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피안을 거슬러: Bab 51 - Bab 60

100 Bab

제51화

태후는 손을 내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어미가 네 나이였을 때, 말을 타고 마장을 누비며 이름을 날렸었지.”유지영과 이연령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유지영은 들으면서 가만히 이연령의 표정을 살폈는데, 서 태후가 회상에 잠긴 사이, 그녀가 몰래 한숨을 내쉬는 걸 발견했다.한참이 지나 서 태후가 마침내 감정을 추스르자, 그녀는 서 태후의 무릎에 고개를 기대었다.“마마, 국공 부인께서 돌아가신 지도 참 오래되었네요. 지영이가 경성에 왔으니, 제가 평소에 더 신경 써서 보살피겠습니다.”말을 마친 이연령은 머리에서 금비녀 하나를 빼 유지영의 머리에 꽂아주고는 웃으며 말했다.“지영아, 경성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되어 모르는 것도 많을 텐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를 부르렴.”유지영도 방긋 웃어 보였다.“감사해요, 언니.”서 태후는 서둘러 유지영에게 말했다.“연령이도 참 가엾은 아이란다. 어릴 적 전장에서 일가족을 잃었지. 이씨 가문은 대대로 공을 세운 집안인데, 이제는 연령이 혼자 남게 되었구나.”유지영은 곧바로 말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 태후가 이연령을 입양한 것은 이씨 가문의 공을 높이 사고 그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서일 뿐, 이연령을 자신의 대신으로 여긴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전생에 이연령은 태후에게 입양되지도, 군주로 책봉되지도 않았다. 다만 가끔 참하다고 몇 번 칭찬받은 것이 전부였다.갑자기 달라진 전개가 유지영은 의아하기만 했다.서 태후는 시샘하는 기색 없이 평온한 유지영의 얼굴을 보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서 태후는 이연령만 따로 남기고 소 상궁에게 유지영을 궁 밖까지 배웅하라 일렀다.나가는 길에 소 상궁이 말했다.“군주님, 태후마마 마음속에서 연령군주는 결코 군주님과 비교될 수 없습니다. 다만 이씨 가문의 세력이 막강하고 평판도 좋아서, 연령군주를 조금 더 보살피실 뿐입니다.”유지영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소 상궁님, 이씨 가문의 공은 모두가 아는데 제가 어찌 연령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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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유지영은 두 모녀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그저 ‘황궁에 가고 싶다고? 그럼 후회나 하지 마.’ 라며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유수각으로 돌아오자, 동금이 종신 계약서 열 장을 건네며 말했다.“이들 중 다섯은 표국에서 일하던 아이들이라 무공을 조금 할 줄 압니다. 나머지 셋은 암시장에서 데려왔고, 둘은 의관에서 일한 적이 있어 약초에 대해 잘 안다고 합니다. 소인이 확인해 보니 꽤 영리한 아이들입니다.”동금의 일 처리에 만족한 유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표국에서 일했다는 사람들의 계약서를 다시 동금에게 돌려주었다.“무예를 가르치는 곳을 찾아 이들을 보내거라. 은자가 얼마나 들든 내가 부담할 테니 열심히 배우라 하고. 내 곁에는 세 사람만 필요하다고 전해.”남은 다섯은 유지영 앞으로 불려왔다. 모두 단정한 외모에 겉으로 보기에는 꽤 침착해 보였다. 특히 의관에서 일했다던 자매는 동생이 고작 열두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언니가 동생을 각별히 챙기는 눈치였다.유지영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언니의 이름은 정선, 동생은 정연이었다.“정선, 너는 의관에 보내 의술을 익히게 할 생각이고, 네 동생은 내 곁에서 일하게 할 것이다. 네 생각은 어떠냐?”유지영이 묻자, 언니인 정선은 동생과 떨어지기 싫은지 썩 내켜 하지 않는 기색을 보였다.“정연은 앞으로 유수각에서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지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마. 함부로 팔지도 않을 것이고, 남의 첩으로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유지영은 정선의 손목에 남은 동상의 흔적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정선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군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소인, 군주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나머지 시녀들도 모두 남기로 했다. 정연은 울먹이며 아쉬운 얼굴로 언니 정선을 떠나보냈다.정선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군주님은 좋은 분으로 보이니 안심하렴. 너는 군주님을 잘 모시고 충심으로 보답해야 한다.”“꼭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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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계약서가 누구 손에 있느냐에 따라, 따라야 하는 주인도 달라지는 법이었다.송씨는 더 권할 명분이 없어지자 대충 말을 둘러대고 돌아갔다.