔다. "지영아, 넌 그동안 숱한 추앙을 누렸지만 정군왕부의 처지는 말이 아니야. 우리가 굳이 서로 죽일 듯 물어뜯을 필요가 있겠어? 차라리 손을 잡는 게 어때? 내가 유관성을 데려오도록 도와줄게."유지영은 무언가 떠오른 듯 담시령을 흘겨보았다. "오라버니를 데려와서 어쩌려고 그러십니까?"유지영이 공주의 호위 무사가 유관성이라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자, 담시령은 그녀의 약점을 잡았다 확신하며 말을 이었다. "유관성의 몸에 퍼진 독을 해독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역시나였다.오라버니가 갑작스레 중독된 배후에는 반드시 배준형이 있을 거라 짐작했다.그 순간, 외조모를 만나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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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그녀는 마음을 놓고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담씨 가문을 나선 유지영은 호위에게 지시했다."외숙모인 한씨를 억류하고, 부인의 이름으로 담시령에게 전갈을 보내라. 그 여자가 살아서 돌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명을 받들겠습니다!"유지영이 바깥 하늘을 살피는데 마침 운민이 돌아왔다. 그녀는 주방에 일러 다과를 준비하게 한 뒤, 그것을 운민에게 들려주며 몇 마디를 덧붙여 당부했다.운민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안배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해 질 녘이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유지영은 한가히 책상 앞에 앉아 경전을 필사하며 억지로라도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경전 한 편의 필사를 막 끝냈을 무렵, 운민이 복귀했다.유지영은 즉시 붓을 내려놓았다."어찌 되었느냐?""세자비 마마, 분부하신 말씀을 잘 전하였습니다. 태후 마마께서는 이 일은 태후께서 헤아려 처리할 테니, 마마께서는 그저 태교에만 전념하시라 하셨습니다. 또한 며칠간은 출행을 삼가라 이르셨습니다."태후의 이 같은 당부는 오히려 유지영의 마음속에 서늘한 경계심을 일깨웠다. 필시 또 무슨 변고가 생기려는 것이리라.*이틀 뒤.안창준과 북명연의 혼례가 치러졌다. 천지에 절을 올린 뒤 신방에 들었으나, 안창준이 돌연 급사하고 말았다. 안씨 가문은 즉각 저택을 전면 봉쇄했다.혼례복을 입은 채 신방에 선 북명연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원망 섞인 안 부인의 통곡을 마주하고도 그녀는 차갑게 쏘아붙였다."본궁이 어찌 신혼 첫날밤에 지아비를 독살한단 말이오?""우리 창준이가 신부를 맞이하러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어찌 돌연 독에 당한단 말이오? 오늘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다면 우리 안씨 가문은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두 눈이 붉게 충혈된 안 부인은 당장이라도 북명연을 찢어죽일 것처럼 독기가 단단히 오른 모습이었다.북명연은 입술을 굳게 꾹 다물었다. 그녀 자신조차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멀쩡하던 자가 어찌 갑자기 피를 토하며 죽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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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배현준!"북명연이 등 뒤에서 악을 썼지만 배현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안씨 가문의 경사는 순식간에 초상으로 바뀌었다. 축하를 알리던 글귀가 뜯겨 나가고 붉은 등롱은 흰 등롱으로 교체되었으며, 안씨 가문 전체가 금위군에게 겹겹이 포위되었다.북명연의 모든 호위 무사들은 모조리 체포되어 옥에 갇혔다.모든 통제권은 배현준 일인에게 쥐어졌다.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이튿날 아침 조회에서 문무백관들은 모두 이 일을 두고 수군거렸다.안 대인은 소복 차림으로 엎드린 채, 목이 메어 오열하며 황제에게 공도를 청했다."신의 아이는 이제 겨우 열여덟입니다. 유람을 다녀온 뒤로 성정도 많이 다듬어졌건만, 백발의 아비가 어린 자식을 앞세우게 된 고통을 신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폐하,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애끓는 통곡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자들 중 동요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폐하, 북신의 화친은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품은 것이옵니다. 감히 신혼 첫날밤에 변방 방위도를 훔쳐내다니, 만일 경세자께서 낌새를 채고 저들을 생포하지 않으셨다면 안씨 가문 둘째 공자의 목숨은 그저 개죽음이 되었을 것이옵니다.""폐하, 북신의 처사가 실로 도를 넘었사옵니다. 수년간 양나라 변방의 백성들을 핍박하고 능멸해 온 저들의 만행을 더는 좌시할 수 없사옵니다!"조정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어느 무장 하나가 개전을 입에 올리자 사방이 찬 물을 끼얹은 듯 정적에 휩싸였다.무리 속에 섞여 줄곧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정군왕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가 무의식중에 유정남을 바라보는 찰나, 유정남이 대열에서 걸어 나오며 아뢰었다."신이 군사를 이끌고 출정하여 북신을 토벌하겠나이다!""국공 대인, 아니 됩니다."한 문신이 나서서 만류했다.안 대인은 즉각 말을 꺼낸 자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날 선 시선에 기가 질린 상대는 목을 움츠리며 웅얼거리다 끝내 입을 다물어버렸다.