저녁 무렵, 동금이 안으로 들어왔다.“둘째 부인께서 요즘 지출이 너무 많다며 식자재를 줄이겠다고 하시더니, 고기는 없고 전부 야채만 보내왔습니다. 간식도 사흘에 한 번만 준다네요. 그래서 소인이 밖에서 조금 사 왔습니다.”유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일부터는 집안에서 보내는 식자재 말고 모두 밖에서 사 오도록 하렴.”말을 마친 유지영은 동금에게 열쇠 하나와 은 이천 냥을 건넸다.“군주님…….”동금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넌 침착하고 일도 잘하니 믿고 맡기는 거다.”유지영은 동금의 어깨를 다독이며 당부했다.“네 아버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경성에 처음 온 사람들은 머물 곳도 마땅치 않을 테니, 내 혼수 중에 빈 장원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도 좋다.”동금은 감격한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군주님의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저씨들께는 서신을 보냈습니다. 그분들은 모두 대대로 물자를 운송하던 분들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표국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면서 흩어지셨는데, 표국을 다시 세운다고 하면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며칠 후에 내가 직접 만나볼 테니, 일단 장원에 머물게 하거라. 가족들을 데려와도 좋다.”다시 살게 된 이번 생에서 그녀는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전생에는 배준형을 내조하는 일에만 매달리느라 제 사람 하나 제대로 두지 못했고, 결국 개죽음을 당했다. 이번에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정말 감사합니다, 군주님.”그날 저녁, 식탁에는 삼계탕이 올랐다. 이제 은자가 부족하지 않았으니, 유지영은 굳이 궁핍하게 지낼 이유가 없었다.그녀가 어떻게 하면 북명대사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서 태후는 정왕을 궁으로 불렀다.다음 날 아침.유선주와 배준형의 혼인을 하사하며, 십이월 팔일에 혼례를 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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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유지영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하긴 했지만, 충격에 빠진 유선주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심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유지영은 더 이상 입씨름하고 싶지 않아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뒤늦게 달려온 배준형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추궁했다.“네가 담시령을 위해 태후께 청을 드렸느냐?”그러자 유선주가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언니가 이렇게까지 저를 미워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제게 보복하겠다고 억지로 담시령을 세자 곁에 보내다니. 저는… 진심으로 언니를 좋아했는데, 어떻게 제게…”유선주는 울음을 터뜨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유지영의 목을 비틀어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선주야!”배준형은 울고 있는 유선주가 안쓰러워,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주었다.“태후께서 내게 여인을 몇이나 보내시든, 내 마음속에는 너뿐이다. 세자비의 자리도 네 것이야!”서로 죽고 못 살 것처럼 영원을 맹세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유지영은 그저 웃음이 나왔다. 동시에 배준형이 회귀한 뒤로 왜 유선주에게 저토록 잘해주는지 의문이 들었다.지난 생의 배준형은 성품이 온화한 귀공자로 불렸지만, 남녀 간의 감정에는 매우 절제하는 편이었다. 더군다나 남들 앞에서 이렇게 낯간지러운 말을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배준형은 한참을 어르고 달래서야 겨우 유선주를 진정시켰다. 유선주는 눈물을 닦더니 유지영에게 말했다.“담시령이 정왕부에 시집온다고 해도 독수공방 신세를 면치 못할 거예요. 언니가 담시령의 평생 행복을 망친 거라고요!”배준형도 불쾌한 얼굴로 유지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유지영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태후께서 이런 명을 내리실 줄은 나도 몰랐어. 시령 언니 이야기는 꺼낸 적도 없고. 내가 정말 시령 언니를 정왕부에 보낼 생각이었다면, 세자비 자리를 달라고 했겠지!”그녀는 담시령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보다 유선주를 더 증오했다. 보복이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서 태후에게 청해 담시령을 세자비로 만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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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축하해요, 언니.”유지영은 축하 인사를 건넸다.한씨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리며 미소 지었다.“이 혼사는 원래 시령이에게 돌아갔어야 했는데… 결국 이렇게 제 주인을 찾아오는구나. 유 상서의 딸만 경사를 맞은 줄 알았더니 말이야. 그래도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 말해봐야 소용없겠지.”담시령이 정왕 세자의 평비로 임명되어 유선주와 동등한 신분으로 시집가게 될 줄은 한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담시령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다.모녀가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본 담성국은 눈살을 찌푸리며 유지영에게 물었다.“지영아, 네가 태후께 혼사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느냐?”그 말에 한씨와 담시령도 궁금한 얼굴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유지영은 고개를 저었다.“저는 태후마마께 이 일을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모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지영이 태후에게 청한 것이 아니라면, 태후는 왜 갑자기 이런 혼사를 내린 것일까?담성국은 복성당 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일단은 네 외할머니 일이 우선이니,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꾸나.”“예.”복성당에 도착하니, 청색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내가 담씨 노부인의 다리에 침을 놓고 있었다.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노부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사람들은 혹여 방해가 될까 봐 조용히 기다렸다.담시령이 유지영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네가 정말 북명대사를 모셔올 줄은 몰랐네.”유지영은 진지한 얼굴로 담성국을 바라보며 말했다.“외삼촌, 어제 태후마마께서 저를 궁으로 부르셔서 외할머니의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다리가 많이 불편하셔서 외출을 거의 못 하신다고 말씀드렸을 뿐, 북명대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네가 아니었다고?”담성국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혼약에 북명대사까지, 담성국은 이 상황이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반 시진이 지나 치료가 끝나자, 사람들은 내실로 들어섰다.북명대사는 손을 닦고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노부인께서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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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그 의문은 곧 풀렸다.소 상궁이 친히 태후가 포상으로 내린 옥여의와 진귀한 약재들을 들고 노부인의 문병을 왔기 때문이었다.소 상궁은 감격한 얼굴로 일어나 예를 올리려는 노부인을 말렸다.“태후마마께서 군주님을 통해 노부인께서 오래도록 외출도 어려울 만큼 병세가 깊으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그래서 북명대사를 불러 그 이야기를 꺼내셨는데, 돌아가신 국공 부인께서 북명대사의 은인이셨더군요.”“우연이 겹친 것이지요.”소 상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마침 태후마마께 문안을 오셨던 정왕께서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 담씨 가문과 연을 맺고 싶다며 시령 아가씨와 세자의 혼인을 추진해 달라고 태후마마께 간청하셨습니다. 북명대사도 국공 부인이 시령 아가씨의 고모라는 것을 알고는, 정왕부 노태비의 진료를 봐달라는 태후마마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으셨지요.”소 상궁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되었다.결국 이건 모두 세상을 떠난 담혜정 덕분이었다.소 상궁은 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궁으로 돌아갔다.진실을 알게 된 한씨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북명대사는 쉽게 진료를 봐주는 사람이 아닌데, 황족 중에서도 폐하와 태후마마를 제외하면 진료를 봐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어요. 정왕부 노태비는 세상을 떠난 혜정 아가씨 덕분에 호사를 누리게 되었군요.”아까부터 한씨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담시령이 시집을 가더라도 노태비는 그녀를 편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담시령도 생글생글 웃으며 유지영의 손을 잡았다.“지영아, 전에는 내가 너를 좀 오해했던 것 같아. 우리도 가족이니까 앞으로 자주 놀러 와.”원하던 바를 이룬 담시령은 유지영에게 무척이나 살갑게 굴었다.유지영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속은 의문투성이였다.전생에 북명대사는 정왕부 노태비를 구해준 적이 있었기에, 그녀는 줄곧 정왕과 북명대사가 막역한 사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애초에 정왕은 북명대사와 모르는 사이였다니!