문신과 무장들의 생각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황제는 일언반구 없이 어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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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경성에 남아 있는 편이 더 골치 아픕니다. 차라리 전장에서 죽는 게 낫지요. 게다가 제가 주장을 맡았고 제 친병들인데, 저들의 말을 따라줄 리가 없지요."배현준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전장에서 죽겠다는 말을 내뱉자, 유정남은 그 대담함에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자, 자네. 말을 삼가게."유정남의 훈계에 배현준은 고분고분한 태도로 얌전히 대답했다.사람들이 전쟁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할 무렵, 황제는 이미 담성국과 배준형 두 사람을 불러들여 좌우 선봉 부장으로 임명했다.그 말을 듣고 배준형이 미간을 찌푸렸다."폐하, 하오면 주장은 누구신지요""짐에게 다 생각이 있다."황제는 더 이상 설명할 기색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상소문 처리에만 몰두했다. 배준형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경성 밖으로 차출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부장 신분으로 전장에 나가는 것 역시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 일이었다.두 명의 부장이 내정되었다.병부는 군량과 마초, 병기 등을 조달하기 시작했고, 북신 토벌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담씨 가문 저택.담성국은 담씨 노부인의 처소를 찾아가 머지않아 전장에 나가게 되었으니, 저택의 대소사는 둘째네가 돌보도록 당부하겠다며 수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전장에 간다고?"담씨 노부인이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너는 문신인데 전장에 가서 뭘 한단 말이냐. 무거운 걸 들 줄 아느냐, 칼을 쥘 줄 아느냐? 폐하께서는 어찌 너를 보내시는 게야?"담성국에게 군량 통계를 맡겨 군사로서의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것이 황제의 명분이었으니, 그로서는 반박할 기회조차 없었다.담씨 노부인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담성국을 쳐다보았다."아들아, 너 누구에게 단단히 밉보인 것은 아니냐?"담성국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역시 속으로 의심하던 바였다. 그는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만약 주장이 유국공이라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폐하께서 유국공을 따로 부르셨다 하니, 전장 경험이 풍부한 그가 십중팔구 주장을 맡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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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정군왕부.담시령이 본가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하자, 배준형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뼈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정군왕은 오히려 냉정을 되찾고 물었다."배현준과 유정남이 한통속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허나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시는 게냐?"아무리 배현준을 총애하신다 한들, 강산과 사직을 걸고 장난을 치실 분은 아니었다."호랑이를 산에서 꾀어내려는 속셈 아닐까요?" 담시령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배준형이 경성을 떠난 틈에 경성에 무슨 변고가 생겨도 그는 돌아올 수가 없었다.사실 배준형의 속마음도 그러했다."할머님 말씀으로는, 서방님의 신분이 아직 불분명하니 무언가 거사를 도모한다 해도 문무백관이 서방님을 옹립하지 않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대로라면 여전히 배현준을 이길 수 없다고요." 담시령은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이토록 비열한 수단으로 배준형에게 해독을 강요하다니, 그녀는 속으로 배현준과 유지영을 향해 역겹다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정군왕은 담씨 노부인의 뜻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유관성의 신분이 명확해지면 너도 신분에 대한 의혹을 벗을 수 있다. 게다가 유정남이 전장에 나갔다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범한다면,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죄명을 뒤집어씌울 수 있지. 우리로서는 이로울 뿐 해가 될 것이 없다."하지만 배준형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조금 더 기다려 보시지요."*안씨 가문 저택.빈소가 차려졌고, 통곡 소리가 귀를 찌를 듯 울려 퍼졌다.신방 안, 북명연은 여전히 붉은 혼례복 차림으로 구리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바깥의 곡소리를 듣고 있자니 짜증이 치밀어 올라, 그녀는 벌떡 일어나 방문을 거칠게 두들겼다."문 열어라! 본궁은 유지영을 만나야겠다!"손바닥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문을 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화가 단단히 난 북명연은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퍼부었다.마침내 그 패악질이 안 부인을 자극했다. 소복 차림의 안 부인이 방 안으로 득달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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