그렇다면 전생의 북명대사는 태후의 부탁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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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한씨는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하듯 얼버무렷다.“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지영이는 경성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돼서 궁중 예절도 잘 모를 테니, 시령이가 곁에 있으면 많이 도움이 되겠지요.”말을 마친 한씨는 핑계를 대고 담시령과 함께 자리를 떴다.담성국은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외숙모 말은 너무 마음에 두지 말거라. 안 그래도 경성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 텐데, 너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거라.”“감사합니다, 외삼촌.”담씨 노부인도 유지영의 손을 잡고 간곡히 말했다.“지영아, 태후께서 비록 너를 총애하시지만, 그건 다 네 어미와의 정을 생각해서 그러시는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선을 지키고, 그분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 앞으로 경성에서 자리를 잡고 무사히 살아가려면 매사에 신중해야 해.”담성국도 같은 생각이었다.그러자 유지영이 감격한 얼굴로 노부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외할머니와 외삼촌의 당부는 꼭 마음에 새길게요. 지금은 그저 외할머니께서 어서 나으셔서, 앞으로 저와 함께 산에 불경도 드리러 가고 장원에 산책도 다녀오셨으면 좋겠어요.”“그래, 그래야지.”담씨 노부인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유지영은 담씨 저택에서 저녁때까지 머물다가 밖으로 나왔다.그녀가 떠나기 전, 담시령이 사람이 보이지 않는 틈을 타 옷과 장신구를 건네주었다. “지영아, 앞으로 세자께서 국공부에 오시거든 사람을 보내 나를 부르렴.”그러자 유지영은 인상을 찌푸렸다.“언니가 국공부에 오는 건 언제든 환영이지만, 세자를 보러 오는 거라면 참는 게 좋을 것 같아요.”“왜?”담시령은 불쾌한 얼굴로 되물었다.“매번 세자와 우연히 마주칠 기회를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노태비를 찾아가 얼굴을 비추는 게 더 나을 거예요. 세자가 국공부에 와도 유선주를 만나러 갈 텐데, 제 처소와는 거리가 멀어서 만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거든요. 노태비를 찾아가면 기회가 더 많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담시령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녀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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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언니는 기분이 별로 안 좋은가 봐요?”유선주는 눈을 깜빡이며 계속해서 유지영을 도발했다.“경왕 세자는 혼약이 정해졌는데도 언니한테 선물 하나 안 보내왔나 보네요.”유지영은 상대가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아, 참. 경왕 세자는 도박에 져서 수구 경기에 나간 거라고 했었죠.”유선주는 뒤늦게 말실수를 깨달은 것처럼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래도 괜찮아요. 언니는 혼수가 넉넉하니 신경도 안 쓰겠죠. 반면 저는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전부 세자께서 도와주시네요.”노골적인 도발이었지만, 유지영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넌 태어날 때부터 복덩이였으니 정왕 세자께서 너와 혼인하게 된 것도 그분의 복이겠지. 나는 굳이 너와 비교할 것도 없고. 경왕 세자께서는 요즘 매일 태화궁에서 태후마마의 일을 돕고 계시니 그럴 겨를이 어디 있겠어?”그 말을 들은 유선주의 안색이 확 변했다.예전에는 태화궁에서 공무를 돕던 사람이 줄곧 배준형이었는데, 최근 한 달 사이 배현준으로 바뀌었던 것이다.많은 사람이 배준형이 태후의 총애를 잃은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었다.유선주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머리에 든 게 없는 사람은 아무리 곁에 두고 가르쳐도 소용없는 법이죠. 언젠가는 그 무능함 때문에 화를 입게될 날이 올 거예요.”그때 뒤에서 다가온 배준형이 유지영을 빤히 바라보았다.유선주는 곧바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세자께서 오늘 제게 주신다며 예물을 가져오셔서 언니가 조금 속상한가 봐요. 경왕 세자는 그런 다정함이 없는 분이라…….”배현준 이야기가 나오자, 배준형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유지영에게 말했다.“혼사는 이미 정해졌고 쉽게 바꿀 수 없어. 누구나 선주처럼 복을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유지영은 더 이상 둘과 입씨름하고 싶지 않아, 유씨 노부인에게 인사하러 내전으로 향했다.유씨 노부인은 유지영을 보고는 입가의 미소가 싹 사라지더니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 “또 외가에 다녀온 게냐?”“지영이가 경성에 올라온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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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일제히 충격에 빠졌다.유지영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배준형을 바라보았다.“세자께서는 할머니와 숙모님께 시령 언니와 혼인하게 된 사정을 말씀하지 않으셨나 보네요?”유선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놀란 눈으로 배준형을 바라보았다.“세자, 이게 다… 사실인가요?”북명대사는 담씨 가문을 봐서 노태비의 치료를 허락했고, 정왕이 직접 나서 혼사를 주선했다. 그렇다면 훗날 담시령이 시집을 가면 집안의 큰 어른 두 분이 그녀를 감싸고 돌 게 뻔했다.모두의 시선이 배준형에게 쏠렸다.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침묵했다.침묵은 곧 인정이었다.“그럼 태후께서는 왜 진작 북명대사에게 담씨 노부인의 치료를 부탁하지 않고 오늘에야 부탁하신 게냐?”유씨 노부인의 질문에 유지영은 침착하게 답했다.“어제 태후마마께서 북명대사를 궁으로 부르셨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어머니 얘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북명대사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걸 알게 되셔서, 북명대사께서 외할머니의 치료를 흔쾌히 수락하신 거랍니다.”담혜정 덕분이라는 말에 송씨가 불만을 드러냈다.“우리 선주도 형님의 조카딸 아니냐? 선주는 정왕 세자의 약혼녀이니 굳이 담씨 가문이 아니더라도 북명대사께서 부탁을 거절하시진 않았을 텐데…”송씨는 담시령의 존재가 몹시 거슬리는 모양이었다.유지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송씨에게 말했다.“숙모님은 정왕 전하께서 시령 언니를 며느리로 들이려 하신 결정이 못마땅하신 모양이군요. 차라리 세자께서 돌아가셔서 직접 알아보시는 게 어떻습니까?”송씨는 순간 당황해 재빨리 배준형에게 해명했다.“세자, 정왕 전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일은…….”한참을 우물쭈물하던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유지영을 힘껏 노려보았다.이 모든 상황이 유지영의 탓인 것만 같았다.유지영은 정원 가득 놓인 상자를 힐끗 보고는 유선주에게 말했다.“똑같이 태후마마께서 하사하신 혼인이고 약혼녀인데, 세자께서 담씨 가문은 무시한 채 선주만 챙기셨다는 걸 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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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유지영은 그녀의 손을 밀쳐내고는, 유씨 노부인을 향해 말했다.“이 일은 태후마마께서 나서주시기도 했고, 정왕께서도 친히 혼사를 청하신 일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서 담씨 가문의 공로를 가로챈다면 태후마마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태후마마 핑계만 대지 마세요. 공무로 바쁘신 태후마마께서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시겠어요?”유선주가 말을 가로채며 반박했다.그러나 유씨 노부인의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았다.“선주 네가 그렇게까지 부탁하니, 할머니 말씀대로 가보자꾸나.”유지영은 곧장 밖으로 향했다.유씨 노부인은 그녀를 말리고 싶었지만, 송씨가 먼저 말을 가로챘다.“어머니, 형님께서 우리 집안에 시집오셨으면 유씨 가문 사람이죠. 담씨 가문은 딸을 정왕부에 시집보내려고 정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군요.”송씨는 입을 삐죽이며 연달아 불만을 쏟아냈다.“형님도 그래요. 북명대사를 구한 일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다니! 우릴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은 거죠!”유씨 노부인도 이 일에는 화가 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한편으로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태후가 자신에게 혼수를 돌려주라고 압박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은 달랐기 때문이다. 담혜정이 북명대사를 구한 은혜를 담씨 노부인이 받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담시령까지 그 덕을 보게 둘 수는 없었다.그런 생각에 유씨 노부인은 결국 꾹 참고 유지영을 불러들이지 않기로 했다.“선주에게 보양품을 내주어 담씨 가문에 가져가게 하거라.”송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준비하러 갔다.그렇게 마차 두 대가 담씨 저택으로 향했다. 마차에 오른 유선주는 원망 가득한 눈으로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언니는 그런 좋은 일이 있으면 진작 집안에 말해줬어야죠. 어떻게 집안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요?”유지영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나도 시령 언니에게 혼사가 내려진 뒤에야 이유를 알았어. 돌아오자마자 너희가 연회상까지 차려놓고 있었잖니? 선주야, 너는 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거니? 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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